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리듬게임 연말정산 ②-1탄] 리듬게임과 AI – 우리는 AI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2025 리듬게임 연말정산 제2-1탄] 우리는 AI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수 있을까?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한때 SF 영화 속 머나먼 미래의 산물로만 여겨졌던 이 단어는 ChatGPT의 등장을 기점으로 우리 삶의 문법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26년을 앞둔 지금은 구글 제미나이(Gemini)부터 클로드 소넷 4.5, 미드저니, 그리고 그록(Grok)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일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제미나이의 ‘나노 바나나’나 OpenAI의 ‘소라(Sora)’와 같은 기술은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전문가급의 이미지와 영상을 창조해내며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기괴한 밈으로 조롱받던 ‘윌 스미스의 스파게티 먹방’이 불과 3년 만에 실제 윌 스미스와 구별할수 없는 하이퍼 리얼리즘의 정점에 도달한 것은 기술의 진화 속도가 인간의 예상을 이미 추월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비약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치명적인 성장통이 뒤따랐다. 원저작자의 허락 없는 무단 학습 데이터로 구축된 NovelAI와 미드저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유튜브 쇼츠 및 틱톡을 중심으로한 저급 양산형 ‘AI 슬롭(Slop: 오물)’은 디지털 생태계를 오염시키며 콘텐츠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다. 특히 2025년 12월, X(舊 트위터)가 창작자의 동의 없는 AI 무단 학습 기능인 ‘Edit image’를 강행하면서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자신의 작품이 범죄와 조롱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목격한 창작자들은 플랫폼을 떠나는 ‘디지털 엑소더스’를 단행했으며, 코스플레이어들을 타깃으로 한 음란 합성물 제작 등 음지에 머물러야 할 딥페이크 범죄가 손쉽게 타임라인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면서 AI 기술이 지닌 윤리적 결함과 법적 규제의 공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비록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AI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며 제동을 걸기 시작했으나, 해당 법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AI 제동책인 만큼 전 지구적인 기술의 폭주를 막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상태다.

이러한 불신과 갈등의 불씨는 게임업계로도 옮겨붙었다. 특히 작화의 퀄리티와 캐릭터의 개성을 중시하는 서브컬처 게임에서 AI 사용은 엄격한 심판대에 올랐다. 스마일게이트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사태는 후보정 없는 무분별한 AI 결과물이 유저들에게 얼마나 큰 모멸감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그렇다면, 음악과 비주얼의 결합체인 ‘리듬게임’은 어떨까? 1999년 이지투디제이(EZ2DJ)와 펌프 잇 업(Pump It Up)에서 시작해 2004년 디제이맥스(DJMAX)로 이어진 한국 리듬게임의 역사는 곧 인간 장인의 역사, ‘인간 찬가’ 그 자체였다. 시대를 앞서간 BGA의 영상미와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들은 모두 인간의 고뇌와 영감이 빚어낸 결정체였고, 이는 20년이 넘은 지금 이지투온과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시리즈 등을 통해 리듬게임의 인간 찬가는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필자가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과 지스타 2025의 일부 인디 부스를 직접 돌아보며 확인한 현장에서는, 리듬게임의 핵심 요소인 ‘노래’가 음악 생성 인공지능(Suno AI)으로 활용한 사례가 실제로 존재했다. 대개는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후보정을 거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그 말이 충격을 지워주진 못했다. 리듬게임에서 ‘노래’는 단순한 소재가 아닌 게임의 정체성을 한데 묶는 중심축이다. 그런데 그 중심축이, 그것도 인디게임을 시작으로 AI가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더구나 한 부스에서는 AI를 활용한 보컬 곡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단순 연주곡을 넘어 곡의 얼굴이자 감정의 전달자인 가수의 자리까지 침범하는 장면을 마주하자, 충격은 단숨에 배가 됐다. 필자가 리듬게임과 함께 지낸 12년의 시간 동안, 리듬게임에서 뛰어난 BGA와 음악은 결국 인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믿음을 꽤 오래 붙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 느낀 감정은 놀라움 뿐만 아니라, 아주 짧고도 선명하게 스쳐 간 의문이었다. “이제 리듬게임은 더 이상 인간의 산물이 아닌 것일까?” 그리고 그 질문이, 예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붙잡았다.

