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DJMAX RESPECT V와 2021년 EZ2ON REBOOT : R의 출시는 PC 리듬게임 시장이 다시금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 두 타이틀 뿐만 아니라, 식스타 게이트: 스타트레일, 칼파 : 코스믹 심포니, 플라티나 랩 등 다양한 건반 리듬게임들이 출시되거나 얼리 액세스를 기다리고 있어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과거 2013년의 디제이맥스 트릴로지와 이지투온 리부트가 침체기에 놓였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의 PC 건반 리듬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부흥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4년 10월, 건반 리듬게임 시장에 새로운 ‘경력직 신입’이 등장했다. 바로 리듬게임의 거장으로 불리는 나오키 마에다가 설립한 AXTROM GAMES의 신작 리듬게임, MASH VP! RE:VISION(매쉬업 리비전)이 그 주인공이다. 과거부터 리듬게임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나오키 마에다(NAOKI MAEDA)의 참여로 인해, 이 신작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NAOKI 사단이 주축이 된 AXTORM GAMES의 신작
AXTROM GAMES(악스톰 게임즈)는 2023년 5월 창설된 AXTORM 주식회사의 산하 게임 개발팀이다. 많은 신생 리듬게임 제작사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AXTORM이 어떤 특색을 갖고 있는 것인가 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AXTOR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오키 마에다(NAOKI MAEDA)가 있다.
나오키 마에다(이하 NAOKI)는 1995년부터 시작해 2000~2010년대 리듬게임을 접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모를수가 없을 정도로 해당 시기의 리듬게임을 대표한 아티스트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입지는 대단했다. 특히 Dance Dance Revolution(DDR) 시리즈에서는 MAX 300, PARANOiA 시리즈, TRIP MACHINE 시리즈와 함깨 여러 DDR 타이틀의 음악 제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NM, 180, DE-SIRE 등의 가명을 사용하여 다양한 리듬 게임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으며, 그의 작업은 비트매니아, 기타프릭스, 드럼매니아와 같은 대표적인 리듬 게임에도 포함되었다. 리듬게임을 몰라도 여러 합성물로 자주 접한 ‘RED ZONE’ 역시 NAOKI의 작품이다.
2014년 코나미를 퇴사한 이후, 나오키 마에다는 스마트폰 및 아케이드 연동 리듬 게임인 ‘CROSSxBEATS’ 시리즈와 모바일 리듬 게임 ‘SEVEN’S CODE’를 통해 자신의 게임 개발 철학과 음악적 비전을 증명해 보였다. 이들 프로젝트는 그가 코나미에서 쌓아온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어간 사례로, 리듬 게임 업계에서 그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프리랜서로 전향해 이지투온에서 MAX301, 펌프 잇 업의 CHAOS AGAIN을 내놓는 등 다양한 외주 활동을 이어가다가 2023년 5월경 AXTORM을 설립, 2024년 10월 MASH VP! RE:VISION(이하 매쉬업 리비전)을 출시해 본격적인 리듬게임 디렉터로서 개발에 나서게 된다.
사선이지만 특별한 사선 플레이를 지원하는 MASH VP! RE:VISON
MASH VP! REVISON은 2라인/4라인의 사선 라인을 지원하는 리듬게임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선 리듬게임이란 탭소닉 시리즈처럼 중심에서 외곽으로 퍼지는 구조인 ‘발산형’ 사선을 뜻하지만, MASH VP! RE:VISION은 두 시작점이 하나의 끝에서 만나는 형태, 즉 ‘수렴’ 사선을 채택했다. 두 패널이 하나의 판정선에서 만나는 V자 구조의 플레이 스타일을 채택한 이 게임은 꽤나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보여준다.
가령 1라인과 2라인이 있다고 할때 플레이에 따라 1,2라인에서 노트가 같이 나오거나, 1라인 혹은 2라인에서만 노트가 나오거나, 이후 설명할 매쉬업 모드에선 아예 1,2라인이 합체하여 탭소닉 스타일의 발산형 사선으로 돌아가거나 다시 수렴형으로 분리된다. 이러한 레인 연출은 플레이어로서 소위 뇌가 말랑말랑해지는 플레이를 보여주거나, 특수 곡에 대한 연출로서 적용되기도 한다.
두 개의 라인이 하나로 겹쳐지는 새로운 플레이, MASH UP 모드
MASH UP(매쉬 업) 모드는 매쉬업 리비전의 핵심 요소이자 메인 테마로, 두 개의 음악을 조합해 리믹싱된 트랙을 연주하는 독특한 모드이다. 매쉬업 플레이는 리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방식 같지만, 의외로 리듬 게임 장르에서 자주 사용된 개념이기도 하다. 2009년에 출시된 엑티비전의 DJ Hero는 이 매쉬업 플레이 방식의 시초적인 예로,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두 곡을 디제이 믹싱하는 게임 플레이를 제공했다.
