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알리미] 26년 만에 돌아온 마일스톤의 질주 본능, ‘스크리머(2026)’ 리뷰

[리겜알리미 만우절 특집 – 레이싱알리미 ②] 26년만에 돌아온 마일스톤 레이싱 시리즈 – 스크리머(2026)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가 캐주얼 액션 레이싱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반대로 과거의 이름으로 전혀 다른 방향의 새로움을 꾀한 작품도 있다. 마일스톤의 ‘스크리머(2026)’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95년작 MS-DOS 레이싱 게임을 26년 만에 되살린 이번 리부트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네온 사이버펑크 비주얼과 전투형 시스템을 결합한 실험적 아케이드 레이싱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스크리머는 앞서 소개한 크로스월드와 비교할 때 더 선명해진다. 크로스월드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화려한 캐릭터 레이싱이었다면, 스크리머는 트윈 스틱 조작과 자원 관리, 공격과 방어가 얽힌 구조를 통해 훨씬 날카롭고 숙련도 중심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 독특한 설계가 실제로 어떤 재미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 작품이 현대 아케이드 레이싱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양손을 다 쓰게 만드는 레이싱, ‘트윈 스틱’이 바꾼 조작의 문법

스크리머(Screamer)는 2026년 3월 26일에 출시된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마일스톤이 선보인 레이싱 게임 시리즈 ‘스크리머’의 리부트다. 1995년 첫 작품인 스크리머를 시작으로, 2000년작 스크리머 4×4 이후 장기간의 공백을 거쳤다가 26년 만에 정식 신작으로 돌아온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시리즈는 언제나 한 가지 장르에 머무르지 않았다. 초기에는 스트리트 서킷 기반의 GT 레이싱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GT 랠리크로스, 투어링카 랠리크로스, 랠리 레이드형 타임 트라이얼 등 매 작품마다 색다른 레이싱 콘셉트를 시도하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번 리부트판 스크리머는 다시 온로드 GT 레이싱을 중심에 두었지만, 여기에 배틀 레이싱 요소를 강하게 결합해 차별화를 꾀했다.

이번 신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단연 트윈 스틱 조작 방식이다. 왼쪽 스틱으로 차량 방향을, 오른쪽 스틱으로 드리프트 각도를 조정하는 구조는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질수록 기존 아케이드 레이싱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정교한 라인 조정과 코너링이 가능해진다. 진입 장벽이 다소 있지만, 손에 익고 나면 이 게임만의 독특한 조작감이 강하게 남는다.

여기에 반자동 변속 시스템이 더해져 조작의 깊이가 더욱 커진다. 완벽한 타이밍에 변속하는 일은 단순히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투와 방어에 소모되는 핵심 자원을 생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즉, 스크리머에서 변속은 보조 기능이 아니라 레이스 전체를 움직이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잘 빠르게 달리는 것과 적절하게 준비하는 것이 하나로 연결된 만큼, 조작 측면에서 확실히 독특한 개성을 지닌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접근성 강화다. 색약 필터나 오프라인 속도 조절 슬라이더 등 기본적인 옵션뿐 아니라, 한 손 조작을 지원하는 컨트롤 리매핑 기능이 특히 인상적이다. 트윈 스틱 조작이 기본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발진의 세심한 배려가 드러난다.

결국 스크리머는 높은 조작 난도를 고수하면서도, 그 난도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도록 문을 넓히고자 했다.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진입 자체를 막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런 접근성에 대한 고민은 오늘날 아케이드 레이싱 장르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부스트만으론 안 된다, ‘싱크’와 ‘엔트로피’가 만드는 자원전

스크리머가 단순한 레이싱 게임과 차별화되는 핵심은 바로 ‘에코’로 통칭되는 싱크와 엔트로피의 이중 자원 시스템에 있다. 변속을 통해 충전되는 싱크는 부스트나 방어막에 활용할 수 있고, 이 싱크를 소비해 엔트로피를 모으면 공격이나 궁극기인 오버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마치 격투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게이지 운영 방식을 레이싱 장르에 접목한 것과도 같다.

