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의 친구들, 의성 산불 현장에서 24마리 동물 구호

현재 경남 산청에서의 인명 사고, 경북 의성의 실화에 의한 대형 산불 등 전국의 산불재해가 확산되면서 산림청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23일 산림청은 산청군은 70%, 의성은 60%의 진화율을 보인다고 발표하며 어젯밤 야간 산불진화에 나설 것임을 밝혔으나 현장에서의 체감은 곳곳에 불길이 넘실대며 오늘 바람이 더 강해진다는 예보마저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3월 23일, 루시의 친구들 4개 단체 선발대는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경북 의성군의 동물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현장 구호 활동을 펼치기 위해 의성군으로 향했다. 경북 의성군은 전국 기초 지자체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45%, 2023년)으로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 대피가 힘든 지역으로 동물들에 대한 현장 구호 활동 지원이 가장 절실한 지역이라는 판단이었다.
단체들은 대피소와 마을 이장 등을 통해 동물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현장 구호 활동에 나섰고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현장에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고양이, 줄에 묶인 채 화마에 노출된 만삭의 어미개들, 불길에 화상을 입거나 달궈진 쇠목줄에 목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개와 불길 앞에 속수무책 방치된 강아지 등 총 24마리를 구조했다. 단체들은 구호 활동 중 축사에 갇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염소를 치료하기도 했다. 뜬장 속에서 새까맣게 타죽은 개와 닭들도 발견되었다. 여전히 응급 재난 상황에서 동물들의 구조 활동은 사각지대에 있음이 확인된 현장이었다.
또한 개식용 종식에도 불구하고 산속 불법 개농장에 100마리가 넘는 개들이 매캐한 연기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본 개농장이 마을 교회 인근에 있는 데다 대형 음식쓰레기차가 폐기물을 운반해 온 현장도 목격되었다. 모든 개들이 산불 위험에 처해 있었지만 개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아 수의사의 의료적 판단으로 화상을 입은 일부 동물들만 겨우 구조할 수 있었다,
정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4년 1월부터 2025년 3월 현재까지 15개월간 의성군 구조 유기동물 241마리 중 입양은 21마리에 그쳤으며 116마리가 안락사 또는 폐사되어 입양 동물수의 6배에 달했다. 그런데 단 하나의 불법 개농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개들이 태어나고 있던 현장이었다. 또한 의성군은 지난 1월과 2월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인데 버젓이 주요 감염원인 음식쓰레기가 대량으로 산지에 노출되어 있어 관리부재 상황이 충격적이었다.
김복희 코리안 독스 대표는 “의성군은 2020년 1만편 규모의 오토캠핑장 반려동물 놀이터 등을 갖춘 펫월드를 운영중에 있는 지자체다. 그러나 재난시 지역내 반려동물은 물론 재난시 동물들의 안전 돌봄에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도움을 주러 찾아간 대피소에서 구호 단체들은 의성 군수로부터 “사람우선 아닌가”라는 원론적 얘기를 들어야 했다. 단체들은 재난시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지만 2022년 행정안전부도 [재난시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을 제정 발표한 만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루시의 친구들 단체들은 늦은 밤, 1차 구호 활동을 마치고 동물치료와 돌봄을 위해 서울로 복귀했으며 일부 단체는 현장에 남아 추가 구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수의사 및 구조단체와 함께 현장에 함께 한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산속 불법 개농장 개들 다수가 현재 임신 중으로 추정된다. 의성군은 축사 주변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소방 방제를 당장 시행해야 하며 산불 진화 후 불법 개농장에 대한 고발과 지자체의 개입에 의한 전원 구조와 폐쇄를 추진해 한다”며 산속 불법 개농장에 대한 후속대책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영환 정책국장은 산불 재난 위기가 방역 위기로 이어져선 안됨을 지적하며 “이번 산불로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어디로 어떻게 이동해 갔을지 알 수 없고 먹이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ASF 발생 지역인 의성 산지에 불법 개농장과 다량의 음식쓰레기가 노출 방치되어 있는 극도의 방역 사각지대가 노출된 만큼 즉각 폐쇄와 관련자 엄중 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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