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겜 탐구생활 EP.3] WELCOME TO THE NEXT FUTURE : 디제이맥스 엔터테인먼트 ‘64514’ 리뷰

네오위즈의 리듬게임 브랜드 DJMAX 시리즈가 새로운 음악적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6월 27일,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64514> 가 플레이리스트 비디오와 함께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지난 4월, DJMAX 엔터테인먼트의 첫 시작을 알리며 모던하고 일상적인 감성을 담아냈던 첫 앨범인 <DRIVE>에 이어 공개된 이번 앨범은 그 규모와 세계관을 폭발적으로 확장시켰다. 특히 의 두 배가 넘는 막강한 아티스트 라인업이 대거 참전하여 발매 전부터 팬들의 기대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64514>는 ‘21XX GLITCH SANTUARY’라는 주제 아래, 일상적이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미래 지향적인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강렬하게 제시했다. 앨범명은 네오위즈 판교 사옥의 실제 지번 주소(645-14)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이를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모이는 ‘음악의 성지’라는 상징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로서 더욱 거대해진 스케일과 매혹적인 미래의 사운드로 무장한 <64514>가 리스너들을 어떤 새로운 음악적 성지로 인도할지, 그 여정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 <64514>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이번 앨범의 중요 3요소인 악곡, 비주얼, 그리고 앨범의 스토리까지 이 세 가지 주제로 이 앨범의 매력을 알아보자.

악곡 – SOUND DISTRICT : 디제이맥스가 선사하는 사이버펑크 사운드

우선 앨범의 핵심인 사운드, 즉 음악에 대해 살펴보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첫 컴필레이션 DRIVE는 ‘첫 시작’이라는 주제 아래 현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Jersey Club, Synth Pop, Modern Rock 같은 부드러운 장르부터 Hard Techno, Electro Core 같은 마니아적인 장르까지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64514>는 DRIVE의 모던하고 현실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미래 시대의 사이버펑크 분위기를 강조한다. 음악 장르 역시 일렉트로닉, 미드 템포, 하드 테크노, 하드 댄스, 브레이크비트 등을 중심으로 훨씬 더 강렬하고 하드코어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변화는 이번 앨범의 주제와, 그에 맞춰 초청된 아티스트들의 성향과 깊은 연관이 있다. 먼저 디제이맥스의 상징과도 같은 ‘고참’ 라인업인 XeoN, BEXTER, ND Lee, 7 Sequence, LeeZu가 확고한 중심축을 형성한다. 여기에 익스텐션 및 리버티 시리즈에서 꾸준히 활약해온 Wicked Frontier, Mr.Funky, MINIMONSTER, Bagagee Viphex13, SOPHI, Pure 100%, Kanallia, IMLAY, RiraN, VoidRover, Cchekoz 등이 힘을 보탰다. 여기에 <64514>만의 독특한 색채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신규 라인업이 추가되었다. Carbon Systemz(Carbonatez), H93, 2spade, Limbo Slice, TheOFF, Saint Miller 등은 덥스텝, 트랩, 하드코어, 테크노를 주력으로 다루는 하드코어 일렉트로니카 씬의 정상급 아티스트들이다. 이처럼 뚜렷한 개성을 지닌 하드코어 성향의 아티스트들이 대거 합류함으로써, <64514>는 마침내 공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사운드 아이덴티티를 완성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앨범의 사운드가 특별한 이유는, 참여 아티스트들이 단순히 자신의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사이버펑크’라는 명확한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기울인 집요한 노력에 있다. 이들은 <매트릭스>, <블레이드 러너>, <아키라>, <공각기동대>와 같은 장르의 초석을 다진 고전부터 <아케인>, <사이버펑크: 엣지러너>와 같은 최신 흥행작, 그리고 <트론: 새로운 시작>, <저지 드레드> 같은 독창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깊이 있게 연구했으며, 나아가 <사이버펑크 2077>, <둠 시리즈>, <보더랜드 시리즈> 같은 게임들이 주는 인터랙티브한 경험과 특유의 분위기까지 흡수하여 자신들의 트랙에 녹여냈다.

