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MAX X V-SQUARE 팝업스토어 ‘PLAYGROUND : 행이터’ 방문기

2026년 상반기, 네오위즈의 리듬게임 ‘DJMAX RESPECT V’는 ‘온게키’ 콜라보레이션 DLC에 이어 VERSE.2의 최종장을 장식하는 신곡 팩 ‘V LIBERTY 5’까지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이 정도 속도라면 하반기에는 잠시 숨을 고를 법도 했지만, 디제이맥스는 오히려 V 리버티 5 출시 이후 팝업스토어 전개와 중국의 최대 서브컬쳐 행사인 ‘광저우 반딧불이 애니메이션 게임 카니발(Firefly ACG Festival)’에 참여, 그리고 10월 개최 예정인 디제이맥스 오프라인 행사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디제이맥스 미라클 2026’까지 더욱 속도를 높이며 다음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그 시작을 알린 것은 7월 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의 서브컬처 전문 스토어 V-SQUARE(브이스퀘어)에서 열린 콜라보레이션 카페 ‘PLAYGROUND’, 일명 ‘행이터’였다. ‘PLAYGROUND’는 놀이터를 뜻하는 본래의 의미와 함께, 디제이맥스의 대표 유저 캐릭터인 ‘플레이(PLAY·일명 행이)’와 ‘GROUND’를 결합해 ‘행이터’라는 별칭을 만들어냈다. 행이들이 한데 모여 디제이맥스를 즐기는 공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팝업스토어의 성격을 재치 있게 담아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행이터는 2023년 하이츠 팝업스토어와 2025년 9월 진행된 애니플러스 팝업스토어의 뒤를 잇는 디제이맥스의 세 번째 대형 팝업 행사다. 다만 서울/부산 지점에서 동시에 운영됐던 작년 행사와 달리, 이번에는 브이스퀘어가 단독으로 행사를 맡으며 하나의 공간 안에 전시와 굿즈, 콜라보레이션 메뉴, 그리고 코스프레 이벤트와 제작진과의 만남까지 밀도 높게 채워 넣었다.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디제이맥스의 역사와 캐릭터 전시, 행이들의 지갑을 정조준한 수많은 굿즈, 게임의 색깔을 음식으로 풀어낸 콜라보레이션 메뉴까지. 여기에 제작진과 팬들이 직접 만난 특별 행사와 코스어들이 함께한 체키 이벤트, 디제이맥스를 향한 팬들의 메시지가 더해지며 행이터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넘어 하나의 작은 디제이맥스 축제로 완성됐다.

그렇다면 디제이맥스가 건대 한복판에 마련한 이번 놀이터에는 과연 어떤 볼거리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을까. 행사 종료를 하루 앞둔 7월 11일 DJMAX X V-SQUARE 팝업스토어 ‘행이터’의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입구부터 디제이맥스의 역사를 한눈에

브이스퀘어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주인공은 레나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 ‘레나’다. 레나의 환한 인사를 뒤로하고 팝업스토어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기면, 짧지만 인상적인 통로가 본격적인 전시 공간으로 안내한다. 통로 한쪽 벽에는 시즌 12의 스쿨 테마에서 선보였던 클리어, 페일, 다인, 레나가 나란히 자리 잡았다. 여기에 ‘Misty E’ra’에서 첫 등장을 알린 에라까지 합류해, 디제이맥스의 이야기를 이끌어온 주요 캐릭터들이 일제히 방문객을 반겼다.

반대편 벽면은 디제이맥스 세계관의 흐름을 한눈에 짚어볼 수 있는 연대기 형식으로 꾸며졌다. ‘glory day’와 ‘BlackCat’으로 시작되는 RESPECT의 타이틀을 시작으로, 이후 전개된 VERSE.1과 VERSE.2의 이야기를 각 타이틀곡의 이미지와 함께 순차적으로 보여줬다.

