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지스타에 걸맞는 대규모 부스로 무장한 렐루게임즈
각양각색 사람들이 한데 모여 ‘주문 전쟁’을 벌였던 마법소녀 대결전
마법소?녀미가 넘쳐흘렀던 렐루게임즈의 야외부스를 찾아가다
렐루게임즈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9월이었다. 당시 리듬게임 전문 기자로 활동하던 필자는 디제이맥스 오프닝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GES2024(GAME ESPORTS SEOUL 2024)의 방문과 동시에 겸사겸사 판교에서 열린 게임 복합 문화행사 GXG2024(GAME culture x GENERATION 2024)에도 들르게 되었는데, 다양한 부스 속에서 유독 강렬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렐루게임즈 부스였다. 렐루게임즈는 당시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2종을 체험 전시하며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여기서 이목을 끈 게임이 바로 ‘마법소녀 김부장’이라는 컨셉부터가 범상치 않은 주문, 아니 목소리 인식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 ‘루루핑’)이었다.
특히 ‘레전드 모드’ 이벤트는 단연 압권이었다. 인플루언서의 목소리와 겨루는 모드로 진행된 이 이벤트에는 게임 문화행사라는 특성상 캐릭터 코스플레이어부터 부모와 아이들까지 마법소녀의 아성에 도전하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몰렸다. 참가자들은 각자 개성 넘치는 발성으로 마법소녀 주문을 외쳤고,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기상천외한 이벤트들은 현장은 즐거움으로 가득차게 만들었고 필자 역시 기자의 본분을 잊고 그 즐거움에 흠뻑 취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 강렬한 경험이 잊히지 않아 결국 GXG2024의 렐루게임즈를 주제로 기사를 쓰게 되었고, 이때의 경험으로 렐루게임즈는 필자의 기억 속에 좋은, 그리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간이 흘러 11월, 지스타 2024의 개최 소식과 함께 렐루게임즈의 모회사인 크래프톤의 참여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참여 계열사에 렐루게임즈가 있다는 것을 보고 그때의 추억이 아련하게 생각날 때쯤, 이번엔 아예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 단독 야외 부스로 나온다는 소식 역시 듣게 되었다. GXG때와는 달리 실로 게임의 분위기에 걸맞는 카오스한 디자인과 체험 공간과 개별 무대까지 준비된 대규모의 단독 부스. 그렇게 그때의 좋은 기억과 함께 부푼 기대를 안고 지스타 2024가 열리는 벡스코로 향했다.
이게 도대체 뭔 게임이여
부스 소개에 앞서 이 게임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대한민국의 저출산을 비롯한 전 세계의 저출산 기조로 마법소녀의 수가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범죄율이 치솟아 서울을 비롯한 전세계가 위험에 빠지게 되자 이에 정부는 성별 및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마법 소녀가 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는데 그 과정에서 렐루보험사 영업부 중년 남성 김부장이 휘말리면서 마법소녀(?)로 싸우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 게임은 마법소녀물이라는 특성에 맞게 마이크에 대고 주문을 외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마이크에 직접 마법 주문을 외쳐 상대방과 전투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렐루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AI 음성 인식 기술이 목소리의 크기, 발음,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데미지로 환산한다. 이를 통해 상대방의 정신력을 고갈시켜 승리하는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구현했다. 주요 모드로는 마법소녀 김부장의 여정을 그리는 ‘스토리 모드’, 이 게임에 제작을 협찬받은 유명 인플루언서들과의 고스트 배틀을 즐길 수 있는 ‘레전드 모드’, 2인 모드 및 온라인 매치를 지원하는 ‘마법 대결 모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게임은 단순히 주문을 외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제작진이 준비한 아무 말 대잔치급의 단어로 구성된 주문, 혹은 마법 대결의 2인 모드 한정으로 플레이어가 각각의 단어를 조합해 만든 주문으로 상대방의 항마력을 깎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작 본인의 항마력 역시 요구되는 게 문제긴 하지만. 거기다가 렐루게임즈 개발의 AI 음성 인식 기술은 단순한 정확도가 아닌 주문에 대한 연기력과 진심 또한 측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승률 뿐만 아니라 소모되는 항마력도 같이 계산해야 하는 골때리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부스는 없었다 이것은 마법인가 소녀ㄴ인가
지스타 2일차부터 마지막 4일차까지 참여한 필자. 본인 기준 첫번째 날인 2일차는 탐색전이었다. 부스는 마법소녀라는 이름에 걸맞게 핑크핑크한 비주얼이 외관을 싸고 있었지만, 그를 감싸는 ‘김부장’과 ‘*냥’의 비주얼과 쌈마이한 글씨체로 ‘성별무관 연령무관 경력무관 3無 캐스팅’이라고 적혀 있었다. 체험 부스로 들어가는 입구는 마법소녀가 된 김부장의 얼굴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는데, 김부장의 얼굴이 일정 주기로 계속 변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레전드 모드를 체험하고 받을 수 있는 마법소녀 등록증에서 찍은 참여자의 사진이 AI 합성되어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진입문에는 온갖 주문들이 문을 타고 나오고 있었는데, 이는 10월부터 진행된 주문 모집 이벤트로 선정된 주문들이라고 한다.
