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용 시누크 헬기의 납품이 지연되는 가운데, 감항증명에 필요한 기간까지 고려하면 내년도 산불 진화전력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대형산불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러시아산 ka-32 헬기의 부품 수급 차질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C사와 대형 산불진화용 시누크 헬기 7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당초 2025년 12월 납품 예정이었던 1호기는 제작사가 신품 기체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재제작 기체로 변경할 것을 제안하면서 계약이 변경됐다. 이에 산림항공본부는 납품기한을 2027년 6월로 조정했으며, 해당 헬기는 국내 운용에 필요한 감항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서삼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무안·신안)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이 도입을 추진 중인 시누크 헬기의 납품 일정이 늦어지는 가운데 감항증명 신청도 아직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26년 11월 30일 납품 예정인 2호기도 일정 준수가 불투명하다. 제작사 C사는 2호기의 납품 목표를 당초보다 7개월 늦어진 2027년 6월로 잡고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확보해야 할 대형 헬기 1대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셈이다.
문제는 헬기의 납품 일정과 별개로 국내 운용에 필요한 감항증명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서삼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료 제출 시점까지 C사의 시누크 헬기에 대한 감항증명 신청은 접수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산림청이 도입하려는 시누크 헬기가 특별감항증명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감항증명은 항공기의 특성과 운용 목적 등을 고려해 비행에 필요한 안전성을 확인하는 절차다. 실제 인증 방식과 심사 범위는 기체의 형식, 개조 내용 및 제출자료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거 특별감항증명 사례에서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2017년 수리온 헬기의 특별감항증명은 신청부터 발급까지 1년 25일이 걸렸다. 시누크의 감항증명 신청조차 접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7년 6월까지 필요한 인증을 마치고 실제 산불진화에 투입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기존 산불진화헬기의 가동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산 ka-32 헬기 29대 가운데 2026년 운용 가능한 기체는 22대지만 2027년에는 14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1 년 사이 가동 가능 대수가 8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산림청은 공군이 보유한 부품을 활용할 경우 ka-32 헬기 22대의 운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부품의 실제 사용 가능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공군 보유 중고부품의 사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며, 국토교통부는 헬기 정비이력과 사용시간, 부품 호환성 등에 관한 자료 보완을 요구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항공기에서 장탈한 부품에 대해 직접 사용승인을 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품을 다시 사용하려면 제작사 또는 정비업체가 검사·수리 등 필요한 정비를 실시한 뒤 항공기 사용 적합성을 보증하는 감항승인서 등 관련 서류를 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군 보유 부품의 정비 가능 여부와 관련 서류 확보, 실제 장착까지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산림청이 예상한 ka-32 헬기 가동대수 유지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시누크 헬기의 납품과 감항증명이 지연되고 ka-32 헬기의 가동 가능 대수까지 감소할 경우, 대형산불 발생 시 투입할 수 있는 항공 진화전력의 확보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한편 산림청은 시누크 헬기 인증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미국 연방항공청(FAA), 콜롬비아 헬리콥터사 간 인증에 필요한 서류를 상호 요청하는 등 인증 신청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통한 공군 보유 부품 활용 및 사용기간 연장 승인 등을 추진해 내년 봄철에도 ka-32 헬기의 운용 불가 대수를 7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삼석 의원은 “과거 수리온 헬기의 특별감항증명에 1년 25일이 소요됐지만, 시누크 헬기는 아직 신청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라며 “제작사가 제시한 내년 6월 납품 목표만으로 실제 산불진화 투입 시점을 판단할 수 없는 만큼, 인증 소요기간과 운용 가능 시점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ka-32 헬기의 부품 수급 차질로 가동 가능 대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누크 도입까지 지연되면 산불 진화전력 공백이 커질 수 있다”라며 “정부는 감항증명 일정과 공군 보유 부품의 활용 가능성을 조속히 확인하고, 대체 항공전력 확보 등 실효성 있는 대응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