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비버 2024(Burning Beaver 2024). 비버가 자신의 몸의 200배에 달하는 규모의 댐을 만들어 주변에 습지를 형성해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활용되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듯이, 인디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창작물을 통해 유저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며 한국 게임의 생태계를 다양하게 만드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버닝 비버는 앞으로의 대한민국 게임계를 책임지는 미래의 기대작 인디게임 83종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총 2부작으로 나눈 이번 기사에서는 필자가 직접 체험한 인디게임 10개를 선정해 직접 체험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번 파트 2에서는 ▲샤이닝 고라니의 <고수아비> ▲BBB의 <모노웨이브> ▲시계태엽고양이의 <타임 스내쳐 밴디> ▲실로폰의 <아이러니> ▲네시야의 <칼리스>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승부의 세계, 고라니는 차갑다 – 고수아비
샤이닝 고라니의 ‘고수아비’는 허수아비 카드를 활용하여 나와 상대의 병사 수를 서로 속고 속이는 1:1 멀티플레이 전략 카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10장의 병사 카드와 8장의 허수아비 카드를 사용하여 점수가 부여된 4개의 지역 중 원하는 곳에 카드를 배치하며, 각 지역에서 더 많은 병사 카드를 배치한 플레이어가 해당 지역의 점수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패가 보이지 않는 다는 운빨 요소와 다양한 속성을 활용한 허수아비 카드를 활용한 심리전이 게임의 핵심 요소로 작용된다.
또다른 게임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게임 내 재화를 사용하는 ‘용병 고용’ 시스템으로, 정찰병, 기우제 제사장, 선동가 등 다양한 용병을 통해 게임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찰병은 상대의 병사 카드 수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며, 선동가와 기우제 제사장은 각각 특정 지역의 점수를 증가시키거나 상대 편의 병사 카드 하나를 무력화 시킬수 있다.
게임 특유의 작화 역시 고수아비의 매력 중 하나이다. 민화풍으로 나오는 다양한 허수아비의 비주얼과 게임의 NPC인 해골바가지와 바텐더, 그리고 양피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 UI과 같이 투박하면서도 전통적인 한국의 전통 요소를 적절히 퓨전시켰으며, 튜토리얼에서 등장하는 해골바가지를 이기면 고라니에게 잡아먹히는 익살스러운 튜토리얼과 패배하면 고라니들한테 잡아먹히는 끔찍한(?) 패배 연출, 그리고 게임 곳곳에 등장하는 고라니 등등 게임 분위기 역시 게임의 가벼운 분위기와 어울려 게임의 유쾌함을 돋보이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UI 디자인을 비롯한 고라니 및 고수아비의 작화를 담당한 사람이 샤이닝 고라니의 디렉터가 직접 그렸다고 하니, 여러모로 게임사명인 ‘샤이닝 고라니’에 어울리는 광기어린 애정이라 볼 수 있겠다. 실제로 전시된 굿즈 또한 다양한 고수아비 카드들과 산타 복장을 한 고라니가 매우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수아비’는 2024년 8월 부산에서 개최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2024’에서 루키 부문 ‘엑설런스 인 게임 디자인’ 상을 수상하며 그 독창성과 게임성을 인정받았으며 현재 PC/모바일 크로스플렛폼인 스팀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2025년 3월을 목표로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이번 버닝비버에서 가장 많은 요청인 ‘실제 보드게임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반영해 향후 게임 개발과 더불어 보드게임으로 출시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한다.
4색의 감이 어우러지는 따뜻한 아이스크림 – 모노웨이브
여섯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BBB의 <모노웨이브>이다. 모노웨이브는 감정을 테마로 하는 퍼즐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감정의 수호신이 사라져 혼란스러운 세상 속 감정의 수호 정령 ‘모노’가 폭주하는 행복, 슬픔, 분노, 불안의 네 감정 정령들을 진정시키고, 혼란에 빠진 세계를 구하는 모험 이야기를 다루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소개 문구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게임은 인간의 감정을 모티브로 움직이고 공격하는 플렛포머 게임이며, 감정의 속성에 따라 모노가 받아들이는 공격 및 행동 역시 달라진다. 노란색의 행복은 더 높은 곳까지 폴짝 뛰어오를 수 있는 점프력 강화, 파랑색의 슬픔은 흐물흐물 녹아내려 좁은 틈 사이를 지나갈 수 있어 움직임의 반경을 넓혀주고, 빨간색의 분노는 마음 속의 화를 원동력 삼아 벽을 박차고 올라갈 수 있다. 연두색의 불안은 예민한 감각으로 위험한 곳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어 가시밭길과 같은 험한 곳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의 속성을 살린 이 게임은 더욱 게임의 세계관을 다채롭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모노의 능력인 ‘공감’으로 적 캐릭터인 ‘친구들’과 각자의 감정을 교류하여 상성을 맺는 콤비 플레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불안의 악어와 마주할때 불안 이외의 감정으로 만나면 모노를 공격해 생명이 깎이지만, ‘불안’ 속성의 모노로 악어를 만나 위에 올라타면 모노의 도약을 도와준다. 또한 노래를 불러 친구들에게 감정을 전달함으로서 나와 동일한 속성으로 만들어 다양한 콤비를 보여줄수 있다.