그것이 이번 2025 리듬게임 연말정산의 파트 2로 <리듬게임과 AI – 과연 선은 존재할까?>를 기획한 이유다. AI 범람의 시대, 인간의 창작물이라 여겨졌던 리듬게임은 과연 AI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리듬게임 유저들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무조건적인 반대와 찬성 사이에서, 사람들은 실제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이러한 필자의 궁금증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다. 이번 설문조사에 파트 1 ‘굳세어라 디맥투온’의 12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8명이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주제가 얼마나 뜨거운 화두인지를 증명한다.

AI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다. 지금부터 리듬게임 커뮤니티가 AI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그 진솔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설문조사 개요

AI를 다루는 찬반 설문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경험’이다. 무엇을 보고, 어디까지 접해봤는지에 따라 수용의 기준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질문은 AI 콘텐츠에 대한 수용도를 가늠하기 위해 ‘유튜브 내 AI 영상 및 커버곡 경험’을 물었다. 결과는 예상보다 뚜렷했다. 응답자의 60%(65표)가 “흥미롭다”는 긍정 응답을 선택했다. 즉, 적어도 소비 단계에서의 AI 콘텐츠는 이미 ‘낯설지만 재미있는 것’으로 상당 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성의가 없게 느껴진다”는 부정 평가는 18%(19표)였고, “무관심 혹은 미경험”은 14%(15표)로 집계됐다. 관심은 높아졌지만, 동시에 “대충 만든 티가 난다”는 피로감과 “아직 접점이 없다”는 거리감이 함께 존재하는 셈이다.

기타 의견은 이 애매한 경계를 더 잘 보여준다. “퀄리티에 따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밈 영상으로는 좋은데 순수 창작으로는 아닌 듯하다”, “아직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 껄끄럽다” 같은 답변들이 나왔다. 요약하면, AI 콘텐츠는 유희용(밈)으로는 비교적 쉽게 소비되지만, 그 순간 ‘창작물’이라는 지위를 부여받는 데에는 아직 심리적 저항이 남아 있다. 결국 지금의 수용은 “AI가 좋다/싫다”가 아니라, AI를 놀이와 창작 중에서 어느 분야로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갈라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유튜브에서 사람들은 어떤 AI 콘텐츠를 가장 많이 듣고 있었을까. 총 77명이 응답한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들은 AI 노래’ 항목의 결과는, 지금 AI 음원 콘텐츠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그리고 어디까지 허용되고 있는지—를 꽤 선명하게 보여준다. 1위는 ‘바로 리부트 정상화’, ‘쌀다팜’ 등 메이플스토리 문화를 풍자하는 ‘창팝 시리즈’로, 종합 39표를 기록했다. 2위는 심통봇이 제작한 오리지널 AI 창작곡 ‘고스타그램’이 6표, 3위는 카카오톡 업데이트 사태를 비판한 ‘카톡팝 시리즈’가 4표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도 ‘건강박수’, ‘나도 초풍 쓰고 싶어’ 같은 철권 소재의 ‘철팝’, ‘코미와 버터는 사료가 좋아’ 등 트릭컬을 주제로 한 ‘볼팝’의 장르도 일부 확인 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현재 AI 음원 콘텐츠의 주류는 ‘게임 및 사회적 사건의 풍자적 도구’로 활용되는 경향이 짙었으며 이는 AI 기술의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용자들이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빠르게 제작·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2위를 기록한 ‘고스타그램’의 사례는 단순한 밈(meme)이나 풍자를 넘어, AI 제작물이 그 자체로 독립적인 예술적 가치를 지닌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향후 AI 제작물이 단순 가공 위주에서 창작 중심의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볼 여지를 남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AI를 주로 어디에 쓰고 있었을까. 결과는 의외로 ‘창작’보다 먼저, 생산성과 실용 쪽에 무게가 실렸다. 가장 많이 사용된 분야는 글 작성(소설·과제 등)으로 58명(39%)이 응답해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그림이 41명(28%)으로 2위, 그리고 작곡·커버곡 제작 등 AI 작곡이 11명(7%)으로 3위를 기록했다. 즉, ‘텍스트 → 이미지 → 음악’ 순으로 체험과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흐름이 읽힌다. “셋 다 써보거나 만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 역시 (문항별로) 12명(8%), 25명(17%) 등으로 갈렸는데, 이는 AI가 이미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는 인식과 동시에, 여전히 체험 여부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AI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본 사람들의 체감은 어땠을까. 결과는 의외로—그러면서도 어쩌면 당연하게— ‘아직은 사람’ 쪽으로 기울었다. “AI보다 사람이 만든 게 낫다”는 응답이 72표(76%)로 압도적이었고, 반대로 “사람보다 더 잘 만들었다”는 평가는 7명(7%)에 그쳤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완성도’의 기준에서는 아직 인간이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셈이다.

