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4일(화)에 방송되는 MBC ‘PD수첩’에서는 2014년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파헤치고,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원인과 대처방안을 취재했다.
2014년 4월 26일 오전 11시 35분, 울산광역시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13번 셀장 2626호선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호스에 목이 감겨 난간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하청 노동자 정범식 씨였다. 사고 직후 현장에는 자살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사건을 조사했던 울산동부경찰서도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이었다. 하지만 정범식 씨의 아내 김은혜 씨(가명)는 남편이 자살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울산경찰청장은 재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수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김은혜(가명) 씨의 긴긴 싸움이 시작됐다.
경찰은 정범식 씨의 자살 동기로 정신과 치료,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을 내세웠다. 경찰청이 작성한 보고서를 확인한 김은혜(가명) 씨는 황당했다. 가정불화의 근거로 남편과 주고받은 메시지 중에서 서로 다툰 내용만 수사에 반영된 것이다. 연체된 카드 값도 정범식 씨가 사망하기 전 모두 상환되었지만, 보고서엔 연체되었던 사실만 기재되어 있었다. 경찰은 부검감정서에 적힌 ‘변사자의 사인은 스스로 목맴(의사)에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됨’을 인용하며 자살을 확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조차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감별하여 논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경찰의 판단을 바꿀 수는 없었다. 김은혜(가명) 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5년 4개월이라는 긴 재판 끝에 사고사가 인정되었다. 남편의 억울함은 밝혀졌지만,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와 현대중공업의 태도는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 풍력발전소 부근 21m 높이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고정되지 않은 합판 바닥을 밟으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추락에 의한 외인사’라는 명확한 사인이 있었지만, 검찰은 유족들에게 부검을 요청했다. 울산지검은 목격자가 없었고 사망원인을 명확하기 위해 부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족과 노동조합 측은 검찰의 부검 시도가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책임을 기업에 묻는 대신,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빠른 성장을 이뤄낸 대한민국 조선업계 1위 기업이다. 하지만 1973년 창사 이후 지금까지 총 46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중대재해 작업장이기도 하다. 올해에만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2017년에는 노동계에서 선정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 2017년 4월, 고 노회찬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안전관리업무의 책임을 원청 기업에게 강력하게 묻고 책임지게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20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자동폐기 됐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정의당은 21대 국회의 첫 법안으로 이전보다 강화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조선 강국이라는 영광 뒤에 가려졌던 이름 모를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그 원인, 대안을 취재한 ‘PD수첩-남편은 자살하지 않았습니다’는 14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