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우왁굳과 그의 팬덤 ‘왁타버스’에 대한 세 번째 칼럼을 쓰고 있다. 본래 리듬게임 전문을 자처하던 필자가 어쩌다 이 격랑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는가. 모든 것의 시작은 지난 6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에 이세계아이돌의 곡 ‘KIDDING’ 이 수록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필자는 단순 팬덤 간의 소모적인 분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세계아이돌의 수장인 스트리머 우왁굳의 디제이맥스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그의 팬덤이 보인 조직적인 폄훼 행태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왁타버스 기반의 팬 리듬게임, ‘왁제이맥스’가 있었다. 한때 디제이맥스의 팬 게임을 자처하며 시작되었던 프로젝트가 원작의 등 뒤에 칼을 꽂는 행위로 변질된 순간이 드러나게 되었고, ‘상생을 기대했으나 돌아온 건 퍽치기’라는 지난 6월 돌아보기에 남긴 소제목은 이 허탈함과 배신감의 다른 이름이었다.
왁제이맥스 600곡의 진실은 담은 ‘K리겜 탐구생활 2편’이 세상에 나온 뒤, 디시인사이드의 친 이세계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필자의 과거 행적을 겨냥한 저격 글이 올라왔다. 그들은 “저런 애가 뭐하면 확 바뀜?”이라며, 과거의 기록을 근거로 필자를 ‘커뮤니티에 절여진 위선자’로 몰아세웠다. 일부는 아예 허위기사로 신고하기도 하는 상황도 보게 되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왁제이맥스의 행태와 우왁굳의 발언을 정면으로 다루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던 ‘6월 리듬게임 돌아보기’에는 침묵하다가, 조회수가 6분의 1에 불과한 후속편 ‘K리겜 탐구생활 2편’에 와서야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두 글의 유일한 차이가 서문의 형식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이 칼럼의 서문만을 읽고 ‘가짜 뉴스’라 예단한 뒤 공격의 버튼을 누른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과연 그들은 글의 본론에 담긴 리듬게임 관계자들의 증언을 단 한 줄이라도 읽어보았을까.
물론 필자 역시 비판의 칼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알았으면 공범이고, 몰랐으면 무능이다’라는 격언처럼, 비록 기자로 활동하기 이전의 기록일지언정 그들의 과거 패악를 미처 제대로 알지 못했던 ‘무능’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비판의 잣대는 공평해야 하는 법. 그들이 필자를 공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췌한 ‘2023년 1월 17일’의 기록이 있다면, 그들이 애써 외면한 ‘2023년 9월 23일’의 기록 또한 존재한다.
과거의 일부만을 선택해 현재를 재단하는 것은 비판이 아닌 왜곡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논리를 스스로에게 적용한다면, 그들은 진실을 알면서도 눈감았으니 ‘공범’의 작태를 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왁제이맥스 연대기 그 마지막 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필자의 ‘무능’을 통렬히 반성함과 동시에, 그들이 보고도 못 본 척했던 ‘날짜’의 의미를 파고들어 이 길고 긴 논쟁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2023년 1월 17일 – WJMAX와 반사이익 : 그들은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그들이 필자를 공격하기 위해 낙인처럼 찍어 내세운 기준은 2023년 1월 17일이었다. 필자가 기자로 활동하기 이전, 개인의 신분으로 남겼던 한 문장이 그 근거였다.
“한 중견회사가 만든 리듬게임이 유저 팬게임보다 못하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지금은 부패의 온상이 되어버린 대상을 향한 과거의 찬사를 마주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능을 직시하는 것만 같아 낯을 쉽게 들 수 없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기록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날 리듬게임 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만약 그들이 리듬게이머라는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2023년 1월 17일이라는 날짜가 가진 무게를 결코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니, 그날은 바로 ‘벨로프’가 야심 차게 출시한 ‘오투잼 온라인’의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투잼 온라인은 재난 블록버스터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 혼돈에 가까운 리듬게임이었다. 왕년의 명성에 기댄 채 출시된 게임은 처참한 완성도와 수많은 기술적 결함, 모바일 버전을 열화 포팅한 조악한 인터페이스와 그리고 절대 벌어져선 안되는 ‘월 48만원 일정액 사건’까지, 유저들의 추억에 대한 배신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당시 리듬게임 커뮤니티는 단순한 실망을 넘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IP에 대한 능멸이자 유저들에 대한 기만이었다. 당시 리듬게임 커뮤니티는 장르를 넘어, 심지어 리듬게이머들에게 적대적 인식이었던 ‘osu!’ 유저들도 이때만큼은 한마음으로 경악과 분노, 그리고 차가운 조롱으로 들끓었다. 정식으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중견 게임사의 결과물이 이토록 처참한 상황에서, 출시 3일 전에 나와 각광받기 시작한, 팬심으로 빚어낸 ‘왁제이맥스’의 완성도는 상대적으로 더욱 빛나 보일 수밖에 없었다.