VERSE.1은 V EXTENSION 시리즈를 통해 기승전결 구조로 이야기를 쌓았다. ‘승’에 해당하는 V EXTENSION 2의 타이틀곡 ‘Daydream’에서는 레나가 팀에 합류하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어 V EXTENSION 3의 ‘Tic! Tac! Toe!’에서는 클리어와 페일의 본격적인 아이돌 활동이 그려지며, 캐릭터 간의 관계와 서사가 더 구체적으로 엮였다. 이야기의 절정인 ‘전’에서는 V EXTENSION 4의 ‘DIE IN’에서 신위의 천사 ‘다인’이 등장하며 클라이맥스를 맡았다. 이후 ‘결’로 이어지는 V EXTENSION 5의 ‘glory MAX’에서는 다인과의 최종 결전과 마무리가 담기며, 오랜 시간 이어진 VERSE.1 여정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어진 VERSE.2 – V LIBERTY 시리즈에서는 세계관이 더욱 넓고 깊게 확장됐다. 신위의 악마 ‘리룰르’와 이른바 ‘직공’이라 불리는 초월적 존재 ‘요르문간드’가 등장하며, 디제이맥스의 이야기는 기존 캐릭터 간의 관계와 대립에서 벗어나 다양한 차원과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서사로 발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히 캐릭터나 앨범 이미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리즈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졌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오랜 팬에게는 그간의 이야기를 돌아보며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공간이었고, 처음 디제이맥스를 접한 방문객에게는 복잡한 세계관을 이해하기 쉽게 안내하는 지도 같은 전시였다. 비록 팝업스토어에 들어서기 전 지나게 되는 짧은 통로에 불과했지만 그 공간에는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 RESPECT의 출발점부터 두 번의 VERSE를 거쳐 확장된 세계관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행이터는 입구에서부터 디제이맥스가 걸어온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며, 방문객을 자연스럽게 ‘놀이터’의 본격적인 공간으로 이끌었다.

굿즈로 가득 채운 팝업, 행이의 지갑은 무사할까

디제이맥스의 이야기를 담아낸 통로를 지나 팝업스토어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형 스크린을 통해 VERSE.1의 익스텐션 시리즈와 VERSE.2의 리버티 시리즈를 대표하는 타이틀곡들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입구에서 디제이맥스의 서사를 되짚었다면, 그 안쪽에는 지금까지 게임 속에서 쌓아온 캐릭터와 시즌 비주얼을 직접 소장할 수 있는 굿즈들이 가득했다.

지난해 부산 애니플러스 콜라보레이션 카페를 방문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비교하면, 이번 행이터의 굿즈 구성은 이전보다 확실히 넓고 풍성해졌다. 지난 팝업스토어가 클리어와 페일을 중심으로 한 아크릴 스탠드, 캔 배지, 티셔츠 등 비교적 단편적인 캐릭터 상품에 집중했다면, 이번 브이스퀘어에서는 ‘V LIBERTY 5’까지 이어진 신곡 팩의 서사는 물론, 시즌 19까지 축적된 시즌 테마와 배경 일러스트까지 본격적으로 상품화했다.

