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리듬게임 연말정산 제3탄] 제3지대 왕중왕전 – 2025년의 성적표

[2025 리듬게임 연말정산 제3탄] 2024 VS 2025 : ‘제3지대’가 아닌 ‘3강’의 자리엔 과연 누가 앉을 것인가?

제3지대. 원래는 정치권에서 여당과 야당을 제외한 정당들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거대 양당이 판을 쥔 구조 속에서, 제3지대는 그 틈을 파고들며 일부 표를 양분하는 동시에—양당이 내지 못한 전략과 메시지로—자신만의 지지층을 만들어낸다. 필자가 그동안 언급해 온 ‘제3지대 리듬게임’ 역시 이 논리에서 출발한다.

2019~2021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와 이지투온 리부트 R의 등장과 두 게임의 스팀 플랫폼 성공으로 인해 한국 건반 리듬게임 씬은 다시금 부상함과 동시에 ‘2강 체제’를 갖추게 됐다. 그리고 2021년, 스타라이크 주식회사의 ‘식스타 게이트: 스타트레일’을 기점으로 제3지대 타이틀 역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이 증명해 온 성공 공식을 일정 부분 계승하면서도, 보컬로이드·동인 음악 같은 장르적 확장과 스토리 모드 중심의 스토리텔링 등 신규 모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확실한 개성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2024년과 2025년은, 바로 이 제3지대 리듬게임들이 얼리 액세스와 정식 출시 소식을 연달아 전하며 존재감을 키운 시기였다. 무엇보다 2025년에 들어서며 분위기는 한층 더 달라졌다. 더 이상 ‘제3지대’라는 말로는 담기 어려울 만큼,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을 잇는 새로운 흐름—‘3강’의 자리가 비춰지기 시작했다. 어떤 게임은 상승세를 굳혀 새로운 장르와 개성을 선보인 “다음 시대”를 예고했고, 또 어떤 게임은 한 번의 성공을 끝내 잇지 못한 채, 영광의 정점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연말정산 제3탄, <제3지대 왕중왕전>에서는 이전 <2024 K리듬게임 연말정산>에서 진행했던 <제3지대 리듬게임 춘추전국대전>의 데이터를 2025년의 데이터와 전격 비교해, 지난 1년 사이 판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제3지대’로 남을 게임과 ‘3강’으로 올라설 게임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젠 제3지대라는 말조차 힘든 미래가 어두워진 게임이 뭔지—본격적으로 짚어보려 한다. 과연 어떤 게임이 2025년에 웃었는지, 혹은 아픈 쓰라림을 느꼈는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 SYSTEM MALFUNCTION – 식스타 게이트 : 스타트레일

가장 먼저 짚을 게임은, 제3지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타라이크 제작의 ‘식스타 게이트: 스타트레일’이다. 보컬로이드, 버츄얼 유튜버, 동방 프로젝트 등 서브컬처 전반을 과감하게 끌어안으며 ‘제3지대 리듬게임’이라는 토대를 현실로 만든 작품이지만, 그들이 받은 2025년의 성적표는 싸늘하다 못해 냉정했다.

지난 2024년, 5점 만점 기준 3.4점으로 ‘준수한 작품’이라는 인상을 남겼던 식스타 게이트는 2025년에 2.5점으로 내려앉았다. 하락 폭은 0.9점. 단순한 하락세로 보기엔 지나치게 크다. 같은 기간 다른 리듬게임들의 점수 변동과 비교해도 유독 가파른 낙폭이며, 2025년 대상 7개 작품 중 최하점을 기록했다. 더 뼈아픈 건이후에 나올 펌프 잇 업 라이즈가 3점에 가까운 2.9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사실상 유일한 2점대라는 사실이다. 상징성으로 시작했던 ‘제3지대의 기수’가, 2025년에는 굴욕적인 위치에 서게 된 셈이다.

식스타 게이트가 이런 평가를 받은 이유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건, 프로젝트 유니버스를 비롯한 무분별한 IP 확장과 그에 따른 본편 ‘스타트레일’의 방임이다. 이를 보다 정량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디제이맥스·이지투온은 물론 이후 언급될 플라티나 랩과 칼파 코스믹 심포니까지 함께 놓고, 각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의 상징이라 할 DLC 기준으로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공개된 악곡 수를 재봤다.

