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병풍처럼 솟아있는 설악산 국립공원은 강원도 속초시, 양양군, 인제군, 고성군에 걸쳐 자리한다.
그 너른 품에는 금강산에 버금가는 수려한 풍경과 지리산에 견줄 웅장한 산세를 갖추고 있어 많은 산악인들이 사랑하는 산이다. 정상에 서면 산과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울산바위부터 거칠게 꿈틀대는 공룡능선까지 설악의 다채로운 풍광을 만끽하는 이번 여정. 14년 전 국립공원 도보 순례를 하며 맺은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있는 산벗들이 봄기운을 입은 설악산으로 떠난다.
설악산의 대표 경관으로 꼽히는 울산바위로 향한다.
어디에서 보아도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울산바위는 둘레만도 약 4km에 달하는데 그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를 두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전해온다. 오래전 금강산이 만들어질 때 전국의 바위들이 앞다퉈 금강산으로 향했는데 울산에서 올라온 바위가 그만 설악산에 주저앉고 말아 ‘울산바위’가 됐다는 전설은 그 이름의 유래 중 하나다. 들머리에 자리한 천년고찰 신흥사를 둘러본 일행은 본격적으로 설악의 품으로 들어선다.
이제 막 파릇파릇 돋아난 새순으로 연둣빛을 이룬 숲을 지나 돌계단을 따라 걷다 보면 울산바위를 병풍 삼아 자리한 계조암에 닿는다.
계조암은 석굴 안에 암자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설악의 명소 중 하나인 흔들바위가 자리한 곳이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을 와서 한 번쯤은 밀어봤을 흔들바위는 100명이 밀어도 한 사람이 민 것과 같이 흔들린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까지는 약 1km. 울산바위의 단단한 암벽을 따라 설치된 계단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단단하고 매끈한 암릉미를 자랑하며 우뚝 선 울산바위는 단일 바위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바위로 알려져 있으며, 명승 제100호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높다. 절벽에 바투 선 아찔한 계단을 올라가자 암벽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적송이 그 단단한 생명력과 독특한 생김새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출발할 때 짙게 드리웠던 안개가 차츰 걷히더니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1,708m)까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시야가 열린다. 한가위에 덮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 녹는다 하여 설악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더니 대청봉에는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남아있다. 울산바위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거칠게 굽이치는 공룡능선과 멀리 서북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마침내 천혜의 바위 성, 울산바위(873m) 정상에 선다.
넘실대는 산줄기와 깊은 계곡, 날 선 기암을 품은 설악의 다채로운 풍경과 저 멀리 너른 바다가 시야를 푸르게 물들인다.
설악의 보물, 울산바위를 <영상앨범 산>에서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