상업의 세계가 이토록 처참한 민낯을 드러낸 바로 그 순간 팬심으로 빚어진 ‘왁제이맥스’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더욱 선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왁제이맥스는 안정적으로 구동되었고, 그 안에는 당시 디제이맥스를 존중하는 제작자의 에티튜드와 애정, 그리고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처럼 보였다. 필자의 과거 발언은 바로 이러한 극명한 대비가 낳은 ‘반사이익’의 맥락 속에서 터져 나온, 한탄에 가까운 물음이었다. 프로를 자처하는 이들의 무능과 나태함에 대한 비판이자, 아마추어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상대적 고평가였던 것이다. 정작 그들은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자신들을 향한 찬사가 온전히 스스로의 역량과 가치 덕분이 아니라, 타사의 끔찍한 실패가 안겨준 ‘반사이익’에 크게 기인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러한 ‘반사이익’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의 선례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리듬게임 씬 안에 존재했다. 과거 ‘디제이맥스 한정판 키보드 사태’로 유저들의 불만이 폭주했을 당시, 경쟁작이던 ‘이지투온 리부트: R’은 의도치 않은 수혜를 입었다. 당시 ‘프레스티지 패스’라는 신곡 콘텐츠 팩을 공개한 이지투온으로 시선이 쏠렸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지투온의 FOX-B 디렉터는 이러한 상황을 결코 반기지 않았다. 그는 공공연하게 이러한 반사이익을 원치 않음을 밝혔으며, 더 나아가 디제이맥스의 제작진과 작곡가를 향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유저들에게 직접 당부하기까지 했다. 동업자 정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엿보이는, 진정한 프로의 품격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왁제이맥스와 침팬치, 그리고 이파리들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타인의 실패가 만들어준 옥좌에 앉아 그 덧없는 영광에 도취된 나머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성찰의 계기를 걷어차 버렸다. 그 찬사는 스스로를 무결점의 존재로 착각하게 하는 마약이었고 급기야 자신들의 뿌리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던 원작을 향해서까지 칼날을 겨누게 하는 오만의 씨앗을 품은, 달콤한 겉모습 뒤에 맹독이 숨어있는 성배였다. 이 모든 비극의 서막은, 어쩌면 바로 그날 열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2023년 9월 23일 – 그들은 왜 이 날짜를 이 악물고 피했는가
필자의 ‘내로남불’을 입증하기 위해, 그들은 2023년 1월 17일의 기록을 꺼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계정에서 그 기록을 발췌했다면, 불과 몇 달 뒤인 2023년 9월 23일에 남겨진 또 다른 기록 역시 보지 못했을 리 없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외면한 그 기록은, 한 줄의 경고였다.
“제발 내 타임라인의 왁타버스를 즐기는 분들도 이를 회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장은 좋겠지만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칠하게 될 것이다.”