그 결과 2025년의 스타트레일은 칼파 코스믹 심포니 콜라보레이션 단 1팩, 그것도 8곡에 그쳤다. 사실상 ‘태업’에 가깝게 보일 정도로 빈약한 수치다. 2025년 한 해 가장 많은 곡을 내놓은 이지투온(74곡)과는 비교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며, 디제이맥스와 견주어봐도 격차는 뚜렷하다. 무엇보다 콜라보 여부를 떠나 게임의 색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오리지널 신곡팩’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같은 제3지대 리듬게임들과 비교해도 스타트레일의 공급량은 유독 적었고, 이는 ‘운영 우선순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칼파 코스믹 심포니가 ‘후발주자’라는 위치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에는 디제이맥스·이지투온에 이은 최상위권(68곡)을 기록했다는 점이 대비를 더 키운다.

더 뼈아픈 지점은 따로 있다. 만약 DLC뿐 아니라 기본곡 추가분까지 모두 반영해도, 스타트레일의 2025년 업데이트는 총 17곡에 그친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긴 성과가 리듬게임 DLC ‘평균치’를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었다는 뜻이며, 이런 수치가 쌓인 끝에 2025년의 평가는 ‘굴욕적’이라는 평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문제의식은 단순히 필자만의 독단이 아니다. 행보를 묻는 질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키워드 역시 ‘무리한 확장’과 ‘본편 방임’, 그리고 ‘운영 우선순위의 붕괴’였다. 시리즈 전반을 향한 비판은 직설적이었다. “무리한 IP 확장을 시도하다 리듬게임의 본질을 상실했다”, “성공 못한 IP를 가지고 문어발 확장하는 애들은 얘네밖에 없다” 같은 반응은, 단순한 호불호가 아니라 ‘방향성 자체가 흔들렸다’는 평가에 가깝다.

운영 행보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일페(일러스타 페스) 외에 유의미한 행보가 있었나?”라는 질문처럼, 서브컬처 행사에서의 존재감과 달리 정작 게임 본편에서는 체감할 만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 “일페는 성공을 하는 반면, 식스타는 IP 확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사실상 스타트레일은 버려진 느낌”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며, 외부 확장과 내부 콘텐츠 사이의 불균형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지금 식스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의견, 그리고 “스타트레일로도 노젓기 힘들 텐데 자꾸 뭐가 더 생기니, 이게 정말 스타트레일을 메인으로 내미는 스타라이크가 맞나 싶어진다”는 반응은, 유저들이 느끼는 혼란이 단순한 불만을 넘어 근본적인 정체성의 의문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유니버스는 ‘식스타 게이트’ IP를 활용한, 리듬게임 요소를 차용한 캐릭터 수집형 RPG라는 언급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9월 첫 공개 이후 공개된 것은 캐릭터 소개와 일부 음원 미리듣기 정도였고, 정작 게임의 핵심—어떤 시스템의 게임인지, 언제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정보는 놀랄 만큼 부족했다. 말 그대로 “무슨 게임인지조차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 문제는, 12월 연말을 목표로 스타트레일의 ‘아우터 스페이스(코스 모드)’를 통해 유니버스의 콘텐츠를 선공개 될 예정마저, 유니버스 개발 일정에 밀려 뒤로 미뤄졌다는 디스코드의 공지로 넘겨 석나가는 함흥차사가 또 시작되었다. 이쯤되면 스핀오프가 본편을 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본편의 호흡을 끊어버리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지금 식스타 게이트 IP의 성장 방향을 보면 식스타 게이트의 본질인 스타트레일이라는 뿌리는 아직까지도 영양분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스핀오프로 나온 스타게이저라는 가지는 아직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런데 그 위에 ‘유니버스’라는 또 다른 가지를 더 얹어 꽃부터 피우려 한다. 뿌리가 약하면 결국 식물이 시드는 법. 유저들이 “운영 우선순위가 흔들렸다”고 말하는 건 감정이 아니라, 이 구조가 결코 건강하지 않다는 위험 신호였다.

