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의 해인 2026년이 어느덧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차가운 1월을 조심스레 맞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6월의 끝자락에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를 각오했지만,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선선한 기온이 이어지고 있어 다소 의외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날씨와 달리, 2026년 상반기 리듬게임 시장은 결코 잠잠하지 않았다. 1월부터 6월까지 각 작품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변화와 확장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기존의 강자들은 브랜드의 입지를 재확인해야 했고, 신작들은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시장에 존재감을 알렸다.
이번 상반기 결산에서는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인 다섯 종의 주요 리듬게임, 즉 디제이맥스, 이지투온, 펌프 잇 업, 칼파: 코스믹 심포니, 플라티나 랩의 상반기 활동을 돌아본다. 주요 DLC와 업데이트, 오프라인 행사, 공식 이벤트까지 두루 살펴보며, 이들 작품이 2026년 상반기에 어떤 행적을 남겼는지 정리하고자 한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 from DIEIN to (RE)DIEIN
가장 먼저 살펴볼 작품은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를 알차게 채운 네오위즈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다.
2026년 디제이맥스의 상반기는 클리어패스 시즌 18 ‘HERITAGE’로 힘차게 문을 열었다. 시즌 18에서는 AIR 모드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이전까지 단순한 감상 모드에 머물렀던 AIR 모드는,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스토리와 캐릭터 활용이 더해지며 한층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비주얼 노벨 형식으로 공개된 ‘Dear DIEIN : Beyond the Spotlight’는 올 상반기 디제이맥스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콘텐츠로, 팬들 사이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월에는 ‘PLI – TRIBUTE Vol.2’가 추가되면서 DJMAX RAY와 TAPSONIC 계열 콘텐츠가 리스펙트 V의 품 안으로 다시 돌아왔으며, 3월에는 온게키 콜라보 DLC가 출시되어 ‘Don’t Fight the Music’, ‘And Revive the Melody’ 등 온게키 시리즈를 대표하는 곡들이 수록됐다. 온게키 DLC의 수록곡들과 커스터마이즈는 디제이맥스만의 플레이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원작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리스펙트 V만의 색깔을 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월에는 키보드 제작사 프리플로우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된 ‘DIEIN(다인)’ 키보드가 공개되며 게임 밖 영역에서도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 제품은 판매 링크 개시 직후 초동 2분 만에 준비된 2,000대가 전량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고, 이후 2차 예약 판매까지 합산하면 약 5,000대가 판매되며 디제이맥스 팬덤의 뜨거운 지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과거 더키와의 협업 당시 남겼던 아쉬움을 말끔히 만회했다는 점에서, 다인 콜라보 키보드는 디제이맥스 브랜드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6월에는 오리지널 신곡팩 V LIBERTY 5가 상반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Aria’와 ‘RE;DIEIN’ 등을 앞세운 이번 DLC는 리버티 시리즈의 최종장인 만큼, 수록곡 대다수가 공개 직후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대중적으로 친숙한 장르를 바탕으로 한 조화로운 구성은 지난 익스텐션 시리즈의 최종장으로 나왔던 V EXTENSION 5에 견줄 만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상반기의 마무리를 유종의 미로 장식했다. 이처럼 2026년 상반기 디제이맥스는 모드 개편부터 음악 팩, 콜라보, 굿즈, 정규 DLC까지 한시도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하반기에도 이 기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브이스퀘어에서 열릴 팝업스토어 ‘행이터’, 8월 서울 팝콘에서 진행되는 디맥 대회, 그리고 디맥 팬덤이 그토록 손꼽아 기다려 온 연례 콘서트 ‘디제이맥스 미라클 2026′(10월, YES24 라이브홀)까지 굵직한 오프라인 행사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콘텐츠 면에서도 9월 던전앤파이터 콜라보, 차기 시즌 업데이트, V LIBERTY 시리즈를 잇는 새로운 신곡 팩 시리즈 등이 대기 중인 만큼, 2026년 디제이맥스의 질주는 하반기에도 더욱 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투온 리부트 : R – 독특한 행보, 8월의 마지노선
이지투온은 2026년 상반기를 2월에 공개된 마지막 레거시 시리즈 DLC ‘NIGHT TRAVELER’로 시작했다. 기존 시리즈들 중에서도 음악과 비주얼에서 특히 호평을 받아온 이 DLC는, ‘밤의 도시’를 테마로 감각적인 그래픽과 다양한 곡들을 선보이며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3월 이후에도 NIGHT TRAVELER DLC의 추가 수록곡 중심으로 업데이트가 이어졌고, 특히 aran의 ‘GRiDGALAXY’ 등 DLC 콘셉트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신곡이 더해지며 NT 특유의 감성이 이지투온 내에서 더욱 확장됐다.