수많은 트랙 중에서도 이번 앨범의 정체성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곡을 꼽으라면, 단연 디제이맥스의 대표 아티스트 BEXTER의 ‘DUKA’와 7 sequence가 재해석한 ‘DUKA -Special Edit-‘일 것이다. 팬들에게 ‘믿고 듣는 락 장르의 장인’으로 알려진 BEXTER는 이번 를 통해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다크 테크노’라는 어둡고 묵직한 전자 음악을 선보이며, 앨범의 사이버펑크 감성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동시에 기존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에 화답하듯, 7 sequence가 리믹스를 맡은 <DUKA -Special Edit->는 원곡의 DNA를 속도감 넘치는 ‘빅 비트 하드코어’로 재탄생시켰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비트는 원곡이 가진 질주감을 극대화하며 리스너를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그 밖에도 앨범 곳곳에는 주목할 만한 하드한 보컬의 매력이 돋보이는 MAX POWER (feat. Larakay)와 Just Let It All Go (feat. TRIΔNGLE) 부터, 강력한 하드코어로 귀를 사로잡는 Destrocode, 그리고 펑크 일렉트로니카를 선보이는 I wanna make some NO!ZE 등은 앨범의 높은 완성도를 증명하는 또 다른 예시라 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실험정신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은 단연 LeeZu의 IWTEYI라고 할 수 있다. ‘I want to eat your in destin’이라는 모호한 제목부터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곡은, 장르를 급격히 전환하는 혼돈과 중후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사운드를 통해 디스토피아의 혼란스러운 본질을 탁월하게 표현하며 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앨범 전반에 걸쳐 하드코어하고 실험적인 사운드가 휘몰아치는 와중에, 이 모든 여정을 마무리하는 타이틀곡이자 엔딩 트랙인 SOPHI의 We all want to be loved (feat. BIRA)는 의외의 감성을 선사한다. 공격적인 트랙들 사이에서 잔잔한 드럼 앤 베이스 선율은 일종의 안식처처럼 작용한다. 이는 ‘64514’라는 공간, 즉 이 글리치 성지가 단순한 혼돈의 장소가 아니라, “많은 이야기와 소리들이 이곳에 존재했고 사라졌으며, 새로운 이야기와 음악으로 다시 채워지고 있다”는 순환과 재탄생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처럼 <64514>의 사운드는 베테랑 아티스트들의 대담한 도전, 실력파 신예들의 공격적인 사운드, 그리고 컨셉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완벽하게 융합된 결과물이다. 공격적인 질주감부터 실험적인 혼돈, 그리고 마지막의 감성적인 여운까지 <64514>는 리스너를 혼돈과 매력이 공존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한가운데로 순식간에 이끌어갔다.

