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불법과 편법 사이, 무법지대의 탐정들

2020년 8월 「신용정보보호법」제40조가 개정되고 난 후, 신용정보회사를 제외하고 누구나 ‘탐정’이란 용어와 상호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4천여 개의 탐정 사무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들은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추적60분>이 탐정의 모든 것을 추적해 보았다. 

■ 탐정의 등장, 그 후 3년

지금까지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의 수는 약 2만 명. ‘탐정 사무소’로 간판만 바꾼 흥신소와 심부름센터도 많다. 외도 증거 수집, 실종된 사람 찾기 등 그들의 업무 범위는 광범위하지만 그들을 관리·감독하는 법은 없다. 권한도, 규제도 없이 경과한 3년이란 시간. 탐정의 세계는 무법지대의 경계를 위태롭게 맴돌고 있다. 

■ 불법과 편법 사이, 탐정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조대진(가명. 51) 씨. 그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7년 차 현직 탐정이다. 탐정 업무의 90%를 차지한다는 외도 증거 수집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잠복을 시작한다. 위치추적기 부착, 몰래카메라 촬영, 미행까지 증거 수집을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는 탐정. 불법 여부를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그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합법과 불법, 편법 사이를 오간다고 말한다. 

“너무 애매하잖아요. 모든 게 불법과 편법과 합법 사이. 뒷조사를 한다는 자체가 걸릴 수 있지. 이렇게 잡으려고 생각하면 모든 게 다 불법이더라고요. 모든 게 하나하나가”

– 조대진(가명, 51/ 7년 차 탐정)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탐정의 하루를 추적60분 제작진이 함께 했다.

■ 누구나 할 수 있는 탐정, 늘어나는 사기 피해

어떤 규제도 권한도 없는 탐정업. 현재 대한민국에는 탐정이 되기 위한 자격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시자의 나이, 학력, 범죄 이력 등 그 어떤 조건도 걸러지지 않는다. 심지어 탐정사무소를 설립하는 데에는 자격증조차 필요 없었다. 담당 PD 역시 간단한 온라인 강의와 형식적인 시험만으로 탐정 자격증을 취득하고, 같은 날 아무런 제약 없이 탐정사무소를 설립할 수 있었다. 난립하는 탐정 사무소의 수만큼 피해 사례는 늘어났다.

서산의 한 사례자는 4년 전,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증거 수집을 위해 탐정 사무소에 총 65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남편에게 뒷조사 사실을 알리기 전에 돈을 더 내놓으라는 협박이었다. 광주의 또 다른 사례자는 소식이 끊긴 지인을 찾고 싶어 공공 근로로 모은 돈 100만 원을 탐정에게 선지급했다. 하지만 지인을 찾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연락은 끊겼다. 

■ 탐정과 브로커 사이에서 줄줄 새는 개인정보, 당신의 개인정보가 위험하다.

2021년 12월 경찰이 신변 보호 중이었던 여성의 자택을 찾아가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 여성의 집 주소를 알아내 이석준에게 알려준 건은 다름아닌 흥신소였다. 흥신소는 어떻게 여성의 집 주소를 알아냈던 것일까? 범인은 현직 공무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국회의원실이 개인정보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는 최근 5년간 개인정보 유출사례가 5만 건에서 340만 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석준 사건 이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추적 60분>이 취재한 결과, 여전히 대다수의 탐정들은 공공기관의 정보원을 통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고 있었다. 공공기관과 탐정 사이에는 이른바 ‘브로커’라고 불리는 중간자가 있었다.

주민등록상 현주소, 주민등록번호 뒷번호는 각각 15만 원. 실거주지 주소는 25만 원. 재산은 60만 원. 브로커가 타인의 개인정보에 가격을 매긴 ‘원가표’를 탐정에게 제공하면 탐정은 표에 적힌 원가를 지불하고 개인정보를 산다. 그리고 원가의 두 배만큼을 받고 의뢰자에게 판다. <추적 60분>은 탐정과 브로커 사이에 오고 가는 단가표의 실체를 직접 확인했다. 집 주소, 가족관계증명서, 재산권까지 알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반나절, 길면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줄줄 새고 있었다.

■ 탐정은 불필요한 존재인가? 아닌가? – 탐정업 법 제정의 필요성

그렇다면 탐정은 사회에 불필요한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탐정업 관련 법률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성인 실종 사건같이 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탐정의 존재가 필요하다. 미국과 프랑스는 국가에서 탐정을 관리 감독해 경찰이나 사법기관의 업무를 합법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른 OECD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탐정의 자격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출 수 있게 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취재진은 100년이 넘는 탐정의 역사를 갖춘 미국과 프랑스의 모습을 통해 탐정의 존재 이유를 살펴보았다.

추적60분 1347회 불법과 편법 사이 – 무법지대의 탐정들 편은 12월 8일 금요일 밤 KBS 1TV에서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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