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게임 견문록] 점선의 미학 리듬게임 : 리즈라인(Rizline) 스팀 버전 리뷰

리듬게임에서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비주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디제이맥스는 독보적인 영상미로 업계 정상에 올라 있으며, 다양한 리듬게임들이 비주얼 연출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세밀한 작화와 인상적인 연출로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거나, 세련된 UI 디자인을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비주얼’이라고 해서 반드시 화려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절제된 선 하나, 단순한 도형 하나에서 오히려 더 강렬한 인상이 남기도 한다. 미니멀리즘이 주는 세련된 분위기, 기하학적 패턴이 만든 리듬감,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여백의 미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Pigeon Games의 ‘Rizline’ 스팀판은 바로 이런 여백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리듬게임이다.

화려한 3D 그래픽이나 역동적인 애니메이션 대신, 선과 점, 그리고 그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플레이어를 몰입하게 만든다. 과연 ‘덜어냄의 미학’이 리듬게임 장르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점과 선이 직조해내는 독특한 리듬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도록 하겠다.

리즈라인이 무엇인가?

중국의 게임사 Pigeon Games(이하 ‘피죤 게임즈’)의 ‘Rizline(이하 ‘리즈라인’)’은 본래 모바일 플렛폼으로 시작하였다. 피죤 게임즈의 전작인 ‘Phigros(피그로스)’가 노트 리듬게임에 있어 판정선으로무한한 자유도를 보인 만큼, 리즈라인 역시 조작법에 있어 무한의 자유도를 보인 것이 특징이다. 정해진 라인이 있는 보통의 리듬게임과는 달리, 다양한 라인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조작 입력부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박자에 맞춰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 화면 어디를 터치하든, 몇 개의 손가락을 사용하든 상관없다. 오직 중요한 것은 ‘타이밍’뿐이다.

대부분의 리듬게임이 ‘어디를’, ‘언제’ 누를 것인가를 동시에 요구한다면, 리즈라인은 ‘언제’만을 묻는다. 공간적 제약을 제거함으로써 플레이어는 오로지 리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실제 악기를 연주하듯, 혹은 책상을 두드리며 비트를 타듯, 가장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음악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리즈라인은 조작부인 라인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이와 상호작용하는 ‘빈즈(일반 노트)’와, 롱노트의 연출을 통해 곡의 분위기와 비주얼을 살려 리듬게임에 있어 ‘보는 재미‘를 동시에 챙겼다.

PC로 옮겨온 점선의 세계

리즈라인의 스팀판 역시 이러한 구조를 충실히 따른다. 게임은 크게 세 가지 모드로 구성된다. 프리스타일 모드에 해당하는 ‘플레이’, 게임의 튜토리얼을 맡는 ‘챌린지’, 그리고 창작마당을 통해 커스텀 채보를 플레이할 수 있는 ‘워크샵’ 모드다. 게임의 수록곡 풀 역시 매우 넓은데, 콜라보레이션으로 수록된 KALPA와 Cytus, Deemo 등 다양한 게임의 콜라보 곡들은 물론, 하드코어 타노시를 비롯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악곡 역시 풍부히 마련되어 있다. 게임의 점수 체계는 120% 퍼펙트를 기준으로 하며, Easy/Hard/Insane 3난이도 체계의 최대 15레벨까지의 난이도를 갖고 있다.

게임의 조작은 원작과 동일하다. 이 때문인지 리즈라인의 조작 체계는 스페이스바를 포함한 글자를 치는 자판 모두를 지원해 조작 체계로는 굉장히 넓은 범위를 자랑한다. 키보드의 거의 모든 키를 활용함으로서 양손을 넓게 펼쳐 여러 키를 동시에 활용할 수도 있고, 특정 키 몇 개만으로 집중적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다. 판정 역시 Hit/Bad/Miss 3종류로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약간의 플레이 감각과 리즈라인 특유의 연출에 익숙해지면 Hard 난이도에도 올 퍼펙트를 찍을 수 있다.

리즈라인의 라인 연출이 대표적으로 부각되는 난이도는 역시 Insane 난이도로, 난이도가 높을수록 더욱 현란한 연출과 함께 플레이를 하게 된다. 점선들이 화면을 종횡무진하며, 때로는 회전하고, 때로는 분열하며, 때로는 파동처럼 퍼져나간다. 반면 난이도를 낮출수록 대표적인 라인 연출을 살리면서도 플레이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밸런스를 맞추게 되었다. 이는 초보자도 리즈라인만의 미학을 충분히 감상하면서도, 게임에 압도당하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다.

