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스팀 넥스트 페스타에 나온 데모 버전 0.1.7를 기반으로, 스토리 파트 1 ‘그림자의 도시’의 스토리 열람을 담고 있습니다.
슬슬 8월이 다가오고 있다. 8월은 여름의 절정이기도 하지만, 리듬게임에 있어 때아닌 보물을 찾아 나서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8월 개최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 이어 올해 역시 다양한 리듬게임의 출전이 예고된 가운데, 이번 8월을 대비하기 위해 간단하면서도 오랜만에 리듬게임 리뷰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마침 이번에 리뷰를 요청받은 게임이 꽤나 개성적인 게임플레이를 보여줘, 간만에 리뷰 감각을 깨우기에 적합한 작품이라 볼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돌아온 리듬게임 리뷰 시리즈 <리듬게임 견문록>, 이번 두 번째 견문록은 Studio maka의 <팬텀 로즈> 시리즈의 리듬게임, ‘아스테리카: 팬텀 로즈 리프레인’이다.
리듬을 타며 길을 만드는 플레이

『아스테리카: 팬텀 로즈 레프레인』은 리듬게임의 문법을 단순한 노트 입력이 아니라 ‘격자 위 이동’으로 번역한다. 플레이어는 6×6 그리드 안에서 캐릭터를 박자에 맞춰 움직이고, 곧 생성될 장애물의 위치와 종류를 읽으며 안전한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음악에 반응하는 순발력과 몇 박 뒤의 상황을 계산하는 퍼즐적 사고가 동시에 요구되는 작품이다.
기본 조작은 방향키 또는 WASD를 이용한 격자 이동으로, 이동 타이밍이 음악의 비트와 맞아야 판정과 콤보를 유지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지나간 칸은 색칠되며 그리드 전체를 채우면 칸이 초기화되고 마나 포인트를 얻는다. 곡이 끝나기 전에 각 난이도 마다 필요한 마나를 확보해야 클리어 조건이 달성되기 때문에, 무작정 안전한 플레이보다는 과감히 이동하는 플레이가 이 게임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 구조가 흥미로운 이유는 생존과 득점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선택의 갈림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장애물을 피해 최소한으로 움직이면 생존은 쉬워지지만 마나와 점수가 줄어들면서 콤보가 꺼지고, 반대로 과감히 넓게 이동해 많은 칸을 색칠하려면 위험한 공간을 통과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매 박자마다 “어디가 안전한가”와 “어디를 밟아야 이득인가”를 함께 판단하게 된다.
일부 구간에는 별도의 특수 입력도 등장한다. 긴 파란 비트에서는 스페이스바를 누른 채 유지하는 롱노트 ‘차지 드라이브’, 노란 비트에서는 제한 시간 안에 이동 버튼을 연타하는 연타노트 ‘러시 드라이브’가 요구된다. 피버 타임에는 한 번의 이동으로 색칠되는 범위가 넓어지고, 정해진 박자 사이 스페이스바를 눌러 변박을 주는 ‘스파크’를 발동할 수 있다. 장애물과 같은 박자에 위치를 교차하면서 콤보를 유지하면 ‘점프’로 판정되는 등, 단순 회피를 적극적인 득점 기회로 바꾸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장애물은 공격이 아니라 예고된 퍼즐
게임플레이와 더불어, 아스테리카는 장애물 요소에도 리듬게임에 특화되어있다. 장애물 노트는 먼저 위치와 숫자가 표시되고, 숫자가 박자마다 감소해 0이 되는 순간 플레이어에게 공격을 가하고, 숫자가 없는 예고는 바로 다음 박자에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따라서 화면에 보이는 현재 상태보다 한 수 앞을 보는, 몇 박 뒤의 격자 배치를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
플레이에서 확인되는 주요 장애물은 다양한 크기로 생성돼 특정 구역을 막는 기본 장애물 ‘스퀘어’, 이동 경로를 교차하며 점프 판정을 노릴 수 있게 하는 ‘불릿’, 한 행이나 열 전체를 봉쇄해 안전 구역을 크게 압축하는 ‘스퀘어’, 그리고 일정 시간동안 오래 남아 동선을 제한하는 ‘지뢰‘까지 다양한 요소로 플레이어의 집중을 요구하게 된다.
초반에는 장애물이 드문드문 나타나지만, 곡이 진행되면서 스퀘어와 라인, 불릿, 지뢰가 동시에 배치된다. 네 방향에서 위험이 접근하거나 서로 다른 발동 시점을 가진 칸이 화면을 채우면, 플레이는 단순 박자를 맟춰 이동하는 것이 아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변한다.
색상과 숫자를 이용한 예고 체계는 비교적 명료하다. 다만 피버 효과와 판정 문구, 캐릭터 아이콘 주변의 게이지, 촘촘한 숫자 경고가 한꺼번에 겹치는 고밀도 구간에서는 가독성이 빠르게 떨어진다. 숙련자에게는 화려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순간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입문자에게는 무엇이 즉시 위험하고 무엇이 몇 박 뒤에 발동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워 어지러움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오래된 도시와 ‘소울 로즈’의 비밀

