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리듬, 전혀 다른 세 무대 : 가을 리듬게임 공연 3선 소개
8월의 끝을 알리듯 비가 한바탕 쏟아지고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니 어느새 9월이다. 올해 추석 연휴까지 지나고 나면 곧바로 10월이 오고, 연말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터다. 그런데 이번 가을만큼은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10월부터 11월까지, 리듬게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오프라인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월 10일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리듬게임 음악을 다루는 두 행사가 정면으로 맞붙는다. 장르와 국적을 가로지르는 초대형 클럽 이벤트 VIRTUALS 2026과 하나의 한국 리듬게임 IP가 쌓아온 역사를 라이브로 펼치는 DJMAX MIRACLE 10.10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여기에 11월에는 일본 리듬게임과 동인 음악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해온 EDP가 한국에 상륙한다. 같은 리듬게임 음악 공연으로 묶이지만, 관객에게 건네는 경험은 서로 전혀 다르기에 그 매력이 뚜렷하다.
곧 받을 추석 용돈의 쓸 곳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이 기사에 주목하자. 앞의 두 행사가 30일밖에 안 남은 지금, 우리의 지갑과 체력을 동시에 노리는 리듬게임 뮤직 페스타 3종을 소개한다.
한글날 매치 적코너 : 모든 라인업이 헤드라이너 – <VIRTUALS 2026>
첫 번째 소개이자 한글날 매치 적코너를 맡을 공연은 ‘VIRTUALS 2026(이하 버츄얼스)’이다. 2024년 첫 개최 이후 5회차를 맞이한 이번 버츄얼스는 10월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서울 가빈아트홀에서 열린다. 양일 모두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장시간 행사로 국내외 아티스트 총 49팀이 참여한다.

라인업의 중심에는 현재의 리듬게임 음악과 동인 음악 씬을 대표하는 이름들이 있다. HARDCORE TANO*C의 REDALiCE를 비롯해 t+pazolite, USAO, RoughSketch, Yuta Imai가 출연하며, ARForest와 RiraN, Pure 100% 등 국내 리듬게임 이용자에게 친숙한 아티스트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버츄얼스를 단순히 ‘유명 리듬게임 작곡가를 많이 모은 행사’라고 정의하면 절반만 설명한 셈이다.
뒤이을 라인업으로는 ‘Tell Your World’와 ‘Packaged’로 초기 하츠네 미쿠 문화를 대표한 kz(livetune), ‘Sweet Devil’과 ‘변덕쟁이 메르시’의 八王子P, 카와이 퓨처 베이스를 대중화한 Snail’s House가 같은 무대에 오른다. YUC’e와 Aiobahn+81, picco를 비롯한 인터넷 음악계 아티스트와 V-singer(버츄얼 싱어) 계열의 音ノ乃のの(노노노 노노), 式部めぐり(시키부 메구리)까지 라인업의 한 축을 맡는다.
이번 버츄얼스의 화려한 라인업은 단순 유명 아티스트가 찾아오는 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버츄얼스를 기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함께 형성한 ‘장면’이다. 보컬로이드와 니코니코 동화, 동인 하드코어, 인터넷 음악과 버추얼 문화가 리듬게임을 매개로 어떻게 연결됐는지, 지금 우리가 리듬게임에서 자연스럽게 듣고 있는 음악이 VOCALOID와 니코니코 동화, 동인 하드코어와 인터넷 음악을 거치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여러 갈래의 계보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올해 버츄얼스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리듬게임에서 듣던 음악의 세계를 통째로 만나는 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게임이나 장르 하나에 집중한 공연이 아니라, 리듬게임·VOCALOID·동인음악·버추얼 음악 문화가 어디에서 만나고 있는지를 직접 체감하는 거대한 교차로로 볼 수 있다. 이렇듯, 한글날 매치의 적코너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한글날 매치 청코너 : 한국 리듬게임 사상 최대의 콘서트 – <DJMAX MIRACLE 10.10(XX)>