스타트레일에서 곡을 선택하면 나오는 ‘시스템 올 그린! 발진 준비 완료!’라는 시이의 대사는 이제 더 이상 희망차 보이지 않는다. 목적지 없는 정처없는 항해, 그 속에서 애정을 잃어 배를 버린 함장님. 과연 지금의 식스타 게이트가 진정으로 ‘시스템 올 그린’을 외칠수 있을지, 리듬게임으로서의 식스타 게이트는 2025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끝날 것인지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게 되었다.

■ 새로운 3강? 그러나 이머전시 – 플라티나 랩

추락을 이야기했으면 이제 본격적인 부상 역시 이야기해야하는 법. 다음으로 볼 게임은 하이엔드 게임즈의 플라티나 랩이다. 플라티나 랩은 지난 2024년 4.4점의 고평가를 받아내었으며, 2025년 역시 약간의 하락세가 있었지만 4.1점이라는, 이번 대상 7종 게임에 있어 유일한 4점대라는 고평가로 남게 되었다. 또한 이번 대상중 전체 평점 1위을 달성하면서 2025년 맹활약한 게임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플라티나 랩의 2025년 행보는 크게 두 축으로 정리된다. 게임 최초의 오리지널 DLC인 ‘AQUA BLUE’, 그리고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DLC인 ‘sasakure.UK :: TJ.Hangnail’이다.

AQUA BLUE는 플라티나 랩이 지향하는 악곡의 색채와 방향성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 팩이었다. 특히 전곡이 합작곡으로 구성되며, 리듬게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의 트랙들이 연속해서 등장했다. 이어진 sasakure.UK :: TJ.Hangnail은 sasakure.UK의 대표곡을 모아두는 데서 끝난 것이 아닌, TJ.Hangnail의 상징곡인 神威 리믹스를 통해 아티스트에 대한 리스펙트를 게임의 문법으로 풀어내며 콜라보의 의미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여기에 더해 2025년 한 해 동안 보컬로이드와 동인 음악을 넘나드는 기본곡의 꾸준한 추가, 그리고 캐릭터 DB와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호감도 시스템’ 같은 업데이트가 이어지며, 콘텐츠의 양뿐 아니라 게임을 ‘붙잡아두는 장치’까지 함께 보강하였다. 이와 같은 개성적인 행보 덕분에 2026년 가장 기대되는 리듬게임으로 56표(63%)라는, 제3지대 리듬게임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수치로 1위에 등극해 제3지대를 넘어 3강으로서의 이미지를 챙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눈부신 전진이 있으면 그 뒤에는 다시 짙은 암이 내려앉는 법. 플라티나 랩은 분명 각종 시스템과 콘텐츠로 “게임을 붙잡아두는 장치”를 보강해 왔지만, 정작 그 장치들이 매달려 있는 본체—게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AQUA BLUE는 DLC 출시 직전 갑작스러운 연기 공지가 올라왔고, 그 과정에서 해명이 명확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결국 일정은 6일 연기되며, 공격적으로 달려오던 흐름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건 꼴이 됐다. 2025년 행보를 묻는 의견에도 ‘악곡 방향성, 추진력, 유저피드백, 인게임 퀄리티까지 완벽했지만 딱 아쿠아블루 발매 딜래이 하나가…’라며 해당 연기가 플라티나 랩에 있어 치명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sasakure.UK DLC를 기점으로 프레임 드랍 등 최적화 문제가 플레이 환경으로 체감되기 시작해 많은 플라티나 랩 유저들에게 끊임없는 비판 대상이 되었다. 플라티나 랩은 공식 디스코드를 통해 최적화 및 개편을 약속했지만 업데이트때마다 유의미한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떠나 새로운 버그가 발견하는 등 나아질 낌새가 보여지지 않아 유저들을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곡을 우선시하는 건 좋은데 곡만 우선시한다’라는 비판적인 인식이 잡히게 되었고, 결국 1월 14일 기준 현재 평가가 긍정적 평가에서 ‘복합적’으로 추락하는 대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결론을 짓자면 플라티나 랩은 2025년 한 해 동안 풍부한 콘텐츠를 앞세워 더 이상 ‘제3지대’가 아니라 3강으로까지 거론될 만큼 그 존재감을 증명했다. 다만 동시에 AQUA BLUE 연기와 같은 운영 문제와 클라이언트 최적화라는, 어떻게 보면 게임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지금의 플라티나 랩에게 남은 과제로선 콘텐츠로 쌓아 올린 기대를 실제 만족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기술적 비상사태를 신속히 수습하지 못한다면 ‘3강’이라는 평가 역시 언제든 흔들릴 수 있으며, 지금의 ‘복합적’ 평가는 여전히 난제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위태로운 현재진행형의 시험대의 상황임을 하이엔드 게임즈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 그저 잘하는 거를 잘했을 뿐 – 칼파 코스믹 심포니

