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새벽.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키며 혼수상태에 빠졌던 임용재(62) 씨. 원인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한 뇌염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고, 뇌전증까지 찾아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발작을 한다. 작년 9월부터, 1~2분 동안 멍해지는 등 이상 행동을 반복하던 조윤하(62) 씨. 치매가 의심돼, 병원을 방문했지만 그녀에게 내려진 뜻밖의 진단은 뇌전증이었다.
치매, 뇌졸중과 같은 신경계질환 중 하나인 뇌전증. 흔히, 몸을 심하게 떨거나 의식을 잃는 등의 증상을 떠올리지만 뇌 손상이 일어난 부위에 따라 발작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새로 생기는 뇌전증의 경우 전형적인 뇌전증 발작 증상과는 달라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내 몸에 오는 이상현상의 원인이 뇌전증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뇌전증, 나을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열성경련을 앓았던 김요한(16) 군. 성장할수록 더 잦아지는 경련은 약물치료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내려진 치료법은 바로 당을 제한하고 필요할 칼로리의 80%를 지방에서 얻는 식사법인 ‘케톤생성식이요법’이었다. 케톤생성식이요법을 진행한 지도 6개월, 놀랍게도 김요한(16)군은 발작 증세가 멈췄다.
유전자 이상으로 생후 6개월 전부터 발작을 보이던 김민준(7) 군. 발작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워 결정한 치료법은 미주신경 자극술이다. 머리를 열지 않고 목 주변 경동맥 옆에 있는 미주신경에 전극을 넣어 미주신경을 자극해 발작을 줄이는 수술로 약 60% 환자에게서 절반 이상 경련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불치의 병으로 여겨졌던 뇌전증.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뇌전증의 치료법은 다양해졌고 ‘어렵지만 나을 수 있는 병’이 되어가고 있다. 뇌전증은 과연 완치될 수 있을까?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진단법에서부터 치료법에 이르기까지 뇌전증 해결을 위한 방법들을 알아본다.
뇌전증 환자 40여만 명,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15년 차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강동환(34) 씨. 6살 무렵 뇌전증 진단을 받은 이후, 발작은 그의 일상이 됐다.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뇌전증을 관리하며 살아온 강동환 씨. 그는 두 달에 한 번 발작이 찾아올 때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뇌전증 환우를 발견했을 시, 우리가 해야 할 대처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각각 다른 원인으로 인해 뇌전증을 갖고 살게 된 환우들을 만났다. 뇌전증 환자로 살아오면서 자신들이 겪어온 뇌전증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리고 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