한글날 매치의 청코너이자 10월 10일 서울 YES24 라이브홀에서 열리는 ‘DJMAX MIRACLE 10.10(이하 미라클)’은 정반대의 방향을 바라본다. 버츄얼스가 장르와 국적을 넓게 펼친다면, 미라클은 하나의 한국 리듬게임 IP가 20년 넘게 쌓아온 음악과 기억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공연으로 디맥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깊이 파고든다.
미라클의 뿌리는 2007년 홍대 롤링홀에서 열렸던 ‘DJMAX LIVE MIRACLE’에 닿아 있으며, 이를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으로 재해석한 2024년 ‘DJMAX MIRACLE: DRIVE’는 첫 컴필레이션 앨범 ‘DRIVE’ 출시를 기념하는 쇼케이스로 시작, 2025년 ‘DJMAX MIRACLE : 64514’에서는 두 번째 컴필레이션 ‘64514’를 전면에 내세우고 영화관 라이브 뷰잉까지 펼쳐진 바 있다.
수많은 게임 오프라인 이벤트 가운데 미라클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결국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에 있다. 아직 2026년 출연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두 차례의 라인업만 살펴봐도 공연의 방향은 분명하다.
Bagagee Viphex13와 VoidRover를 필두로 한국 일렉트로니카와 디제잉 퍼포먼스를 이끌어온 다보탑 레코드(davotab)와 더불어 길학미와 Cchekoz 등을 앞세워 강렬한 사운드와 무대 비주얼을 선보인 MINIMONSTER가 공연의 한 축을 담당했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 산하 댄스뮤직 레이블 ScreaM Records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IMLAY 역시 디제이맥스 시리즈 속 공존하는 서로 다른 일렉트로니카의 색깔을 무대 위로 끌어냈다.
디제이맥스 팬들에게 이미 익숙한 이름들도 있다. 10년 넘게 활동하며 공연마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준 다이나믹 뮤지션 듀오인 Mr.Funky(a.k.a. Flash Finger, NWTN), 한국 리듬게임을 넘어 이제는 K-POP을 비롯해 보컬로이드 및 버츄얼 유튜버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TAK이 대표적으로, 원곡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라이브를 위해 재구성하고 확장한다는 미라클의 묘미를 가장 잘 보여준 아티스트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DJMAX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 BEXTER와 현재 리스펙트 시리즈의 한 축을 담당하는 XeoN이 있다. 이 시점에서 미라클은 일반적인 게임 음악 콘서트와도 조금 다르다. 디제이맥스에 참여한 제작진 내지 작곡가와 DJ, 보컬리스트가 직접 등장해 게임 속 음악을 공연장의 언어로 다시 만드는 자리로서 같은 곡이라도 라이브 편곡과 보컬, 관객의 떼창이 더해지는 순간 전혀 다른 음악으로 되살아난다.
이렇듯 외부의 유명 아티스트를 불러 모으는 것에서 끝나는 공연이 아니라 디맥의 음악을 직접 만들어온 사람들이 관객과 함께 선보이며 어우러진다는 것, 이것이 다른 리듬게임 음악 이벤트와 미라클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다.
장르도 IP도 아닌 ‘계보’의 무대 : EDP in KOREA

10월의 선택을 넘기고 나면 11월 21일 서울 무신사 개러지에서 ‘EDP in KOREA’가 열린다. 버츄얼스와 미라클이 각각 장르의 폭과 IP의 변천사를 보여준다면, EDP는 일본 리듬게임 음악을 만들어온 작곡가와 레이블의 계보를 전면에 내세운다.
EDP는 ‘EXITTUNES Dance Production’의 약자로, ‘starmine’, ‘Second Heaven’, ‘I’m so Happy’ 등으로 잘 알려진 Ryu☆가 ‘일본의 댄스 음악을 세계로’라는 방향 아래 2016년 설립했다. 음반 제작뿐 아니라 라이브와 굿즈, 영상, 신인 아티스트 육성을 함께 전개해 왔으며 BEMANI 및 beatnation과 같이 코나미 리듬게임과의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8월 일본에서 열린 ‘EDP × beatnation summit 2026’에는 dj TAKA와 DJ YOSHITAKA, Sota Fujimori, L.E.D., kors k, 猫叉Master, Ryu☆를 비롯해 Hommarju, RoughSketch, かめりあ 등이 참가했으며 여기에 팝픈뮤직 미니 라이브까지 더해지며 BEMANI 시리즈 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한 무대에 올렸다.
물론 이 출연진이 그대로 한국 공연에 참가한다는 뜻은 아니다. 9월 8일 현재 ‘EDP in KOREA’의 공식 라인업과 티켓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현재 확정된 것은 11월 21일 무신사 개러지 개최와 한국 최초의 EDP 공연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EDP라는 이름이 갖는 방향은 명확하다. 버츄얼스가 여러 문화가 만나는 교차로의 무대라면, EDP는 일본 아케이드 리듬게임과 댄스 음악이 함께 발전해온 흐름을 작곡가 중심으로 되짚는 무대다. 또한 미라클이 하나의 게임 안에서 팬들의 기억을 모은다면, EDP는 여러 리듬게임 브랜드의 작품을 오가며 특정 작곡가와 레이블이 남긴 흔적을 연결한다.

대한민국의 오락실인 광주 게임플라자와 국내 동인 레이블 ESPITZ MUSIC이 행사 준비에 참여한다는 점도 일본의 공연 브랜드를 그대로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아케이드 리듬게임 커뮤니티와 일본 음악 레이블이 직접 연결되는 자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버츄얼스에서 관객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미라클에 게임과의 추억을 되찾는다면, EDP에서는 지금까지 게임으로만 접했던 음악의 계보를 실제 작곡가와 DJ의 무대로 확인하게 된다. 특히 BEMANI 시리즈를 오래 즐겨온 플레이어에게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자신이 지나온 오락실의 시간을 마주하는 뜻깊은 자리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이번 세 행사는 우선순위를 매기기 어렵다. 각자가 겨냥한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버츄얼스 2026은 아티스트와 장르를 따라 움직이는 발견형 페스티벌로, 디제이맥스 미라클 10.10은 하나의 게임과 함께 성장한 음악을 관객들이 다시 완성하는 서사형 콘서트다. EDP in KOREA는 BEMANI와 일본 댄스 음악의 역사를 작곡가 중심으로 연결하는 레이블 쇼케이스로 다가올 예정이다. 가장 넓은 음악적 시야를 원한다면 버츄얼스, 가장 깊은 팬 경험을 원한다면 미라클, 리듬게임 음악의 계보와 창작자를 만나고 싶다면 EDP다.
같은 리듬게임이라도 곡과 패턴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듯이 올가을의 세 공연 역시 같은 음악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심장과 체력, 그리고 지갑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KOOL한 가을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세 개의 서로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찾아올 예정, 버츄얼스와 미라클 개최까지 30일. 그리고 EDP IN KOREA의 개최는 74일 – 약 두 달 남짓 시간이 남은 지금. 과연 어떤 KOOL한 가을을 맞이할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