이 한 문장이야말로, 그들이 씌운 내로남불을 정면으로 깨부수는 증거다. 이는 단순한 충고를 넘어, 맹목적인 팬심이 가져올 파국에 대한 예견이었다. 필자는 이미 그들의 행태가 스스로의 명성에 흠집을 낼 것임을 경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이 기록의 존재를 알면서도 묵살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비판이 아닌 명백한 ‘왜곡’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애써 눈감은 2023년 9월 23일, 필자로 하여금 이러한 쓴소리를 남기게 했던 그날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이 애써 눈감은 2023년 9월 23일, 필자로 하여금 경고의 글을 남기게 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건의 중심에는 왁타버스의 ‘고정 멤버(고멤)’ 중 하나인 ‘하쿠0089’가 있었으며, 그의 정체성은 ‘마츠네 하쿠’라는 캐릭터의 본명과 컬러링을 볼 때 일본의 버추얼 싱어 ‘하츠네 미쿠’에 대한 노골적인 모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는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원작 IP에 무임승차한 상업 활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위태로운 줄타기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뇌관은 그가 팬덤의 성역(聖域)과도 같은 곡, ‘ODDS & ENDS’를 커버하며 터졌다. 원곡이 담고 있는 고유의 서사와 메시지를 자신들의 세계관으로 덮어씌운 행위는, 타인의 추도사를 자신의 자서전으로 둔갑시키는 것과 같은 몰상식한 행위였다. 설상가상으로, 영상에 사용된 모션 데이터가 세가의 대표 보컬로이드 리듬게임인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에서 무단 추출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는 원본 문화에 대한 존중의 결여를 넘어, 타인의 저작권을 짓밟는 오만함의 발로였다. 결국 하쿠 본인의 세 차례 사과와 캐릭터 폐기 및 환생이라는 결말을 맞았지만, 이 사건은 왁타버스라는 거대 팬덤이 가진 위험한 민낯, 즉 원본 문화에 대한 존중의 결여와 저작권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 상징적 사례로 남게 되었다.
출처=왁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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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기까지만 보면 논란의 무게를 인지하고 어떻게든 수습하려 노력한 것에 당사자와 그 책임자에게 크게 나무랄 것은 없으며 어느 정도 참작할 여지 또한 존재한다. 오히려 갑작스레 등장한 훌리건들의 참전으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문제의 발단이 된 ‘ODDS & ENDS’ 커버 영상을 중심으로, 원작인 보컬로이드 문화 자체를 향한 조롱과 멸시가 각종 커뮤니티에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 “원곡도 들어봤는데 대가리가 깨져서 커버가 더 좋다”, “보컬로이드 특유의 기계음이 거북하니 커버가 더 좋다”는 식의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는 단순히 취향의 차원을 넘어, 해당 곡과 장르가 가진 역사와 의미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폭력적인 언사였다. 이처럼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내부 팬덤의 태도였다. 심지어 팬덤 내에서는 영상 총괄 책임자의 사과문에서조차 모션 불법 추출을 비판한 보컬로이드 팬덤들을 ‘꼴값 떤다’며 분탕으로 매도했으며 이 엄중한 상황에 ‘커버 음원만이라도 다시 올려달라’는, 사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철없는 요구까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 모든 혼돈의 정점에는, 총괄 제작자이자 이 거대 팬덤의 수장인 우왁굳의 침묵이 있었다. 그는 이 사태에 대해 일말의 책임 있는 자세도 보이지 않고 철저한 무시로 일관했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논란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지우는 ‘꼬리 자르기’에만 집중된 것처럼 보였다. 결국 책임져야 할 리더는 침묵하고, 방치된 팬덤은 폭주했다.