다만 기타 의견을 보면 그 결론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사람과 비슷하다, 다른 말로는 사람과 구별하기 힘들어졌다’과 같은 호평에 더불어 더 설득력 있게 반복된 메시지는  결과물의 완성도는 단순 도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도와 정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잘 만드는 사람은 이해도의 문제다. 단적으로 말해서 suno로 곡을 뽑든 큐베이스로 자작곡을 만들어도 결과물이 좋을려면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처럼, AI도 단순한 ‘딸깍’이 아니라 손이 가는 제작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전체적인 의견을 요약하면, 지금의 AI 제작물은 ‘날것’ 그대로의 상태로는 아직 한계가 뚜렷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면 인간의 후처리·보정·디렉팅이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흐름은 곧바로 게임업계의 AI 사용에 대한 설문 결과에서도 반복된다. 결론은 극단이 아니라 조건부 수용이었다. 응답자의 69명(64%)이 “사람이 다듬고 수정한다는 전제하에 괜찮다”에 표를 던지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어떤 경우에도 AI 사용을 금한다”는 완전 부정은 15표(14%), “모든 분야에 무제한 사용 가능”이라는 완전 긍정은 2표(2%)에 그쳤다. 즉, 다수는 AI를 ‘대체’가 아니라 보조 도구로 받아들이되, 그 범위와 책임 소재에는 확실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기타 의견 역시 다양한 의견이 혼재되어 있었다. ‘게임의 세일즈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컨텐츠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는 의견과 ‘ai는 아이디어나 기초적인 설계를 보충하는 것이나 돕는 데에 사용하고, 나머지 작업은 인간의 몫이기를 바란다.’라는 의견, 그리고 ‘AI에 학습 소스로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문제(무단학습)가 해결되지않았으므로, 상업적 이용은 근본적으로 타인의 저작권에 대한 상업적 침해라고 생각함.’라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게 되었다.

정리하면 지금 게임업계의 ‘AI 찬반’ 토론은 단순한 좋다/나쁘다를 떠나서 어디에 쓸 것인지(핵심 vs 보조), 누가 책임질 것인지(인간의 최종 통제), 무엇이 정당한지(학습 데이터/저작권)—이 세 가지 기준이 확보되는가에 따라, AI는 “가능”이 될 수도 “금지”가 될 수도 있는 꽤나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그렇다면 AI로 제작된 게임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까. 설문 결과는 여기서도 극단보다는 검증과 조건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응답자의 71명(66%)이 “완성도를 검증한 뒤 구매하겠다”에 표를 던지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재미만 있으면 산다”는 의견은 17표(16%), 반대로 “AI 사용 게임은 불매하겠다”는 의견도 6표(15%)로 나오게 되었다. 즉, 대다수는 ‘AI라서 무조건 거부’도 ‘AI니까 무조건 수용’도 아니고, 결국 결과물과 신뢰로 판단하겠다는 태도다.

기타 의견은 그 신뢰의 조건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AI가 얼마나, 어디에 사용됐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세부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AI 사용 비중이 높아도 품질·재미·가격을 보고 구매를 고려하겠다”는 답변처럼, 중요한 건 사용 여부 자체보다 투명성이다. 또 “일부만 사용된 거면 품질을 고려하며 구매하겠지만, 모든 걸 AI로 제작한 게임은 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은, 유저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이 ‘AI’라는 단어보다 인간의 개입이 사라진 제작 방식에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은 게임 개발사 규모에 따른 AI 사용에 대한 결과다. 이번 설문이 시작된 계기 자체가 인디 리듬게임 현장에서 확인한 AI 활용 사례였던 만큼, “AI를 쓰는 것”을 판단할 때 개발사 규모가 어떤 잣대가 되는가 역시 중요한 관심사였다. 인디에게는 생존의 도구가 될 수 있고, 대형사에게는 비용 절감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AI’라도 받아들여지는 온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응답은 팽팽하게 갈렸다. 규모에 따라 차등 허용이 45표(42%), 규모와 무관한 전면 허용이 44표(41%)로 사실상 비슷한 수준을 형성했고, 전면 반대는 15표(14%)로 뒤를 이었다. 즉, “인디니까 봐준다/대기업은 안 된다”로 단정하는 흐름도, “규모 상관없이 다 괜찮다”는 흐름도 모두 존재했다는 뜻이다. 다만 기타 의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했다.  “AI를 썼으면 썼다고 말해라.” 규모가 기준이 되든 아니든, 유저가 가장 먼저 요구하는 ‘최소 조건’은 결국 표기와 공개로 모아지고 있었다.

