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3일은 여러모로 특별한 날이다. 약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13일의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서양 문화권에서 시작된 이 불길한 명성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묘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날로 자리 잡았은데, 13일의 금요일이 알려진 계기인 최후의 만찬에 참석한 13번째 제자가 예수를 배신했고, 예수가 금요일에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이야기부터, 1307년 10월 13일 금요일에 프랑스 필립 4세가 템플 기사단을 대대적으로 체포하며 몰락시킨 사건에 이르기까지, ‘13일의 금요일’이 저주 받았다는 속설의 근원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공포와 불행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이날, 20주년을 맞이한 국내 리듬게임의 대표작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역시 잊을 수 없는 최악의 금요일을 겪었다. 지난 12일에 진행된 V LIBERTY 3 생방송은 축제로 기억해야 했지만, 13일 오후 8시 전까지는 단순히 리스펙트 V뿐만 아니라 디제이맥스 시리즈 전체가 나락에 빠질 뻔한 최악의 24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2025년 6월 12일 저녁 7시부터 6월 13일 저녁 8시까지 – 과연 약 24시간 동안 디제이맥스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뼈아팠던 그 사건의 전말을 <6월 리듬게임 돌아보기>에서 집중적으로 파헤쳐 본다.
Phase 1 : KIDDING 수록 논란 – 디맥은 별론데 디맥에 곡을 넣고싶다?
2025년 6월 12일 오후 7시 –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8번째 신곡팩인 V LIBERTY 3 쇼케이스가 열리게 되었다. 여느때와 같이 디제이맥스를 대표하는 제작진들이 이번 쇼케이스에 나오게 되었으며, 7시 10분경 V LIBERTY 3의 수록곡 크로스페이드가 전격 공개되었다. 퓨전 국악을 표방한 CLTH의 <DJ조선>에 이어 NDLee, onoken 등등 익스텐션 및 리버티 1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디제이맥스 참여진들의 신곡 역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사건은 onoken의 신곡 <Phylma> 그 다음 차례에서 터지게 된다.

사건의 시발(始發)점은 바로 이세계아이돌의 ‘KIDDING ~DJMAX REMIX~’ 소개 파트였다. KIDDING은 패러블 엔터테인먼트 소속 크리에이터 ‘우왁굳’의 버츄얼 아이돌 프로젝트 ‘이세계아이돌(ISEGYE IDOL)’의 세 번째 싱글로, 발매 당시 멜론 차트 TOP100에서 1위를 기록하며 상당히 좋은 성과를 올려 한국의 버츄얼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곡이기도 하였다. 디제이맥스 역시 뮤즈 대쉬 콜라보레이션 DLC부터 시작해 익스텐션 4~5, 그리고 직전의 리버티 2에서 버츄얼 아티스트를 기용해 성과를 거둔 만큼 자연스러운 이식으로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뢰를 밟게 되니 바로 이세계 아이돌과 왁타버스의 수장, 우왁굳의 비뚤어진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대한 인식이었다.
6월 12일 오후 7시 55분 경 – 커뮤니티에서 스팀 큐레이터 자격으로 남긴 우왁굳의 리뷰가 재발견되었다. “게임 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습니다만 노래좀 그만 우려 먹으시고 싹다 새롭게좀 갑시다. 노래 너무 지겨워 리얼” 이라는 간결한 문장이었지만, 이것이 <KIDDING> DJMAX 수록과 맞물리면서 논란의 불씨를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했다. 먼저 ‘노래를 그만 우려먹어라’는 현재 운영중인 리듬게임에 있어 가장 모욕적인 평가를 아무렇지 않게 내놓은 것 뿐만 아니라, 정작 자신의 버츄얼 아이돌 그룹 ‘이세계아이돌’의 기존 곡인 ‘KIDDING’을 비록 리믹스 형태라 할지라도 DJMAX에 수록되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이는 그가 비판했던 ‘기존 곡 활용’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백한 모순으로 비춰치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비판했던 게임 시리즈에 자신의 콘텐츠가 수록되는 행태에 대해, 커뮤니티에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과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으며 과거의 무지스러운 비난이 무색하게, 자신의 프로젝트 홍보 및 이익을 위해 철면피로 DJMAX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한 ‘노래 너무 지겨워 리얼’이라는 직설적인 표현 역시 DJMAX 시리즈에 애정을 가진 유저들에게는 상당한 불쾌감을 유발했다.