이러한 행태는 최근 벌어진 디제이맥스 KIDDING 사태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특정 장르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원작과 그 팬덤을 폄훼하는 모습은 최근의 사건과 매우 똑같은 모습을 고 있다. 하지만 ODDS & ENDS 사태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측면을 내포하는데, 단순히 취향의 충돌이 아니라 저작권이 존재하는 상용 게임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도용한 명백한 불법 행위에서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전부터 해당 팬덤이 보컬로이드 문화를 비하하고 조롱하면서도 정작 그 문화의 상징인 ‘하츠네 미쿠’의 패러디 캐릭터로 공공히 활동해 온 이중적인 행태가 문제의 근원이었다. 사건 이후에도 그들의 위선은 여전히 원작 영상에 몰려들어 소란을 피우고, 다른 기념비적인 곡을 커버해 불법으로 배포하거나 유명한 보컬로이드 곡의 코드와 멜로디를 유사하게 만든 표절곡을 오리지널 곡으로 위장하는 등의 행위를 계속했다. 이 사건에서 그들은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존중 없는 약탈과 이중성이 계속 이어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필자는 왁제이맥스를 통해 왁타버스 문화의 긍정적 측면을 보고 있었기에, ODDS & ENDS 사태가 안긴 충격은 더욱 컸다. 필자는 이 위험성을 깨닫고 자성과 성찰의 필요성을 피력했으나 그 이성적인 목소리는 그들이 스스로 지핀 맹목적인 패악의 불꽃 앞에서 한 장의 종이처럼 무력하게 타들어 갈 뿐이었다. 같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동료가 남긴 한탄은 이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우왁굳이) 방송을 켰는데도 아무 언급이 없는 걸 보니, 그냥 뭉개고 넘어갈 생각인가 보다.” 절망적인 예감에 필자는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시한폭탄의 스위치는 이제 막 켜졌다고 봐야한다.”그리고 그 시한폭탄 – 2023년 9월에 점화된 시한폭탄은 약 2년의 세월을 달려 2025년 6월, 디제이맥스 KIDDING 사태에서 마침내 터져버렸다. 그것도 단순한 폭발이 아니라 하나의 씬을 뒤흔드는, 그리고 또 하나의 씬 전체를 궤멸시킨, 거대한 핵폭발의 형태로 말이다.
공과상반 (功過相半) : 좋은 건 좋은 것이되, 잘못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
사람의 과오를 마주 보기 결코 쉽지 않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팬덤의 순수한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라 믿었던 ‘왁제이맥스’를 보며, 그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과거의 기록은 스스로의 ‘무능’을 고백하는 일과 다름없기에 낯이 뜨겁다. 하지만 그 빛에 눈이 멀어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지 못했던 과거를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이 길고 긴 논쟁의 마침표를 찍는 첫걸음일 것이다.
필자를 ‘내로남불’이라 공격하기 위해 그들이 꺼내 든 2023년 1월 17일의 기록은, 사실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증거였다. 타사의 처참한 실패가 안겨준 ‘반사이익’이라는 덧없는 옥좌에 앉아, 그것이 온전히 자신들의 역량이라 착각한 순간부터 오만의 씨앗은 싹트고 있었다. 리듬게임 씬의 다른 개발자가 보여준, 경쟁자의 위기를 안타까워하며 상생을 도모했던 성숙한 선례와는 정반대의 길이었다.
그 오만함이 한번 곪아 터진 것이 바로 2023년 9월 23일의 ODDS & ENDS 사태였다. 필자가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칠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던 그날, 그들은 타인의 문화를 멸시하면서 그 상징을 훔쳐 이익을 취했고, 심지어 상용 게임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명백한 범법 행위마저 서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원본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채, 자신들의 즐거움만을 위해 타인의 창작물을 약탈해도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이 팬덤 깊숙이 뿌리내렸음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였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책임져야 할 리더는 침묵으로 사태를 방관하며 ‘꼬리 자르기’에 급급함과, 방치된 팬덤은 비판의 목소리를 ‘분탕’으로 매도하거나, 팬카페의 ‘토론 금지’라는 규칙으로 묵살시키며 원작 팬덤에 2차 가해를 가한 그 이후의 전개였다. 결국 성찰과 자정의 기회는 그들 스스로 걷어차 버렸고, 그렇게 켜진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더욱 빨리 돌아갈지언정, 결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6월의 디제이맥스 KIDDING 수록 사태는 예고된 참사였다. 약 2년 전의 사건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아니 오히려 모든 문제점이 응축되며 동시에 융합해 나온 거대한 핵폭발이었다. 좋은 것은 한없이 찬양하되, 자신들의 잘못과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팬덤, 그리고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 책임감을 방기한 리더가 만들어낸 필연적 귀결이다. 성찰 없는 열정이 얼마나 공허하고 파괴적인지를, 끝없이 청구되는 청구서와 함께 온 세상에 증명하고 말았다. 