특히 오버드라이브는 스크리머만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지향성을 자랑하는 기술로, 발동시 접촉한 차량을 파괴할 만큼 강력하지만, 동시에 벽에 부딪히면 사용자의 차량 역시 파괴되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물론 코스 내에서는 에코 시스템을 통해 차량이 금방 복구되지만, 그만큼 순위에서 뒤쳐지는 리스크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즉, 높은 위력을 발휘하는 만큼 그에 따른 위험성도 명확하기에 플레이어는 단순히 선두로 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언제 자원을 아끼고 언제 과감하게 사용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또한 캐릭터별로 능력치가 다르다는 점도 전술의 폭을 넓혀 준다. 게이지의 분할 방식, 공격 성향, 방어 능력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캐릭터 선택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본인의 운영 스타일까지 반영된다. 여기에 차량 파괴 시 추가로 싱크를 얻는 보상이 더해지면서,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설계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이버펑크 90’s : 스크리머가 만든 시각적 정체성

스크리머에서 첫인상이 좌우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비주얼이다. 마블 텔레비전의 애니메이션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을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폴리곤 픽처스가 참여해 90년대 애니메이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네온 사이버펑크 스타일을 선보인다. 특히 도심을 밝히는 조명과 과감한 연출, 그리고 화려한 에어로파츠를 단 가상의 슈퍼카들은, 이 작품이 치밀한 사실성보다는 뚜렷한 개성과 스타일을 강조한 레이싱 게임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스토리가 포함된 토너먼트 모드에서는 각 구간마다 풀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된 컷신이 제공되기 때문에, 게임의 캠페인을 플레이하다 보면 마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한 편씩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세계관도 상당히 독특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인 미스터 A가 주최하는 1,000억 달러 규모의 불법 스트리트 레이싱 대회 ‘스크리머 토너먼트’를 무대로, 총 5개 팀 15명의 레이서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참가한다. 자신의 대장을 죽인 아나콘다 코퍼레이션의 복수를 위해 스크리머에 참여한 ‘그린 리퍼즈’를 중심으로, 일본 걸그룹의 ‘스트라이크 포스 로만다’, 다국적 우주비행사 그룹인 ‘주피터 스토머즈’, 그린 리퍼즈의 원수이자 이번 시리즈의 악의 축으로 묘사되는 대기업 ‘아나콘다 코퍼레이션’과 일본 야쿠자의 ‘카가와회’까지 총 5개의 팀이 시리즈의 주역이 되어 스크리머의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다소 과장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오히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모든 캐릭터는 뇌에 이식된 칩 덕분에 서로 다른 언어도 실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정 역시, 스크리머만의 만화적 상상력을 잘 보여준다. 현실성을 따지기보다는, 세계 전체를 한 편의 과장된 레이싱 만화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이런 점들로 인해 스크리머는 단순한 드라이빙 게임을 넘어, 독특한 캐릭터와 분위기가 살아 있는 스타일리시 레이싱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70개 이상 에피소드의 토너먼트, 캠페인은 튜토리얼이자 드라마다

메인 콘텐츠인 토너먼트 모드는 약 7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전체 클리어까지는 대략 8~9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 모드는 단순히 레이스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비주얼 노벨 스타일의 컷신을 통해 각 팀의 사연과 대립 구도를 보여주며 서사를 끌고 간다. 동시에 듀얼 레이스, 타임 챌린지, 팀 기반 이벤트 등 다양한 규칙을 배치해 시스템을 익히게 하는 튜토리얼 역할도 수행한다.

이 구조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플레이어가 조작과 자원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시간을 확보해주고, 캠페인 자체가 곧 학습 과정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레이스 규칙과 이벤트 구성을 조금씩 바꿔가며 핵심 메커니즘을 익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스토리 모드는 단순한 서사 전달을 넘어 일종의 튜토리얼 역할까지 겸한다.