대표적으로 시즌 18과 시즌 19의 AIR 모드 콘텐츠인 ‘다인의 레나타워 복구작전’, ‘Dear DIEIN’, ‘NB RANGER: Couple Breaker’를 활용한 아크릴 박스가 판매됐다. 여기에 시즌 14부터 시즌 19까지의 시즌 비주얼과 익스텐션·리버티 시리즈에서 선보인 일러스트가 포토 카드, 캔 배지, 태피스트리, 포스터, 데스크 매트 등 여러 형태로 재구성됐다. 캐릭터 한두 명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각 시즌이 지녔던 분위기와 콘셉트 자체를 하나의 소장품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캐릭터의 범위 역시 크게 넓어졌다. 클리어와 페일, 플레이, 다인뿐만 아니라 레나와 요르문간드, 그리고 로페와 달리까지 최근 VERSE의 이야기를 이끈 캐릭터들까지 굿즈 라인업에 합류했다. 일반 아크릴 스탠드는 물론 회전형 스탠드, 누들 스토퍼, 디오라마 스탠드, SD 아크릴 스탠드 키링처럼 같은 캐릭터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시하고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이 마련됐다. 상품의 형태도 아크릴과 캔 배지에 머물지 않았다. 시즌 17 Aurora의 다인을 담은 우드 액자와 금속 책갈피, 렌티큘러 엽서, 디맥 컴필레이션 앨범을 테마로 한 LP 티코스터와 캐릭터 컵 코스터, 텀블러, 쿠션, 우산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과 의류·액세서리도 대거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상품은 ‘Dear DIEIN’에서 다인이 직접 착용했던 의상을 재현한 트레이닝복이었다. 익스텐션과 리버티시리즈의 베스트 보컬곡 앨범인 ‘DMRV 시리즈’를 미니 CD 형태로 구현한 NFC 키링, 리버티 3 수록곡인 ‘코히오도시‘의 캐릭터를 본딴 캐릭터 캔들, ‘흥-망-다인’의 계보를 이어 요르문간드의 귀여운 모습을 담아낸 아티산 키캡 역시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트레이닝복은 ‘Dear DIEIN’ 속 다인의 의상을 실제로 착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는 상징성이 있었고 아티산 키캡 역시 작은 키캡 안에 캐릭터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재현한 수집품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디제이맥스의 비주얼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일상 속으로 직접 들여놓을 수 있도록 굿즈의 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구매 특전 역시 평범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리버티와 익스텐션 수록곡의 장면을 담은 필름과 다인의 심볼이 새겨진 고무 밴드에 이어 먹으면 왠지 디제이맥스를 더 잘하게 될 것 같은 도핑(?)이 느껴지는 사탕 ‘맥콤정’까지 준비됐다. 물론 실제로는 인체에 무해한 사탕이지만 약통을 연상시키는 패키지와 이름에서부터 특유의 비범함와 장난기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굿즈의 종류가 늘어난 만큼 가격대 역시 이전보다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애니플러스 팝업스토어의 최고가 상품이 4만 5천 원 수준이었다면 이번 행이터에서는 ‘레나 엔터테인먼트 트레이닝복’이 9만 3천 원, 요르문간드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모습을 담은 아티산 키캡 ‘단품‘이 6만 9천 원에 판매됐다. 이처럼 비교적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소형 굿즈부터 의류와 키캡 같은 중·고가 상품까지 가격대가 넓게 형성되면서 선택의 폭과 함께 지출의 폭도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상품 하나하나를 둘러보다 보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3,500원짜리 포토 카드와 캔 배지로 가볍게 시작해 키링과 데스크 매트, 우산, NFC 키링 등등을 차례로 담고, 마지막으로 트레이닝복이나 아티산 키캡까지 손을 뻗는 순간 결제 금액은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는다. 개별 가격만 보면 선뜻 담을 만한 상품도 많았지만 종류가 워낙 다양해 여러 품목을 함께 구매할수록 지출 규모가 순식간에 불어나는 구조였다. 필자 역시 취재라는 명목 아래 눈에 들어오는 굿즈들을 하나둘 집어 들었다가 최종 결제 금액이 50만 원을 넘어선 영수증을 확인하고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

결국 이번 행이터의 굿즈는 리버티5 내지 시즌 19까지 축적된 비주얼과 캐릭터, 음악과 이야기를 폭넓은 상품군으로 풀어낸 라인업 앞에서, 행이들의 취향은 물론 지갑까지 쪽쪽 빨아먹겠다는 네오위즈와 디제이맥스의 확고한 의지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팝업스토어에서도 빛난 ‘비주얼의 디제이맥스’

앞서 살펴본 굿즈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번 행이터는 ‘비주얼의 디제이맥스’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공간 전체가 정성스럽게 연출됐다. 행이터는 리버티 3 타이틀곡인 ‘Checkmate’의 배경을 중심으로 단순히 캐릭터 일러스트를 벽면에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속 음악과 세계관, 시즌 테마를 오프라인 공간 속에 체험 요소로 풀어내 방문객들이 디제이맥스의 비주얼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곳은 익스텐션과 리버티 시리즈의 이미지를 한데 모아 구성한 아트홀이었다. 각 시리즈의 타이틀곡은 물론, 세계관의 주요 장면을 담은 수록곡 일러스트가 벽면을 가득 메워 디제이맥스만의 시각적 역사를 한눈에 보여줬다. 서로 다른 작가와 콘셉트로 탄생한 이미지들이 음악과 캐릭터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대형 갤러리 한 편처럼 조화를 이뤘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스쳐 지나갔던 이미지들을 실제 전시물과 큰 화면을 통해 다시 마주하는 순간, 익숙했던 장면조차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왔다.