우왁굳이 해당 큐레이터 리뷰를 작성한 시점은 2020년 2월 15일로, 당시 DJMAX RESPECT V는 얼리 액세스 기간 막바지로 정식 발매(2020년 3월 12일)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였다. 해당 시기 DJMAX는 포터 로빈슨(Porter Robinson), 마시멜로(Marshmello), 가수 유키카(YUKIKA) 등 다양한 외부 라이선스 곡을 확보하고 글로벌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K/DA 프로젝트 곡 ‘POP/STARS’와 ‘Get Jinxed’ 등을 수록하며 콘텐츠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만약 정식 출시와 같이 발매된 첫 신곡 팩인 ‘V EXTENSION’ 발매까지 경험했다면 보다 심층적인 평가가 가능했을 것이기에 이러한 게임사의 노력을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수박 겉핥기식’의 섣부른 평가를 남기고야 말았다. 그것이 ‘우왁굳이 익스텐션과 정식 발매일을 몰랐을수도 있다’라는 생각이어도 말이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2023년 4월경 업로드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왁굳의 DJMAX 플레이 영상이 커뮤니티를 통해 추가로 공유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었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DJMAX RESPECT V의 악곡들을 두며 “나는 근데 디맥 감성이 싫어”라는 망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으며, “이세계에 온 느낌”이라며 해당 곡들에 대한 몰이해와 낯섦을 넘어 사실상 조롱에 가까운 평가를 서슴지 않은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그가 DJMAX를 플레이하는 도중 자신의 팬들이 DJMAX를 모티브로 제작한 팬게임 ‘왁제이맥스(WJMAX)’를 화면에 동시에 띄워놓고 직접적으로 비교하며 DJMAX를 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이다. 그는 DJMAX를 향해 “너무 정신없고 눈 아프고 타격감도 별로고 효과만 그냥…”이라며 노골적인 비하 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영상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서 언급된 ‘V EXTENSION’ 신곡 팩조차 구매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특히 2023년 4월은 DJMAX 시리즈 역사상 최대 히트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 <Tic! Tac! Toe!>가 수록된 ‘V EXTENSION 3’ DLC가 출시된 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는 그가 과거 큐레이터 리뷰에서 “노래를 그만 우려먹으라”며 신선한 콘텐츠를 요구했던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무시한 채, 정작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레거시 컨텐츠와 새롭게 출시된 익스텐션 신곡들은 일부러 외면했음을 시사한다. 이후 확보한 영상을 좀 더 면밀히 조사해본 결과, 우왁굳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를 큐레이터 리뷰를 남긴 2020년 2월 이후 방송 당일인 2023년 4월까지 근 4년간 한번도 플레이조차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으며, DLC 역시 얼리 엑세스 보상인 디제이맥스 온라인 팩 ‘Emotional Sense’와 한 팬이 선물해준 NEXON 콜라보레이션 팩을 제외하면 그 어떤 레거시 및 익스텐션 팩을 구매조차 안했다는 것 역시 드러났다. 플레이타임 역시 당시 76분(약 1시간 15분)으로 튜토리얼을 겨우 마치거나 초급 난이도 몇 곡을 플레이하는 분량에 그칠 뿐, 게임의 시스템 및 다양한 수록곡의 채보 패턴, 그리고 멀티플레이 및 다양한 모드 등을 전혀 경험할 수 없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으로 단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당시 영상 분량을 확인해봐도 전체 6시간 분량에서 잠깐 화면이 꺼졌던 시간을 포함해도 약 37분 밖에 되지 않았으며, 디맥 근본곡을 위시해 ‘이세계에 온 느낌’이라며 외면한 것도 정작 디맥 인게임에서 플레이한 곡은 10곡, 그마저도 디맥 오리지널 곡은 RESPECT 기본곡인 레나의 <너랑 있으면>과 NieN의 <Only For You> 단 2곡에 불과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팬들이 만든 파생 게임을 옆에 두고 원작 게임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며 폄하하는 행위는 많은 DJMAX 팬들에게 단순한 비판을 넘어선 ‘조롱’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디제이맥스 팬덤은 이 행태를 두고 마치 특정 행동으로 도발하는 ‘티배깅(Teabagging)’과 다를 바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 티배깅은 본인 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저지르고 말았다.
