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순국 80주기를 맞은 독립군의 영웅, 홍범도 장군. 일제강점기 독립군 최고의 성과인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끈 그를 두고 최근 역사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8월 국방부는 2018년 3월 1일 육군사관학교에 설치한 독립운동가들의 흉상 가운데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사단체 51곳이 반대 성명을 냈지만, 설상가상으로 흉상에 이어 도로명(홍범도장군로)과 함명(홍범도함)까지 변경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독립투쟁의 상징인 홍범도 장군에 대한 갑작스러운 논쟁.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주 MBC ‘PD수첩’은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역사 논란의 목적과 배경을 전격 해부한다.
“빼앗긴 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서 진짜 모든 것을 바쳐서 헌신하신 분들을 이렇게 모독해도 되나. 우리 할아버지가 이렇게 모독의 대상이 되어도 되나. 이게 과연 대한민국의 모습이 맞나?” –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지청천 장군의 후손
평민 출신 의병장에,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아내는 일제의 고문으로 잃고, 아들은 독립전쟁으로 떠나보냈다. 온 가족이 독립을 위해 헌신한 홍범도 장군. 윤석열 정부 고위 인사들은 그런 그의 공산주의 이력을 문제 삼았다. 1927년 ‘소련 공산당’ 입당 사실 때문에 육사 내외부에서 처음부터 흉상 설치를 반대하는 의견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PD수첩’ 취재 결과 육사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군사사학과 주축으로 흉상 설치에 대한 내외부 감수를 다 받았으며 이른바 ‘공산주의자’ 이력은 논의된 바 없이 흉상 설치는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근 불거진 흉상 이전의 배경은 무엇일까? ‘PD수첩’은 육사 내 기념물재배치 사업이 이례적인 속도로 시행된 정황과 함께 그 과정에서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이었던 신원식 현 국방부 장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단서도 입수했다. ‘PD수첩’은 단독 입수한 육사 내부 문건을 통해 흉상 이전 논란의 전말을 최초 공개한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독립운동이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광복군과 독립군에서는 이념적으로 좀 다른 부분이 있다.”
- 신원식 국방부 장관
카자흐스탄에 묻혀있던 홍범도 장군 유해가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지 2년. ‘홍범도로 명예도로명’ 철회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잘못된 역사적 사실들을 토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그 정보의 출처로 한 언론인을 지목했다. 전 월간조선 편집장 김용삼 대기자였다. 김용삼 기자는 2020년 말부터 유튜브 영상과 칼럼을 통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항일무장투쟁의 역사를 폄훼하고 비난해 왔다. ‘청산리 대첩은 무승부, 봉오동 전투는 일본의 승리’ ‘김좌진 장군은 무장강도’ 등 왜곡된 정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김용삼 기자는 권위 있는 국내 연구자들의 책과 논문을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왔다고 주장했지만, 검증결과 인용된 연구자들은 김 기자가 아전인수식으로 잘못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김용삼 기자는 뉴라이트 성향의 단체, ‘한국자유회의’ 창립 때부터 참여해왔던 인물. 그런데 한국자유회의 출신 인사들이 이번 정부 곳곳에 10여 명 넘게 포진돼 있다. 한편에서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윤 정부 요직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위험한 말씀입니다”라며 윤 대통령의 역사인식에 우려를 나타냈는데..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논란을 둘러싼 찬반 논쟁, 이른바 ‘역사 전쟁’의 실상을 집중 취재한 MBC ‘PD수첩’ <역사 전쟁, 왜 홍범도 장군을 지우려 하나>는 오는 24일(화) 밤 9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