현제 데모판으로 공개된 스토리 파트 1의 무대는 전통 과학과 마법, 신기술이 공존하는 도시 미네르바다. 이 세계에서는 인간과 신의 저주가 뒤엉켜 태어난 ‘팬텀’이라는 괴물 아래, 화려한 발전도시의 미네르바는 실상 정치와 종교, 기술 자본의 이해관계가 얽힌 공간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엔지니어 클레어와 아이리스가 있다. 클레어는 계산적이고 냉정하며 기술 발전을 정치적 명분보다 우선시하는 사상을 가진 캐릭터이며, 아이리스는 장난스럽고 충동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위험이 닥치면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아 전투에 임하는 공과 사의 성격이 다른 캐릭터이다. 두 사람의 상반된 성격은 이동 중의 가벼운 대화부터 팬텀과의 조우까지 꾸준히 대비된다.
초반에는 벨로라 교회의 윈터 대주교와 소울 로즈 기술을 둘러싼 정치적 선전을 배경으로 두 사람은 관리되지 않은 골목에서 팬텀의 습격을 받고, 아이리스와 클레어의 공투로 도시 이면의 위험을 드러낸다. 발전소에 도착한 클레어는 소울 로즈 꽃잎이 들어 있는 결정 장치를 조작함과 동시에 ‘무기 소지 금지’ 같은 규칙과 종교적 장식, 보안 절차는 이 기술이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교회의 권위와 연결돼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장치의 비상 정지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기계가 산산조각 나고 정체불명의 소녀가 클레어를 ‘엔지니어’라고 부르며 오늘은 운이 좋았으니 모든 일을 잊으라는 말을 남기고 소울 로즈들과 함께 사라진다. 이야기는 기술 사고인지, 계획된 탈출인지, 초자연적 사건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다음 파트를 예고한다.
총평

『아스테리카』의 가장 큰 가능성은 리듬게임을 ‘정확한 순간에 버튼을 누르는 장르’에서 ‘박자에 맞춰 공간을 해석하는 장르’로 확장했다는 데 있다. 숫자 예고를 읽고, 이동 경로를 계산하고, 위험을 감수해 더 많은 칸을 색칠하는 과정은 익숙하면서도 분명히 독창적이다. 또한 이 독창적인 플레이를 뒷받침해줄 아스테리카만의 독보적인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트랙 역시 개성있는 퀄리티로 호평받고 있다.
다만 장애물이 겹치는 후반부의 시인성, 가이드 의존도가 높은 특수 조작, 플레이와 스토리 사이의 거리감은 정식 버전에서 다듬어야 할 지점이다. 그럼에도 음악을 듣는 귀와 판을 읽는 눈을 동시에 시험한다는 핵심 아이디어는 충분히 강하다. 박자를 따라가는 게임이 아니라 박자를 타며 활로를 찾는 게임. 그것이 지금의 『아스테리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