게임의 장점: 점선의 미학과 ‘리즈타임’, 그리고 창작마당

리즈라인 스팀판의 가장 큰 강점은 점선 기반 비주얼을 PC 환경에 맞게 한층 강화했다는 점이다. 모바일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라인 연출이 대화면의 PC 모니터에서 펼쳐지면서 본래의 매력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화면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모여드는 선, 동심원 형태로 확산되는 파동, 음악 비트에 맞춰 진동하는 기하학적 패턴 등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이 대형 화면에서 펼쳐질 때, 플레이어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하나의 시각 예술 작품 속에서 연주하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리즈타임’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특정 구간에서 발동되며, 화면 전체가 리듬에 맞춰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점선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엔 마치 음악의 클라이맥스에서 모든 악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처럼, 다양한 시각 요소가 완벽하게 하나로 어우러진다. 이 순간은 리즈라인만의 독특하고 강렬한 시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연출의 진가는 dartokki의 ‘Speed Up’에서 두드러진다. 레이싱과 드라이브라는 테마에 걸맞게, 노트와 라인만으로 경주 차량과 피니시 라인 등 F1 레이싱을 연상케 하는 극적인 장면을 구현했다. 함깨 수록된 BMS/라이선스 악곡에서도 각 트랙의 개성이 디테일하게 반영된다. 竹(bamboo)에서는 ‘타케‘라는 자막이 나올때마다 대나무가 등장하고, T+ vs Shark에서는 ‘죠스’를 연상시키는 상어 지느러미와 ‘omg it’s a shark’ 샘플링을 모두 라인 연출로 표현된다. Enchanted love에선 BGA의 핵심 장면을 라인과 노트로 그대로 재현하여 다양한 연출에 대한 장인정신에 호평을 받았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 스팀 창작마당 지원이다. 건반 리듬게임 장르에서는 드물게 창작마당을 공식 지원하며, 채보 제작툴인 ‘리즈라인 에디터’를 본편과 함께 제공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만의 채보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창작마당의 존재는 리즈라인을 단순히 완성된 게임을 넘어 꾸준히 성장·진화하는 ‘살아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게임의 단점: 건반 리듬게임에서 ‘5만원대 리듬게임’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다. 리즈라인은 출시 할인 가격이 44,600원, 정가는 55,800원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타이틀인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이 각각 49,800원, 44,800원 선이고, 기타 대표적인 리듬 게임들이 2만~3만 5천원 사이에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리즈라인의 가격은 확실히 높게 느껴진다. 가격 논란이 컸던 펌프 잇 업 라이즈도 44,8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용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리즈라인은 본편을 구매하면 추후 업데이트되는 신규 곡을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방식은 뮤즈 대쉬의 확장팩 ‘뮤즈 플러스’와 유사하지만, 뮤즈 대쉬 본편과 뮤즈 플러스를 모두 합친 가격이 45,400원임을 생각하면, 여전히 리즈라인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출시 초반 수록곡이 123곡에 불과하다는 점도 가격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반면, 모바일 원작 버전은 1,500원만 내면 30곡을 제공하기 때문에, 모바일 버전을 먼저 체험해 본 후 PC판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PC판만의 차별화 요소가 부족하다는 문제다. 리즈라인 PC판은 선곡 인터페이스를 제외하면 모바일 원작과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이 게임의 핵심은 “화면 전체를 활용하는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플레이 화면에서는 정보가 중앙에만 집중되어 있어 대화면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 라인이 화면 중앙에서만 전개되다 보니 좌우가 허전하고, PC 환경에선 모바일과 달리 화면 거리나 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중앙 집중형 배치는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대화면에 맞는 패턴 인디케이터나 곡 진행도 표시 등, PC 버전으로서의 특색 있는 편의 기능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보는 채보’와 ‘치는 채보’ 간의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Insane 채보의연출이 플레이 가독성을 떨어뜨릴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리즈타임 구간처럼 화면 전체가 크게 변형되는 순간에는 점선 패턴과 파동, 그리고 다양한 기하학적 오브젝트가 한꺼번에 등장해 시선이 분산되기 쉽다. 노트가 ‘멋지게’ 보이는 만큼, 실전에서는 ‘어디를 쳐야 하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밀도 구간에서 노트가 빠르게 겹치거나, 라인과 오브젝트 움직임이 노트의 윤곽과 비슷해지면, 노트의 시작점과 끝점, 타이밍 기준점이 모호해져 불필요하게 난이도가 올라간다. 키보드로 플레이하는 환경적 특성까지 더해지면, 이는 곧 피로도로 이어진다.

결국, 관전이나 영상으로 볼 때는 ‘연출이 뛰어나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 플레이할 때는 연출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괴리는 Insane 난이도처럼 패턴이 복잡할수록 두드러지며, 반대로 일부 연출이 생략된 Normal~Hard 구간에서는 비교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종합하면, 리즈라인만의 강렬한 연출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지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그 화려함이 오히려 호불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리를 하자면, 리즈라인은 ‘덜어냄의 미학’이 리듬게임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화려한 3D 그래픽이나 역동적인 애니메이션 대신, 오직 점과 선만으로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리즈타임 시스템을 통해 구현되는 시청각적 쾌감과, 창작마당을 통한 무한한 확장 가능성은 이 게임만의 확실한 정체성이자 강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리즈라인은 몇 가지 명확한 한계도 드러낸다. 5만원대에 육박하는 가격은 리듬게임 시장에서 상당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PC 버전만의 차별화된 요소 부족은 ‘이식작 이상’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화려한 연출이 실제 플레이 가독성을 해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난이도 채보를 즐기려는 플레이어들에게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즈라인은 리듬게임 장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보는 리듬게임’과 ‘치는 리듬게임’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했고, 창작마당을 통해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만약 당신이 기존 리듬게임의 화려함에 지쳤거나, 점과 선이 만들어내는 절제된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낀다면, 리즈라인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1,500원의 모바일 버전으로 먼저 이 독특한 점선의 세계를 경험해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결국 리즈라인은 완벽한 게임은 아니지만, 분명 ‘특별한’ 게임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특별함’이야말로, 포화 상태에 이른 리듬게임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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