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감염병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혼돈에 빠트렸다.
처음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온 지 100일.
전 세계 확진자가 320만을 넘었고, 사망자는 24만여 명(5월 2일 기준) 국내 확진자도 1만 명을 넘었다.
지난 석 달여 동안 우리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긴 터널을 지나왔다. 세계 각국은 한국의 진단키트에 주목하며 한국을 방역 모범국으로 칭찬하고 있다. 진단과학의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에서조차 초기에 대처가 미흡했던 진단검사. 그 진단 검사능력을 우리가 선점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정부와 기업 의학계의 노력 등 다차원적으로 분석한다. 그뿐만 아니라 고령화 시대에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인 암과 치매와 같은 난치질환에서 빠르고 정확한 진단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여성의 경우 기대수명이 82.4세까지 증가하면서 암에 걸릴 확률이 3명 중 한 명이며, 65세 이상 노령 인구 중 10명 중 1명이 치매라고 한다. 늦은 발견으로 고통받는 암 환자들, 현재 뾰족한 치료제 없이 길고 긴 투병을 해야 하는 치매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해 조기진단의 가능성을 엿본다.
유전자 검사법과 영상진단의 첨단화와 같은 앞선 의료 기술 현장에서 도약하는 우리의 진단과학의 힘을 만난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의 진단 키트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 한국이 코로나 모범 대응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빠르고 정확한 진단능력과 꼼꼼한 방역체계 그리고 기초 과학 분야 연구에 있다. 외신들은 연일 한국의 진단과학과 방역체계에 감탄을 쏟아냈다. 그 중심에는 진단키트가 있었다.
중국 우한에서 리원량(중국의사)이 SNS를 통해 우한 폐렴을 알린 시점이 12월 30일.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우리의 정부와 기업, 민간의료기관이 발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을 했고,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 17일 만에 의료 현장에서 진단검사에 사용되었다. 2015년 메르스가 발병하던 해, 진단키트가 나왔을 때는 이미 바이러스가 종식되었을 때였다. 이를 거울삼아 정부는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만들었고, 기업은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를 바이러스 위협에 대비해 진단키트 개발에 도전해왔다.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으로 기초과학을 다져왔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공개하자마자 진단키트 개발에 들어간 한 기업은 RNA 계열 바이러스인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두 개의 유전자를 특정함과 동시에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일치하는 유전자에 달라붙어 반응하는 시약을 만들어냈다. 진단과학의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권 나라들조차 감염자 수가 폭등하는 가운데, 미국 확진자가 세계 전체 확진자 수의 30%를 기록하고, 이탈리아, 스페인도 감염병 발원지인 중국의 확진자 수를 넘어섰다. 코로나19의 광풍이 몰아치는 한가운데서 우리는 하루 1만 5천여 건의 대량 검사를 할 수 있었기에 진단검사 후, 유증상자와 의심증 환자를 분리하여 관리하는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첨단 영상 진단 기술, 정확한 치료의 바로미터
빠른 진단과 치료는 신종 감염병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도 우리의 몸속에는 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병변을 찾아내는 진단기술은 기초과학과 의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첨단화되고 있다. 현재 흔하게 질병 진단에 사용되는 영상진단 방식이 첨단화되고 있는 현장. 의료기술 개발 기업이 500여 명의 환자 진단 및 치료의 임상 시험 끝에 그 실효성이 의료진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임상 의사들의 신 진단기술 프로젝트는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과에 송미경 교수와 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를 필두로 기존 환자의 영상진단 정보를 토대로 병변을 입체화해 3D 모형을 만든 개발 업체가 함께 해온 연구다.
임상시험 500여 명을 마쳤고, 환자의 영상정보를 AI 알고리즘 기술로 체성분을 구분하여 입체화 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실물 모형을 3D로 구현한 기술이 의료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폐동맥 협착과 하대정맥의 형성 이상과 같은 복잡한 병을 가진 여섯살배기 승연이와 비슷한 심장 복잡 기형을 가진 3개월 최이준 아기의 사례를 통해 기존 흑백 영상인 CT 자료에서 보기 어려운 실물 심장 3D 모형으로 정확한 수술 방향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어서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치매 조기 예측, 뇌 지도와 혈액 진단법에서 희망을 보다.
