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게임에 ‘써니’ 감성을 더하다 – 리듬 퍼포먼스 게임 ’28′[K리겜 알리미/GES 2024]

한국 리듬게임의 새로운 흐름으로 세계관과 스토리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음악과 채보, 비주얼에 집중했던 리듬게임들이 이제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통해 플레이어를 더욱 깊이 몰입시키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는 디제이맥스 시리즈가 있다. 특히 V EXTENSION 4에서 등장한 ‘다인 사가’는 스토리 중심의 콘텐츠를 강화한 좋은 사례이며, 이를 통해 VERSE.1과 VERSE.2라는 독특한 세계관이 형성되었다. 이 세계관은 BGA(배경 애니메이션)와 클리어패스 시즌 보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리듬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 게임 속 서사를 체험하며 캐릭터와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식스타 게이트(Sixtar Gate)와 칼파 코스믹 심포니(KALPA Cosmic Symphony)도 스토리 모드를 추가해 각 게임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서브컬처적 요소는 플레이어들에게 단순한 게임 이상의 종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게임 속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가올 2025년에는 한국 리듬게임의 핵심 키워드가 스토리텔링이 될 만큼, 이 요소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되는 시점에서, 이번 GES2024에서 주목받고 있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브릿지뮤직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여고생 밴드부의 이야기를 담은 리듬 퍼포먼스 게임, <28>이다.

우연으로 찾은 리듬게임 : <28 – The Soundtrack of our days>

이 게임을 우연히 발견한 것은 GES2024에서 디제이맥스 오프닝 행사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행사장 옆에 위치한 칼파 코스믹 심포니 부스를 지나가다가, 바로 옆에 있던 28 부스에서 이 게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리듬게임은 언제나 환영이라는 생각 아래, 그리고 기자명에 드러난 ‘리듬게임 알리미’로서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침 칼파 코스믹 심포니 대기 줄이 길었던 탓에 자연스럽게 <28> 부스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28>은 단순한 리듬게임이 아닌 ‘리듬 퍼포먼스 게임’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 명칭은 아마도 각 주연들이 여고생 밴드인 만큼 주제에 맞는 악기 연주에 중점을 둔 게임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 방식 역시 매우 독특했는데, 스페이스/엔터 키 두 개만 사용하는 2키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진=브릿지뮤직 공식 유튜브 갈무리

2키 구조의 리듬게임으로는 뮤즈 대쉬, 태고의 달인, 그루브 코스터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28 역시 그루브 코스터처럼 정해진 라인에 맞춰 박자를 맞추는 구조를 채택했지만, 다양한 2키 리듬게임 스타일을 혼합한 독특한 방식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일반 노트뿐만 아니라 떼는 판정이 있는 롱노트, 동시치기 가능한 더블 노트, 더블 롱 노트 등이 존재했다. 특히 연타를 요구하는 연타 노트는 태고의 달인과 뮤즈 대쉬의 요소를 결합한 방식으로, 버튼을 일정 횟수 이상 눌러 게이지를 채워야만 처리할 수 있었다. 이 연타 노트는 과거 닌텐도의 리듬게임 ‘도와줘! 리듬 히어로’의 스핀 노트를 떠올리게 하는 재미있는 요소였다.

사진=브릿지뮤직 공식 유튜브 갈무리

<28>의 독특한 판정선과 처리 시스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아바타가 트랙을 진행하며 중간에 있는 타겟(노트)을 타이밍에 맞춰 입력하는 방식은 앞서 언급한 그루브 코스터와 유사하지만 ’28’은 음악의 박자에 맞춰 정사각형 또는 정육각형 형태의 노트 라인이 자동으로 생성되는 고유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28의 스팀 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2박자와 4박자 곡에서는 정사각형 형태의 노트 라인이, 3박자와 6박자 곡에서는 정육각형 형태의 노트 라인이 생성된다. 이 또한 정해진 라인에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 도중 등장하는 노트 라인으로 더욱 이 개성을 돋보인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 리듬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탑다운 또는 횡스크롤 방식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28>만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28>은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퍼포먼스적인 요소를 강조한 리듬게임으로, 다양한 리듬게임, 특히 2키 리듬게임들의 장점을 잘 결합한 독특한 게임이었다.

가장 찬란한 순간, 우리는 하나였던 <28>의 이야기

사진=브릿지뮤직

‘나 이제 노래 안 해!’ 마지막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졌던 보컬이, 10년이 지난 지금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천진난만했던 소녀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었을때, 소운여고 음악부의 이야기는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28>은 단순한 리듬게임이 아닌 스토리텔링에 큰 중점을 둔 게임이다. 게임 제목 ‘28’도 18살 여고생 밴드부 주역들이 모종의 사건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10년 뒤 운명처럼 다시 만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놉시스에서 비롯되었다. 이 모종의 사건이 무엇인지는 아직 개발자의 입을 통해 스포일러라는 이유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들려주는 시놉시스 부터가 점점 흥미를 끌어올리게 되었다.