‘Dear DIEIN’ 속 레나 엔터테인먼트 사장실을 현실에 구현한 공간도 주목받았다. 게임에서 보던 레나의 책상과 소품들을 세밀하게 배치해 실제로 레나 엔터테인먼트에 방문한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사장실 곳곳에는 레나를 상징하는 디테일이 숨어 있었고, 방문객들이 세계관의 한 장면에 들어온 듯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 역할도 톡톡히 했다.

또한 ‘glory MAX’에서 레나가 다인에게 건넸던 레나 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계약서와 레니저 명함이 굿즈로 제작돼 눈길을 끌었다. 레나 엔터테인먼트의 로고 도장과 레나의 웃는 표정이 담긴 도장이 함께 준비돼, 팬들이 직접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소속 아티스트가 된 듯한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캐릭터 이미지만을 인쇄한 기존 상품과 달리, 세계관의 설정 자체를 실물 굿즈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팝업스토어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재치 있는 기획이었다.

공식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팬아트 전시도 마련됐다. 팝업스토어 개최를 기념해 진행된 디제이맥스 팬아트 공모전의 선정작들이 전시됐으며, 오랜 시간 디제이맥스를 사랑해 온 국내외 팬들의 개성과 애정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디제이맥스의 비주얼이 공식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같은 캐릭터와 음악을 소재로 제각기 다른 화풍을 가진 팬들의 창작을 거쳐 또 다른 모습으로 확장되는 과정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공식 일러스트와 팬아트가 한 공간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이번 행이터는 단순한 ‘반짝 가게’를 넘어 제작진과 팬들이 함께 쌓아온 디제이맥스의 시간과 애정을 기리는 하나의 헌정 공간으로 완성됐다.

전시의 마지막은 시즌 19의 배경을 활용한 공간이 장식했다. ‘Mystic Summer’에서 보여줬던 색감과 분위기를 오프라인에 그대로 재현해, 방문객이 실제 게임 속 배경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캐릭터 등신대와 조형물, 벽면 그래픽이 어우러진 대형 포토존에서는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디제이맥스 특유의 화려한 비주얼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익스텐션과 리버티의 역사를 담은 아트홀, ‘Dear DIEIN’의 레나 엔터테인먼트 사장실, 팬의 애정을 보여준 팬아트 전시, 시즌 19를 현실로 옮긴 배경홀까지—이번 행이터는 디제이맥스의 이미지를 감상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보고, 사진과 굿즈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만큼 게임과 음악뿐만 아니라 비주얼 역시 디제이맥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전시였다.

콜라보 카페의 음식들 – 컨셉만은 확실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이번 행이터에도 전시와 굿즈를 둘러본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카페가 마련됐다. 지난 애니플러스 팝업스토어가 클리어&페일, 레나, 다인을 중심으로 기간별 한정 메뉴를 비롯해 캐릭터 중심 메뉴를 선보였다면, 이번 브이스퀘어에서는 캐릭터가 아닌 디제이맥스의 악곡을 테마로 한 음식과 음료를 상시 메뉴로 구성했다는 점이 차별점이었다.

푸드 메뉴에는 VERSE.1의 대미를 장식한 ‘glory MAX’ 피자와 ‘Tic! Tac! Toe!’ 케이크 등 타이틀곡을 활용한 메뉴가 포함됐다. 이 밖에도 ‘Red Eyes’ 제육덮밥과 ‘KICK IT’ 나초 등, 곡의 제목이나 이미지에서 착안한 음식들이 준비됐다. 메뉴의 구성 자체는 비교적 무난했지만, 원곡과 BGA를 알고 있는 팬이라면 곳곳에서 묘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Red Eyes의 제육덮밥의 경우 해당 곡의 BGA가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떠올려 보면 다소 섬뜩한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음료 역시 ‘Odysseus’ 에이드와 ‘ALiCE’ 소다, ‘Won’t Back Down’ 체리콕, ‘Shining Light’ 블루 피즈 등 여러 수록곡의 분위기를 각기 다른 색과 맛으로 표현했다. 음료 메뉴를 주문하면 해당 악곡의 콘셉트와 이미지를 담은 코스터가 특전으로 제공함으로서 수집의 재미까지 함께 노렸다. 이처럼 단순히 악곡의 제목을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팬들이 알아볼 만한 맥락을 메뉴에 녹여냈다는 점에서는 콘셉트가 확실했다.

