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8,000m급의 수많은 고봉이 늘어선 히말라야에서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 트래킹은 최근 한국에서 ‘치유의 길’로 이름난 힐링 코스이다. 그중 사이드 구간으로 알려진 틸리초 호수로 향하는 트래킹은 가장 모험적인 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한 호수를 만날 수 있다. 대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안나푸르나의 더 깊은 품으로 배우 이시영, 오지 탐험 유튜버 오지브로(이태윤) 등 17명의 트래커가 여정을 떠난다.
지난 여정에 이어 도착한 해발 3,730m의 캉사르. 캉사르는 일행이 지나온 차메, 어퍼 피상, 갸루, 마낭과 동일하게 간다키주의 마낭 지구에 속한 마을로, 다른 마을과 비슷하면서도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창문으로 보이는 설경이 마치 작품 한 폭을 걸어놓은 것 같다. 엄청난 위용을 가진 틸리초 피크(Tilicho Peak) 장벽의 기운을 받으며 틸리초 베이스캠프로 향한다.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생명력이 느껴지는 길 끝에는 히말라야의 광활함과 순수함만이 남아,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틸리초 호수를 향하는 구간 중 가장 위험한 구간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 ‘Landslide Area(산사태 구역)’. 겨우 사람 한 명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아슬아슬한 절벽 길이 이어진다. 지반이 안정되지 못해 작은 울림에도 흙더미와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릴 수 있고, 티베트푸른양(blue sheep)이나 산양 같은 동물의 움직임에도 돌이 떨어질 수 있어 조심해서 지난다. 하지만 풍광만큼은 더없이 황홀한 곳. 산허리에 줄을 하나 그어놓은 길은 비현실적인 대자연을 배경으로 마치 신화 속을 거니는 기분이 들게 한다.
걸어가기도 힘든 위태로운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람들. 위험해 보이면서도 언젠가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한다. 긴장감을 내려놓고 눈앞의 장관을 바라보며 걸으니, 어느새 해발 4,150m의 틸리초 베이스캠프에 도착한다. 이른 새벽부터 트래킹을 나선 일행에게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이 광대한 산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히말라야의 두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아래는 가을빛으로 가득하지만, 호수에 가까워질수록 온통 하얀 풍경이 반긴다.
신이 허락한 만큼만 들어설 수 있는 품. 지그재그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 능선과 해발 4,300m를 넘어선 고도에 숨 쉬는 것도, 한 발 내딛기도 힘겨워진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올라, 드디어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광 앞으로 다가선다. 해발 4,919m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호수는 푸른 하늘을 비춰내고, 앞으로는 설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안나푸르나의 숨은 보석, 틸리초 호수를 눈에 담고 시르카르카로 내려서며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신들에 의해 빚어진 천상의 바다, 틸리초 호수를 <영상앨범 산>과 함께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