플라티나 랩에 이어 또 하나의 새로운 3강 후보로 떠오른 건 케세라 게임즈의 ‘칼파 코스믹 심포니’였다. 지난 2024년 칼파는 5점 만점 기준 4.0점을 기록하며 상위권 기대치를 확실히 확보했는데, 2025년에는 3.8점으로 한 계단 내려가 중상위권 성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하락폭이 아주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 폭은 0.2점에 그쳤고, 플라티나 랩과 마찬가지로 0.1~0.2점대의 ‘무난한 하락’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버텼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으며, 결과적으로 칼파 코스믹 심포니는 2025년 대상 7종 게임 가운데 평점 2위를 기록하며 ‘제3지대’가 아닌 3강 경쟁권에 확실히 이름을 올렸다.

 

칼파 코스믹 심포니는 2025년 10월 얼리 액세스 딱지를 떼고 정식 출시 타이틀로 거듭났다. 이는 제3지대 리듬게임들 가운데 식스타 게이트에 이어 두 번째 정식 발매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칼파의 2025년은 폭발적인 상승이나 급격한 추락 대신, 유저들이 기대하는 지점을 꾸준히 채워가며—어쩌면 가장 어려운 ‘현행 유지’를 만들어낸 한 해였다.

정식 출시와 함께 진행된 2.0 업데이트는 인터페이스 개편과 다양한 신규 콘텐츠 추가로 ‘기본기’를 다졌고, 스토리 측면에서는 3장을 통해 칼파 스토리의 완결과 강화된 연출을 선보이며 내러티브의 존재감도 확실히 했다. 여기에 더해 대규모 패턴·난이도 개편이 이루어졌고, 검증된 채보 제작자와 작곡가를 기반으로 한 상위 번외 패턴 모드인 ‘아스트라’가 호평 요소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칼파가 2025년에 강점을 드러낸 지점은 DLC 물량과 페이스였다. 유저들 사이에서 “잊고 있을 때마다 큰 거 온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칼파는 라노타·리즈라인·피그로스 등 다양한 모바일 리듬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이어갔다. 동시에 BMS 악곡들에 대한 헌사와 리메이크를 담았던 원작의 ‘MASS RECALL’을 한층 보강시킨 ‘MASS RECALL -OMEGA-’, 그리고 첫 오리지널 신곡 DLC인 ‘ORIGIN VOL.1’까지 선보이며 ‘콜라보’와 ‘자체 색’ 양쪽을 동시에 챙기는 부지런한 행보를 보여줬다.

그 결과 칼파 코스믹 심포니는 DLC 기준 2025년 한 해 추가 악곡 수 68곡을 기록하며, 2강 체제인 이지투온·디제이맥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곡을 추가한 타이틀로 등극했다. 그리고 2026년 기대되는 작품을 물은 질문에 플라티나 랩에 이어 10표(11%)를 가져가 2위에 오르게 되면서, 비록 적은 수치지만 3강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인 리듬게임이 되었다.

칼파의 2025년 행보를 묻는 답변에서도, 부지런한 업데이트와 꾸준한 개편에 대한 호평이 다수였다. 다만 비판이라기보다는 ‘아쉬움’에 가까운 지점도 분명히 지적됐다. 얼리 액세스 시절 칼파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고난이도의 야생성’이, 정식 출시 이후 눈에 띄게 죽었다는 평가다.

