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리듬게임 연말정산 제1-1탄]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의 2025년 되돌아보기 : DJMAX MIRACLE 2025
2025년 을사년, 이른바 ‘푸른 뱀의 해’가 물러나고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가 들어선 지도 벌써 1주일. 해가 바뀌는 이 시기만 되면 사람은 어김없이 뒤를 돌아본다.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무엇을 놓쳤는지. 개인이 그렇다면 산업은 더더욱 그렇다. 게임계 역시 한 해의 업데이트와 성과, 논란과 사건을 함께 묶어 기록하고 정리하는 순간을 필요로 한다. 잊히기 전에 남겨두어야 다음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5 리듬게임 연말정산>은 작년의 <2024 K-리듬게임 연말정산(2024 연말정산)>을 잇는 후속 기획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리듬게임 씬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순간들’이 우리에게 어떤 반성과 깨달음을 남겼는지 점검해 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설문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월 초까지 약 3~4주간 진행되었고, 총 326명이 참여했다.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판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
구성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말 그대로 ‘메이저’의 시간, 이제 건반 리듬게임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의 2025년을 되짚는다. 두 게임은 같은 장르를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팬덤을 쌓아왔고, 그렇기에 한 해의 변화가 더 선명하게 대비된다.
둘째는 이번 설문조사의 중심 주제이자, 가장 날카로운 질문인「리듬게임과 AI — 과연 선은 존재할까」이다. AI가 서브컬쳐의 영역을 흔드는 시대에, 인간이 만들어낸 장르 그 자체인 리듬게임은 이 흐름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편의’와 ‘윤리’, ‘효율’과 ‘정체성’ 사이에서 기준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누군가는 이미 결론을 내렸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논의가 멈추는 순간부터 산업은 더 빨리 낡는다. 무작정 반대와 찬성이 아닌, 많은 건설적인 의견들 사이에서의 토론을 함께 지켜볼 때이다.
셋째는 이른바 ‘제3지대’의 판도다. ‘제3지대 최강자전’이라는 이름 아래, 지난 2024 연말정산 결과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며 누가 올라섰고, 누가 버텼고, 누가 밀려났는지를 확인한다. 메이저가 기준선을 만들었다면, 제3지대는 장르의 저변을 확장함과 동시에 이번 2025년은 더 이상 제3지대가 아닌 ‘3강’으로 굳혀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서문이 길어졌다. 이번 설문의 첫 파트인, 2025년 한 해 동안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은 어떤 여정을 걸어왔을까? 그리고 그 여정은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자.

첫 번째 장을 여는 건, 역시 8월의 뜨거운 순간이었다. DJMAX MIRACLE 2025 만족도 조사가 이번 파트의 포문을 연 것이다. 총 1,100명 참여, 티켓 오픈 3분 만에 전량 매진. 단일 대한민국 리듬게임 행사로서 이 정도의 열기라면, 이제 ‘흥행’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을 생각하게 된다.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올해의 미라클은 2025년을 과연 얼마나 ‘끝내주게’ 만들어냈을지.
참여 방식 비율을 먼저 보면, 유튜브 스트리밍이 62표(4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장 참여 역시 35표(28%)로 뒤를 이으며, ‘직접 보러 가는 사람’의 규모 또한 결코 작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핵심인 행사 만족도. 결과는 사실상 만족 116표, 만족도 99%. 지난 2024 연말정산에 이어 2년 연속 99%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가 의미하는 건 단순히 “좋았다”가 아니다. 적어도 이 행사에서만큼은, 디제이맥스가 팬들이 기대하는 경험의 기준선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또 그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실행’했다는 뜻이다.
이번 MIRACLE 2025에서 “가장 만족한 아티스트” 항목은 흥미롭게도, 한 사람에게만 쏠리기보다 ‘양일 만족’이라는 형태로 먼저 드러났다. 1일차와 2일차 모두 마음에 든 아티스트를 꼽은 응답이 58표(21%), 43표(16%)로 각각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그럼에도 ‘개별 아티스트’로 좁혀보면 승부는 분명했다. 1일차 1위는 TAK(48표), 2일차 1위는 BEXTER(27표). 모든 아티스트가 눈에 띄는 무대를 선보였지만 무대를 장악하는 퍼포먼스의 TAK, 그리고 디제이맥스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BEXTER 프로듀서가 올해의 미라클을 장식해낸 것이다. 2024년에 열린 MIRACLE : DRIVE에도 같은 구도가 반복됐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것은 일회성이 아닌 굳혀진, 독보적인 존재감에 가깝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자연스럽게 다음 기대를 만든다. 두 사람 모두 2024 연말정산에서도 각자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니, 2026년 MIRACLE에서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다음은 굿즈다. 흥행의 열기와 별개로, MIRACLE 2025의 굿즈 수요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팝업과 예약판매를 합친 구매 경험이 45표(37%)에 그친 반면, 비구매가 74표(62%)로 크게 앞섰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팔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잘 팔린 품목은 명확했다. 이번 미라클의 테마인 컴필레이션 앨범 <64514> LP·CD가 54표로 최다 구매를 기록했고, 그 뒤를 티셔츠, 슬로건 수건, 유니폼 저지가 이으며 수요 상위권을 형성했다. 팬들은 결국 소장 가치가 확실한 것과 실사용이 가능한 것에 반응한다는 정직한 결과다.
