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합천군과 산청군에 걸쳐 자리한 황매산.
봄이면 해발 약 850m의 황매평원에 진분홍 융단을 깐 듯 철쭉이 피어나고, 초여름에 접어들면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초록빛 너른 풍경으로 산객을 부른다. 곳곳에 솟아오른 바위와 장쾌하게 이어지는 능선은 웅장한 멋을 간직해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황매산이 그려놓은 초여름 풍경 속으로 싱그러운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화가 김강은 씨가 향한다.
황매산에서도 기묘한 바위들이 모여 있어 신령스러운 산이라 불리는 모산재에 먼저 오른다. 초입부터 가파르게 펼쳐지는 산길에 올라섰나 싶었는데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큰 바위가 길목에 버티고 서있다. 본격적으로 바위산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하는 모산재. 바위에 올라서니 하늘빛을 머금은 대기저수지와 푸릇푸릇한 논밭이 발아래 펼쳐지고 멀리 산줄기가 겹겹이 너울댄다. 사방에 우뚝 솟아오른 기암들이 보는 방향에 따라 삼라만상을 보여주어 눈을 뗄 수가 없다.
암벽을 따라 설치된 가파른 계단에 오르면 널찍한 암반 끝자락에 삼각형 모양의 돛대바위가 얹혀 있다. 돛대바위에서 보이는 찬란한 풍광을 눈에만 담기에 아쉬워 화폭에도 옮겨본다. 초여름의 시원한 풍경을 만끽하며 오르다 보면 마침내 해발 767m의 모산재 정상을 지나고 재미난 바위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누군가 칼로 잘라놓은 듯 반듯하게 두 동강이 난 득도바위는 발아래 모든 풍경을 내 것으로 만들어주고 번개 모양처럼 쪼개진 순결바위는 남녀의 순결을 시험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튿날, 맑은 계곡물 소리를 따라 황매산 정상을 향해가는 여정. 유순하게 이어지던 길은 금세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듯 단단한 바윗길로 표정을 바꾼다. 밧줄을 잡으며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 생김새도 이름도 독특한 바위들이 산에 오르는 재미를 더해주고, 어느새 술을 빚을 때 쓰는 누룩이 차곡차곡 포개진 모양의 누룩덤에 닿는다. 멀리 황매산 정상과 봉우리에 오르면 세 명의 현인이 태어난다는 전설을 가진 삼봉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거침없는 풍광이 가슴 깊이 들어찬다.
가파르게 올라채는 바윗길을 넘어서자 초록빛 융단을 깐 황매평원이 펼쳐진다. 아직 봄을 보내기 아쉬운 듯 붉은빛 지우지 못한 철쭉을 길동무 삼아 너른 고원을 지난다. 다시 한번 굵직한 너덜지대를 올라서 마침내 황매산 정상(해발 1,113m). 기묘한 바위와 드넓은 고원이 그리는 한 폭의 풍경화 속으로 <영상앨범 산>에서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