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비버 스페셜] 타올라라! 인디의 열정이여! 버닝비버 10선 리뷰 part.1

지스타, 플레이엑스포, 게임 이스포츠 서울, GXG 2024. 이들은 필자가 취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자주 찾았던 익숙한 이름의 게임쇼들이다. 대체로 ‘게임’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포함되거나, 게임을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명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 11월 30일, 취재를 위해 방문한 게임쇼는 이름부터 인상적이었다.

‘버닝비버 2024(Burning Beaver 2024)’. ‘버닝’은 ‘불타다’, ‘열정적이다’라는 뜻으로 게임쇼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해도, ‘비버’라는 동물의 이름이 포함된 점은 처음엔 의아하게 느껴졌다. 샤크나 타이거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이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태프를 통해 비버라는 이름에 담긴 숨겨진 의미를 알게 되자, 필자의 편협함과 더불어 이 게임쇼의 깊은 상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버는 자신의 몸의 200배에 달하는 규모의 댐을 만들어 주변에 습지를 형성해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활용되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인다고 한다. 버닝비버는 이러한 비버의 특성을 젊은 인디게임 창작자들에게 투영하고 있으며, 인디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창작물을 통해 유저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며 한국 게임의 생태계를 다양하게 만드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행사장 곳곳의 팜플렛과 천장에 걸린 현수막에서는 ‘Burning Beaver Indie Game Culture Festival’이라는 공식 명칭이 적혀 있었는데, 현수막의 좌측 색깔 부분에서 글자를 따라 읽으면 ‘Burning Indie Culture(인디판을 뜨겁게 달구자)’라는 메시지가 감춰져 있어, 행사 취지에 어울리는 센스가 돋보였다.

이처럼 버닝 비버는 앞으로의 대한민국 게임계를 책임지는 미래의 기대작 인디게임 83종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총 2부작으로 나누어, 필자가 직접 체험한 인디게임 10개를 선정해 직접 체험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번 파트 1에서는 ▲조프소프트의 <피자 밴딧> ▲소은게임의 <퇴근길랠리> ▲서라운드의 <스테레오 믹스> ▲눈토끼단의 <코나와 스타래빗> ▲키위사우루스의 <파멸의 오타쿠>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Steam의 피자 밴딧

패퍼로니 피자입니다. 근데 ‘혼파망’을 좀 곁들인 – 피자 밴딧

첫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근미래풍 시간여행 FPS+피자만들기 라는 저세상 조합인데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게임, 조프소프트의 <피자 밴딧>이다. 이 게임은 저세상 매직셰프면서 대박을 꿈꾸는 미친 피자가게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23세기에 부업으로 타임워프 크리쳐 헌터로 뛰면서 괴물을 썰어버리는 4인 협동 3인칭 슈팅 게임이다.

이 게임은 단순 괴물을 썰어버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특이하게도 괴물과 싸우는 3명이 있다면 나머지 1명은 피자를 만드는 요리사가 되는데, 하우징 시스템을 통한 피자 레시피 연구로 제작한 피자 버프로 아군에게 다양한 공격 및 회복 효과에 버프를 줄수 있다. 무엇보다 피자 제작 및 배달하는 미션이 있고, 배급 역시 우주 맟춤형 피자 배달 박스에 오니, 여러모로 개발사가 피자에 진심인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스팀 게임 페이지에 있는 4인 협동 혼돈 요리게임 ‘오버쿡드’와 근미래의 화끈한 무기로 괴물을 써는 ‘기어스 오브 워’의 독특한 조합이라고 대놓고 나온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피자 밴딧은 총 3개의 건 – 라이플/스나이퍼라이플/미니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러볼과 같은 다양한 서포트 유닛도 존재한다. 이들 중 초보자들이 많이 썼던 라이플 무기와 함께, 화려한 불빛으로 크리쳐의 어그로를 끌다가 한번에 펑 터트리는 서포트 유닛 미러볼이 나름 매력적이었다.