 

급변하는 AI 시장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가장 많은 선택은 인식 개선과 올바른 활용 교육의 필요로, 총 46표(43%)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한 강력한 규제가 41표(38%), 그리고 시장과 커뮤니티의 자정작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 17표(16%)였다. 즉, 다수는 ‘방임’보다는 가이드라인 혹은 규제 같은 외부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타 의견은 이 논의를 한 단계 더 구체화한다. 반복적으로 나온 키워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저작권 문제의 선결이고, 다른 하나는 AI를 ‘대체품’이 아니라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로 자리매김시키는 인식 전환이다. 결국 유저들이 원하는 해법은 “AI를 막자/풀자”가 아니라, 정당성(저작권)과 사용 범위(보조 도구)라는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게이머들은 AI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총 70명이 남긴 ‘AI 호오’ 관련 의견을 묶어 보면, 무조건적인 찬성과 반대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 건 극단이 아니라,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선을 찾으려는 조심스럽고 경계적인 태도였다. 말하자면 AI가 가져올 변화를 받아들이되,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보다 ‘어디까지 알아보고 와야 하는가?’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선이다.

많은 응답은 지금을 과도기로 규정했다. 기술 발전의 속도와 확산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 결과물을 어디까지 창작물로 인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유보하겠다는 입장이 있었으며, 일러스트 영역에서는 저작권·학습 데이터 문제로 인해 거부감이 더 강하게 나타내면서도 동시에 “퀄리티가 올라온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불편한 납득도 함께 보였다.

반대로 AI의 효용을 적극적으로 보는 의견도 분명했다. 인간이 직접 다 담아내기 어려웠던 풍자와 밈의 영역에서 AI가 표현력을 밀어 올려준다는 점, 그리고 아직 인간이 닿지 못한 방식으로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그 축이다. 다만 흥미로운 건, AI 제작물을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인간 창작의 가치를 낮게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수제작’과 ‘장인정신’의 비유처럼, AI가 보편화될수록 사람이 만든 창작물의 가치가 더 또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등장했다.

결국 이 설문에서 드러난 게이머들의 호오는 단순한 “좋다/싫다”가 아니었다. 다수는 AI를 시대의 흐름으로 인정하면서도, 정당성(저작권)·투명성(사용 공개)·가치(인간 창작의 의미)를 기준으로 ‘선’을 다시 그리려 하고 있었다.지금에 있어 AI에 대한 논쟁은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그 기술을 둘러싼 신뢰의 조건을 묻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로써 우리 일상과 더불어 게임계 전반의 AI 사용과, 이를 바라보는 유저들의 현재 인식을 설문 결과로 함께 훑어보았다. 분명 출발점은 인디 리듬게임의 현장에서 느꼈던 ‘리듬게임에서의 AI 사용’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배경은 훨씬 넓었다. 창작의 정당성부터 투명성, 그리고 ‘어디까지를 핵심 콘텐츠로 볼 것인가’ 같은 기준의 문제까지—예상보다 다양한 관점이 쏟아졌고, 그 과정 자체가 필자에게도 꽤 큰 배움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 챕터 1에 이어 또다시 이야기가 커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본래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려고 한다. 리듬게임에서 AI는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가. 음악·영상·채보—각 영역에서의 ‘선’은 어디까지 존재하는가. 다음 기사에서는 본래의 주제, ‘리듬게임과 AI’를 더 깊게 파고들겠다.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Akismet을 사용하여 스팸을 줄입니다. 댓글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