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물어본다. “도대체 제3지대 리듬게임이 뭐냐? 너가 제멋대로 막 정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물어보는 일이 많아졌다.
우선 먼저 제3지대의 용어 뜻부터 이야기하자면, 정치 용어에서 비롯된 ‘제3지대’는 기존의 주요 정당이나 정치 세력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세력이나 공간을 의미하며, 이는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서 기존의 진영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형성된 중도적, 독립적 정치 세력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되고, 특정 이념이나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한 정책을 내세우며, 대안적인 정치적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리듬게임으로 대입하면, 스팀 리듬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주요 정당’ 포지션에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와 이지투온 리부트: R이 있으며 그 이후에 나타난 리듬게임들을 ‘제3지대 리듬게임’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정 이념이나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한 정책을 내세우며 대안적인 정치적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제3지대 정당처럼, 대형 게임사들이 주도하는 장르나 스타일과는 다른 독특한 게임을 만들거나, 메이저 트렌드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며,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이 다루지 않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거나, 기존의 주류 게임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리듬게이머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제3지대 리듬게임의 정의이자 특징이다.
이번 2024년은 제3지대의 ‘맏누나’인 식스타 게이트부터 시작해, 곧 얼리엑세스 및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제3지대 기대작까지 나오게 되어 2025년 한국 리듬게임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제3지대 리듬게임의 활약이 떠오른 한 해가 되었다. 과연 이미 나온 제3지대 리듬게임들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리고 이후에 나올 기대작들은 과연 어떤 기대치를 가지며 우리를 반길지, 이번 마지막 3탄에서는 제3지대 리듬게임들의 ‘춘추전국대전’를 돌아보고자 한다.
리듬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제3지대 리듬게임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총 105명 중 제3지대 리듬게임을 하나라도 플레이해본 사람이 104명, 현재도 하나 이상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이 97명에 달하며, 이 장르에 대한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게임의 메인 콘텐츠를 어느 정도 경험했다고 볼 수 있는 ‘5시간 이상 플레이’ 데이터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2024년 10월 기준, 이미 출시된 제3지대 리듬게임 중에서 스타라이크 사의 ‘식스타 게이트: 스타트레일’이 83표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으며 이는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견고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뒤를 이어 케세라 게임즈의 ‘칼파: 코스믹 심포니’가 66표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특히, 칼파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신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결과는 제3지대 리듬게임이 여전히 리듬게임 커뮤니티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장르의 다양성과 신규 진입 게임의 잠재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음을 의미했다.
세번째는 이미 출시된 제3지대 리듬게임인 식스타게이트, VVAV ONE의 2024년 성적표이다. 식스타 게이트의 경우 총점 만점인 5점에서 3.4점이라는, 나름 중박을 친 성과를 거두었다. 한줄평은 “선곡도 충분하고 게임 완성도도 높다” “장점: 플래이가 신박함, 단점: 너무 많은걸할려고함“, “재미있는 컨텐츠 / 너무 긴 업데이트 주기“, “아쉬운 소통, 초반 출시엔 좋았으나 무리한 ip확대로 관리가 미흡하여 실망이 컸음” “전반기 없데이트 기간이 너무 컸다..” 등등 다양한 평가가 나뉘었다.평가와 한줄평에서 볼 수 있듯이 식스타게이트는 너무 많은 것을 할려는 나머지 IP 관리 및 소통에 큰 실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원래 4월에 냈어야 할 UNITED NETWALK DLC가 발매 전날 갑자기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식스타 게이트는 디맥의 DJMAX MIRACLE과 2.0 업데이트, 이지투온의 하드코어 타노시 뮤직팩이 나올 동안 신규 업데이트가 없는 최악의 상반기를 보내게 되었다. 그마저도 무리한 IP 확장의 정점인 ‘식스타 게이트: 인터스텔라 트레블’은 공개 당시 세가의 리듬게임 ‘온게키’의 표절작이라는 의혹을 받았고, 거센 비난 끝에 프로젝트 자체가 폐기되고 이후 제작진도 흑역사화 하는 등 혹평이란 혹평은 다 들었다. 그 밖에도 동인 행사인 ‘일러스타 패스’가 꾸준히 성황하면서 ‘일러스타 패스에만 신경쓰고 식스타는 유기되었는가?’에 대한 불만사항도 쌓이고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2.0 업데이트라고 볼 수 있는 리팩토링 업데이트와 더불어, 12월 말 정식 출시 이후 스토리 모드 수록과 무료 수록곡 14곡을 추가 예고하면서 제3지대 리듬게임의 ‘맏누나’ 자리를 다시 되찾고 있다. 또한 일러스타 패스를 통한 외연 확장이 다양한 IP 수렴과 개발 규모 확대라는, 결과적으로 게임의 새로운 방향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나올 예정인 칼파 코스믹 심포니와 플라티나 랩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위상을 다시 회복하려는 모습이 기대되고 있다. 한줄평에도 나와 있듯이 올해 실책을 교훈 삼아 앞으로 더 나은 행보를 보여줄 식스타 게이트의 미래에 기대를 걸고 있는 유저들 역시 많은 만큼, 2025년 정식 출시 후의 식스타 게이트가 더욱 기대되는 덕목이다.