앞선 4월 영상에서도 팬들의 도네이션으로 ‘왁타버스 여러분 디맥 노래도 커버곡으로 잘 부탁한다’라는 능욕성 발언을 내뱉었고, 우왁굳의 팬카페인 ‘왁물원’을 중심으로 “디맥 세일하길래 샀더니 왁제이맥스가 더 재밌고 노래 역시 왁타버스 노래가 더 좋다”, “디맥에 아는 노래가 없어 왁맥이 더 좋아 몇십분 하고 환불함”, “UI 면에서도 왁맥이 더 좋다”와 같이 DJMAX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폄훼하며 본인들의 팬게임과의 비교를 통해 원작을 깎아내렸다. 심지어 “진지하게 왁맥이 더 좋아 보인다. 이펙트 좀 개 혐이고 타격감도 너무 없다” 등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DJMAX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를 퍼붓기도 했다.
해당 곡 공개와 함께 발굴된 논란 행보로 인해 디제이맥스 팬덤 역시 원색적인 분노를 드러냈다. ‘KIDDING’을 제외한 19곡의 신곡에 대한 기대감은 우왁굳 관련 논란에 완전히 묻혀버리고 말았으며, 쇼케이스에서 함께 발표될 예정이었던 네오위즈 산하 레이블 ‘디제이맥스 엔터테인먼트’의 신규 앨범 <64514> 소개와 두 번째 오프라인 팬 이벤트 ‘DJMAX MIRACLE’ 개최 정보 등 굵직한 소식들 역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채 분노의 파도에 휩쓸려 무마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제작진 측의 미숙한 대처나 실언까지 일부 발생하면서, ‘V LIBERTY 3’ 쇼케이스 본래의 축제 분위기는 커다란 분노와 실망감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디맥 팬덤의 격렬한 분노 그 중심에는 우왁굳 본인의 과거 발언과 현재 ‘KIDDING’ 수록이라는 행보 사이의 명백한 내로남불과 모순, 그리고 디제이맥스라는 게임 자체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듯한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이세계아이돌을 포함한 우왁굳의 버츄얼 프로젝트 ‘왁타버스’의 팬덤, 소위 ‘침팬치’ 및 ‘이파리’로 불리는 이들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이미 타 커뮤니티에 널리 알려져 있던 시기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DJMAX 유저들 사이에서도 이들 팬덤의 유입이나 활동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고, 이러한 인식은 특정 팬덤의 ‘해악’이 자신들이 애정을 가진 게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게 만들며 반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디맥 팬덤이 느끼는 분노의 가장 근본적인 발화점은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양질의 곡을 제공해 온 아티스트가 아닌, 오히려 과거 DJMAX 시리즈를 공공연히 폄하하는 태도와 노선을 걸어왔던 인물이 속한 그룹의 곡을 개발사가 유저들의 정서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발주하여 수록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한 깊은 유감이었다. 유저들은 제작사가 게임의 본래보다는 특정 팬덤과의 연관성을 우선시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으며, 이는 곧 DJMAX 시리즈를 오랫동안 지지해 온 팬들에 대한 기만으로까지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이러한 의혹은 쇼케이스에서 함께 공개된 디제이맥스 엔터테인먼트의 신규 프로젝트 ‘레나 엔터테인먼트(LENA ENT.)’로 인해 더욱 증폭되었는데, 해당 프로젝트의 첫 공개곡인 ‘Dying’의 참여진이 왁타버스에서 중심적으로 활동한 아티스트라는 점, 그리고 ‘DIEIN’ 명의로 보컬로 참여한 인물의 음색이 왁타버스 내 특정 유저와 매우 유사하다는 의혹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는 단순한 곡 수록을 넘어 좋게 말해야 특정 프로젝트 및 팬덤과의 연계를 강화, 나쁘게 말해 정경유착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으로 비춰졌고, 앞선 논란과 맞물려 디맥 팬덤의 불신과 반발을 극대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쇼케이스 방송 종료 후 약 18시간이 지난 13일 오후 3시경, 로키 스튜디오는 공식 SNS를 통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공지에서 로키 스튜디오는 최근의 상황을 면밀히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KIDDING ~DJMAX REMIX~의 V LIBERTY 3 DLC 수록을 전격 철회한다고 밝혔으며, 그 대체곡으로는 함께 공개된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64514>의 수록곡인 ‘DUKA -Special Edit-’를 수록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공개되었던 V LIBERTY 3 관련 크로스페이드 영상 및 트레일러는 모두 비공개 처리 후 교체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더 나아가 로키 스튜디오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향후 발매될 ‘리버티(LIBERTY)’ 시리즈를 포함한 DJMAX 오리지널 신곡 시리즈에서는 라이센스 곡 수록을 일절 진행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방침까지 내놓았다. 