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반대 속에 강행한 윤석열 정권의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교육당국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개학 이후 한 달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약 56억 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 맞춤형 학습 도구’라는 명분 아래 밀어붙인 AIDT가 활용은커녕 혈세만 축냈다는 비판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국회의원(교육위원회)이 17개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도 수업을 위해 초등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수학·영어·정보 과목에 신청된 AIDT 계정 수는 총 117만 1,882개이며, 이에 따른 예상 구독료는 약 640억 4,950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AI디지털교과서 로그인을 위한 디지털원패스 가입률은 ▲대구(95.1%)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입률이 절반에 그치면서 AIDT 교과서를 수업에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대구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약 56억 4,614만 원에 달하는 한 달 치 구독료,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AIDT 사용을 위해선 교육디지털원패스 가입이 필수지만, 3월 31일 기준 학생들의 원패스 가입률은 59.9%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을 비롯한 도심 지역의 원패스 가입률은 모두 평균 이하였으며, ▲충남(42.5%), ▲서울(46%), ▲전남(47.4%), ▲부산과 전북(49.7%), ▲경기(52.1%). ▲제주(52.5%), ▲대전(55.8%), ▲충북(56.1%) 등 9개 지역이 평균 미달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을호 의원은 “AIDT가 윤석열 정권의 혈세 낭비와 행정 실패의 상징이 되고 있다”며 “현장 준비도 없이 도입을 강행함으로써 국민 혈세 56억 원이 단 한 달 만에 사라진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2026학년에도 학부모와 학생의 동의 없이 또다시 밀어붙여진다면, 더 큰 예산 낭비는 불 보듯 뻔하다”며 “AI디지털교과서의 전면 도입은 즉각 중단하고,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당국은 저조한 가입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법정 대리인의 인증이 어려운 학생에 한하여 교사가 직접 이메일 인증 없이 가입시키는 ‘대리 가입’제도를 도입하면서까지 가입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대리 가입이라는 허울은 사실상 AIDT 활용을 위해 무조건적인 동의를 받아내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저조한 가입률은 단순한 수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들이 끝까지 AIDT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여전히 수치 끌어올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2월 교육부가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서도 우려가 확인됐다. 해당 조사에서 AIDT 관련 9개 문항 중 8개 항목에서 ‘반대’의견이 ‘찬성’보다 높게 나타나, AIDT 도입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뚜렷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