카페 공간에는 메뉴뿐만 아니라 캐릭터별 테이블도 마련됐다. 클리어와 페일, 플레이, 레나, 다인 등 대표 캐릭터는 물론, 다인의 사역마로 등장한 저지먼트와 타이포, 서버까지 각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직공 요르문간드와 ‘MADNESS’, ‘BORDERLINE’을 통해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리룰르와 가야의 테이블도 준비돼 좌석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재미있는 선택지를 제공했다.

다만 음식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았다. 콜라보레이션 카페의 메뉴는 음식 자체보다 콘셉트와 증정 굿즈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아, 일반 음식점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메뉴마다 만족도의 차이가 적지 않았다. 필자가 접한 반응 중에는 오디세우스 에이드에서 이른바 ‘뽕따’를 연상시키는 저렴한 단맛이 느껴졌다는 평가가 있었고, ‘Red Eyes’ 제육덮밥 역시 갓 조리한 음식이라기보다 냉동 제품을 데운 듯한 인상이 강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필자가 직접 먹어본 틱택토 케이크와 ‘Shining Light’ 블루 피즈는 비주얼과 맛 모두 나쁘지 않았기에 결국 메뉴에 따라 편차가 컸다고 보는 편이 적절했다.

필자가 체험했던 지난 애니플러스 팝업스토어가 기간별 한정 메뉴를 통해 방문 시기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했고, 음료의 구성과 특전 굿즈 역시 상대적으로 풍성했던 점을 떠올리면 이번 카페는 행이터의 유일한 흠으로 남게 되었다. 악곡을 음식으로 재해석한다는 발상과 캐릭터 테이블을 활용한 공간 연출은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실제 음식의 맛과 구성은 그 콘셉트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디제이맥스의 곡을 식탁 위로 옮겨놓았다는 시도 자체는 행이터의 정체성과 잘 어울렸다. 맛의 완성도에서는 다소 엇갈렸지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떠올리게 만든 – 연상과 주제의식 만큼은 확실했던 콜라보레이션 카페였다.

7월 11일, 디제이맥스 제작진을 만나다

행이터에서는 7월 3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제작진과 팬들이 직접 만나는 현장 이벤트가 진행됐다. 굿즈와 전시를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디제이맥스를 만들어 온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의 기억을 완성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먼저 7월 3일에는 디제이맥스의 총괄 프로듀서 BEXTER와 RESPECT V의 프로듀서 XeoN을 비롯해, 아트 디렉터 DumpingLIFE와 일명 ‘레나 어머니’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Mamo.C가 참여한 팬 사인회가 열렸다. 게임의 제작과 비주얼을 이끌어 온 주요 제작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만큼, 행사장을 찾은 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어 7월 11일에는 보다 자유로운 방식의 ‘밋 앤 그릿(Meet & Greet)’ 행사가 펼쳐졌다. 디제이맥스 제작진 juking을 비롯해 최근 작곡가로 복귀한 7 Sequence와 Batistiger, 디제이맥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 중인 MOTki와 eyekiss 등 여러 제작진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행사는 정해진 무대나 좌석에서 진행되는 팬 사인회와는 달리, 제작진이 팝업스토어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촬영하거나 즉석에서 사인을 건네는 등 보다 가깝고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어졌다. 이름 그대로 제작진과 팬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는 ‘만남과 인사’에 가까운 행사였다.

 

특히 신세대 디제이맥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Pure 100%가 깜짝 방문하면서 현장의 열기는 더욱 높아졌다. 공식 참여 명단에 없었던 예상 밖의 등장에 팬들은 반가움을 드러냈고, Pure 100% 역시 현장을 둘러보며 팬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7월 3일 팬 사인회에 참여했던 XeoN도 11일 행사장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최근 태어난 딸, 팬들 사이에서 일명 ‘쩨온 주니어’로 불리는 아이와 가족이 함께해 한층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팬들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행이터를 즐기는 모습은 제작진 역시 디제이맥스라는 공간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제작진이 무대 위에서 팬들을 만나는 일방적인 행사가 아니라, 팝업스토어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은 이번 밋 앤 그릿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디제이맥스를 만드는 사람들과 이를 즐기는 팬들이 한 공간에서 웃고 사진을 남긴 7월 11일은, 행이터가 단순한 팝업스토어를 넘어 하나의 팬 축제로 완성된 순간이었다.

