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딥페이크 - 당신의 아이를 노린다>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심층 취재

대학가에서 지인 사진에 나체를 합성해 유포하는 사건이 다수 발생한 데 이어, 지난 8월 말 전국 각지의 중·고교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졌다. MBC ‘PD수첩’이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일어난 텔레그램 ‘지인 능욕방’ 사태를 심층 취재했다.

▶ ‘당신의 지인을 능욕해 드립니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는 지인의 실명과 허위 합성물을 공유하는 소위 ‘겹지방’이 존재한다. ‘겹치는 지인 능욕방’의 줄임말인 ‘겹지방’은 지역과 나이, 학교별로 분류돼 존재한다. ‘PD수첩’은 국내 신문사와 외신에 ‘대전 겹지방’을 제보한 고등학생 김마리(가명) 씨를 만났다.

그 주고받는 메시지에 우리 학교 후배도 있었고, 아는 선배도 있었고, 제 친구의 친구도 있었고… _‘대전 겹지방’ 제보자 김마리 인터뷰 中

김마리 씨의 채증 자료에 따르면, ‘대전 겹지방’에서는 허위 합성물과 성희롱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초등학교 학급 단체 사진도 있었다. 해당 대화방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이해린(가명) 씨가 ‘PD수첩’에 취재 의사를 밝혔다.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려 SNS에 올렸던 사진들이 나체로 합성된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많아졌다는 해린 씨, 가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PD수첩’이 당시 상황과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대전을 찾아갔다.

▶ AI 기술 악용한 ‘원 클릭’ 성범죄

‘PD수첩’은 허위 합성물 유포가 이루어지고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잠입 취재했다. 해당 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A씨는 ‘죄책감보다 흥분감이 더 커서 그만둘 수 없다’며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시대’라고 답변했다.

허위 합성물 제작에 이용된다는 ‘딥페이크 봇’은 AI 기술을 이용한 텔레그램 프로그램이다. ‘PD수첩’이 해당 프로그램에 실험용 사진을 보내자 몇 분만에 여성의 나체가 합성되었다. 추가로 합성물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크레딧’이 필요하며, 이는 해당 프로그램 링크를 타인에게 공유하거나 결제를 해야 얻을 수 있다. 텔레그램 이용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PD수첩’을 찾은 한 제보자는 ‘돈이 없는 10대들이 주변에 링크를 공유하면서 범죄의 창구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대들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입장을 살펴보기 위해 ‘PD수첩’이 재발 방지 교육을 받는 가해 학생들의 상담 기록지 434페이지를 전수 분석했다.

▶ 경찰이 수사를 지체하는 사이 플랫폼 이주는 시작되었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문제점은 없을까? ‘PD수첩’은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허위 합성물 피해자를 만났다. 교사로 재직 중인 피해자, 수업 중인 자신을 불법 촬영하고 나체로 합성한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 피해 정황 발견 직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죄명이 없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왔다. 결국 직접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피해 사진을 분석하듯 살펴봐야 했다. 2019년 ‘N번방’ 사건부터 각종 텔레그램 성 착취 방에 잠입해 채증·수사 공조를 이어가고 있는 단체 리셋(ReSET)은 실제로 경찰 신고 과정에서 “해외 서버라서 못 잡는다.”, “사건을 종결하겠다.”라는 답변을 수없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텔레그램과 수사 협조 협의에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플랫폼을 이주하기 위한 투표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 국가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SNS를 걸어 잠근 아이들의 이야기는 오는 15일 밤 10시 20분, MBC ‘PD수첩’ <딥페이크 – 당신의 아이를 노린다>에서 만날 수 있다.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