이는 외부 곡 수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함께 논란이 되었던 디제이맥스 엔터테인먼트의 신규 프로젝트 ‘레나 엔터테인먼트(LENA ENT.)’ 역시 공식 공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레나 엔터테인먼트 측은 해당 프로젝트가 특정 단체와 팬덤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더욱 확실히 선을 그었고, 레나 엔터테인먼트는 DJMAX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인 BEXTER가 직접 책임지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임을 강조하며 관련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또한, 쇼케이스 방송 중 발생했던 제작진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도 공식 디스코드를 통한 사과가 이루어지면서 간신히 논란을 진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신규 DLC 발매 전에 특정 곡이 논란으로 인해 제외되고 다른 곡으로 대체되는 불행한 사례는 한국 리듬게임 역사에서 흔치 않은 일임과 동시에, 과거 ‘이지투온 리부트 R’에서 제작진과의 갈등으로 인해 작곡가 P4koo의 곡들이 삭제된 사례와 펌프 잇 업에서 곡의 프로토타입을 넣어 발생된 ‘Autumn Break’ 사태에 이어 세 번째로 남게 되었다.
비록 논란 속에서 급하게 결정된 교체였지만, 대체곡으로 수록된 ‘DUKA -Special Edit-’는 DJMAX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상징적인 아티스트인 BEXTER의 첫 곡 ‘KUDA’의 정신적 후속곡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무려 15년 만에 DJMAX 시리즈에 신곡을 제공하게 된 베테랑 작곡가 7 Sequence와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여파로 향후 DJMAX 오리지널 신곡팩에서 다양한 외부 라이선스곡을 만나보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은 많은 유저들에게 호불호를 남기고 있다.
Phase 2 : WJMAX 가이드라인 위반 – 상생을 기대했으나 돌아온 건 퍽치기
‘V LIBERTY 3’ 쇼케이스에서 촉발된 이세계아이돌의 곡 ‘KIDDING’ 수록 논란과 그에 따른 전격적인 수록 철회 조치로 인해 디맥 팬덤은 간신히 큰 불을 잡은 듯 했다. 하지만 미처 꺼지지 않은 디맥 팬덤의 분노라는 그 날 선 화살은 이제 ‘KIDDING’ 사태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팬게임 ‘왁제이맥스(WJMAX)’를 정조준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WJMAX가 대한민국의 저작권법과 DJMAX 개발사인 네오위즈의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었다.

우왁굳의 버츄얼 프로젝트 ‘왁타버스’ 기반으로 제작된 팬 리듬게임, 일명 ‘왁제이맥스(WJMAX)’는 지난 2022년 팬덤 내부 공모전인 ‘연말공모전’을 통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DJMAX 시리즈의 핵심 시스템인 4키, 5키, 6키 플레이 방식을 일부 차용하여 제작된 이 게임은, 과거 일부 왁타버스 출신 팬 창작물들이 원작 표절 및 저작권 위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출발을 보였다. WJMAX 측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 DJMAX의 개발사인 네오위즈에 게임의 유사성 문제에 대해 문의했고, 네오위즈는 “무료 배포 시 문제 삼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허락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네오위즈의 관대한 조치 덕분에 WJMAX는 꾸준히 업데이트되며 원작에 버금가는 고퀄리티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특히 2023년 1월 정식 공개 당시에는 한국 리듬게임의 대참사라 불렀던 ‘오투잼 온라인’의 반사효과와 맞물려 많은 리듬게임 스트리머들의 극찬을 받으며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나갔으며, WJMAX 제작진 역시 ‘원작(DJMAX)을 향한 존중’을 끊임없이 표현했고, 이는 DJMAX 유저들에게도 비교적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WJMAX의 성공적인 사례는 네오위즈가 DJMAX 시리즈를 위한 공식적인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야말로 원작과 팬 창작물 간의 이상적인 ‘상생’ 관계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KIDDING’ 사태를 겪으며 악화된 여론 속에서, 과거 네오위즈가 베풀었던 ‘선의’와 WJMAX 측이 내세웠던 ‘원작 존중’의 약속은 현재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DJMAX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왁굳과 ‘이파리(왁타버스 팬덤)’들이 WJMAX를 내세워 DJMAX를 향한 비하를 쏟아내는 행태가 지속된 가운데, WJMAX 자체에 대한 ▲과도한 커버곡의 무단 사용 의혹 ▲상업적 사용 조항 위반 정황 등 네오위즈의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구체적인 주장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때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던 DJMAX 유저들은 이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록곡과 관련된 저작권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지적된다. WJMAX에 수록된 총 600여 곡 중 오리지널 곡은 단 13곡에 불과하며, 이세계아이돌 오리지널 곡과 왁타버스 자체 제작 등을 제외한 나머지 중 상당수가 커버곡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세계아이돌’ 카테고리에 171곡, ‘왁타버스’ 관련 카테고리에 125곡 등 총 296곡에 달하는 곡들이 커버곡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전체 수록곡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이며 WJMAX의 수록곡 수인 600곡이 2년만에 달성 한 것 역시 원작에 해당되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가 기사 작성일 기준 721곡을 달성하는데 5년이란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생각하면 심히 기형적인 업데이트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다량의 커버곡들이 원 저작권자의 명확한 허가를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WJMAX가 팬 창작의 범위를 아득히 넘어 저작권법을 위반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었다.

더욱 큰 논란을 야기한 것은 이러한 커버곡 수록에 대한 WJMAX 측의 안일한 태도였다. WJMAX는 커버곡에 대해 커버를 진행한 왁타버스 멤버의 정보만 기입했을 뿐, 정작 원곡의 작곡가나 아티스트 등 기본적인 저작권 정보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으며, WJMAX의 곡 감상 기능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 리다이렉트 기능이 원곡이 아닌 왁타버스의 커버곡으로 이동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은 과거 커버곡 정책에 대해 “커버곡의 원 저작자에게 (사전에) 이야기를 못 드렸지만, 저작자의 요청이 들어온다면 해당 곡을 즉시 삭제하겠다”고 밝힌 내용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는 명백한 ‘선(先) 무단수록, 후(後) 조치’ 방식으로, 저작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부족을 넘어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록 네오위즈로부터 게임 제작 자체에 대한 허락을 받았을지라도, 이는 개별 수록곡의 저작권 문제까지 포괄하는 것은 아니며 팬 창작물이라는 명목 하에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야 수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는 저작권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영리성 팬 게임이라서 괜찮은 것 아니냐’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데, 이는 제작 허락을 받았던 네오위즈 측에서도 커버곡 사용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했다는 점에서 더욱 드러나게 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는 음악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게임의 유료/무료 여부와 관계없이 음악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를 원칙으로 하는 ‘저작권료 지불의 법칙’과 게임 개발사 및 서비스 제공자는 게임 내에서 음악을 사용한 만큼 저작권료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다수의 서브컬쳐 곡을 관리하는 일본의 JASRAC(일본음악저작권협회) 역시 이와 유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즉,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영리 목적이라 할지라도 저작권법에 따라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사항임과 동시에 팬 창작물이라는 이유로 면책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두 저작권협회의 중론이다. 여기서 네오위즈의 2차 창작 가이드라인 위반이 확인되는데 UGC에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포함하는 행위, 즉 지식재산권 관련 법령 위반 사항이다. 결국 왁제이맥스의 표면적인 원작 존중과는 별개로, 왁타버스 게임이 가진 고질병인 저작권 위반 및 표절 문제는 그대로 떠안게 된 것이다.
