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해방은 왔지만, 그녀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고 지원해 온 겹겹프로젝트(대표 안세홍)가 사진전 ‘뒤안길에 새긴 이름’을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2관에서 개최한다.
8월 6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13인의 해방 이후 삶을 사진과 영상, 유품, 기록물을 통해 조명한다.
전시가 시작되는 8월 6일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이다. 같은 해 8월 15일 조선은 해방을 맞았다. 그러나 일본군 성노예로 중국과 아시아 각지에 동원된 여성들에게 해방은 곧 귀향을 의미하지 않았다. 전쟁은 끝났지만 돌아갈 길은 열리지 않았고, 많은 여성은 낯선 땅에 남아 새로운 언어와 이름으로 삶을 이어가야 했다.
‘뒤안길에 새긴 이름’은 전쟁 중 피해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된 여성들의 삶에 주목한다. 가난과 질병, 외로움 속에서도 고향을 기억하고 자신의 삶을 지켜낸 시간, 오랫동안 간직해온 문서와 유품, 위안소가 있던 장소를 다시 바라보며 꺼내 놓은 증언을 통해 피해 너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를 보여준다.
어떤 이는 한국 지도를 바라보며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랐고, 어떤 이는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기록을 끝까지 간직했다. 또 어떤 이는 수십 년간 침묵해 온 기억을 어렵게 증언했다. 이들의 삶은 단순한 생존의 기록이 아니라 무너진 인권의 자리에서 끝내 인간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존엄의 역사다.
이번 전시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전쟁 당시의 피해 사실에만 머물러 바라보지 않는다. 전쟁이 여성의 몸과 삶, 이름과 고향, 가족과 언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살피는 동시에 여성들이 피해자로만 남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존엄을 지켜왔음을 전한다.
겹겹프로젝트 대표 안세홍 사진가는 1996년부터 아시아 각지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150여 명을 만나 기록해 왔다. 특히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옌볜과 헤이룽장성, 베이징, 상하이, 하이난, 우한 등 여러 지역을 오가며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피해 여성 13인의 삶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전시는 ‘해방은 왔지만, 그녀들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라는 문장을 통해 광복의 역사 속에서 미처 기억되지 못한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우리가 기억해온 해방의 역사에서 누가 빠져 있었는지를 되묻고,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역사 부정·왜곡에 대한 대응,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아시아 피해자들의 기록과 지원 등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제도 함께 생각하게 한다.
전시 기간 매일 오후 4시에는 안세홍 작가의 전시 해설이 진행된다. 학교와 단체 관람객은 별도의 전시 해설을 예약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