앞서 언급했듯이 칼파는 2.0 업데이트(정식 출시)를 기점으로 채보를 대대적으로 손봤고, 기존의 4난이도 체계를 3난이도로 축소한 뒤 고난이도 패턴을 아스트라 모드로 재배치했다. 그 결과 “플레이 경험이 전반적으로 정돈되고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호평이 나온 반면, 동시에 “상업용 PC 리듬게임의 한계를 밀어붙이던 도전적인 야생성은 한발 물러났다”는 아쉬움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진 패턴 갯수를 “리겜 랭커와 작곡가가 만든 패턴”들인 아스트라 플레이로 채운 느낌이 마음에 들었으며, 공식 패턴 자체에는 큰 난이도 편차를 방지 할 수 있을것이고 아스트라로 더 매운맛을 원하는 유저의 니즈를 충족시킬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견처럼 아스트라 모드의 완성도와 취지에는 호평이 우세했다.

정리하자면 칼파는 꾸준한 업데이트와 필요한 개편을 적재적소로 배치한, 그야말로 ‘잘하는 것’을 잘한 모범적인 리듬게임으로 2025년을 마무리 하였으며, 현재 개발중인 ‘니엔텀 오푸스 제로’와 함께 향후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게임으로 남게 되었다.

■ 분명 잘 만든 게임인데 왜 손님이 없을까 – 매쉬업 리비전(MASH VP! RE:VISION)

다음으로 살펴볼 타이틀은 일본 AXTORM 게임즈가 개발한 ‘매쉬업 리비전(MASH VP! REVISION)’이다. 매쉬업 리비전은 2025년 평가에서 5점 만점 기준 3.6점을 기록하며, 전체 평점 순위 3위에 올랐다.

운영 면에서도 매쉬업 리비전은 준수한 페이스를 유지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총 7종의 DLC를 내놓으며 업데이트를 꾸준히 이어갔고, 특히 ‘오늘은 금요일입니다(Today is Friday)’ 이벤트를 통해 격주 혹은 매주 단위로 신곡을 추가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결과적으로 칼파 못지않게 주기적으로 체감되는 공급으로 유저들의 플레이 리듬을 만들어낸 한 해였다고 정리할 수 있다.

또한 해외 리듬게임 가운데서도  PlayX4 2025에 참여하고, 전용 디제잉 파티를 여는 등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며 국내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겼다. 다만 일부 DLC 곡에 신곡을 더해 묶는 구성으로 나온 ‘베스트 셀렉션’ DLC는 신규 유입에게는 ‘가성비 팩’으로 느껴지는 것과 달리 이미 모든 DLC를 구매한 올 컬렉터 입장에서는 이미 구매한 DLC 속 라인업까지 섞여있기 때문에 사실상 4곡 분량의 가격이 2곡 분량으로 체감될 정도로 효율이 떨어지는 구간이 생겼다는 점이 흠으로 남았다.

그런데도 어째선지 올해 매쉬업 리비전에 대한 체감은 유난히 고요했다. 큰 사건사고가 터진 것도 아니고, 반대로 모두가 돌아볼 만한 ‘떡상’의 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분명 업데이트는 꾸준했고, 공급량만 놓고 보면 결코 빈약하지 않았는데도—그 꾸준함이 화제로 번지지 못한 채, 마치 아는 사람만 아는 페이스로 흘러간 인상이 강했다. 즉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해온 것에 비해 이야깃거리로 오르지 못했다”에 가깝다.

성실함은 있었지만 그 성실함이 판을 흔드는 한 방이나 명확한 상징으로 환원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존재감이 얇아진 한 해였던 셈이다. 올해 행보를 물은 답변에서도 매쉬업이 강력한 ‘킥’을 내놓지 못해 조용히 지나갔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한 의견이 많았다. 어느 정도 기본기가 탄탄한 만큼, 내년의 매쉬업 리비전은 더욱 존재감 있는 ‘킥’을 마구 날리는 2026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집에서 할 수 있다… 그 뿐? – 펌프 잇 업 라이즈