피자 밴딧은 4인협력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만, 당연하게도 싱글 미션또한 지원한다. 그런데 막상 피자와 크리쳐 썰기라는 게임 특성상 역할 분담이 제일 중요한데, 이를 혼자 할려니 중간에 피자는 타고 크리쳐에게 썰리고 미션은 실패하는 대환장 플레이가 펼쳐졌기에, 필자에겐 싱글플레이에 난이도가 더 어려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피자와 크리쳐라는 조합과 역할 분담의 재미는 확실했기에 제법 재밌게 플레이했다. 대환장 콤비플레이가 매력인 조프소프트의 피자 밴딧은 2025년 3월 스팀 얼리엑세스를 예정하고 있다.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다함께 차차차에 온실가스를 비벼드세요 – 퇴근길랠리

‘다함께 차차차’는 2012년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캐주얼 레이싱 게임으로, 간단한 조작과 다양한 차량, 그리고 ‘차~!’라는 독특한 부스터 시스템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임이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이 이 다함께 차차차의 정신적 후속작의 위치에 있는 게임인 소은게임의 <퇴근길랠리>이다. 이 게임 역시 간단한 조작과 함께, 다함께 차차차의 부스터 시스템을 계승하는 니트로 시스템이 게임의 속도감을 살려내었으며, 다양한 차량을 수집하고 커스터마이징하며 레이싱의 재미를 느낄수 있다.

사진=구글플레이 페이지

다함께 차차차와의 다른 점이라면 시원시원히 달리는 도로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게임 이름처럼 ‘퇴근길’을 방불케하는 현실성 충분한 꽉꽉 막힌 도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꽉 막힌 도로 위 자동차처럼 니트로 아이템 혹은 재화 및 경험치를 쉽게 벌어갈수 있지만, 마구 비키더라도 지나가는 차에 박기 일쑤요. 잘못하다간 도시가스 가득찬 가스배달차에 박으면 차가 펑 터져버리니 마음 놓고 달릴수 없다. 그래도 이것 역시 게임의 재미라며 좋아해주는 사람도 많다.

퇴근길랠리는 구글인디게임페스티벌 Top 3 선정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번 버닝비버에는 신규 모드인 ‘헬싱크 모드’를 시연했다. 소은게임의 ‘퇴근길랠리’는 지금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및 플레이가 가능하다.

스테레오 믹스 | STOVE 스토어
악기로 후드려(?)패는 정신없는 대난전의 맛 – 스테레오 믹스

악기를 주제로 한 게임들은 비단 리듬게임 말고도 다양한 게임이 존재한다. 이전에 소개했던 브릿지뮤직의 <DODORI>가 악기로 힐링하는 게임이었다면, 이번에는 악기로 ‘킬링’하는 게임은 어떠한가? 세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서라운드의 <스테레오 믹스>이다. 스테레오 믹스를 제작한 서라운드 팀은 청강대학교 졸업작품으로 출품되었으며, 네오위즈 후원의 ‘청강 게임 크로니클’의 시상식 ‘네오위즈 어워즈’에서 디렉터상을 받는 등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는데 독창적인 게임성과 높은 퀄리티가 돋보이는 이 게임은 많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이 게임은 디지털 세상속에서 악기로 싸우는 테마의 6인 3:3 슈팅게임을 표방하고 있으며, 3판 2선승제의 3스테이지 배틀로 진행된다. 서라운드 팀은 해당 게임이 스플레툰에서 영감을 받은 영역 점령성으로 기획했다고 밝혔으며, 이 일환으로 약 300평의 땅을 서로 공격하면서 상대방의 땅을 따먹는, 일명 ‘땅따먹기’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때문에 내가 무기를 못 다루더라도 조용히 상대편의 땅으로 가서 우리 진영으로 잠식시켜 버리는 등 충분한 팀의 승리를 위한 캐리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승리 팀에 따라 배경 bgm이 바뀌는 등 스테이지 기믹이 풍부한 것도 이 게임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의 주요 유닛은 일렉기타/베이스/피아노로 구성되어 있으며, 향후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되는 관현악기 또한 추가 예정이라 밝혔다. <스테레오 믹스>는 개발사 홈페이지를 통해 데모를 다운받을 수 있으며, 추후 스팀 및 스토브 인디에 출시 예정이다.

