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겜 탐구생활] WJMAX vs 리듬게임 : 2년만에 600곡, 현업에선 가능할까?

장마가 금새 사라지고 폭염의 열기가 한국을 집어삼키는 지금, 왁타버스 또한 그보다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우왁굳과 이세계아이돌,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세계 ‘왁타버스’의 크고 작은 논쟁들이 마치 타오르는 태양처럼 식을 줄 모른다. 지난 6월의 돌아보기 시리즈는 1만 뷰 고지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 뷰어 기록을 갈아치웠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의 사건사고가 중동의 검은 황금, 석유처럼 끝도 없이 파헤쳐지고 있다. 저작권 문제부터 원작 비하, 심지어 임금 체불과 횡령까지 마치 대염상(大炎上)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불씨의 발단 역시 우왁굳이 WJMAX(왁제이맥스, 이하 ‘왁맥’)를 위시하며 원작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대한 멸시성 행보를 망각한 채 ‘V 리버티 3’에 산하 아이돌 그룹인 ‘이세계 아이돌’의 악곡 KIDDING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다 그간 행적이 들통나 팬들의 강한 보이콧과 함께 퇴출된 일은, 지금 와서 보면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본 느낌이다.
이쯤에서 문득 필자는 이런 호기심이 들었다. 논란이 폭발하기 불과 8일 전, 6월 1일 스토리모드 외전 업데이트에서 왁제이맥스는 자랑스럽게 ‘2년 만에 600곡 달성’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2년만에 600곡 수록 – 이쯤에서 정말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PC 리듬게임 시장을 들여다보면, 오랜 역사의 무게를 자랑하는 인기 게임들조차 수년에 걸쳐서야 비로소 600곡 이상의 가까운 방대한 수록곡을 채워왔다. 그렇다면, 왁제이맥스가 내세운 ‘2년 만의 600곡 돌파’ 신화는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숫자일까?
디제이맥스 키딩 사태로 촉발된 대염상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왁제이맥스가 외치는 ‘600곡’ 이라는 숫자 이면에 감춰진 진실에 다가갈 필요가 있다. 리듬게임 업계의 현실에 괴리되는 왁제이맥스의 자신감 넘치는 신화. 과연 그 사이에 존재하는 진실은 무엇이며, 실질적으로 가능한 단계인가? 이제 가려진 현실들을 하나씩 들춰보며, 리듬게임 업계와 함께 살펴보는 ‘600곡 신화’의 진위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헤쳐보자.

POINT 1 : 디제이맥스는 5년, 뮤즈 대쉬는 8년, 왁제이맥스는 2년?

우선 왁제이맥스의 ‘600곡 신화’를 논하기에 앞서, 해당 게임의 수록곡 구조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업데이트가 종료된 V.4.2.1 버전을 기준으로, 왁제이맥스는 총 601곡의 악곡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이세계 아이돌 프로젝트의 멤버들이 직접 작곡‧참여한 오리지널 곡과 왁타버스 자체 제작 악곡을 제외했을 때, 커버곡의 수록 수는 296곡, 약 300곡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기할 점은, 왁제이맥스가 여타 PC 리듬게임과 달리 1분 미만의 쇼츠(Shorts) 악곡을 별도의 콘텐츠로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실제로 왁제이맥스의 전체 수록곡은 원곡자의 참여로 제작된 오리지널, 이세계 아이돌과 왁타버스의 내부 창작곡, 그리고 다수의 커버곡과 쇼츠 악곡으로 구성되어 있어, 표면적으로는 다양성과 수량 모두를 갖춘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질적 600곡’이라는 숫자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수록곡 구성을 바탕으로, 이제 PC 리듬게임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달성된 악곡 수 증가 속도와 비교해, 왁제이맥스의 ‘2년 600곡’ 업적이 과연 현실적인 성과인지 면밀하게 따져볼 시점이다.

