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휴대전화 수는 평균 30대, 1명이 평생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수는 230대다. 하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자제품의 편리함 이면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광산의 흙먼지를 마시는 아이들의 값싼 노동과 눈물이 담겨있다. 우리가 쓰는 전자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버린 전자제품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환경스페셜>은 전자제품 생산을 위해 광산에서 일하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고 전자제품 생산과 폐기로 인한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취재했다.
■ 하루 1달러도 채 벌지 못하는 광산 아동 노동자들
코발트는 노트북,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이다. 최근 무선, 휴대용 가전제품이 늘어나고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약 4만 명의 아이들이 광산노동에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곳의 아동 노동 실태를 알고도 헐값에 코발트를 사들인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노동이 스마트 산업의 필수 원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은 온몸으로 중금속에 노출되지만, 하루에 1~2달러도 채 벌지 못한다. 하루 열두 시간 코발트를 찾는 모린 남매, 코발트를 채굴하다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메삭, 보호장비도 없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25m 땅굴에서 코발트를 캐는 수많은 아이까지. 환경스페셜은 아동 노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국법에 따르면, 인신매매 또는 아동 노동을 이용하는
광산 회사와 계약 관계 및 지속적인 사업 관계를 맺는 기업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테슬라, 애플과 같은 기업은 아동 강제 노동으로부터 이득을 얻고 있습니다.
코발트를 더 싸게 구매하고 있으니까요”
테렌스 콜링스워스 / 인권 변호사 인터뷰 中
■ 하루 13시간 전선을 태우는 아이들
최근 전자제품 재활용 업체에 들어오는 전자제품 사용 연한들이 짧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10년 넘게 사용됐다면 요즘에는 2~3년 쓰이고 버려지고 있다. 그나마 허가 업체를 통해 재활용되면 다행이지만 모든 전자제품이 합법적으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이 취재 중 찾게 된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한 수출용 컨테이너. 자세히 살펴보니 부서진 텔레비전, 물에 젖은 오디오처럼 우리에게 쓸모없는 것들이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멀리 보내지고 있었다. 이렇게 모인 중고 가전은 인천에서 12,000km 떨어진 나이지리아에 모인다. 팔 수도 고칠 수도 없는 가전들이 이곳에 모이면, 아이들은 녹슬고 깨진 전자제품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값이 나갈 만한 물건들을 찾는다. 또 다른 아이들은 하루 13시간 동안 구리를 얻기 위해 전선을 태운다. 우리가 버린 전자제품을 마지막으로 치우는 건 가장 어리고 가난한 아이들인 것이다.
■ 수리해서 오래 쓸 권리, 지켜지고 있을까
프랑스는 소비자가 수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관행을 막기 위해 ‘수리할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계획적 진부화’를 범죄로 규정한 유일한 나라다. 계획적 진부화란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제품의 수명을 줄이는 관행을 뜻한다. 기업이 2년쯤 지나면 배터리 수명이 급격히 줄도록 설계하거나, 업데이트하면 구형 모델의 성능이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신제품을 광고하고 소비자는 자신이 가진 제품이 너무 낡았다고 믿게 한다. 구형 제품을 버리고 새 제품을 사야 기업의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만난 프랑스 한 시민단체는 계획적 진부화 법을 통해 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지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 수리 가능하고 더 튼튼한 제품을 위해 기업과 소비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소비자들은 좀 더 책임 있는 제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이러한 변화에 따르는 것은 의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으니까요”
베로니크 리오통 / 프랑스 국가순환경제위원회 의장 국회의원 인터뷰 中
값싼 노동 위에 쌓아 올린 풍요의 그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꿈도 갖지 못한 채 병들어가고 있다. 데드존 2편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편은 1월 28일 토요일 밤 10시 25분 KBS 1TV에서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