수록곡 저작권 문제에 이어,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크고 명백한 위반 사항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2차 창작 가이드라인 중 ‘영리적 이용 금지’ 조항 위반이었다. DJMAX의 개발사인 네오위즈는 WJMAX의 초반 흥행 이후 DJMAX IP를 활용한 2차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동시에 무분별한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공식적인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여 공지한 바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이용자가 UGC(User Generated Contents,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영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아래의 금지사항을 준수하여 제작하고 사용해야 합니다.”라는 명확한 지침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DJMAX와 무관한 공모전이나 대회에 UGC를 출품하는 행위” 역시 금지 사항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과거 2022년 진행된 왁타버스 내부 ‘연말 공모전’에 출품되었던 WJMAX가 2023년 1월 해당 공모전 시상에서 우왁굳에 의해 3위로 선정되어, 약 150만원 가량의 상금을 수여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연말 공모전’이 DJMAX IP와는 전혀 무관한 왁타버스 팬덤 자체 행사임이 명백하고, 여기서 상금을 수령한 행위는 네오위즈 가이드라인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영리적 용도 사용’ 및 ‘무관한 공모전 출품’에 모두 해당한다. 이는 WJMAX의 첫 시작부터 DJMAX의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팬 창작의 범위를 넘어선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영리성 팬 게임’을 표방해 그동안 용인되었던 WJMAX가 사실상 상금이라는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은 네오위즈의 가이드라인을 무력화시키는 행위이자 개발사의 신뢰를 저버린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비영리성 팬 게임’을 표방하며 그동안 용인되었던 WJMAX가 사실상 상금이라는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은 네오위즈의 가이드라인을 무력화시키는 행위이자 개발사의 신뢰를 저버린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저작권 문제에 대한 안일한 태도에 이어 영리활동 금지 조항까지 위반했다는 의혹은 그동안 ‘원작 존중’을 끊임없이 표방해왔던 WJMAX의 모습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중적인 행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 그야말로 “극도로 부적절한 행위”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이에 네오위즈와 로키 스튜디오는 음저협의 전수 조사 소식 이후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기존 허락한 게임들을 포함한 2차 창작 게임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초강경책을 두게 되었고, 이 때문에 디맥 IP를 사용한 다양한 팬게임들이 개발 및 배포 중지되는 일이 발생했다.
남은 과제 : DJMAX 시리즈가 받은 ‘반성문’, 왁타버스가 받은 ‘청구서’
지난 6월 12일 쇼케이스부터 다음 날인 13일까지, 단 하루 만에 DJMAX 커뮤니티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던 ‘KIDDING’ 수록 논란과 팬게임 ‘WJMAX’의 가이드라인 위반 의혹 사태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13일의 금요일’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KIDDING’의 수록 철회와 제작사의 강경한 후속 조치로 급한 불은 꺼졌지만, 이번 사태는 관련 당사자들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과 묵직한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마치 “게임을 욕한 엔터테이너의 그룹과 그 그룹의 곡을 굳이 넣으려 했던 게임사”라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힌 이 두 양상만을 두고 본다면 어느 한쪽의 잘못만을 탓하기엔 다소 복잡한 측면도 존재한다. 학교로 비유해보자. 방과후의 교실에서 디제이맥스와 왁타버스라는 학생이 잘못을 저질러 남게 되었다. 과연 이 두 학생에게 어떤 처벌이 이뤄질까?
DJMAX 시리즈에게 이번 사태는 어쩌면 ‘열 장 정도의 빼곡한 반성문을 써야 하는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외부 IP와의 협업 과정에서의 안일함과 커뮤니티 여론에 대한 예측 실패, 그리고 잠재적 리스크 관리에 대한 미흡함 등 반성해야 할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비록 디제이맥스 시리즈가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실수는 많았지만 대놓고 디제이맥스를 배척하고 조롱한 수장이 있는 그룹과의 콜라보레이션은 필자 역시 변호가 쉽사리 어려운 크나큰 실수이자 잘못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로키 스튜디오는 단순히 논란을 봉합하는 것을 넘어 과거 DJMAX 시리즈가 걸어왔던 길, 특히 2017년 ‘DJMAX RESPECT’ 출시 당시의 초심과 ‘존경’이라는 이름 아래 디제이맥스라는 리듬게임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RESPECT V를 비롯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시리즈는 ‘RESPECT(존경)’라는 타이틀이 상징하듯 팬들과의 소통, 게임의 본질에 대한 집중, 그리고 DJMAX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면서 더욱 강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공이었다. 물론 리듬게임의 성장에 있어 단순 컨텐츠 추가 뿐만 아닌 외연 확장 역시 중요하겠지만 이번 사태는 그보다 더 중요시되는 오랜 시간 시리즈를 지탱해온 유저들을 향한 ‘존경(Respect)’이라는 의미를 곱씹으며, 디제이맥스 온라인부터 시작된 20년의 여정을 다시 한번 회고함으로서 ‘무엇이 디맥을 디맥답게 만드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허나 다행이라면 다행인지, 이번 네오위즈와 로키 스튜디오의 발빠른 대처와 디제이맥스 팬덤의 강경한 보이콧의 성과 덕분에 디제이맥스는 때 아닌 부흥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는 후술할 왁타버스와 이파리, 그리고 우왁굳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그동안 팬덤 규모에 묻혔던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이번 KIDDING 사태 극복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팬덤들이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디제이맥스를 구매하여 이를 보답해 온 것.