백세 시대, 80세 이상 노인 인구 중 4명 중 1명이 치매이고 65세 이상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 치매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무증상 기간이 15여 년,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난 후 5년, 치매 진단을 받은 후 평균 8년 생존하기 때문에 무증상단계에서의 발견과 예방이 중요한 질병이 아닐 수 없다.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최정신 씨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내 양정자 씨 부부는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가까이 사는 딸은 늘 불안한 마음에 매일 친정 부모의 안위를 챙겨야 하는 현실. 무기력증에 빠진 아버지를 보면서 늦게 진단을 받은 것에 내내 후회스럽다. 이처럼 막연히 불안해할 뿐 대부분 치매가 진행된 후에 진단을 받는다. 이에 7년 전부터 조선대학교 의생명과학과 이건호 교수는 치매국책사업단을 꾸리고 광주치매예방센터를 운영하면서 조선대광주치매코호트 연구를 해오고 있다. 그들은 코호트 연구를 통해 정상인을 대상으로 MRI 뇌 영상을 분석하여 한국인 표준 뇌지도를 만들었다. 이는 정상인의 뇌지도와 비교해 알츠하이머병 초기의 뇌 손상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한, 혈액검체은행에 쌓인 1만 3천여 명의 유전체 데이터는 이를 토대로 추적 검사를 통해 치매 진행 과정을 밝힐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앙대 신경과 윤영철 교수와 치매 혈액 진단법을 개발해온 한 기업이 피 한 방울로 치매 위험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발표해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아밀로이드 물질의 뭉치는 성질을 이용한 검사법으로 아밀로이드의 축적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원리다.
혈액을 통한 유전체 분석으로 암 조기 진단 가능한가?
암 치료법이 개발되고 생존율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암은 무섭고 두려운 질병이다. 아무런 증상이나 신호 없이 불현듯 찾아오는 폐암은 유독 조기 발견이 힘든 암이다. 화순전남대학교 호흡기내과 환자 강은혜 씨는 30대 중반에 유전성 폐암을 발견했다. 병기는 4기였다. 크고 작은 암 덩어리가 30여 개. 혈액 액체 생검으로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됐고, 다행히도 암세포를 공격하는 맞춤 치료제로 호전되고 있는 케이스다. 보통 암세포의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던 것과 달리 암이 생기기 전에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세포 조각으로 검사하고 치료까지 가능할까?
대장암은 1기,2기 때 발견하면 생존율이 96%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암 대장암 위암 등 암은 여전히 발견이 늦다. 이제 암 마다 다른 유전체와 단백체 모두를 분석하는 멀티오믹스 기술이 암 조기 진단의 길을 열고 있다. 임상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있는 연구 현장에서 멀티오믹스 진단기술의 미래를 만난다.
이광자 표지자, 조기 진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인가?
아주대학교 소화기내과 신성재 교수는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는 환자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왼쪽 직장의 구조와 달리 오른쪽 대장의 구조는 암이 1cm만큼 자라도 증상이 없다는 게 문제다. 조직을 떼어내 검사를 해야만 암 진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현실. 특히 용종 단계는 악성 종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부위를 잘라내야 가능하다. 조기에 암을 발견할 신비로운 화학물질을 개발 중인 화학과 김환명 교수와 함께 임상 시험 중인 프로젝트는 ‘이광자 표지자 개발’ 프로젝트. 이광자 표지자는 지난 2015년 chemical review지에 이광자 형광물질을 이용한 생체영상 진단법이 게재됐다. 이광자라는 긴 파장의 빛으로 생체 조직 깊숙이 투과해 병변 부위에서 반응하는 형광물질을 개발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십수 년 동안 이광자 표지자 연구의 열정을 쏟아온 노학자 조봉래 교수와 제자 김환명 교수의 연구 성과는 암 검출 능력과 진단의 새로운 길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큐 인사이트 <코로나19 진단 과학의 힘>은 5월 7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