다음은 안다미로의 ‘펌프 잇 업 라이즈’다. 아케이드 리듬게임을 떠올릴 때 “펌프 잇 업”을 한 번쯤 거치지 않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상징성이 큰 IP의 PC 이식작이지만, 정작 올해 받은 평점은 5점 만점 기준 2.9점. 2025년 대상 7종 중 6위로, 사실상 ‘업데이트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은 식스타 게이트보다도 겨우 0.4점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아이러니한 점은, 업데이트 페이스만 놓고 보면 라이즈가 그렇게까지 처참한 해를 보낸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무료곡 업데이트를 꾸준히 이어갔고, 리믹스 팩 발매로 콘텐츠 공급도 지속했다. “콘텐츠가 부족해서”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운영 속도 자체는 타 리듬게임과 비교해도 꽤 준수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2.9점에 그친 이유는, 결국 한 가지로 모인다. 원작인 아케이드 라인업—펌프 잇 업부터 펌프 잇 업 피닉스까지—과 비교했을 때, PC판인 라이즈가 메리트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업데이트는 했지만 ‘이식작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강하게 각인되지 못했고, 그 공백이 평점으로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평점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오락실 펌프를 즐긴 친구가 거르는 게임’이라는 혹평과 ‘손펌프에 대한 재미는 아는 사람만 아는 건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어필이 너무 없었다’며 홍보 부족을 비판점으로 잡았으며, ‘펌프 노트를 키보드로 입력하는 것에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는 평과 ‘채보의 최적화지만 그 속에서 펌프의 상징적인 부분이 사라진 것이 아쉽다’며 채보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존 스팀 리듬게임의 성공 공식을 따라간 것은 좋으나 매력적이지 못한 상품 구성과 곡 해금의 불편함(초기 레벨 해금)등 첫 인상이 좋지 못함’과 같이 성공 공식의 하위 모방을 비판으로 잡았다. 스팀 리듬게임의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것은 좋았으나 펌프의 아이덴티티를 극적으로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주요 의견이었다.

하지만 아직 펌프 잇 업 라이즈에는 반등의 기회가 남아 있다. 현재까지 라이즈의 신곡 라인업은 호평을 받았던 펌프 잇 업 피닉스의 신곡 퀄리티를 큰 무리 없이 이어받았고, 오리지널 신곡만 놓고 보면 단순 이식작을 넘어 충분히 경쟁 가능한 경지에 올라섰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또한 앞으로의 로드맵 역시 방향성이 뚜렷하다. 원작의 NX 시리즈에서 비롯된 미션 모드인 ‘월드 맥스(WORLD MAX)’의 추가, 그리고 곡 구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레거시 콘텐츠인 ‘펌프 잇 업 피닉스’ DLC 발매가 예고되는 등, 정식 출시를 향한 플랜이 1분기에 잡혀 있다. 이번 펌프의 1분기는 단순 업데이트가 아니라 완성형으로 가기 위한 본격적인 마무리 공사로 들어간 것이다.

이어 2분기에는 새로운 월드 맥스와 신규 DLC뿐 아니라, 라이즈의 핵심으로 꼽히는 아케이드(원작)판과의 연동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이 연동은 지난 12월 공개된 펌프 잇 업 피닉스의 마지막 업데이트 티저에서 언급된, 5월 공개 예정의 최신작 ‘펌프 잇 업 피닉스 2’와의 본격적인 연동을 예고한 만큼, 라이즈가 PC 이식작을 넘어 원작 생태계와 맞물리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서사의 첫 페이지 – 니엔텀 & 도도리

마지막으로 다룰 작품은 케세라게임즈의 ‘니엔텀 오푸스 제로’와 브릿지뮤직 스튜디오의 ‘도도리(DODORI)’다. 두 작품 모두 필자에게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그 이유는 리듬게임에서 흔치 않게 ‘스토리텔링’ 자체를 전면에 세운 게임들이기 때문이다.

니엔텀 오푸스 제로는 ‘메르헨(동화)’과 ‘뮤지컬’의 문법을 접목해, 판타지 장르로서의 서사와 무대 연출을 리듬게임의 플레이 경험 안에 녹여냈다. 반면 도도리는 우리가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상과 청춘의 순간을 ‘소운마을’과 ‘소운여고 밴드부’라는 배경 위에 올려, 현실적인 정서와 공감을 끌어내는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니엔텀 오푸스 제로는 5점 만점 기준 3.3점으로, 전반적으로 준수한 첫인상을 남겼다. 평가의 중심은 스토리와 연출에 대한 호평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리듬게임에서 보기 드문 서사형 경험’을 만들려는 의도 자체는 확실히 전달됐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다만 아쉬움 역시 뚜렷했다. 먼저 시안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작품이 겨냥하는 수요층이 애매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여기에 “아직까지 동인 게임 같은 어설픈 첫 인상”이라는 뒤이은 반응처럼, 완성도와 패키징 측면에서 상업용 타이틀로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인상도 남겼다.