실제로 6월 17일 V 리버티 3 발매 기념 최대 80% 할인이 진행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날에 디제이맥스의 모든 컨텐츠가 들어있는 ‘컴플리트 에디션’ 번들이 인기 판매 순위 8위에 올라갔고, 이에 대해 디맥 유저들이 ‘제발 할인하면 사주세요’라며 읍소한 유머러스한 상황은 물론이요. V 리버티 3 발매 당일에는 동시 접속자가 기존 신곡팩 발매일의 2배인 약 4,100명이 모였으며 스팀 차트에도 PC판 이식의 화제작 <스텔라 블레이드>와 <배틀그라운드> 다음으로 게임 본편 3위, 신곡팩으로 구성된 디럭스 번들과 이번 V 리버티 3가 각각 5위, 7위에 올라오기도 했다. 어쩌면 이 흥행 성과로 디제이맥스의 반성문이 10장에서 5장으로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반성문을 써야하는 큰 잘못임은 변함이 없고 ‘어떤 마케팅은 단 한 번만 작용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전화위복을 통해 앞으로 DJMAX가 나아갈 방향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왁타버스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하리만치 다르다. 디제이맥스의 책상 위에 반성문 몇 장만 놓여 있다면, 왁타버스의 책상 위에는 그야말로 끝없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청구서’ 더미가 쌓여가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왁타버스는 단순한 실수나 해프닝을 넘어, 프로젝트의 근간을 이루는 신뢰와 이미지, 그리고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묻는 묵직한 청구서들을 한꺼번에 받아들었으며, 그 청구서의 발행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첫 번째 청구서는 리더십의 실추된 권위와 그 책임이다. 프로젝트의 수장인 우왁굳의 과거 발언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왁타버스 전체의 평판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디제이맥스의 망언이 재조명 받은 이후 그의 망언들이 다시 한번 수면위로 올라왔는데, 많은 대중들의 찬사를 받은 명작 게임들 부터 숨겨진 인디게임의 명작들마저 그는 언제나의 수박 겉핥기로 아무렇지 않게 망언을 내뱉었다. 이러한 망언들에 대한 사는 단순히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그의 영향력과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를 다시금 통감하고, 향후 프로젝트 운영과 대외적인 소통 방식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현재진행형의 청구서다.
두 번째 청구서는 통제 불능의 팬덤 문화와 그 방임에 대한 책임이다. 그의 팬카페인 ‘왁물원’과 ‘이파리’로 불리는 팬덤의 공격적인 행태와 타 커뮤니티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는 이번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팬덤의 자정 능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차원에서 건강한 팬 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는 청구서는 지금도 계속해서 발행되고 있다. 이를 외면하는 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과 함께 외부와의 단절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세 번째이자 가장 뼈아픈 청구서는 바로 창작 윤리의 부재와 만연한 저작권 경시 풍조에 대한 책임이다. 팬게임 ‘WJMAX’를 둘러싼 저작권 의식 부재 논란과 명백한 영리적 가이드라인 위반 정황은, ‘팬 창작’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안일함과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끝나지 않는 청구서 행렬의 일부일 뿐이다. ‘원작 존중’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드러냈으며, 이는 단순히 해당 팬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라 ‘왁타버스 게임즈’라는 팬게임 전반, 더 나아가 왁타버스 전체의 창작 문화와 저작권 인식 수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야기했다. 앞서 언급한 WJMAX 역시 결국 커버곡 저작권 위반 및 사적복제 위반 상황이 드러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전수 조사에 나서 저작권료 징수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후 다른 팬게임들 역시 다량의 저작권 침해 제보를 통해 공식 제작사에서 대처를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제는 단순 청구서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 수준의 ‘빨간 딱지’가 붙여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쌓여가는 청구서들은 보이지 않는 올가미처럼 치명적인, 동시에 질기게 왁타버스를 옭아매고 있다. 한때 철옹성 같았던 ‘비영리’와 ‘팬심’이라는 두꺼운 갑옷은 이제 너덜너덜한 누더기가 되어, 차가운 현실의 바람 앞에 속절없이 흩날릴 뿐이다. 그 누더기 사이로 드러난 맨살 위에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기준’이라는 이름의 낙인이 선명하게 찍히려 하고 있다. 과거의 찬란했던 우왁굳의 명성이나 팬들의 어긋난 열정, 그리고 왁물원이 외치고 있는 ‘부아내비(부린 게 아니라 내가 비빈 거다)’도 이제는 그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연기와 메아리일 뿐, 멈출 줄 모르는 책임이라는 이름의 이 거대하고도 차가운 쓰나미 앞에서는 한낱 모래성에 불과해 보인다.
