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 보도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 97회 방송에서는 네이버·다음으로 대표되는 포털과 언론사의 공생관계를, 오랜 기간 포털 저널리즘을 연구해온 김동원 언론학 박사와 포털 저널리즘 전문 기자인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와 함께 논의해본다.
인터넷 언론사의 생사(生死)를 쥔 포털
인터넷 뉴스는 모두 포털로 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J가 직접 포털 입성을 시도했다. 단돈 5만 원정도면 쉽게 언론사를 등록할 수 있었지만, 포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뉴스 검색 제휴를 맺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411개 매체 중 단 26개 매체만이 제휴를 맺었을 정도로 포털 진입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포털 제휴가 어렵다 보니, 관련 사교육 시장이 생기고, 심지어는 제휴 언론사를 사고팔기까지 한다고 한다. 기업은 홍보를 위해 기사가 포털에 노출될 수 있게 제휴 언론사를 찾는데, 이 과정에서 대행사가 기사를 직접 써 언론사로 노룩 패스하는 일까지 생겼다. J의 취재 결과 120만 원이면 포털과 뉴스 검색 제휴를 맺은 언론사 6곳을 통해 기사를 낼 수 있었다. 이에 기업을 협박하는 언론사까지 등장했다. 실제 한 기업 홍보팀 직원은 “우리나라 온라인 매체들이 저널리즘으로써 다가서는 데는 없고, 100이면 95개의 매체가 비즈니스일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J 팩터뷰] 당신이 낚인 포털 뉴스의 진실
포털의 권력, 기성언론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J는 어뷰징 기사를 작성했던 전직 온라인뉴스팀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기사를 썼고, 4개월 동안 1,800여 건의 어뷰징 기사를 작성했다고 했다. 이를 직접 취재한 정연우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로 취재했지만, 상사로부터 시간 낭비라며 안 좋은 소리만 들었다’라는 전직 온라인뉴스팀 기자의 웃지 못할 참극을 전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뉴스 제공 언론사에 일정 비율로 돈을 지급하던 전재료를 폐지하고, 기사에 노출된 광고료를 언론사와 나눠 갖는 구조로 정산방식이 바뀌자 언론사는 클릭 장사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 언론사는 자회사를 이용해 똑같은 쌍둥이 기사를 생산하고, 연예뉴스 댓글이 폐지되자 생활란에 연예뉴스를 올려 화제성을 높이기도 한다. 또 사용자가 포털에서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게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 제목을 기사 하단의 주요 뉴스, 관심 뉴스에 배치하기도 한다.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어뷰징 기사에 대해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해치는 일”이라고 비평했다.
포털의 저널리즘은 ‘팬 비즈니스’다?
포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다음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조직했다. 하지만 위원 명단은 물론 회의 내용조차 공식적으론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이에 포털이 저널리즘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만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J는 직접 네이버에 저널리즘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네이버 측은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일 뿐, 언론의 정의와는 역할이 다르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에 임자운 변호사는 “영리성과 거리를 둬야 하는 저널리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건가”라며 저널리즘 가치를 시장에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모든 서비스에 대한 답은 이용자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뉴스 서비스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원 박사는 “네이버가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라고 하는 것들이 너무 오래된 대응”이라며 “이제는 언론사들과 같이 만나서 공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논의할 수 있는 장에 네이버가 공개적으로 나왔으면 한다.”는 의견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는 “포털을 취재하는 동안 네이버는 항상 책임을 조금씩 빼왔다.”라며,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있듯, 네이버가 좋은 뉴스를 적극 배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비평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97회 방송에는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 임자운 변호사, 김동원 언론학 박사,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 KBS 정연우 기자가 출연한다.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이번 주 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