그와 반대로, 싱커식스의 VVAV ONE은 안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5점 만점의 평점에서 반타작도 못 건진 2.3점을 받았으며, 한줄평 역시 “악플보다 무서운건 무플 이라는게 뭔지를 보여준다” 등등 호평이 있는 식스타 게이트에 비해 참혹한 혹평만이 남겨져 있다.VVAV ONE은 디제이맥스와 사이터스 등에서 활약한 M2U와 Gentle Stick이 직접 개발에 참여하며 주목받았으며 특히 99인 멀티플레이 매치라는 참신한 플레이 방식을 제시했으나, 유저 수 부족으로 인해 99명 중 대부분이 봇으로 채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매치 인원을 9명으로 축소했지만, 그마저도 참여율이 저조했고, 티어 등반이 어려운 서바이벌 모드는 유저들에게 큰 불만을 샀다. 시즌 패스 설계 실패 역시 정교하게 기획된 콘텐츠가 출시 후 일주일 만에 대부분 통상 해금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시즌 패스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큰 문제는 개발자와의 소통 부재였다. 식스타 게이트가 공식 디스코드를 통해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 것과 달리, VVAV ONE은 공식 디스코드조차 존재하지 않으며, 개발자와의 소통 정황이 전무한 상태다. 이는 버그 수정이나 로드맵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유저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8월 이후 업데이트가 중단된 점은 게임 개발에 대한 의욕이 더 이상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며 유저들의 실망감을 더했다.
결국 2024년 등장한 제3지대 리듬게임 중에서 유일하게 ‘실패작’이라는 성적표를 받으며 쓸쓸히 스팀 리듬게임 시장에서 물러가게 되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M2U와 Gentle Stick의 행적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Planetboom이 비트크래프트 시리즈의 실패 이후 작곡가로서 다시 열심히 활동하는 것에 비하면 실로 후안무치한 태도라 볼 수 있다.