상반기 이지투온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부분은 예상 외의 외부 협업이었다. 스퀘어픽셀즈는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 니케’ 3.5주년 이벤트 미니게임 ‘TRACING THE STARS’의 패턴 제작 및 일부 개발에 참여했고, AXTORM의 리듬게임 ‘MASH VP! Re:VISION’에서도 공동 개발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도 ‘TRACING THE STARS’는 단순 미니게임이 아닌 높은 완성도의 리듬게임으로 평가받으며, 니케 이용자와 리듬게임 팬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스퀘어픽셀즈가 자사 게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외부 프로젝트에서 리듬게임 개발 역량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은 업계 내외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되지만, 이지투온의 업데이트 속도와 개발 방향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8월 말 출시를 예고한 신규 곡 팩 ‘Lucent Soirée’ 테마 팩 제작 안내 이후, 추가 수록곡을 제외하면 신규 DLC와 시스템 개선 등 전체적인 업데이트가 크게 둔화된 상태다. 더불어, 제작 공지 이후 3년이 넘도록 베일에 싸인 2.0 대규모 업데이트 관련 이슈까지 겹치면서, 개발 역량이 외부로 분산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일부 커지고 있다.
현재 이지투온 팬덤은 상반기 외부 협업을 통해 스퀘어픽셀즈의 입지가 넓어진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본편의 다음 주요 업데이트를 한층 더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8월 이후의 행보는 단순한 테마 팩 추가를 넘어, 그간 지연됐던 주요 과제를 해소하고 2026년 이지투온의 새로운 방향을 확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펌프 잇 업 라이즈 – 피닉스 2와의 콤비 플레이는 과연?
세 번째는 안다미로의 리듬게임이자 펌프 잇 업의 PC판 작품인 ‘펌프 잇 업 라이즈’이다. 펌프 잇 업 라이즈의 2026년 상반기는 3월, 8개월간의 얼리 액세스를 마치고 정식 발매 업데이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오리지널 신곡 팩 ‘라이즈 볼륨 2(RISE Vol.2)’를 출시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라이즈 볼륨 2는 PIKASONIC, NOMA, AJURIKA 등 한국 리듬게임에서 처음으로 오리지널 신곡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라인업을 앞세우면서도, 음악적 완성도에서 꾸준히 호평받은 펌프 잇 업 피닉스와 라이즈(RISE Vol.1)가 쌓아 온 장르 기조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팬들로부터 고른 호평을 이끌어 냈다. 펌프만의 인게임 미션 콘텐츠인 ‘월드 맥스’ 역시 펌프 원작 특유의 기믹을 최대한 살린 설계로 유저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정식 발매 이후에도 업데이트는 멈추지 않았다. 무료 신곡 17곡이 순차적으로 추가되었으며, 레거시 콘텐츠인 ‘피닉스 DLC’ 또한 출시되었다. 특히 피닉스 DLC는 2023 버전과 2024 버전을 불과 1개월 간격으로 연달아 선보이며, 레거시 콘텐츠를 장기간에 걸쳐 순차 공개해 온 타 리듬게임들과 비교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레거시 콘텐츠 라인업을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는 향후 라이즈가 신작 피닉스 2의 악곡과 오리지널 악곡에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여지고 있다.

이번 하반기에서 눈여겨 볼 점은 단연 펌프 잇 업 피닉스 2와의 플랫폼 연동이다. 7월 출시 예정인 신작 피닉스 2에서는 아케이드와 PC를 연결하는 본격적인 상호 연동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으로, 이를 통해 라이즈의 수록곡과 전용 패턴(예: 하프 더블 등)을 아케이드에서 직접 플레이할 수 있게 되어 라이즈와 피닉스 2가 각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에서 연결되는 구조가 완성될 전망이다. 아케이드와 PC라는 서로 다른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는 이번 시도가 어떠한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그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플라티나 랩 – 이 게임 8월이 기대된다
다음은 하이엔드 게임즈의 플라티나 랩이다. 플라티나 랩은 3월 즌다몬 DLC와 무료곡 15곡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무난한 상반기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게임의 진짜 잠재력은 5월 개최된 플레이엑스포 2026에서 본격적으로 폭발했다.
