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파스타, 한옥에 빠지다’ 편에 출연한 이탈리아 건축가 시모네 카레나 씨(52) 지금의 아내인 신지혜 씨(42)에게 첫눈에 반해 두 사람은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다. 6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 신혼집을 알아보던 그는 단층으로 이루어진 낮은 한옥들이 모여 있는 북촌 한옥 마을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이후 북악산과 기와지붕이 내려다보이는 삼청동 꼭대기의 작은 집을 계약했고, 1년 간의 공사를 거쳐 비로소 가족의 한옥이 완성되었다. 이후 귀여운 두 아들 첫째 페리체 카레나(12)와 둘째 포르테 카레나(10)를 얻으며 가족은 한옥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갔다.
2012년, 인간극장 방영 이후 8년 만에 다시 만난 가족. 못 본 사이 가족의 한옥에는 새로운 변화들이 생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셋째 페르모가 태어난 것. 골목에서 예쁜 꽃을 봐도 언제나 엄마에게 달려오는 여섯 살 페르모, 네 남자 중 가장 애교가 많아 엄마 지혜 씨에게는 ‘딸’ 같은 아들이다. 아들이 셋으로 늘면서 좁은 실내는 어떨 수 없이 확장이 필요했고 고심 끝에 바깥 경치를 보기 좋았던 야외 대청마루를 없앴다. 덕분에 밖에 있던 살구나무가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어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파스타, 한옥에 빠지다’ 방영 당시 질투심 많던 첫째 페리체와 양배추 인형 머리를 한 둘째 포르테는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었다. 편식하는 아이들을 위해 당근 자동차를 만들어주는가 하면 약을 먹이기 위해 기발한 이벤트를 열어주던 다정한 아빠 시모네 씨. 그런 아빠를 닮아 첫째 페리체는 레고 놀이며 낚시 놀이며 두 동생의 놀이를 책임지는 든든한 맏형이 되었다. 시모네 씨는 외국학교가 아니라 한국 국립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시모네 씨와 지혜 씨의 선택이었다. 부부는 사교육보다는 학교 교육을 선호하고 아이들이 집과 골목을 누비며 자유스럽게 성장해나가길 원했다.
집 안에 자리 잡은 살구나무엔 아름아름 달린 살구와 함께 다섯 식구의 한옥에도 봄 내음이 짙어졌다. 10여 년 전, 우연히 늦은 밤 오토바이를 타고 찾아갔던 북촌 한옥 마을, 낮은 지붕과 색바랜 기와 그리고 그 사이로 은은히 흘러나오던 달빛에 반했고, 바로 한옥과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한옥을 고쳐 지어 신혼생활을 시작했고, 이제 이 집은 아이들의 고향 집이 되었다. 집이란 무엇일까? 삶이 기억되고, 시간이 흐르는 공간. 시모네 씨의 한옥엔 그렇게 가족의 오늘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