다음 4번째는 2025년에 나올 제3지대 기대작에 대한 기대치다. 먼저 현재 얼리엑세스로 출시한 케세라 게임즈의 칼파: 코스믹 심포니의 경우, 기대치 5점 만점에서 4점이라는 높은 기대치를 받았다. 한줄평 역시 “칼파가 pc로 넘어온점에 대해 너무 만족했다“, “맛집 직영 2호점 개점 경축“이라는 호평이 주를 이루었다.칼파 코스믹 심포니는 기존 모바일 리듬게임 KALPA를 기반으로 제작된 정통 5키 리듬게임으로, 단순 이식작이 아닌 PC 환경에 최적화된 작품으로 선보였다. 원작에서 보여준 고난이도 채보를 그대로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PC판에서도 이를 유지하며 하드코어 리듬게이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한, PC판의 향상된 사양 덕분에 스토리 모드의 연출 퀄리티가 대폭 상승하며 “연출 맛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는 기존 모바일 리듬게임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세밀한 그래픽과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유저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칼파 코스믹 심포니는 기존 KALPA 팬들에게는 익숙함을, 새로운 유저들에게는 PC 리듬게임의 정수를 보여주며 리듬게임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2025년 정식 출시 이후, 현재 같이 준비중인 ‘니엔텀 오푸스 제로’와 같이 케세라 게임즈가 제3지대 리듬게임의 또 다른 대표 개발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마지막으로는 하이앤드 게임즈의 플라티나 랩이다. 플라티나 랩은 아직 얼리엑세스가 시작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5점 만점의 4.3점이라는 최고치를 달성했으며, 한줄평 역시 “앞으로 나올 리듬게임에 꿇리지 않을가같음“,”악곡 들여오는 게 bms와 비슷해 새로우면서도 4+, 6+ 패턴이 재밌어보여 기대됩니다.” 등등 호평이 벌써부터 주를 이루고 있다.이는 개발진의 참여로부터 드러나는데, 하이엔드 게임즈의 대표인 revol21c(본명 김태준)가 바로 정통 리듬게임의 한 축인 DJMAX RESPECT V의 제작팀 로키 스튜디오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경력있는 리듬게임 개발부터 시작해 실력이 충분히 검증된 만큼, 리듬게임에서 게이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꽤뚫고 보고 있는 점이 악곡 수록과 시스템(특히 ‘세션’ 시스템)에서 잘 드러나 있으며, 서브컬처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과 상호작용 시스템을 통해 기존 리듬게임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뒤이어 역시 DJMAX 시리즈 출신이자 네오위즈 사내 사운드팀인 Studio LAY-BACK 출신인 Mayo(前 jam-jam)가 해당 게임의 사운드 디렉터로 들어가게 되면서 기대가 더욱 쌓이고 있다.
이 결과에 걸맞게 제3지대 리듬게임의 2025년 기대작으로 플라티나 랩이 78표로 압도적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이는 2위를 기록한 칼파 코스믹 심포니(17표)의 약 4.6배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 밖에도 제3지대 리듬게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플레이 스타일 : 46(44%) – 악곡 : 46(44%)로 나뉘게 되었다.
연말정산을 마무리하면서 – 2025년이 더욱 기대된다
이렇게 2024년의 마지막 돌아보기 시리즈이자 12월호인 ‘K-리듬게임 연말정산’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2024년을 되돌아보며 진행한 ‘K-리듬게임 연말정산’은 리듬게임 팬들에게 특별한 한 해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디제이맥스, 이지투온, 식스타 게이트와 같은 기존 강자들의 여정부터, 칼파: 코스믹 심포니와 플라티나 랩 같은 신작에 대한 기대감까지, 리듬게임 시장은 올해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가득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리듬게임 시장은 다양한 변화와 도전을 겪으며 저마다의 길을 걸어왔다. 식스타 게이트는 실책을 딛고 재정비에 성공하며 다시 한번 맏누나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칼파: 코스믹 심포니는 PC 리듬게임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물론 VVAV ONE과 같은 아쉬운 사례도 있었지만, 플라티나 랩과 같은 새로운 기대작들이 등장하며 리듬게임 커뮤니티는 또 한 번 활기를 찾고 있다.
앞으로의 2025년은 어떻게 될까. 2025년은 디제이맥스가 정식으로 20주년을 맞이하는 해가 될것이고, 이지투온은 2.0 업데이트와 더불어 남아있는 나이트 트래블러로 레거시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아 앞으로 이 두 전통 강호에겐 신곡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우리에겐 행복한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식스타 게이트는 처음 정식출시를 맞이하면서 본격적인 스팀 리듬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며, 다양한 제3지대 리듬게임 역시 얼리 엑세스 및 정식 출시가 시작될 것이다. 물론 펌프 잇 업의 갑작스런 스팀판 출시가 예고되는 등 또다른 신작의 서프라이즈 또한 우리를 반길 것이다.
이렇듯 다가오는 2025년은 더욱 다채로운 리듬게임이 유저들의 손끝을 설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시도가 꽃피우고, 제3지대 리듬게임이 확고히 자리 잡으며, 국내외 리듬게임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띠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돌아보기 시리즈”와 함께한 모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2025년에도 더욱 풍성하고 즐거운 리듬게임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 다가올 을사년, 뱀의 해.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이번 돌아보기 시리즈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