또한, 2010년에 발매된 DJMAX 포터블 3에서는 ‘샘플러 노트’를 사용한 X.2T 플레이를 지원하는 리믹스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해당 플레이를 대표하는 게임인 사운드 볼택스 역시 2019년의 사운드 볼텍스 비비드 웨이브의 ‘오토메이션 파라다이스’ 모드, 2021년 사운드 볼텍스 익시드 기어의 ‘메가믹스 배틀’ 등 다양한 리듬 게임들이 매쉬업 개념을 도입하였다. 특히 메가믹스 배틀의 경우 해당 모드가 한국 비마니 대회인 ‘비마니 마스터즈 코리아’, 코나미의 E스포츠 ‘비마니 프로리그’에서 대회용 모드로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등 의외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MASH UP 모드는 앞서 소개한 리듬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실시간 리믹싱 방식과는 미묘하게 다른 점을 보여준다. 이전에 소개된 DJ Hero나 사운드 볼텍스와 같은 게임들이 플레이 중 실시간으로 두 곡을 믹싱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면, 매쉬업 리비전의 MASH UP 모드는 미리 조합된 하나의 트랙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모드에서는 주제곡 1곡과 재료곡 3곡이 주어지며, 플레이어는 주제곡과 재료곡 중 각 1개씩 선택해 이를 조합해 새로운 신곡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리믹싱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된 곡들이 미리 섞여 하나의 새로운 트랙으로 완성되어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플레이에서는 크로스페이더의 느낌을 살린 ‘시프트 노트’와 다양한 레인 연출을 통해 플레이어가 마치 실제로 리믹싱을 하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MASH UP 모드에서 조합된 악곡 역시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던 곡인 것처럼 유려하게 이어져, 리듬 게임 팬들에게 높은 완성도의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완성도를 느낀 트랙이 바로 필자의 추천픽인 TORIENA의 off duty, NOMA의 Brain Power의 매쉬업 트랙이다.
신생 리듬게임이기엔 믿을 수 없는 유명 아티스트의 참여과 곡의 다양성, 그리고 퀄리티
AXTORM GAMES의 MASH VP! RE:VISION은 신생 리듬게임이다. 그러나 수장인 NAOKI의 관록 덕분에 신생 리듬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화려한 참여진과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스팀 페이지에서 밝혀진 참여진만 봐도, “TAG & NAOKI feat. Riyu Kosaka,” “Simonman,” “센본마츠 진,” “onoken,” “Enterskip,” “NOMA,” “Amen Kensetsu.”등 일본 음악 게임계를 이끄는 호화로운 아티스트를 선보였다. 신곡 수록은 AXTORM에서 제작한 컴필레이션 앨범 <GENESiS RE:BUiLD 01> 수록곡으로도 이루어져 있는데, “Maozon”, “DJ Noriken”은 물론 센본마츠 진, SLAKE, xi, Nothing But Requiem 등등 신세대와 구세대를 아우르는 참여진이 게임의 음악적 깊이와 다양성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라이센스곡 또한 Brain Power와 Halcyon과 같은 리듬게이머라면 반드시 아는 버라이어티 수록곡과 동인음악 그룹 DIVERSE SYSTEM의 ‘AD:Vantage’, ‘Stream Palette’, ‘AD:Drum’N’Bass’의 악곡이 들어가면서 라이센스곡 역시 다채로운 라인업을 보이고 있다.
이후 10월 27일 발매 예정인 두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GENESiS RE:BUiLD 02 「MASH VP! Re:VISION」Original Sound Track에서는 sobrem, litmus*, EmoCosine, RiraN 등 유명 한국 아티스트들과 yamajet, Se-U-Ra, 와타나베 히로시, 야미오카 아키라가 추가 참전해 앞으로도 이러한 라인업이 더욱 풍부해 질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단점은 있다
허나 이러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과 가격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는 초당 프레임 제한과 디스플레이 모드 부분에 있는데, 지금의 리듬게임이 최대 400fps에서 무제한 주사율을 지원하는 와중에 최대 120fps 까지 지원하고 있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테두리 없는 참(Borderless Windowed)’가 미지원인 점과 오디오 재생 장치설정(ASIO 지원)이 미비한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120fps 문제는 현재 아케이드 신기체 기준 최대 지원 주사율이 120fps인 점에 대해 어느정도 정상참작이 가능한 부분으로 볼 수 있을것이고,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 오디오 버퍼 조절이 기사 작성 기준 0.1.3 핫픽스로 추가되었으니 향후의 개선을 기대해뵈도 될 듯 하다.
두번째로는 가격이다. 매쉬업 리비전의 가격은 원화 기준 39,800원으로, 리듬 게임으로서는 4만 원에 가까운 다소 높은 가격대에 속한다. 이는 다른 제3지대 리듬 게임인 칼파나 식스타 게이트와 비교하면(각각 22,000~24,900원)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매쉬업 리비전이 그 가격에 걸맞는 훌륭한 라인업을 제공하며, 가격 대비 만족감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DJMAX나 EZ2ON과 같은 다른 리듬 게임들도 5만 원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보 가격이 항상 구매 결정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님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느껴진다면 지금 구매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다면 세일 기간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