혹자는 뼈를 깎는 자성만이 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 이야기하지만, 그 희망이 과연 이 깊고 어두운 책임의 수렁에서 왁타버스를 건져 올릴 수 있을지는 지켜보는 이들마저 고개를 젓게 만든다. 지금 기사를 적고 있는 이 순간에도 왁타버스의 책상 위에는 또 다른 청구서가, 그리고 또 다른 청구서가 쉴 새 없이 줄지어 도착해 쏟아지고 있어 그의 낯빛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학교 교문 앞에는 학교 종소리 대신 경찰차가 조용한 사이렌과 함께 불길한 침묵 속에 대기 중인 상황. 옆자리의 디제이맥스가 성실히 반성문을 제출하고 유유히 하교할 즈음에도, 왁타버스라는 문제아는 여전히 텅 빈 교실에서 ‘반성’이라는 단어의 뜻조차 가늠하지 못한 채 멀뚱히 청구서 더미를 볼 뿐이다. 어쩌면 그는 지금 이 모든 소동이 그저 지독한 악몽이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며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그리고 ‘존경(RESPECT)’
필자는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카지노>를 꽤나 감명깊게 보았다. 드라마의 첫 시작을 장식하는 장면에서 차무식(최민식 役)과 양정팔(이동휘 役)이 ‘권무십일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양정팔이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으며 벚꽃도 개나리도 다 뒤진다’라며 이야기하자 차무식이 ‘권무’가 아니라 ‘화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바꾸면서 ‘꽃을 권력에다 비유한 말이다 인마, (중략) 권력이고 인생이고 다 무상하다, 다 허망하다, 부질없다 그런 뜻이야.’라며 그를 혼내는 장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된 이세계아이돌의 곡 <KIDDING> 역시 그렇다. ‘RE:WIND’와 ‘LOCKDOWN’을 거쳐 이세계아이돌이라는 이름을 높인 곡임과 동시에, 멜론 차트와 같은 스트리밍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이런 찬란한 성장 뒤에서는 저작권 침해라는 불법을 밥먹듯이, 숨쉬듯이 저지르는 ‘왁타버스’, 그리고 그 안에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며 소위 ‘모두까기’라는 민폐를 저지른 ‘이파리’와 ‘침팬치’들의 눈살 찌푸려지는 악질적인 행태와, 이 모든 것을 마치 대단한 업적이라도 되는 양 포장하거나 혹은 애써 외면하며 기름을 부었던 수장 우왁굳의 지독한 무책임함과 귀를 의심케 하는 망언들이 차곡차곡 쌓여 썩어 문드러지는 어둠이 있었다. 그 화려했던 꽃밭 아래 검게 썩어 문드러지고 있던 토양은 이제는 그 꽃들마저 병을 옮기고 있다.
그토록 공들여 쌓아 올린 영광이 빚어낸 결정체가 이제 와서 차무식의 냉소적인 독백처럼 공허한 몰락의 전주곡이 될 줄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것도 자신이 그토록 멸시하고 폄하했던 ‘어떤 리듬게임’에 한 치의 부끄럼도 없이 철면피를 깔고 곡을 들이밀려 했던 그 뻔뻔한 수작 때문에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질 줄도 누가 알았겠는가? 어쩌면 그 눈부시게 찬란했던 순간들조차, 이 모든 추악한 논란과 끝없는 나락을 위한 거대한 서막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지, 그 이름처럼 지독한 ‘농담(KIDDING)’으로 다가올 지경이다. 결국, 세상 모든 것에 존경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오직 비아냥과 멸시만을 연료 삼아 왕국을 건설했던 어느 방송인의 오만한 질주는, 공교롭게도 ‘존경(RESPECT)’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로 그 리듬게임에 의해 처참한 종지부를 찍게 된 셈이다. 참으로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