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리듬게임 연말정산 제2-2탄] 리듬게임과 AI는 과연 친해질 수 있을까?
2025년의 리듬게임 씬을 되돌아보는 <2025 리듬게임 연말정산>, 지난 2-1편에서는 AI 시대 전반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을 살펴보았다. 본래 리듬게임과 AI로 2편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AI 전반의 인식을 모두 다루려다 보니 이야기의 초점이 넓어져버린 나머지 분량조절 실패를 맞이해버렸기 때문에, 이번 2-2편에 다시 본래의 질문인 ‘리듬게임과 AI는 서로 친해질수 있을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보기로 한다.
가장 먼저 다룰 소재는 리듬게임의 핵심을 이루는 3대 분야(패턴–비주얼–음악)에 AI가 어디까지 들어와도 되는가에 대한 인식이다. 리듬게임의 기본 요소인 패턴(채보), 비주얼(자켓·BGA), 음악(작곡·편곡·보컬) 각각에 대해 AI 활용을 어떻게 보는지 물어본 결과, 응답은 비교적 명확한 우선순위를 드러냈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영역은 패턴이었다. 맵핑 검수와 난이도 책정처럼 ‘플레이 경험의 안전장치’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AI 활용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이 56명(37%)으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비주얼로, 자켓 일러스트와 영상(BGA) 영역에서의 AI 활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40명(26%)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음악적 요소—작곡·편곡·보컬—에 AI가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는 20명(13%)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리고 “아예 전부 쓰면 안 된다”는 입장도 26명(17%)에 달했다.
리듬게임에 있어 유저들이 AI를 가장 먼저 허용하는 곳은 ‘창작의 얼굴’이 아니라, 비교적 보조적·관리적 성격이 강한 영역이었다. 즉, AI를 대체가 아니라 검수·분석·정리 같은 역할로 들여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곡의 정체성과 감정을 결정하는, 특히 음악(특히 보컬)로 갈수록 심리적 저항이 커진다는 분석을 볼 수 있다. 기타 의견은 이 경향을 더 구체화한다. “플레이 데이터 분석을 통한 향후 로드맵 제시”, “프로그래밍”, “난이도 책정”처럼 더 세분화된 실무 영역에서 AI 활용을 긍정적으로 보는 목소리가 있었고, 동시에 “완전한 AI 작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이 최종 책임을 지는 보조 결과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처럼 3대 요소에 대한 ‘조건부 허용’ 기조는, 다음 설문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만약 음악·그림 및 영상(BGA)·채보까지 전부 100% AI로 제작했고, 그 대신 가격이 매우 저렴하거나 무료인 리듬게임이 출시된다면 플레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중립(18%)을 제외한 응답은 반대가 66%, 찬성이 16%로, 무려 50%p 이상의 차이를 보여 극단적으로 갈렸다. 즉 유저들은 “AI가 일부 보조로 들어오는 것”에는 비교적 관대할 수 있어도, 리듬게임을 구성하는 핵심 3요소를 통째로 AI에 맡긴 ‘완전 AI 게임’에 대해서는 가격 메리트가 붙더라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저렴함이나 무료라는 조건보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가 더 큰 판단 기준으로 작동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3대 요소에 대한 세부적인 접근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가장 먼저 ‘노래’에 대해 말하자면, ‘리듬게임에 AI 노래가 추가 되었을 경우’를 물었을때, ‘플레이는 하겠지만 기존 작곡가보다 애정이 덜 간다’가 65표(60%), ‘AI 노래가 업뎃한 것만으로도 플레이하지 않겠다’는 과격파가 23표(21%), ‘음악이 좋다면 상관없다’가 13표(12%)로 갈리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1번이 ‘온건’처럼 보이지만,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긴 한다”는 말 뒤에 “애정은 덜 간다”가 붙는 순간, 이는 곧 장기적 지지 즉 충성도의 하락을 뜻한다. 