대구 토박이 농사꾼 여환욱 씨는 자두와 복숭아를 가꾸고 있다. 나와 우리 가족이 먹는 과일이라는 생각에서 소비자의 마음으로 과수 농사를 이어가는 그! 그런가 하면, 앳된 얼굴의 청년 농부 여웅기 씨는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기 시작한 베테랑 농부라고. 여름은 달콤함을 머금은 자두와 복숭아의 계절! 붉게 물든 자두 수확에 부자(父子)는 물론 온 가족이 나선다. 어머니부터 큰 사위까지 과수원에 모여 자두를 수확하는데, 자두가 소복이 쌓인 과일 바구니는 보기만 해도 풍성하다. 여름을 맞아 멀리서 찾아온 둘째 딸 식구들! 딸과 어머니는 켜켜이 쌓였던 그리움을 풀어놓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농가의 한 상을 만나본다.
그대로 먹어도 맛있는 복숭아와 자두, 직접 재배하고 딴 과일로 담그는 깍두기와 장아찌는 어떤 맛일까? 아삭아삭 복숭아 깍두기와 새콤달콤 자두 장아찌는 이 계절의 별미! 여환욱 씨 가족이 양봉으로 직접 얻은 꿀을 넣어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나는 음식들은 어린 외손녀들도 좋아한단다. 단호박 속을 파내고 밤, 은행, 대추, 수삼을 아끼지 않고 넣어 쪄낸 다음 꿀을 듬뿍 뿌린 단호박 영양꿀찜으로 무더위를 날린다. 아버지의 손길과 어머니의 손맛이 만난 찜닭! 대구 음식 특유의 매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벌이 옮긴 동글동글한 화분(꽃가루)으로 튀김 옷을 만들어 기름에 튀기면 쫀득하고 쫄깃한 닭 모래집 꿀튀김 완성! 가족이 직접 가꾼 제철 과일과 꿀이 만나 완성된 달콤한 밥상에 그동안의 그리움이 사르르 녹는다.
반야월 연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연근으로 뭉친 주민들의 향기로운 밥상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건강식품 연근! 습지가 발달한 대구 동구 반야월(半夜月) 지역에서는 현재 전국 연근의 약 35%를 생산하고 있다. 진흙 속 보물 같은 연근을 캐며 대구 연근의 명맥을 이어가는 30년 차 농부 변우기 씨. 3대째 연근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장맛비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연근 수확에 나선다. 수확 시기가 길어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임해야 하는 연근 농사, 마을 주민들도 농사일을 도우며 이곳의 연근을 널리 알리고 있다. 연근은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수질 정화 능력이 있고, 면역력을 기르는 데도 좋단다. 연근을 캐는 날이면 볼 수 있다는 연잎 따기 풍경까지! 연근 하나로 뭉친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정이 깃든 들밥 한 상을 만난다.
밑간한 돼지고기 위에 동그랗게 썬 연근을 올리고, 연잎으로 감싼 후 연잎 돼지고기 수육을 만든다. 연잎 향이 스며들도록 푹 찐 수육은 부드럽고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다. 연근은 익혀 먹어도 맛있지만, 생으로 먹으면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단다. 생 연근은 아삭하고 쫀득한 두 가지 식감이라고 하는데, 보릿가루로 풀을 만들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연근과 열무에 갖은양념을 더하면 시원한 연근 물김치 완성! 고된 농사일에 힘을 불어넣을 든든한 보양식으로 뜨끈한 국물은 빠질 수 없는 법, 매콤한 양념으로 무친 삶은 닭고기와 채소들을 닭 육수와 함께 한소끔 끓인다. 연근을 더한 닭개장의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기나긴 더위를 잊게 한다. 연잎 위에 밥과 은행, 대추를 넣고 익은 닭고기를 더해 촉촉하게 찐 연잎 닭밥까지 상에 올리면, 건강하고 푸짐한 한 상 차림에 기운이 절로 난다.
대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야시장에서 나누는 한 끼의 온기
선선한 저녁 시간이 오면 칠성 야시장의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르는 대구 신천 둔치에 자리한 이 야시장은 청년 상인들이 모여 2019년 11월 개장한 먹거리 장터. 야시장이 영업을 시작하고 약 4개월 만에 확산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청년 상인들은 한동안 휴장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이 바라본 것은 어두운 절망이 아닌 빛나는 아이디어였다. 의료진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기부했던 청년 상인들이 어려움을 나누며 늘 함께해온 칠성시장 부녀회원들을 위해 한 상을 차린다. 봉사활동을 주도했던 젊은 상인 박수찬 씨는 다정한 아들이자 남편이기도 한데, 그가 가족을 위해 만드는 요리와 칠성 야시장 상인들의 열정이 담긴 음식들을 만나러 간다.
뜨거운 불길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김치 삼겹살 말이, 대구의 명물인 오징어초무침과 납작만두는 칠성 야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간편하게 먹는 새우 꼬치구이 또한 눈길을 끄는 인기 메뉴다.
박수찬 씨와 청년 상인들이 함께 만드는 닭칼국수는 응원을 가득 담아 더욱 넉넉한 맛! 닭을 푹 삶아 건져낸 육수에 칼국수 면을 더하면 국물의 깊은 맛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한편 집에서도 요리사를 자처하는 수찬 씨가 가족들을 위해 부엌으로 향하는데, 닭가슴살을 쪄서 익히면 식감이 한결 부드럽단다. 찐 닭가슴살을 찢어둔 후 파프리카, 당근, 무순을 곱게 채 썰어 한 접시에 담고, 얼려둔 닭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부으면 시원한 초계탕 완성! 손질한 대창과 주꾸미에 양념장을 더한 대창 주꾸미볶음은 온 가족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고즈넉한 도심 주택에 찾아온 행복
새 식구는 쌍둥이 손자(孫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해 초부터 어느 곳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대구광역시. 고향인 대구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최현태 씨는 22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어린 자녀들을 홀로 키운 단단한 어머니이자 시민이다. 외출하기가 조심스러운 요즘, 최현태 씨의 일과 중 하나는 옥상 텃밭 나들이! 직접 가꾼 채소를 활용해 요리를 즐기고는 한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둘째 딸 손지현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길어진 휴가를 어머니 곁에서 보내고 있는데, 언니 손지민 씨 가족이 오랜만에 찾아온단다. 오늘은 생후 6개월 쌍둥이 손주들이 외갓집에 처음 방문하는 날! 힘든 시기에 첫 아이를 낳은 큰딸을 위해 어머니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 밥상을 차린다. 현태 씨 가족이 모여앉아 함께하는 따뜻한 순간을 만난다.
미역과 마른명태, 표고버섯을 듬뿍 넣어 따끈한 쑥 찹쌀 수제비를 끓인다. 예로부터 대구지역에서는 보양식으로 쑥 찹쌀 수제비를 즐겨 먹었단다. 현태 씨와 일상다반을 나누며 가까워졌다는 지인 송외숙 씨가 올봄 직접 캐서 말려둔 쑥이 새알심 반죽의 재료! 동글동글하게 새알심을 빚어 넣고 동동 떠오를 때까지 끓이면 보기 좋고 맛도 좋은 건강식 완성. 몽글몽글한 새알심 한술에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복, 홍합, 꽃게, 문어, 낙지, 가리비 조개 등 해산물을 듬뿍 넣고 갖은양념을 더해 걸쭉하게 찐 해물찜은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잘 다듬은 전복과 찹쌀을 넣고 지은 밥까지, 여름의 안녕(安寧)을 책임질 든든한 한 상이 여기 있다. 온 가족이 잠시 쉬어가는 지금, 함께해서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