60초의 시간정지? 조지기 딱 좋은 60초! – 타임 스네쳐 핸디
7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시계태엽고양이의 <타임 스네쳐 핸디>이다. 이 게임은 탄막 로그라이크 슈팅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주인공 시간 박물관에서 유물을 훔치는 ‘핸디’가 되어 박물관 경비를 물리치는 일종의 깽판(?)을 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밴디가 되어 빠르게 날아오는 경비병의 탄막을 피하면서 동시에 공격해야 하는 긴장감 넘치는 게임플레이를 경험할수 있으며, 로그라이크 요소로 인해 매 플레이마다 새로운 맵 구성과 적 패턴을 만나게 되며, 높은 리플레이성을 제공한다.
또한 이 게임은 시간 조각을 모아 시간을 멈추는 탄막 게임인데, 이는 전에 한 번 소개했던 드래빗게임즈의 ‘소울러즈’의 불렛 타임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게임을 자세히 뜯어보면 소울러즈보다 이 게임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울러즈와 핸디 각각 8초와 60초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소울러즈의 8초가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에 비해 핸디의 60초는 시간 조각을 먹지 않는 이상 회복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시간이 곧 핸디의 목숨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무작정 시간 많다고 펑펑 쓰다가 갑자기 골로 가는 것이 이 타임 스네쳐 핸디의 특징이다. <타임 스내쳐 핸디>는 현재 스팀에서 데모를 플레이할수 있다.
쇳맛, 패는 맛, 오싹한 맛 – 아이러니
‘아이러니’는 강렬한 타격감과 몰입감 넘치는 호러 액션 플랫포머 게임으로, 2401년 디스토피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이 게임은 ‘데드 스페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어두운 분위기와 공포 요소를 강조하며, 특히 뛰어난 현실적인 사운드 디자인으로 플레이어가 느끼는 아포칼립스의 무서움을 더욱 살린 점이 특징이다.
플레이어는 인체 실험으로 변이된 실험체들로 가득한 연구 시설, ‘언더독 코프(UNDERDOG CORP.)’로 파견된 ‘PASSWORD’ 사의 용병이 되어 진실을 파헤치는 임무를 맡게된다. 주인공은 칼과 차지건의 변형 무기를 활용해 정교한 사격과 강력한 근접 공격을 구사하며, 전투 시스템은 적의 공격을 패링하거나 콤보를 통해 효율적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게임 진행에 따라 주인공이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하는 모습은 전투 경험을 더욱 다채롭고 전략적으로 만들어주며, 무엇보다 맵, 아이템 획득과 같은 상호작용의 단계를 E키로 단순화해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쉽게 몰입하게 만드는 점은 호평할 요소다.
게임의 가장 독특한 요소는 적을 처치하고 그들의 의수를 획득하여 주인공의 능력을 강화하는 시스템이다. 다양한 의수는 고유의 능력과 무기를 제공하며, 이는 살기 위해 적을 육체를 성장하는 상황이 곧 주제인 ‘아이러니’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개발팀 역시 이런 요소에 대해 “적의 의수를 통해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게임의 주제를 더욱 부각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추후 추가될 방패병처럼 총알을 막아내는 방패를 가진 적은 근접 공격이나 특수 스킬로 제압해야 하며, 부활병은 전기충격기를 사용해 스스로를 소생시키는 까다로운 적들은 게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플레이어에게 전략적 접근을 요구하게 된다
<아이러니>는 2025년 국내 최대 게임 행사인 PlayX4 2025에서 첫 공개될 예정이며, 전시 이후 얼리 액세스를 통해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동화 속 머리 굴리는 맛 – 칼리스
마지막으로 소개할 게임은 네시야의 <칼리스>다. ‘칼리스’라는 게임명이 ‘카드(Card)’와 ‘앨리스(Alice)’를 섞은 단어인 만큼, 이 게임은 유명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한 덱빌딩 로그라이트 게임이다.
칼리스에서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플레이어가 ‘조건 카드’와 ‘숫자 카드’를 받게 된다. 조건 카드는 특정 효과나 발동 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숫자 카드는 이 조건 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숫자로 구성됩니다. 플레이어는 이 두 종류의 카드를 전략적으로 조합해 최적의 덱을 구성해야 하지만, 활성화하기 위한 숫자 카드는 ‘5 이하’, ‘각 수의 합’ 등 간단한 사칙연산으로 조합이 가능해, 게임의 난이도 또한 비교적 쉽게 느껴질 수 있다. 각 스테이지의 특징과 적의 패턴에 맞게 덱을 조정하는 것 또한 게임이 요구하는 것 중 하나이며, 게임 진행 중 새로운 카드를 획득하거나 재화나 특수 효과를 통해 기존 카드를 강화하여 더욱 강력한 덱을 만들거나, 적을 향한 디버프를 거는 등 다양한 플레이를 지원한다.
‘칼리스’는 약 4시간 분량의 스토리 모드를 제공하며, 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독특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왕도적인 전개를 따르면서, 팝하고 귀여운 그림체로 다시 태어난 엘리스, 하트 여왕, 토끼와 모자장수 또한 이 게임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는 앨리스와 함께 기묘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을 경험하게 되며, 원작의 요소를 재해석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며,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 분기와 엔딩이 존재하여 회차 플레이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칼리스>는 스토브 인디 플랫폼을 통해 선행 공개되었으며, 스토리 모드를 포함한 스팀판의 정식 출시를 2025년 1월로 앞두고 있어 이에 추가 콘텐츠나 개선된 게임플레이 요소가 포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