무엇보다 ‘스토리 메인’이라는 정체성은 양날의 검이었다. 장점이자 단점으로, “서사가 강한 만큼 리듬게임의 재미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실제로 리듬게임으로서의 플레이는 밋밋하거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니엔텀은 스토리텔링과 연출로 존재감을 확보했지만, 그만큼 “리듬게임으로서의 손맛”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가 다음 과제로 남은 작품이었다.

 

도도리 역시 5점 만점 기준 3.3점으로, 전반적으로 준수한 첫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하드코어 성향이 강한 리듬게임 시장에서, 도도리가 내세운 일상적인 분위기의 음악과 연출이 대중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브릿지뮤직이 직접 만든 ‘수제 음원’이 일상이라는 테마를 더욱 부각시킨 ‘힐링 콘텐츠’로서의 설득력을 더했고, 그 과정에서 게임성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호평도 뒤따랐다.

플레이 측면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추가되는 악기와 인물에 따라 연주 라인이 바뀌는 플레이 스타일이 악곡의 빌드업 구간을 시각화한 것처럼 느껴져 재미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즉, “연출이 예쁘다”를 넘어, 연출 변화가 플레이 감각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도도리만의 맛이 생겼다는 뜻이다.

다만 개선 요구도 분명했다. 스토리 파트에서는 “아직 영양가가 없다”는 식의 대사와 서사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지적됐고, 주역인 소운여고 밴드부인 3D 모델링 역시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정리하면 도도리는 분위기와 플레이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서사와 비주얼의 완성도는 다음 단계에서 반드시 다듬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2025년의 ‘제3지대 리듬게임’은 더 이상 주변부의 실험으로만 정리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누군가는 콘텐츠 물량과 운영 추진력으로 ‘3강’의 자리를 현실로 만들었고, 누군가는 확장이라는 이름 아래 본편을 비워두며 급격한 하락을 증명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꾸준히 달렸지만, 끝내 정체성을 크게 각인시키지 못한 채 조용히 지나가기도 했다. 같은 시장, 같은 플랫폼 위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결과는 이렇게 갈렸다.

그럼에도 올해의 가장 큰 변화는 명확하다. 정통의 건반 리듬게임, 2강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그 옆에서 세 번째 흐름이 점점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제3지대’는 더 이상 한 덩어리의 이름이 아니라, 각 게임이 선택한 전략—콘텐츠 공급, 기술적 완성도, 정체성의 설득, 스토리텔링—에 따라 서로 다른 결말로 갈리는 경쟁의 무대가 됐다.

결국 다음 질문은 하나다. 2026년, 이 게임들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자기만의 이유로 유저를 붙잡을 수 있을까. 2025년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해였고, 동시에 그 한계를 잔인할 만큼 드러낸 해였다. 이제 남은 건—누가 무대의 뒷편으로 사라질지, 누가 진짜 3강으로 올라서는지, 그 답을 업데이트와 완성도로 증명하는 일뿐이다.

이로써 <2025년 리듬게임 연말결산>이 모두 끝이 났다. 올해는 전통 강호들에 대한 뒷풀이에서 출발해, 리듬게임과 AI가 맞닿는 지점을 곱씹어볼 여지, 그리고 제3지대에서 피어오른 새로운 흐름까지—단순히 “2025년을 정리하는 글”을 넘어 2026년에 대한 기대치까지 함께 끌어올린 한 해였다.

물론 이번 설문조사와 정리 과정에도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았다. 그럼에도 각 게임이 어디에서 빛났고 어디에서 흔들렸는지, 그리고 유저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에 실망했는지를 한데 모아보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다.

다음 연말, 더 많은 데이터와 더 선명한 변화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2025년 리듬게임 연말정산을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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