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뮤직 <DODORI>에 이어 K-리겜알리미가 찾은 두번째 보물
화이트카이트의 ‘할로윈더밴드’ – 행진단을 모으기 위한 견습사신 ‘려울’의 우당탕탕 모험기
리듬도 맛있고 작화가 정말 미식이군요 – 버닝비버 2024 ‘올해의 버닝비버’ 선정 및 BIC 어워즈 ‘EXCELLENCE IN AUDIO’, ‘EXCELLENCE IN CASUAL’ 등 2관왕 수상
DODORI와 함께 스팀 리듬게임계에 흔치 않는 ‘K-힐링 리듬게임’의 투 탑 가능성 있어
작년 지스타 2024에서 <DODORI>와 <니엔텀 오푸스 제로>를 취재하며 진행한 인터뷰가 생각난다. <DODORI>의 브릿지뮤직은 리듬게임이 아닌 리듬 퍼포먼스 게임을 지향하면서, 우리가 이토록 사랑하는 리듬게임 장르를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니엔텀 오푸스 제로>의 케세라게임즈 역시 건반 리듬게임인 ‘칼파’가 엄청난 고난이도를 표방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리듬게임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음악 요소를 차용해 리듬 플랫포머 게임인 <니엔텀>을 만들어냈다. 다양한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리듬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한 두 개발진 덕분에, 리듬게임이 ‘석유’나 ‘고인물’만의 전유물이 아닌, ‘신선한 뉴비’들이 리듬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새로운 수요가 점차 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의 리듬게임이 이번 버닝비버 2024와 BIC 2025에서도 찾게 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리듬게임 역시 우연으로 찾게 되었는데, 버닝비버 2024 당시 초대권을 받아 아크스타의 <ELLiA>와 케세라게임즈의 <니엔텀>과 함께 버닝비버 부스를 돌던 도중 필자가 미쳐 찾지 못했던 새로운 리듬게임 부스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부스에 다다른 순간, 필자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채와 귀여운 작화가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렇게 이 게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K리겜알리미가 찾은 두 번째 보물, 오늘 소개할 리듬게임은 화이트카이트의 <할로원더밴드>이다.
<할로원더밴드>는 할로윈 컨셉의 카툰풍 그래픽이 특징인, 스토리 중점의 어드벤처 리듬게임을 내세웠다. 이 게임 역시 <DODORI>처럼 2키 리듬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ASD와 JKL, 각각 3키의 공유키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플레이를 체험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콘셉트에 따라 양쪽에서 다가오는 하단의 노트를 치는 형식으로 플레이되며, 노트와 롱노트라는 심플한 구조의 리듬게임이다.
그러나 <할로원더밴드>는 이 심플한 구조로 더욱 게임의 재미를 살리는 방법을 선보였는데, 바로 ‘짜잔 이벤트’이다. ‘짜잔 이벤트’는 이름 그대로 게임 플레이 도중 특수 연출과 함께 진행되는 독특한 플레이로, 기존의 노트를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박자에 맞춰 특정 행동을 수행해야 하는 색다른 접근이 특징이다. 이 짜잔 이벤트는 6개 키를 다채롭게 활용한 특수 구간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예를 들어 사신 려울의 체크리스트를 박자에 맞춰 체크하거나, 특정 키를 길게 눌러 ‘돌 굴러가유’를 연상시키는 미라 ‘뭅미’를 려울이 굴리며 도망가는 이벤트가 있다. 늑대인간 ‘라이클’과 강시 ‘롱롱’이 유령 ‘유링’을 손전등으로 쫓아내는 장면, 뱀파이어 ‘루카드’가 꼬마 유령 ‘유링’을 달래며 정화시키는 과정도 박자에 맞춰 진행된다. 이런 짜잔 이벤트는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2라인 리듬게임을 ‘할로원더밴드’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더욱 다채롭고 매력적으로 변주를 넣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수려한 작화와 세련된 연출이다. 미국 카툰풍의 그림체는 눈길을 사로잡고, 서브컬처물에서 빠질 수 없는 미소녀 사신 캐릭터는 한 번에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시,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뱀파이어 등 각각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 디자인은 두 번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BIC에서 새로 공개된 챕터 5에는 고양이와 강아지 좀비 댄스팀이라는 캐릭터까지 신규 추가되어 이들의 매력은 단순히 외형에 그치지 않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활약을 담은 스토리 모드가 더해져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스토리 모드는 주인공인 미소녀 견습 사신 ‘려울’이 할로윈 마을에 도착해 업무를 수행하려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에 지친 려울은 잠시 일을 미뤄두고, 오랜 꿈이었던 할로윈 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 행진단 ‘할로원더밴드’를 결성하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프랑켄슈타인 과학자 ‘빅토리아’, 강시 소녀 ‘롱롱’, 늑대인간 ‘라이클’, 마을을 지키는 미라 ‘뭅미’, 그리고 사연 깊은 뱀파이어 ‘루카드’를 만나며 밴드를 결성하기 위한 좌충우돌 모험이 펼쳐진다. 이들의 독특한 성격과 케릭터간의 케미스트리는 게임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렸으며 게임의 분위기 또한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게임플레이 역시 훌륭하다. 단순히 노트를 맞추는 것을 넘어 박자에 맞춰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며, 이를 통해 게임의 몰입감을 한층 높인다. 인게임 컷씬과 게임플레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박자에 맞춰 플레이하면 려울과 롱롱이 박자에 맞춰 걷는 장면이나, 롱롱과 라이클이 무단침입을 시도하며 떨면서 살금살금 걷는 컷씬을 볼 수 있다. 이런 연출은 마치 게임을 넘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여기에 더해 등장하는 짜잔 이벤트는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며, ‘할로원더밴드’만의 독창성을 완성한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게임을 제작한 개발팀 화이트카이트의 규모다. 단 3명의 개발진이 이 놀라운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팀장은 물론, 아트 담당 1명, 사운드 담당 1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이었다. 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작화를 단 한 사람이 작업했고, 게임의 음악 역시 단 한 사람이 전담했다는 점이 그들의 실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과거 지스타에서 만난 의 브릿지뮤직과 <니엔텀>의 케세라게임즈는 최소 6~10명 규모의 탄탄한 팀 구성이었지만, 화이트카이트는 훨씬 적은 인원으로도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 주었다. 소규모 팀이 만든 게임이 이처럼 완성도가 높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술력을 넘어 개발진의 열정과 창의성을 증명하며, 당시 처음 느꼈던 젊은 인디 창작자의 에너지를 표방한 ‘버닝 비버(Burning Beaver)’와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리듬게임이었다.
그 성과는 곧바로 확인되었다. 할로윈더밴드 부스는 아크스타의 ‘ELLiA’와 함께 인기 부스의 상징인 ‘버슐랭가이드’ 마크를 받았고, 버닝비버 게임 시상식 ‘비버피쳐드 2024’에서는 리듬게임 부문 평가단 선정 ‘올해의 버닝비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BIC 2025 어워즈 일반 부문에서 ‘EXCELLENCE IN AUDIO’와 ‘EXCELLENCE IN CASUAL’ 부문에 모두 수상하며 BIC에 참여한 인디 리듬게임들중 유일하게 최초로 2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특히 EXCELLENCE IN AUDIO 부문에서는 현재 제3지대 리듬게임 흥행작으로 꼽히는 ‘플라티나 랩(PLATiNA :: LAB)’을 제치고 수상해 확실한 완성도와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