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EBS <명강>에서는 허성도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의 <삼국사기> 이야기가 시작됐다. 단발성 강연 프로그램이 아닌 총 12회에 걸친 연속 강연으로 매주 월~목요일, 4일간, 3주에 걸쳐 방영 중이다.
<삼국사기>는 고려 시대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시대 왕실과 통치자 중심의 관찬 사서로 『고려사』, 『조선왕조실록』과 더불어 우리 역사 3대 정사 중 하나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사대주의의 색채가 짙은 기록이라고 알려져 폄하돼 온 바 있다.
첫 강의였던 <사대주의를 넘어서>에서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허성도 교수는 “<삼국사기>가 정말 사대주의적 색채가 짙은 기록인지”를 묻고, 그 답을 <맹자>에서 찾는다. 노교수의 이러한 노력의 이유는 ‘우리 역사를 보는 객관적 사고’를 갖기 위해서이다. 이는 편견 없는 관찰과 편견 없는 자료의 수집으로 가능하다고 허성도 교수는 말한다.
이어서 2강 <하늘의 움직임을 기록하다>에서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과학 이야기, 특히 일식 기록을 통해 삼국시대의 천문학을 들여다보고 그 기록의 정확성에 대해 다뤘다. 3강 <구장산술로 본 방정식>, 4강 <구장산술로 본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는 삼국시대의 수학에 대해 다뤘다.
허성도의 <삼국사기 이야기>,
그 두 번째 주에는 어떤 통찰이 담겨 있을까?
<삼국사기>의 기록을 통해 정면으로 마주하는 개인, 사랑 그리고 재해의 역사!
고려의 학자 김부식은 개인과 사랑, 그리고 재해를 어떻게 보고 또 기록했는가!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5~8부 방송에서도 지금까지 사대주의적 색채가 짙은 역사서라고만 생각한 통념과는 다른, 그리고 선입견을 깨는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5강은 사대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정당한가에 대해, 6강은 ‘코로나 시대의 위기’에 대한 깨달음, 7강은 역사에 기록된 ‘개인’, 8강은 당시의 사랑 이야기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25일 방송되는 5강 <기록의 엄정성을 추구하다>에서는 <삼국사기>는 사대주의적이라는 비판, 그리고 불신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살펴본다. 허성도 교수는 <삼국사기>의 정사와 열전 등에 실린 기록이 얼마나 엄정하게 선택되고 쓰였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기록을 샅샅이 찾아내고 또 비교하는 작업을 마다치 않았다.
특히, 다음날 방송되는 6강 <재해의 기록>은 ‘코로나 시대의 위기’에 맞닥뜨린 우리에게 놀라운 깨달음을 준다. <삼국사기>에는 삼국시대에 일어난 지진, 홍수, 폭설, 태풍 등의 기상이변과 전염병 그리고 메뚜기 떼 같은 재해가 얼마나 일어났고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담이 무너졌다’라거나 ‘민가가 무너졌다’ 등의 기록이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재해가 일어날 당시의 기상이변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질병 등의 재해를 예측할 수 있는 ‘징조, 증상’ 등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삼국사기>의 기상과 재해의 기록을 통해, 2020년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가질 수 있을까?
27일 방송인 7강 <자유로운 영혼>에서는 역사에 기록된 ‘개인’에 대해 다룬다. 역사는 흔히 승자, 영웅들의 이야기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삼국사기>에는 우리가 전래 동화로 익히 아는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이야기, 훌쩍 여행을 떠나는 청년 ‘대세’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영웅이 아닌 한낱 ‘개인’의 이야기, 심지어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바보’라고 불린 온달을 선택한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역사서인 <삼국사기>에 실린 이유는 무엇일까? 허성도 교수의 시선을 통해 약 1,000년 전의 역사서 편찬자 김부식의 고민과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주의 마지막 강연인 8강 <규범 밖의 사랑>에서는 삼국사기를 완역한 허성도 교수가 <삼국사기>에 실린 두 개의 이야기를 가지고 그 시대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생을 한문에 매진해온 허성도 교수가 다시 읽어보는 <삼국사기> 이야기
허성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현대 중국어 문법을 연구한 학자이자, 십수 년간에 걸쳐 조선왕조실록, 동의보감 등에 나온 한자 1만 5천 자를 하나하나 전산으로 입력해 국학 자료 전산화를 이룬 선구자이다. 게다가 일흔이 넘은 노교수는 <맹자> 1000 독을 목표로 매일 아침 <맹자>를 읽고 있다. 평생을 한자(漢字) 공부에 매진했기에 국사학자는 아니지만 <삼국사기>를 바로 읽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삼국사기의 다양한 기록들을 허성도 교수와 함께 들여다보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 2020년에 다시 보는 삼국사기 이야기. 기록을 전제로 한 비판과 통찰을 통해 총 12강에 걸쳐 풀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