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이 올해로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1990년 5월 8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2명의 PD와 125명의 메인 작가가 거쳐 갔다.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 자리매김한 PD수첩은 현재 국내 최장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PD들의 취재 깊이가 다르다
2018년, 새롭게 출발하면서 PD수첩은 무엇보다 취재의 깊이를 높이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PD 1인이 깊이 있게 취재하면서 사안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했다. 이 결과 다양한 연작들이 탄생했다. 포스코와 자원외교 2부작, 미투 2부작, 故장자연 2부작, 조계종 2부작, 교회 3부작, 군부 쿠데타 2부작, 쓰레기대란 2부작, 사모펀드 3부작 등 분야를 막론하고 나온 결과물이었다. 단편들도 취재기간을 늘리면서 사안을 더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동물단체 케어, 언론개혁, 사립유치원,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LH 등 단기간 취재가 어려운 다양한 현안이 보도됐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거기에 부응하려면 취재의 깊이로 답을 내야했다. PD수첩은 그 길을 거침없이 질주해왔다.
더해지는 취재의 깊이만큼 제작진은 더 뛰어야 했다. 취재기간이 확보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피해자 측도, 가해자 측도 쉽게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그동안 누구도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 누군가는 감춰왔던 혹은 감춰야 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반론을 들으러 갔다 문전박대 당하는 건 부지기수다. 반론을 들으러 갔다가 장비가 파손되고, 인터뷰 중 협박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서 피할 수는 없는 일들이다.
제작진은 오랜 기간 이들을 설득한다. 특히 사건의 피해자들에겐 편지를 보내고, 기다리며 몇 주를 기다리기도 한다. 취재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일상을 깨뜨리는’ 일. 필리핀 셋업 범죄, 보이스피싱, 빛과진리교회 문제 등을 취재했던 김동희 PD는 방송 후 한 인터뷰에서 “(피해자에게) 무엇 하나 부탁하는 것도 굉장히 죄송했다. 방송 제안도 참 어렵게 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故장자연, CJ E&M 오디션 순위조작, 검찰 기자단 등을 취재한 김정민 PD는 “특히 피해자들 기저에 깔린 공포심, 언론에 대한 불신을 이겨내는 게 가장 중요하고 힘들다”고 말한다. 빌라 갭투기, 울산 검경내전, 로고스교회 문제 등을 취재했던 박상준 PD는 “(빌라 갭투기의 경우) 방송 후 더 많은 피해자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그 파급력이 걱정이었다”고 밝혔다. “당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걸 알리면서 인터뷰를 시도해야 했는데 그게 참 괴로웠다”고, 박 PD는 당시를 되짚었다.
사명감을 가진 PD수첩 작가들
PD가 현장을 누비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매 회차 아이템 선정 과정부터 프로그램 구성에 이르기까지 매 단계마다 중대한 역할을 하는 작가들이다. 현재 PD수첩에는 5명의 메인 작가가 있다. 취재의 가지를 뻗어내고, 결과물을 보다 깊고 명쾌하고 풀어내는 이들이다. 4대강 관련 보도를 했던 정재홍 작가, 황우석 논문조작을 보도했던 윤희영 작가, 장자연 2부작을 보도했던 장은정 작가, 쓰레기대란 2부작을 보도했던 조희정 작가 등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베테랑 작가군단이 바로 PD수첩의 강력한 버팀목들이다.
작가가 보는 PD수첩은 어떨까. 2000년부터 PD수첩과 함께한 정재홍 작가, 그는 30년 역사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힘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고수하는 팀 분위기”에 있다고 봤다. 시청률보다는 ‘해야 하는 것’에 주목하고, 타협하지 않아야 하며 아울러 팩트만을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가는 “조금 더 들어가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싶을 때 압력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런 압력을 이겨내는 게 중요한데, PD수첩엔 ‘우회하지 않는다, 끝까지 겁먹지 않는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 이런 내부적 지지는 여타 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평했다.
2018년 팀 재정비 이후, 특히 이러한 ‘저널리즘의 원칙’이 드러난 부분이 바로 실명보도다. PD수첩은 몇 단계의 팩트체크를 거친 후,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내부 원칙으로 삼았다. 2015년, PD수첩의 ‘암흑기’에 집필하다 2019년 다시 돌아온 간민주 작가. 그녀는 “한동안 ‘진짜 이렇게 해도 괜찮냐’는 말을 달고 살았다”고 했다. “2015년 당시엔 취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촬영을 하다가도 무산됐던 아이템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율성과 독립성에 있어서 차원이 다른 변화를 느낀다. 그만큼 제작진이 갖는 책임감 또한 비할 바 없이 커졌다”고 한다.
사실에 기초한 진실 추구, 타협하지 않는 프로그램. 30년을 이어온 피디수첩이 앞으로도 고수해야 할 신념이 아닐까. PD수첩이 만들어가는 탐사보도의 신화는 계속된다.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PD수첩은 이번 6월 2일과 9일에 걸쳐서 ‘PD수첩 30주년 특집, 21대 국회에 바란다’ 2부작을 방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