체험 부스 내부에는 온갖 마법소녀의 관문들로 가득차 있었다. 실제 게임에 나오는 주문들 밑에서 사진을 찍는 포토존과, 루루핑의 테마로 꾸며진 매지컬 캐비닛, 원통형의 ‘마력 측정기’에서 주문을 외치는 점수에 따라 카드 보상이 지급되는 미션존, 그리고 ‘레전드 모드’를 체험할수 있는 체험존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미션존에는 마력 측정기를 통해서 나온 마력을 랭킹화 시킨 ‘명예의 전당’이, 체험존에서는 참여한 인플루언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들 중에서는 기간 한정으로 SOOP(前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유명 스트리머 ‘우정잉’도 참여에 올랐다. 레전드 마법소녀가 전시된 전당을 보니 묘하게 당근을 흔들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역시 기분 탓이리라.
필자는 다시 마법소녀가 되러 간다
이제 이 게임의 진짜 화룡점정인 야외 스테이지로 가게 되었다. 야외 스테이지는 1대1 대전, 이른바 ‘마법 대결 모드’가 진행되는 현장이다. 대기 중인 참가자 2명이 무대위로 올라와 진행 요원이 임의로 선정하거나 혹은 본인이 직접 단어를 선택해 주문을 만들고 서로가 주문을 외쳐 더 마력이 큰 사람이 이기는 대결로 진행된다. 여기서 렐루게임즈의 자체제작 AI 음성 인식이 진가를 발하는데, 참가자가 주문을 외치면 AI가 이를 분석해 주문의 정확도, 주문의 진심, 그리고 주문에 들어간 엔트로피(?)를 측정해 각 합산으로 대미지 및 공격 찬스를 얻게 된다. 즉 정확도가 높아도 진심과 엔트로피가 낮은 경우, 진심 100%지만 엔트로피와 정확도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간혹 엄청 적은 확률로 두 참여자 모두 측정이 비슷하거나 인식이 잘 안될 경우엔 무승부 판정이 뜨기도 한다.
이처럼 마법 대결 모드가 열리는 야외 스테이지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이었다. 이번 지스타 2024가 최대 규모로 개최된 만큼 찾아온 인원도 엄청 많았는데, 야외 부스+게임 특유의 분위기와 더불어 모두의 이목이 끌기 좋은 먹잇감 같은 스테이지가 되었다. 실질적으로 대기 인원은 15~20명 정도 되었지만 코스플레이어의 촬영이 한창인 백스코 제1전시장의 야외광장과 더불어 지나가면서 관람하는 사람까지 더하면 최소 수백은 달한 인원이 무대에 모인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신,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등 다양한 코스플레이어들과 마법소녀의 아성에 도전하는 분들이 무대를 장식해냈고 ‘3대떡’이라는 퍼펙트 클리어, 역전승, 혹은 수치가 측정 안되는 통칭 ‘억까’ 등등 온갖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대기하는 와중에도 ‘팝콘각’을 보게 되어 대기시간이 술술 흘러가게 되었다.
필자 역시 GXG2024의 경험을 되살려서 2일차, 4일차에 도전하게 되었다. 2일차에서는 3대떡이라는 퍼펙트 클리어로 완승을 거두었으나, 4일차에서는 1승3패로 간신히 버티다가 패배를 맞이하게 되었다. 사실 2일차에 엔트로피 93점이라는 엄청난 점수가 계속 나오는 것에 비해, 4일차에서는 마이크 문제인지 인식이 잘 안되어 점수 측정이 안되거나 7~80점 수준의 점수들이 5~60점 점수대가 자주 보이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1대1 주문 맞짱이라는 컨셉은 굉장히 재미있었기에 즐거운 기억으로 지스타 2024를 마무리지었다.
여담으로 4일차 오전의 야외부스 대기열을 잠깐 지나가면서 보니 화제(?)의 게임 ‘콘코드’의 바즈 코스프레를 한 분이 계셨다. 그 바즈가 마법소녀 주문을 외친 것을 못본다고 생각하니 이것이 지스타 2024 통한의 한이 아닐까 싶다.
마치며 – ‘마법소녀’ 김부장의 승진을 위하여
지난 판교에서의 경험과 이번 지스타에서 느낀 점을 적어보자면, 이번에도 그들은 초심을 잃지 않았다. 렐루게임즈의 창의력과 AI 기술의 시너지는 이번에도 대성공의 성과를 거두었다. AI로 만들어진 김부장과 그의 적수들은 이제 ‘대유쾌 마운틴’에 들어갔고, 주문을 만든 제작진들의 노력과 AI 기술의 분석력까지 더해 주문은 주문 이상의 의미를 더해 게임의 흥행을 이어가는 요소가 되었다.
이 게임의 재미는 단순히 AI에 기대는 것이 아닌, AI를 창작의 동반자로 삼아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하여 게임과 AI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경험을 제시했다. 그들이 증명한 것은 명확하다. 창의력과 기술이 만나면, 그 결과물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 ‘작품’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광기와 유머, 그리고 대담함은 AI 시대를 겪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선사하며, AI를 활용한 창작물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의 크래프톤이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다음 게임쇼에 렐루게임즈와 김부장이 등장하게 된다면, 다시금 카메라를 챙겨 자신있게 취재하러 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겼다.
앞으로 렐루게임즈가 어떤 또 다른 김부장의 여정과 마법소녀의 신세계를 선보일지, 그들이 만들어갈 더 많은 ‘상상초월’의 순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