여기에 “업데이트 자체로 이탈하겠다”는 강경 응답까지 합치면, 사실상 부정적 정서가 65표+23표 = 88표(81%)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AI 음악은 ‘퀄리티만 좋으면 된다’는 문제라기보다, 유저 입장에서 정체성과 애정의 축을 건드리는 이슈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는 기타 의견에서 더욱 드러났는데, “그냥 그 게임 접는다”, “AI를 넣은 개발사 잘못이다”처럼 선을 단칼에 긋는 강경론이 있는가 하면, “호기심으로는 해보겠지만 이후 플레이 빈도는 줄어들 것 같다”, “앞으로 더 들어올지 추이를 보겠다”, “정도에 따라 하긴 하겠지만 과하면 삭제하고 다시는 안 한다” 같은 경계적 태도도 관측되었다. 정리하면, AI 노래에 대한 유저의 태도는 단순한 ‘호불호’가 아니라 신뢰의 저하를 전제로 한 관망이었으며, 한 번 들어오면, 그 다음도 들어올 것 같기 때문에—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더 날카롭게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2번째 요소인 ‘그림과 영상’은 어떨까? BGA나 캐릭터 일러스트에 AI 그림이 사용된 것을 발견했을때의 느낌을 물어본 결과 ‘위화감(손가락 6개, 화풍 부조화)만 없다면 괜찮다’가 49표(45%), 성의가 없고 게임의 질이 떨어져 보인다는 평이 48표(44%)로 치열한 평론이 이어갔다. 그 와중에 퀄리티만 높으면 괜찮다는 의견이 단 9표(8%)인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표 차이는 사실상 오차 수준이다. 즉, 비주얼 영역에서의 AI는 “절대 불가”로 단정되기보다는, 티가 나느냐/안 나느냐, 그리고 태도가 보이느냐/안 보이느냐의 문제로 더 많이 판단되고 있었다. 많은 응답자에게 중요한 기준은 ‘잘 나왔다’라기 보단 완성도 이전의 ‘성의’와 ‘일관성’, 그리고 AI 특유의 흔적이 주는 신뢰 저하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정리하면, 비주얼에서 AI를 바라보는 시선은 음악보다 덜 격렬하더라도 오히려 더 냉정했으며, 단순 “못 알아보게 잘 쓰면 된다”가 아니라, 알아보이든 말든 ‘이게 게임의 질과 태도를 깎아먹는가’를 놓고 팽팽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 분야는 채보(패턴)다. AI가 음악을 분석해 생성한 채보에 대한 인식을 물어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은 “채보는 기술과 경험의 산물이며, 결국 사람이 직접 만든 패턴이 좋은 패턴”이라는 쪽으로 모였다. 해당 선택지는 49표(45%)로 1위를 기록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채보에서는 음악·비주얼과 달리 긍정론도 꽤 단단하게 분포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패턴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25표(23%), “단순 반복·저난이도 패턴에는 활용 가치가 있다”는 실용론이 24표(22%)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뒤를 이었다. 즉, 채보 영역에서는 AI가 ‘창작을 대체’하기보다는 발상 확장(아이디어) 혹은 반복 및 저난이도 패턴 제작에 유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정 부분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타 의견을 보면, 그 낙관이 마냥 순수한 기대만은 아니다. “기존 음원 기반 자동 채보형 게임들의 패턴을 봤을 때 퀄리티가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거나, “피아노타일로 이미 증명된 AI 채보 생성 능력은 별로다”라는 식으로 ‘가능성’보다 ‘이미 봐온 결과물의 한계’가 먼저 떠올라 기술 무용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 그렇다고 완전 부정으로만 정리되진 않은게, 또 다른 기타 의견들은 채보 AI의 핵심 조건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최소한의 인간의 개입’과 ‘최종 컨펌의 잘 들어가야 한다’는 인간 개입, 그리고 ‘아직까지 시도가 이뤄지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는 중립의 의견에서 보았듯이, 최소한의 개입 그리고 최종 컨펌(검수)의 확실한 존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직 시도가 많지 않아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 역시 “아예 금지”라기보다는 “검증 전까지는 유보”에 가까운 태도였다.