가격 평가는 전반적으로 “적당하다”는 쪽이 많았지만, 걸리는 지점도 있다. 비싸다고 느낀 품목이 ‘의류’에 집중(20표, 74%)됐다는 점이다. 의류 굿즈는 특히 ‘굿즈’와 ‘제품’ 사이에서 평가받는만큼 앞으로의 가격 책정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2024 MIRACLE과 비교했을 때 올해는 어땠을까? 비교 설문에는 총 108명이 응답했고, 그중 만족 104명(만족도 96%)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수치만 놓고 봐도 “전반적으로 더 좋아졌다”는 평가가 우세했고, 실제로 참가자들이 꼽은 이유 역시 꽤 설득력이 있다.
호평의 중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미라클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셋리스트. 둘째, 그 셋리스트를 단순히 ‘재생’이 아니라 ‘공연’으로 만들어낸 참여진의 퍼포먼스. 셋째, 굿즈 구성의 폭을 넓히고, 라이브 뷰잉이라는 새로운 관람 방식을 처음으로 시도했다는 점이다. 팬들이 원하는 건 결국 “한 번 더”가 아니라 “이번에는 더”인데, 이번엔 그 방향으로 한 발을 내디딘 셈이다.
다만 발전이 곧 완성은 아니며, 여전히 약점은 같은 자리에서 반복된다. 한여름의 찜통 더위 속에서, 지하 계단이라는 고열다습한 대기 공간, 인원 수용의 불편은 관람 경험의 바닥을 갉아먹는다. 게다가 새로 도입한 라이브 뷰잉 환경 역시 음향 문제와 마지막 파트 정전 사고 등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좋은 기획이라도, 체감 품질이 따라오지 못하면 ‘시도’는 ‘불만’으로 기억되었기 마련이었다.
그 여파는 솔직하게 드러난다. 향후 MIRACLE 참석 의사를 묻는 항목에서 작년 대비 7%p 하락(98% → 91%)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서 다음 미라클의 과제는 ‘더 화려해지는 것’보다, ‘덜 힘들어지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꽤나 더웠던 미라클이어서 그런지 공연 말미의 BEXTER 프로듀서는 ‘여름에 안 할게요!’라는 개그성 멘트를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어떤 계절에 미라클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한 설문 결과는 가을이 80표(68%)로 제일 많았고, 여름이 5표로 꼴찌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의 미라클은 로드맵상 4분기에 위치해 있기에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이할지, 아니면 2023년 팝업스토어의 엄동설한 – ‘아이스 에이지’를 재현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음 미라클에서 보고 싶은 아티스트에 대한 응답 역시 흥미롭게 나타났다. 5회 이상 언급된 아티스트를 살펴보면, 디제이맥스 진영에서는 리주(LeeZu), PahNic, ND Lee가, 그 외 아티스트로는 TAG가 주목받았다.
올해 미라클에서 유독 리주의 곡이 다수 플레이되며 그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O’men’과 ‘Checkmate’로 신생 최종보스 작곡가로 급부상한 PahNic과 더불어, 한국 리듬게임계에 이제는 제법 친숙한 이름이 된 TAG, 그리고 작년 NieN의 깜짝 등장에 이어 또 한 번의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ND Lee까지 – 검증된 실력파부터 떠오르는 신예까지 매우 다양하게 분포되었다.
다음 미라클, 즉 미라클 2026에 대한 유저들의 바람 역시 다채롭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의견은 단연 ‘팬사인회 공간 마련’이었다.
2025 미라클에서 팬미팅은 원더로크홀 공연장 인근, 신촌 CGV 뒷편인 숙박업체 밀집 지역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한밤중이라는 시간대와 맞물려 팬미팅 중 발생한 소음이 주변 민원으로 이어졌고, 결국 아쉽게도 조기 해산될 수밖에 없었다. “일정상 가능한 경우 아티스트분들의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코너가 따로 있으면 좋겠다”는 한 응답자의 의견은, 바로 이러한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팬사인회 공간 외에도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세트리스트의 새로움을 요구하는 목소리, 디맥 원로 아티스트들의 참전을 바라는 의견, 그리고 밴드셋과 같은 장르 다양화를 통해 공연의 스펙트럼을 넓혀달라는 요청까지. 유저들의 피드백은 단순한 불만이 아닌, 미라클이라는 행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애정 어린 제안으로서 2026년 미라클이 이러한 목소리들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다음은 내년과 그 다음의 미라클 – 2026 그 이후의 미라클의 무대를 묻는 설문조사의 결과이다. 설문 대상이 대상인 만큼 yes24 라이브홀, 블루스퀘어 등등 다양한 무대들이 물망에 올랐으며, 그 중 가장 많은 답변 – 5표 이상의 의견을 받은 곳은 고척 스카이돔과 인스파이어 아레나였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결과가 나온 이유가 디제이맥스의 브랜드가 더욱 인정받기 위한 팬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생각하지만, 냉정히 생각하자면 앞으로의 미라클의 성장에 있어 해당 무대는 도박수에 가까운 너무 이른 수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대한 분석은 다음 기사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