체키 테이크아웃 – 디제이맥스 코스어들과 남긴 특별한 한 장

행이터가 준비한 현장 이벤트는 제작진과의 만남에만 머물지 않았다. 브이스퀘어에서는 디맥을 직접 플레이해볼수 있는 체험존과 함께, 디제이맥스의 대표 캐릭터 클리어와 페일을 재현한 전문 코스플레이어들과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촬영 공간도 마련됐다.

이번 코스프레 이벤트에는 전문 코스플레이어 팀 RZCOS 소속의 미우뮤와 뮤가 참여했다. 두 코스플레이어는 각각 클리어와 페일의 의상과 분위기를 재현했으며, 정해진 시간 동안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 포토타임을 통해 행사장을 찾은 팬들과 만났다. 게임 속 캐릭터를 대형 일러스트나 굿즈로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눈앞에서 마주하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10만 원 당 1장씩 제공된 구매 특전인 ‘체키권’을 활용한 별도의 포토타임도 운영됐다. 여기서 ‘체키’란 폴라로이드와 같은 즉석사진을 가리키는 서브컬처 행사 용어로, 체키권을 사용하면 코스플레이어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현장에서 인화해 받아갈 수 있다.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자유롭게 찍는 일반 포토타임과 달리 세상에 한 장뿐인 즉석사진을 소장할 수 있어 팬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다만 첫 행사였던 7월 3일에는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리며 운영상의 아쉬움도 드러났다. 체키 포토타임은 한 회당 30분씩 총 2회 진행됐지만, 한정된 운영 시간에 비해 참여 희망자가 많아 일부 방문객이 구매 특전으로 받은 체키권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이에 7월 11일에는 체키 이벤트를 총 4회차로 확대해 참여 기회를 늘렸다. 앞선 행사의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운영 횟수를 두 배로 늘리며 팬들의 수요에 대응하려 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공식 코스프레 이벤트 외에도 필자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팬 코스프레가 있었다. 행사장에는 리버티 1의 타이틀곡 ‘Final Hour’ 속 다인을 재현한 코스어가 등장했으며, 특히 페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키구루미 코스프레(인형탈 코스프레)는 단연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임 속 페일이 현실로 걸어 나온 듯한 높은 완성도에 필자 역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행사장을 찾은 행이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쏠렸고, 제작진 역시 페일 코스어와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촬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공식으로 준비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팬들이 직접 완성한 코스프레까지 행사장의 일부로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행이터가 팬 참여형 축제였음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제작진과의 밋 앤 그릿이 자유로운 소통의 즐거움을 제공했다면, 코스플레이어들과의 체키 촬영은 그날의 만남을 물리적인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주는 역할을 맡았다. 게임 체험과 자유 촬영, 그리고 즉석사진까지 더해진 코스프레 이벤트는 행이터를 단순한 전시·판매 공간이 아닌 팬 참여형 행사로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였다. 특히 클리어와 페일이라는 디제이맥스의 상징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남긴 체키는 팝업스토어에서 구매한 수많은 굿즈와는 또 다른 의미의 특별한 기념품이 됐다.

행이들이 남긴 이야기, 그리고 떠난 이를 위한 추모

콜라보레이션 카페 한편에는 행이터를 찾은 팬들이 자유롭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보드가 마련됐다. 디제이맥스를 처음 접한 계기부터 좋아하는 곡과 캐릭터, 제작진을 향한 응원까지 각기 다른 이야기가 빼곡하게 채워졌다. 짧은 한마디와 작은 그림들이 모인 보드는 오랜 시간 디제이맥스를 즐겨온 ‘행이’들의 애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전시 공간이었다.

화려한 굿즈와 캐릭터들로 가득한 행사장 속에서 팬들이 직접 남긴 글은 조금 다른 온기를 전했다. 누군가에게 디제이맥스는 오랫동안 즐겨온 리듬게임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음악과 캐릭터를 통해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온 추억이었다. 공식 일러스트나 전시물이 제작진이 쌓아온 디제이맥스의 역사를 보여줬다면, 메시지 보드는 그 역사를 곁에서 지켜본 팬들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드 바로 옆에는 앞선 공간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순백의 장소가 자리했다. 바로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디제이맥스 작곡가 LeeZu(본명 이준영)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 공간이었다. 추모 공간에서는 ‘Burn it Down’을 비롯해 ‘Love.Game.Money’, ‘덫’, ‘Octet rule’ 등 LeeZu가 디제이맥스에 남긴 곡들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여기에 그가 기타 연주로 참여한 Electronic Boutique의 ‘Love is Beautiful’까지 더해지며, 공간은 그의 음악적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작은 플레이리스트로 완성됐다.