Steam의 코나와 스노래빗
얼리고 부수고 때리고! 시원한 냉동액션의 맛 – 코나의 스타래빗

4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스테레오 믹스’에 이은 또다른 청강대 졸업작품인 팀 눈토끼단의 <코나의 스타래빗>이다. 악동으로 유명한 얼음 예술가 ‘코나’와 새하얀 털의 눈토끼 ‘스노래빗’이 ‘인어신 아퀴스’의 소문을 들은 두 젊은 예술가는 인어신으로 최고의 얼음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 ‘육지 위의 바다’라 불리는 인어신의 수도원에 난입하면서 시작되는, 실로 무대뽀 기질이 느껴지는 탑다운 ‘냉동슈팅’ 액션게임이다.

 

과거 음식점의 어린이놀이터를 장식한 게임기 중 하나인 ‘스노우 브라더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제작진이 밝힌 만큼, 이 게임은 시원한 ‘냉동 액션’과 향수가 느껴지는 ‘아케이드 액션’을 표방하였다. 얼음 탄환을 발사해 적을 얼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스노래빗’을 통해 적을 얼려 부수거나, 얼린 적을 아예 망치로 날려버려 다른 적까지 산산조각내는 일타쌍피의 액션을 선보여 시원한 타격감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공격 버튼과 대시 버튼으로 구분된 직관적인 조작법, 위협적인 적들로 가득 찬 방들에서 이뤄지는 스테이지 to 스테이지 진행, 그리고 획득할 경우 탄환의 종류가 강화되는 아이템까지 그야말로 게임에서 ‘재밌다’라는 부분을 알짜배기로 가져온 맛있는 옛날도시락 같은 게임이었다. 게임의 분위기 또한 게임 속에 녹여든 각종 코미디적 요소들로 유머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해 가볍게 즐기기에도 딱 좋다.

<코나의 스타래빗>은 현재 스팀에서 무료로 플레이할수 있다. 

파멸의 오타쿠 / 12서코【GC_05양일】 (@Kiwi_Saurus_) / X

어떻게 이딴놈이 주인공? – 파멸의 오타쿠

한때 멘헤라와 인터넷 스트리머 사이에서 현실과 인터넷의 이상과 진실을 주제로 한 ‘니디걸 오버도즈’가 한창 유행했었다. 이번 버닝비버에서도 역시 한국의 정서(?)에 맞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 등장했으니, 바로 키위사우루스의 <파멸의 오타쿠>이다.

이 게임은 스토리부터 ‘미친 스토리’가 뭔지 보여주고 있다. 이 게임의 주인공 ‘진다연’은 아이돌 캐릭터가 나오는 일본 게임, 「아이돌☆스타」의 열렬한 오타쿠다. 게임 내에서는 화려한 여고생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말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명대사인 ‘똥덩어리’를 방불캐하는 방 꼬라지를 가진, 거지꼴을 못 면하는 폐인 히키코모리인 ‘도태빌라’ 거주자인 진다연은 평소처럼 게임을 하던 도중 게임 속 친구들과 함께 일본 한정으로 「아이돌☆스타」 캐릭터 향수 굿즈가 발매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주인공은 얼떨결에 향수 공동구매의 총대를 메어 500만원의 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공동구매로 모은 돈을 갑작스레 찾아온 집주인에 의해 밀린 방세부터 시작해, 그것도 홧김에 사적인 용도로 모두 사용해 버리는 엄청난 병크를 터트리게 된다. 공구 개시 14일 전인 지금부터 500만원을 복구시켜 향수를 구하지 못하면 본인의 현실이 위험해지는 상황 속에서, 집주인의 연민으로 도태빌라의 관리인으로 들어가 벌여지는 스토리를 보이고 있다.

이 게임은 게임 속 세상인 ‘아이돌☆스타’의 총천연색 비주얼, 현실 세계인 ‘도태빌라’의 어둡고 칙칙한 흑백 비주얼을 통해 현실과 인터넷 세상의 대비를 보여주고 있으며, 도태빌라의 다양한 주민들과 주인공 진다연의 케미 또한 게임의 재미를 돋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미니게임과 선택지를 통해 총 20가지의 엔딩이 준비되어 있어 진다연의 천국과 지옥을 직접 결정하고 경험할수 있다. ‘파멸의 오타쿠’는 현재 스토브 인디에서 데모 버전이 공개되어 있으며, 곧 스팀 페이지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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