하지만 단점 역시 뚜렷하다. 팀을 자주 오가는 전개와 다소 과한 감정선,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불평조 대사는 플레이의 흐름을 끊을 수 있다. 특정 캐릭터에 애착이 생기기도 전에 시점이 바뀌는 구성은 서사적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모든 캐릭터가 뇌에 이식된 칩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를 실시간으로 이해한다는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대사 역시 하나의 언어로 통일되지 않는다. 그 결과 영어와 일본어에 익숙한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힌디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가 연이어 등장하는 순간 스토리의 호흡이 끊기고, 몰입이 흐트러질 여지가 있다.

즉 토너먼트 모드는 스크리머의 독특한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장치이면서도, 내러티브 측면에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큰 모드다. 캠페인의 역할은 충분히 해내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만큼 세련된 드라마라고 보기는 어렵다.

온라인 16인부터 4인 분할 화면까지, 멀티플레이의 존재감

스크리머는 멀티플레이에서도 꽤 공격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최대 16인 온라인 레이스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최근 작품에서는 보기 드문 4인 로컬 분할 화면까지 포함했다. 이 부분은 현대 레이싱 게임 시장에서 상당히 반가운 요소다. 친구들과 같은 화면을 보며 부딪히고,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구조는 이 게임의 혼란스럽고 과장된 재미를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해준다.

또한 아케이드 모드의 커스텀 레이스에서는 미터 충전 속도 조절, 공격 비활성화 같은 세부 옵션도 제공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스크리머를 보다 순수한 레이서로 즐길 수도 있고, 반대로 전투성을 극대화한 난전형 레이스로 바꿀 수도 있다. 시스템이 복잡한 게임인 만큼, 이런 세팅 옵션은 생각보다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결국 스크리머의 멀티플레이는 단순히 온라인 대전 숫자를 채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게임의 핵심 시스템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하게 만드는 확장 장치에 가깝다. 특히 로컬 분할 화면은 이 작품이 지닌 아케이드 감성을 가장 잘 살리는 요소 중 하나다.

빛나는 장점, 그러나 분명한 균열도 있다

스크리머의 가장 큰 장점은 매우 분명하다. 독창적인 조작감과 전투, 자원 관리가 어우러진 시스템, 강렬한 비주얼, 캐릭터별 전략성이 이 작품을 다른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과 확실히 차별화한다. 특히 직선 구간이 길고 완만한 곡선이 배치된 도시 트랙에서는 속도감, 시각적 연출, 전투 구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개발진이 의도한 쾌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반면, 단점 또한 명확하다. 먼저 트랙 디자인의 불균형이 가장 눈에 띈다. 굴곡이 심한 코스에서는 이 게임의 핵심인 속도감이 크게 떨어지고, 느린 구간이 많아질수록 조작감도 무거워진다. 스크리머가 가진 장점이 극대화되는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 사이의 간극이 상당히 크다고 느껴진다. 또, 난이도 곡선이나 러버밴딩 현상, 그리고 후방에서 공격을 하면서 동시에 1위로 완주해야 하는 등 일부 미션 목표는 도전적이기보다 억지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은 시스템을 익히는 재미보다는 오히려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장벽처럼 느껴지는 위험이 있다.


총평 : 모두에게 친절하진 않지만 분명 기억에 남는 리부트

스크리머(2026)는 모두를 위한 무난한 레이싱 게임은 아니다. 트윈 스틱 조작과 자원 운영, 전투 중심 설계는 분명 진입 장벽이 있고, 일부 트랙 구성과 난이도 밸런스, 서사 전개에서는 거친 면도 드러난다. 쉽게 손에 잡히는 대중형 아케이드 레이서를 찾는 플레이어라면 당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명확하다. 스크리머는 익숙한 공식에 안주하지 않고, 아케이드 레이싱 장르에 전투와 전략적 자원 관리라는 새로운 층위를 더하려 한다. 완벽하게 정제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다소 거칠지만 야심찬 실험작에 가깝다. 그리고 바로 그 실험정신이 이 게임의 가장 큰 가치다.

독보적인 아트 스타일, 깊이 있는 시스템, 멀티플레이에 더욱 최적화된 분할 화면, 그리고 폭넓은 접근성 지원까지 생각하면 스크리머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손맛과 강한 개성을 원한다면 한 번쯤 주목할 가치가 있는 아케이드 레이싱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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