장르의 각성이 아닌, 장르의 도태를 선택한 그들의 어리석은 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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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필자의 과거 왁제이맥스 옹호를 근거로 ‘디맥 팬덤 정말 관리 안 된다’며 팬덤 전체의 경직성을 비판하곤 했다. 그러나 2019년 12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의 얼리 엑세스부터 함께해 온 필자서는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비하다. 여러 번의 시리즈 중단을 딛고 간신히 돌아온 PC 타이틀인 리스펙트 V는 팬덤에게 있어 그저 즐기는 게임을 넘어 지켜내야 할 존재였기에 무조건적인 찬양 대신, ‘다시는 이 시리즈를 잃을 수 없다’는 절박한 각성을 품게 되었고 그 각성은 건강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는 한정판 키보드 이슈, 이지투온 DLC의 초기 선곡 논란, 비리듬게임 IP 선정 문제 등 수많은 논란 및 사건사고를 겪었다. 하지만 팬덤은 이를 감추거나 옹호하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제작진 역시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개선의 의지를 보였고, 그 결과 하이츠스토어와 협업하며 굿즈의 품질은 비약적으로 상승, 이지투온 DLC는 추가곡 업데이트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으며, 마침내 디맥 최초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블루 아카이브 DLC’라는 성공 신화를 썼고, 온게키와 아르케아 등 기대받는 콜라보레이션으로 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모두가 과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성찰했기에 게임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빛나는 성장의 상징이 바로 ‘스팀 대표 건반 리듬게임’이라는 상패와 ‘총 600만 다운로드 돌파’라는 트로피다.
필자 역시 이 모든 과오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그렇기에 부끄럽지 않으며, 이것이야말로 이 기록을 단순 ‘K-리겜알리미’라는 필명이 아닌 필자의 본명으로 세상에 내놓는 이유다. 훗날 이 글이 다시 나를 향한 공격의 빌미가 된다 해도 좋다. 나는 기꺼이 그것을 감당하고 인정할 것이다. 이제, 이 글을 읽고 또다시 박제를 준비할 그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과오를 직시할 용기가 있는가?
WJMAX 연대기를 마무리하면서 – ‘올바름’을 향하는 그들을 위해
이렇게 6월 돌아보기, K리겜 탐구생활,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왁제이맥스 연대기’ 3부작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디제이맥스와 왁타버스 – 이번 사태를 같이 비판하기 위해 시작했던 여정은 어느덧 왁타버스라는 거대 팬덤의 실체를 고발하는 기록이 되어버렸다. 특정 대상을 겨냥한 폭로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이 3부작을 써 내려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문득, 3부작을 집필하며 ‘역린(逆鱗)’이라는 단어의 본뜻을 다시금 곱씹게 되었다. 역린은 원래 상대방의 약점이 아니라 상대방의 성질을 긁는 지점을 의미하며, 역린을 건드린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의 약점을 찔린 것이 아닌, 그 존재의 근간을 뒤흔들어 이성을 마비시킬 만큼 상대방을 분노케 한다는 의미였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고, 그 의미를 생각해보니 그렇게 지난 시간 동안 그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의 역린을 무심코 건드려왔을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직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왁제이맥스 저작권료 징수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왁제이맥스를 비롯한 게임물을 제외하고도 각종 음악은 물론, 사업체 및 관공서 로고의 무단 사용 적발 등 그들의 저작권 침해는 계속 파묘되고 있으며, 이제는 경찰청을 비롯한 공권력의 조사가 시작된 만큼 더 이상 그들이 숨을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지만, 언젠가 명확한 결과가 나오는 날 이 연대기는 짧은 쿠키 영상처럼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왁타버스 연대기를 관통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왁타버스의 실태를 용기 있게 증언한 피해 작업자들, 그리고 그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애쓰는 기자들이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사태가 잊혀지기를 원하는 누군가들에 의해 조직적인 사이버 불링과 인신공격을 당하며 위태롭게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 거대한 과오와 잘못됨에 묵묵히 맞서 싸우고 있다. 이 썩어빠진 토양을 걷어내고 다시금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그들의 의지 – 그들의 외롭고도 용기 있는 싸움에 미약한 프리랜서 기자의 신분으로서 깊은 경의와 존경을 표한다.
기자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복 받으십시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모든 일은 옳음으로 돌아가는 법이죠
잘 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ㅣ
다시 한 번더 읽어보니 글이 예술이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