사진=28 공식 트위터 헤더

여고생 밴드물의 전개는 꿈과 현실, 우정과 갈등, 그리고 음악을 통해 성장을 이루어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10년 전 소운여고 음악부에서 함께 음악을 하던 그들은 사춘기의 격정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흩어지게 되고 시간이 지나 각자 다른 길을 걷던 그들이 성인이 되어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과거의 미완성된 꿈과 감정들이 재점화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밴드 음악을 매개로 한 그들의 재회는, 서로가 변해버린 현재와 마주하는 순간부터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그린다. 시간이 흐르면서 쌓인 감정의 응어리와 음악에 대한 갈망이 교차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여고생 밴드물이 아니라 성장, 재회, 그리고 음악을 통한 치유를 다룬다. 28은 리듬게임으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들의 서사를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각 캐릭터가 가진 음악적 재능과 함께 서로가 다시 하나로 연결되어가는 과정은, 28의 독창적인 오리지널 트랙과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더해 리듬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음악을 연주하며 감정선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28>은 리듬게임의 틀을 넘어선 스토리텔링형 리듬 퍼포먼스 게임으로, 플레이어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과 리듬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리듬게임 <28>

스토리텔링형 리듬게임은 두 가지 상반된 양면을 갖고 있다. 첫째는 Deemo처럼 모두를 감동시키는 압도적인 스토리 전개를 통해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방향이고, 둘째는 디제이맥스의 Verse.처럼 매니아층에 집중한, 즉 리듬게임 유저들에게 최적화된 세계관과 스토리로 오타쿠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는 함께할 수 없는 극단적인 방향성으로 나뉜다.

<28>의 스토리텔링은 소위 말하는 ‘일반인’ 감성을 겨냥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주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작진이 직접 겪은 고교 시절 음악부에서 겪은 갈등과 재회, 성장을 담아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비리듬게임 팬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점에서 Deemo와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8의 제작진들을 직접 만나보니, 그들이 단순히 보편적인 감성에만 집중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제작진은 리듬게이머로서 깊은 경험과 관록을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했음을 짧은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그루브 코스터와의 유사성을 언급했을 때 그들은 해당 게임을 잘 알고 있었고, 28의 최고 난이도인 하드 레벨의 설명을 디제이맥스의 SC 레벨과 비교하며 얼마나 까다로운지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난이도 체계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그 중에서도 디제이맥스를 오래 플레이한 고수들만 알고 있는 SC 난이도의 특징까지 깊이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8의 하드 난이도를 플레이 해본 후기로는 그루브 코스터 2 오리지널 스타일의 ‘AC-NORMAL’에서 ‘AC-HARD’ 사이의 체감 난이도를 갖고 있었다. 밀도가 꽤 있는 노트 디자인부터 시작해 더블 노트와 더블 롱 노트의 혼합, 그리고 느닷없이 등장하는 노트 라인에 손은 손이요 눈은 굴러가는 이색적이면서도 익숙한 플레이였다. 28은 이러한 리듬게임의 감성에도 꽤나 괜찮은 게임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점은 그들이 리듬게임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리듬게임 팬들이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와 게임 플레이 요소들을 철저히 담아내고자 했음을 시사한다. 그들은 디제이맥스나 그루브 코스터 같은 전통적인 리듬게임의 매니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통해 더 폭넓은 플레이어층을 아우르고자 했다. 이는 리듬감과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28의 게임 플레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결론을 짓자면 28은 리듬게임의 팬층을 만족시키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주는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8은 리듬게임의 정통성과 대중성을 모두 아우르는 특별한 작품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맺으며 – 정통파? 제3지대? 28은 28이다.

사진=28 공식 트위터

2019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를 시작으로 다시 한 번 한국 리듬게임의 활력이 불어넣어진 지금, 필자는 리듬게임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왔다. 하나는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처럼 게임의 장르를 이끄는 정통파 리듬게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식스타 게이트나 칼파처럼 정통파의 아성에 도전하며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제3지대 게임이다.

그러나 <28>을 플레이하면서 이 분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28>이 정통파로서 씬을 이끌기엔 이미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 같은 강력한 타이틀들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 그 판을 뒤엎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동시에 28을 제3지대 게임으로 분류하기에는 그 독창적인 개성과 스토리텔링이 너무나도 특별하다. 단순히 ‘제3지대’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게임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28>이라는 게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28은 28이다. 28은 기존의 정통파 리듬게임처럼 씬을 주도하는 게임도 아니고, 제3지대에서 도전하는 게임도 아니다. <28>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그 안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했다.

이 게임은 단순히 리듬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것을 넘어서, 스토리와 음악이 결합된 퍼포먼스로 게임의 깊이를 전달한다. 여고 시절 음악부에서 만났던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10년의 세월 뒤에 다시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꿈을 되새기는 이야기가 리듬 게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들의 성장과 재회가 게임 플레이 속에서 뮤직비디오처럼 펼쳐지며, 플레이어는 단순한 리듬게임 그 이상을 경험하게 된다.

<28>은 기존 리듬게임의 요소들을 잘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노트 처리 방식과 박자에 맞춘 독창적인 판정선 등으로 게임의 차별화를 꾀한다. 이를 통해 리듬게임 매니아들이 즐길 만한 도전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지만,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대중성을 아우른다.

결국, <28>은 정통파도, 제3지대도 아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한 게임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게임의 장르를 28이라 부르기로 했다. 28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이자, 독특한 세계를 가진 게임이니까.

<28>은 다가올 올 4분기 Steam/닌텐도 스위치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사진 = 28 공식 트위터, 사진을 누르면 스팀 공식 페이지로 이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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