정리하면, 채보에서 유저들이 그은 선은 “AI를 쓰지 마라”가 아니라 “AI가 만든 걸 그대로 내지 마라”에 가깝다. 가능성은 인정하되, 결국 사람이 직접 느낄 수 밖에 없는 리듬게임의 손맛과 인플레이션 방지와 같은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의 책임 있는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통틀어 보았을 때, AI는 과연 리듬게임에 ‘들어올 수’ 있을까. 설문의 결론에 해당하는 질문—‘AI 제작물에 있어 리듬게임의 용인 범위’—를 물어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은 “리듬게임은 온전한 인간의 영역”이었다. 52명(48%)으로 과반에 근접한 수치다. 반면 “AI의 영역도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는 응답은 31명(28%)에 그쳤다.
즉, 리듬게임 유저들은 AI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도, 무조건 환영하는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장르의 정체성’이라는 기준 앞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만들어낸 가치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었다. 음악·보컬·비주얼·채보 어디에서든 “보조로는 가능하다”는 의견이 반복되었음에도, “그럼에도 리듬게임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장르여야 한다”는 감각이 결론 문항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필자의 걱정과는 달리—그리고 어쩌면 기대대로—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리듬게임은 단순 기술의 전시장이 아니라 예술을 앞세운 ‘인간 찬가’에 가까운 장르로 남아 있었다.

이번 설문의 마지막이자 후일담 문항인 “게임 개발에서의 AI 사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작성해 달라”는 질문에서도, 각자가 그어두고 있는 ‘선’이 다양한 언어로 드러났다. 기술을 경계하는 사람도, 도구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조건부로 유보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오래 남고, 가장 깊게 울림을 준 답변이 하나 있었다.
“인간은 더 먼 곳으로 가고 싶어서 자동차를 발명했고, 하늘을 날고 싶어 했기에 비행기가 생겼으며, 더 빠르고 정확하게 소식을 전하고 사람끼리 연결되고 싶기에 인터넷이 생겼다. AI도 좋은 도구지만 도구로서 남아야 한다. 글루탐산나트륨(MSG)을 억지로 규제하는 것도 안 좋지만, 맹물에 MSG만 잔뜩 붓고 요리했다고 전하면 그것은 요리인가? 아니면 MSG 혼합물인가?”
이 문장은 기술 발전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차와 비행기, 인터넷을 예로 들며 “인간은 늘 도구를 만들어 더 나아가려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다만 그 다음 문장부터는 AI는 좋은 도구지만, 도구로 남아야 한다는 단호한 의견이 이어졌다. 뒤이어 오는 MSG 비유는 지금의 AI 논쟁을 더욱 정교하게 찔렀다. MSG가 요리를 돕는 재료일 수는 있어도, 맹물에 MSG만 붓고 “요리”라고 부르는 순간 그건 요리가 아니라 어떠한 ‘화학 혼합물’에 가깝다. 이 의견이 던지는 경고는 결국 ‘규제냐 방임이냐’ 같은 이분법이 아니라, 정직한 표기와 제작 태도라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기술을 통해 날로 먹으려는 ‘AI 슬롭’이 당연해지는 순간에 대한 경계다. 그래서 이 답변은 단순한 찬반 의견이 아니라, AI 시대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성찰을 남기는 문장으로 읽혔다.
이렇게 챕터 2, <리듬게임과 AI — 과연 선은 존재할까?>에 대한 기고도 마무리하게 되었다. 단순히 인디게임 행사에서 만난 경험을 토대로 “리듬게임에 AI가 들어올 수 있는가”를 묻는 설문에서 출발했지만, 막상 답변들을 따라가다 보니 논점은 더 넓어졌다. AI를 어디까지 ‘도구’로 허용할 것인지, 무엇을 ‘창작’이라 부를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작권·표기·책임 같은 최소한의 조건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까지—결국 이번 조사는 리듬게임을 넘어 AI 사용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확장되어 버렸다.
그러다보니 이번에도 분량 조절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 실패 덕분에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배우게 되었다. 유저들은 AI를 무조건 거부하거나 무조건 환영하지 않는다. 다만 그 어떤 경우에도 “선”을 묻는다. 어디에 쓰였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무엇이 정당한지. 이제 남은 건 다음 질문이다. 이 ‘선’을 지키면서도, 리듬게임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리듬게임을 좋아하는 한 명의 기자로서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제 마지막 설문 – <제3지대 최강자전>으로 넘어갈 차례다. 2024년의 기대작들이 2025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들 중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리듬게임들이 얼마나 있을지, 마지막 장을 향해 나아가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