현재 스팀 플랫폼에서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대표적인 리듬게임으로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와 ‘뮤즈 대쉬’를 들 수 있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는 약 3개월 간격으로 신규 악곡이 추가되며, 정규 DLC 시리즈(‘익스텐션 시리즈’, ‘리버티 시리즈’)의 경우 각 20곡 단위로 수록된다. 이 외에도 콜라보레이션 DLC는 최소 3곡에서 최대 12~15곡 내외로 구성되어, 비교적 다양한 규모의 추가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정기 업데이트와 더불어 리스펙트 및 리스펙트V의 오리지널 곡, 시리즈의 구작(레거시) 콘텐츠, 그리고 월간 프리미엄 유료곡인 ‘클리어 패스 플러스’(3곡)까지 포함하면, 2025년 6월 기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의 전체 수록곡은 721곡에 달한다. 또 다른 대표작인 ‘뮤즈 대쉬’는 한 달에 평균 6~9곡씩 정기적으로 신규 악곡이 추가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668곡을 수록하고 있다. 두 게임 모두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악곡 추가 정책을 펼침으로써, 스팀 리듬게임 시장 내에서도 높은 곡 수와 안정적인 업데이트 빈도를 보이고 있다.
각 게임의 600곡 돌파까지 걸린 기간을 살펴보면, 디제이맥스는 스팀 얼리 엑세스 시점인 2019년을 기준으로 약 6년, 정식 발매 연도인 2020년을 기준으로도 약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뮤즈 대쉬 역시 모바일 버전을 포함한 2018년 발매 기준 약 7년이 소요된 셈이다. 유사한 방식의 타 리듬게임들도 그러하다. 대표적으로, 디제이맥스와 함께 국내 PC 리듬게임을 양분하고 있는 ‘이지투온 리부트 : R’의 경우 526곡을 수록하는 데 4년여의 시간이 걸렸으며, ‘식스타 게이트’ 등 기타 리듬게임 역시 통상 100~150곡 수준에서 수록곡이 머물러 있다. 매주 신곡을 추가하는 ‘매쉬업 리비전’조차 기본 수록곡 기준 150곡 이상에 불과하다.

올해 3월, 50곡이라는 대규모 무료곡 업데이트를 진행한 Arcstar의 ELLiA.
결국 스팀 기준 600곡 이상을 수록하며 대형 라인업을 인정받는 리듬게임은 ‘디제이맥스’와 ‘뮤즈 대쉬’ 정도에 불과하며, 특히 ‘2년 만에 600곡 이상의 오리지널 곡’을 제작한 리듬게임은 업계 내에서 사실상 전무하다. 왁제이맥스의 ‘2년 600곡’ 업적이 왜 유독 파격적이라 평가받는지, 그 맥락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실제 PC 리듬게임 업계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2년 만에 600곡’이라는 왁제이맥스의 업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디제이맥스와 뮤즈 대쉬처럼 수년 이상의 꾸준한 개발과 정기적인 업데이트, 그리고 탄탄한 오리지널 악곡 제작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단기간 내에 이 정도 규모의 곡을 채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단일 무료곡 업데이트 최대 분량으로 화제를 모은 아크스타의 엘리아(ELLiA) 역시 50곡을 넘지 않는 선에서 끝났다. 특히 오리지널 곡 제작이라는 측면에서는,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룬 사례가 사실상 전무하며, 왁제이맥스 역시 커버곡과 짧은 쇼츠 악곡 등 수적 부풀리기에 가까운 방식으로 ‘600곡 신화’라는 수치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숫자는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안에 실질적 콘텐츠의 질과 의미까지 담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POINT 2 : 2년/600곡 업데이트는 사실상 불가능 – 리듬게임 현업 종사자의 답

그렇다면 현재 리듬게임 업계에서 실제로 2년 만에 600곡, 즉 1년에 300곡씩 신규 곡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본문 작성에 앞서 실제 현업 리듬게임 개발자에게 직접 문의해본 결과, 돌아온 대답은 단호한 “아니요”였다.
취재에 응한 한 익명의 리듬게임 제작자는 “2년 동안 600곡을 서비스에 추가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1년에 300곡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규모의 곡을 한꺼번에 계약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며, 실제 현장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덧붙여 “PC 리듬게임뿐만 아니라 아케이드 리듬게임조차도 1년에 통상 100곡에서 150곡 정도 추가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사실 기술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충분한 자금과 인력이 선행된다면 못할 일도 아니지만 그렇게 투자했을 때 기대되는 수익이나 시장의 반응을 고려하면 굳이 그런 운영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즉, ‘2년 600곡 업데이트’는 인디게임 뿐만 아니라 대형 제작사까지 봐도 리듬게임 업계의 현실에서 보았을 때는 비경제적이며,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기획에 가깝다는 의미다.
또 다른 현업 종사자는 “1년의 300곡 업데이트는 어찌 보면 가능하겠지만, 일단은 곡을 수급하는 과정과 컨텐츠화 시키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양이 많아지게 된다. 그런 작업량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작업량도 많을 뿐더러 한 번에 내보내야 되는 곡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한다고 했을 때 좀 과한 양이다“라며 겉으로 보기엔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불가능 하지 않다는 의견일 뿐 역시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이러한 현업 종사자들의 증언은 실제 아케이드 리듬게임 시장의 운영 방식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뒷받침된다. 리듬게임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아케이드 시장, 특히 코나미의 BEMANI 시리즈(beatmania IIDX, SOUND VOLTEX 등)는 통상 1년에서 1년 반 주기로 넘버링을 교체하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이때 약 50~70곡 가량의 신곡을 선보인다. 이후 차기작이 나오기 전까지 해금 이벤트, 주간 추가곡 등의 형태로 꾸준히 콘텐츠를 추가하는데, 이를 모두 합쳐도 연간 추가되는 곡의 총량은 전문가가 언급한 100~150곡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단순히 제작 역량의 한계 때문만이 아니다. 이는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를 조절하고, 지속적인 플레이 동기를 부여하며, 각 곡의 패턴(채보)과 BGA(배경 영상) 등 콘텐츠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보장하기 위한 업계의 오랜 노하우이자 합리적인 전략이다. 수백 곡을 한 번에 쏟아내는 것은 오히려 콘텐츠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유저들의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비효율적인 방식임을 업계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왁제이맥스의 ‘2년 600곡’은 리듬게임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존중한 결과가 아닌, 오리지널 곡 제작과 정식 라이선스 확보라는 가장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을 건너뛰고 양적 팽창에만 몰두했기에 가능했던 기형적인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업계의 상식과 표준을 무시한 이 이례적인 속도는 그 자체로 왁제이맥스가 정상적인 리듬게임 개발의 궤도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증명하는 셈이다.

