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연둣빛 새순이 조화를 이루어간다. 봄날의 산들이 우리를 불러 모으는 건 비단 향기로운 꽃내음뿐이랴. 땀을 한 바가지 쯤 흘리더라도 저 높은 산사를 오르고픈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산 속의 작은 암자. 그곳에서 만난 소박한 맛의 성찬들. 죄다 나물에 장아찌가 전부인데도 스님들이 내어주는 절밥 한 그릇은 왜 그리도 맛있는 걸까. 천상의 맛이 이런 맛이요. 꿀맛이 따로 없다.
누군가는 땀을 흘려 맛있다 하고 누군가는 공짜라서 맛있다는 절밥. 스님들에겐 수행의 동력이요. 우리에겐 큰 울림을 주는 마음의 밥상이다.
깨달음의 70%는 음식에서 온다고 믿는 스님들. 우리에게 수많은 삶의 화두를 던지는 소박한 절밥 한 그릇의 의미를 찾아 떠난다.
1부. 보명스님의 소박한 성찬 – 5월 18일 (월) 밤 9시 30분
경상북도 경주, 고헌산 자락. 싱그러운 녹음 사이로 흐르는 계곡 옆에서 보명스님을 만났다. 25년을 가꾸어온 스님의 도량엔 갖가지 꽃과 나물이 가득하다. 스님은 풀을 통통하게 살찌우는 농부가 되었다가, 손맛을 더해 복(福) 짓는 요리사가 된다. 스무 살 젊은 나이에 엄마의 눈물을 뒤로하고 출가한 보명스님은 행자 시절, 특별 채공으로 불렸을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았단다. 아궁이 앞에서 하루 종일 밥을 짓던 공양주 시절은 스님이라면 누구나 거치던 수행의 시간. 직접 캐고 말려서 조물조물 스님의 손맛을 더한 고사리나물과 미나리 듬뿍 넣은 나물비빔밥. 소박하지만 그 맛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얼마나 수많고 은혜로운 인연들이 쌓여 이 한 그릇과 마주하게 되었을까. 마음까지 배부르게 해주는 보명스님의 절밥을 맛보러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