공간을 채운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곡과 작곡가를 기억하는 메시지들 위로 하얀 꽃이 놓였고, 팝업스토어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이곳만큼은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게 만드는 경건함이 감돌았다. 누군가는 잠시 자리에 머물러 음악을 들었고, 누군가는 준비된 공간 속 메세지를 남기며 고인을 기억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추모 공간이 행사 전체와 동떨어진 별도의 장소가 아니라, 팬들의 메시지 보드 바로 곁에 마련됐다는 점이다. 지금도 디제이맥스를 향해 새로운 이야기를 남기는 팬들의 목소리와 작곡가를 기억하는 음악이 한 공간에 함께 머무르게 된 것인데, 이는 지난 리버티 5 쇼케이스에서 BEXTER 프로듀서가 전한 “제작진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그의 음악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오래도록 기억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었다. 디제이맥스가 현재의 팬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그 여정에 소중한 음악을 남긴 이를 잊지 않겠다는 뜻깊은 공간이었다.

행이터는 디제이맥스의 화려한 비주얼과 굿즈, 제작진과의 만남을 즐기는 축제였지만, 한편으로는 팬들이 자신의 추억을 남기고 떠난 이를 함께 기억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보드에 남겨진 수많은 말과 반복해서 흐르던 LeeZu의 곡들은, 사람이 떠난 뒤에도 그가 만든 음악과 그 음악을 사랑한 이들의 기억은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하고 있었다.

탐방기를 마치며

행이터는 단순히 굿즈를 판매하고 음식을 즐기는 팝업스토어에 머물지 않았다. 입구에서는 디제이맥스가 걸어온 서사를 한눈에 되짚게 했고, 안쪽에서는 지난 6년 동안 축적된 캐릭터와 비주얼을 굿즈와 전시, 포토존으로 확장했다. 여기에 제작진과의 만남, 코스플레이어와의 체키 촬영, 팬들이 직접 남긴 메시지까지 더해지며 게임 속에 존재하던 디제이맥스의 ‘VERSE’를 함께 즐기는 하나의 축제로 완성됐다.

물론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카페 메뉴의 완성도와 초반 체키 이벤트 운영, 전반적으로 높아진 굿즈 가격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지점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이전 팝업스토어보다 넓어진 캐릭터와 상품의 범위, 시즌과 악곡의 콘셉트를 실제 공간으로 옮긴 구성은 디제이맥스가 오프라인 행사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한층 더 넓혔다.

무엇보다 이번 행이터는 디제이맥스가 단순한 리듬게임을 넘어 음악과 캐릭터, 제작진과 팬들의 기억이 함께 쌓이는 하나의 문화로 성장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새로운 이야기를 즐기면서도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 함께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는 모습까지, 행이터는 지금의 디제이맥스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공간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팝업스토어 이후 디제이맥스의 행보는 더욱 거침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본격적인 해외 전개에 발맞춘 중국 서브컬처 행사 ‘광저우 반딧불이 애니메이션 게임 카니발(Firefly ACG Festival)’ 참여를 비롯해, 8월에는 서울 팝콘에서 디제이맥스 공식 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이러한 하반기의 흐름이 집약될 무대이자 디제이맥스 오프라인 이벤트의 정점인 ‘DJMAX MIRACLE 2026’이 오는 10월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시작을 알린 행이터가 만족스럽게 막을 내린 가운데,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확인한 열기와 팬들의 애정이 앞으로의 행사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7월의 짧은 놀이터는 문을 닫았지만, 그곳에서 남긴 사진과 굿즈, 메시지와 음악은 각자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 재생될 것이다. 행이터에서 시작된 디제이맥스의 하반기 플레이리스트는 이제 막 첫 곡을 끝냈을 뿐이고, 이제 그 다음 트랙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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