결론 : 왁맥은 결국 허울뿐인 리듬게임 – 그들의 ‘창작’은 과연 존재하는가

기사의 서두에서 던졌던 질문, ‘2년 만에 600곡, 가능할까?’에 대한 답은 명확해졌다. 업계의 현실과 전문가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듯, 정상적인 개발 및 저작권 확보 과정을 거친 ‘2년 600곡’은 사실상 불가능한 허상에 가깝다. 왁제이맥스가 내세운 이 숫자는 결국 절반에 가까운 무허가 커버곡으로 부풀려진, 실체가 희미한 허상에 불과했다. 앞서 예시로 내놓은 디제이맥스와 뮤즈 대쉬가 수년에 걸쳐 쌓아 올린 견고한 성채와 달리, 왁제이맥스의 600곡은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았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숫자 뒤에 숨은 ‘창작’의 부재다. 왁제이맥스는 리듬게임이라는 장르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창작 정신, 즉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허락 없이 수록된 대규모 커버곡으로 손쉽게 양을 늘리고, 팬덤에 기댄 내부 창작물로 구색을 맞추는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리듬게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 보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의 양적과 질적 문제를 넘어 게임 정체성의 빈곤을 드러낸다.
그들의 이러한 기만적인 행태와 창작에 대한 멸시는 이번 KIDDING 사태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폭발했다. 스스로의 창작 생태계를 건강하게 구축하기보다, 이미 성공적으로 완성된 원작의 세계에 무임승차하려 했던 그들의 시도는 결국 대중의 분노섞인 외면과 업계의 불신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는 왁제이맥스를 비롯해 제작에 참여한 왁타버스 게임즈가 ‘리듬게임을 만드는 창작 집단’이 아니라, ‘리듬게임의 형태를 띤 팬덤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만 몰두해왔다는 명백한 증거였고 그들이 리듬게임이라는 장르가 수십년간 지켜온 단순하면서도 위대한 진리를 외면한 것과 다름이 없다.
결론적으로 왁제이맥스의 ‘600곡 신화’는 공허한 숫자놀음이자, 진정한 ‘창작’에 대한 고민과 존중이 부재함을 드러내는 상징일 뿐이다. 리듬게임은 단순히 노트와 음악의 조합이 아니다. 그 안에는 음악과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아티스트의 땀과 개발자의 열정,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는 유저들의 애정이 함께 담겨야 한다. 왁제이맥스를 비롯한 왁타버스는 이미 그 가장 중요한 가치를 망각했다. 그들이 외치는 ‘창작’이 과연 존재하는지 묻는다면, 그 대답은 이미 그들의 행적이 대신해주고 있다.

<출처=IGN 코리아, 브래드 피트의 F1 영화가 할리우드에 던지는 메시지>
게임/영화 평론 웹진 IGN 코리아의 ‘브래드 피트의 F1 영화가 할리우드에 던지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평론을 남겼다. “장르의 틀 안에서 관객을 새로운 방식으로 몰입시키는 것이, 그 틀을 조롱하며 비트는 것보다 언제나 더 만족스럽다. 물론 영화가 공식을 비틀고 지루한 전제를 전복시키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장르의 기대를 무시하기보다는, 그 틀 안에서 새로운 접근으로 관객의 몰입을 이끄는 것이 더 깊은 만족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작성일 기준 바로 어제, 우왁굳은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상처가 되었다는 점과 그동안 고질병으로 남았던 왁타버스 관련 제반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해결하겠다는 사과문을 남긴채로 잠적했다. 이윽고 사과문을 올린 다음날, 그의 팬카페인 ‘왁물원’은 팬게임과 팬페이지의 게시판을 폐쇄하며 모든 증거 인멸에 들어가고 있다.
평론의 질문은 다시 그들에게 돌아간다 – 과연 왁타버스와 우왁굳은 조롱이 아닌 존중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세계관(Verse)’를 창조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은 잠적한 그의 침묵만큼이나 지금으로서는 무겁고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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