플레이엑스포 2026에 참가한 플라티나 랩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확장된 대규모 부스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단순한 시연 부스에 머무르지 않고, Live2D와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 구성, 굿즈 판매, 드로잉 쇼, 아티스트 사인회, 그리고 첫 공식 대회 PLATiNA :: LAB ARENA까지 선보이며 현장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Shape the Future’, ‘Aragami’, ‘연애 서큘레이션’, ‘ANOMALY’ 등 신규 수록곡 공개는 정식 출시를 앞둔 플라티나 랩의 콘텐츠를 현장에서 강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8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공개된 변화들이다. 현장에서는 개편된 모드 셀렉트 화면과 스토리 모드 프롤로그가 베일을 벗었고, 제작진 인터뷰를 통해 정식 출시와 함께 공개될 오리지널 신곡팩의 예고와 이용자 랭킹, 친구·라이벌 시스템, 마이 데이터 등 게임의 깊이를 더할 다양한 시스템들도 예고됐다. 또한 큰 흥행을 이끈 플라티나 랩 아레나 역시 단발 행사가 아닌 주기적인 공식 행사로 격상시킬 계획을 내놓으면서 단순히 수록곡 수만 늘려가는 업데이트가 아니라 플라티나 랩이 하나의 완성된 리듬게임이자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밑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결국 2026년 상반기의 플라티나 랩은 ‘조용히 업데이트를 이어가는 단계’에서 ‘8월 정식 출시가 기다려지는 기대작’으로 그 위상이 뚜렷하게 달라진 시기였다. 정식 출시까지의 과제들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플레이엑스포 2026에서 확인된 현장의 뜨거운 반응과 준비된 콘텐츠의 폭을 고려하면, 이 게임의 하반기는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칼파 코스믹 심포니 – 돈 스탑 킵 고잉
네 번째로 돌아볼 작품은 케세라 게임즈의 칼파 코스믹 심포니다. 칼파의 2026년 상반기는 한마디로 ‘멈추지 않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업데이트 물량만 놓고 보면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버금갈 정도로 꾸준했으며, 1월부터 4월까지 콜라보레이션 DLC만 4종이 업데이트됐다. 여기에 4월부터 6월까지 forte 뮤직팩 2종이 추가됐고, 5월에는 오리지널 신곡 팩 origin vol.2까지 발매되며 상반기 내내 활발한 콘텐츠 공급을 이어갔다.
이러한 행보는 칼파 코스믹 심포니가 단순한 모바일 이식작에 머무르지 않고, PC 리듬게임 시장 안에서 꾸준히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콜라보레이션 DLC를 통해 외부 팬층과의 접점을 넓히는 한편, forte 뮤직팩과 origin vol.2를 통해 자체 콘텐츠의 밀도까지 함께 챙겼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적어도 업데이트 주기와 콘텐츠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칼파는 상반기 동안 유저들이 손을 놓지 않도록 꾸준히 붙잡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꾸준함이 더 큰 인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칼파 코스믹 심포니는 안정적으로 움직였고, 콘텐츠의 완성도 역시 무난하게 챙겨왔다. 그러나 전반적인 인상은 “잘 달려가고 있다”에 가까웠을 뿐, 그 달음질이 리듬게임 시장 전체의 시선을 한 번에 끌어당기는 장면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매쉬업 리비전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두 작품 모두 꾸준한 업데이트와 탄탄한 신곡 공급을 이어갔지만, 상반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만큼의 결정적인 장면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앞서 소개한 작품들의 행보가 워낙 굵직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분산된 측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칼파 코스믹 심포니가 상반기 동안 쌓아온 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꾸준히 달려온 만큼 콘텐츠의 기반은 성실하게 다져졌고, 이는 하반기를 위한 분명한 발판이 되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흐름 위에서 유저들에게 보다 선명하게 각인될 계기다. 계속 나아가는 것을 넘어, 칼파 코스믹 심포니가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하반기의 인상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곧 있을 ‘니엔텀 오푸스 제로’의 후반 업데이트를 포함해, 지금까지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꾸준함을 무기로 삼아온 칼파 코스믹 심포니가 하반기 이후에는 그 꾸준함을 더 큰 존재감으로 바꿔낼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