비주얼 – 21XX ANOTHER FUTURE : GLITCH SANTUARY

음악이 귀를 사로잡는다면, 비주얼은 눈을 매혹시키며 앨범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된다. 이번 <64514>의 비주얼은 ’21XX GLITCH SANCTUARY’라는 주제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핵심 요소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 작품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앨범의 비주얼은 기존 리듬게임 씬의 전형적인 아니메 스타일에서 과감히 벗어나, 차갑고 깊이 있는 ‘미드나잇 블루’ 색감을 기반으로 세련된 타이포그래피, 기하학적 패턴, 그리고 날카로운 선을 전면에 내세운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이번 비주얼 철학은 음악의 성지 ‘64514’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끊임없이 흐르는 데이터 스트림과 미래 도시의 차가운 야경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그래픽 아키텍처를 통해 ‘사이버펑크’ 컨셉을 가장 정교한 시각 언어로 표현해낸다. 특히 앨범의 플레이리스트 비디오를 지배하는 예측 불가능한 글리치 노이즈와 차가운 청색, 무기질적인 백색의 날카로운 색채 대비는 64514의 본질을 암시한다. 이곳은 음악으로 완벽하게 구축된 ‘성역(Sanctuary)’이면서 동시에 언제든 붕괴할 수 있는 ‘불안정한 디스토피아’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비주얼은 앨범의 주인공 ‘엘 클리어(El Clear)’와 ‘엘 페일(El Fail)’의 디자인에서 절정에 이른다. 과거의 서브컬쳐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선명하고 독창적인 비주얼로 탄생했다. 캐릭터 비주얼을 총괄한 일러스트레이터 ChaeChae는 ‘미래’와 ‘초월’이라는 큰 주제에서 출발해 ‘빛’, ‘별’, ‘우주’ 같은 키워드를 더해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데 집중했으며, 주제와 캐릭터의 유기적 연결을 고민해 엘 클리어의 신체를 가로지르는 + 모양의 상징 라인과 엘 페일의 드레스 전체에 우주의 이미지를 녹여냈다. 또한, 두 캐릭터의 가슴과 머리에 있는 빛의 형태를 통일하되 색상을 대비시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주제를 품는’ 두 존재의 관계성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이처럼 선명하고 미래지향적인 비주얼 전략은 <64514>를 단순한 음악 앨범을 넘어 청각과 시각을 통해 ’21XX GLITCH SANCTUARY’라는 미래 세계에 온전히 몰입하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고 있다.

스토리 – 64514 : 음악이 모이는 곳, 또 하나의 미래를 그리다

<64514>의 마지막 매력 포인트는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탄탄한 스토리텔링이다. 전작 DRIVE가 ‘DRIVE Universe’라는 이름 아래 여러 캐릭터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냈다면, 이번 <64514>는 하나의 장소를 중심으로 미스터리하고 깊이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서사를 펼쳐낸다. 그 중심에는 먼 미래, 디스토피아가 된 세상 속에서 과거 네오위즈 판교 사옥이 있던 자리가 ‘64514’라는 이름의 음악 랜드마크로 거듭난다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자리한다. 앨범명 자체가 실제 지번 주소에서 왔다는 사실은 이 가상의 세계에 놀라운 현실성을 부여한다.

스토리에 따르면, ‘645번 거리 14구역’은 본래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는 괴담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땅이었으나 호기심 많은 이들에 의해 그 소문의 정체가 ‘시공간의 균열’이며, 그 틈으로 ‘과거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신비롭고 낭만적인 이야기는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과거의 음악을 듣고 새로운 영감을 얻으려는 아티스트와 리스너들이 모여들며 이곳은 시공간을 초월한 ‘음악의 성지(Sanctuary)’로 재탄생한다. 나중에 알게 된 점은 이곳이 과거 음악을 만들고 즐기던 거대한 타워가 있던 자리이며, 오랜 시간 쌓여온 강한 음악적 에너지가 균열을 일으켜 과거의 아카이브와 공명하고 있다는 설정이 밝혀지게 되었고, 이는 ‘64514’가 단순히 새로운 공간이 아니라, 과거의 유산 위에 세워진 필연적인 장소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설정은 앨범의 모든 요소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한다. 미래의 디스토피아라는 배경은 앨범의 사이버펑크 장르를 담은 음악과 차갑고 샤프한 비주얼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과거의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설정은 디제이맥스를 상징하는 베테랑 아티스트와 디제이맥스와 함께하는 신규 아티스트가 한 앨범에 공존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절묘한 장치가 된다.

결국 <64514>의 스토리는 생성과 소멸,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와 소리들이 존재했고 사라졌으며,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와 음악들로 채워지고 있다” 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단순한 배경 설정을 넘어, 음악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가는 DJMAX 시리즈 그 자체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견고한 세계관 덕분에 <64514>는 단순한 컴필레이션 앨범을 넘어, 하나의 유기적인 작품으로 리스너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탐구생활 마무리 : 과거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미래의 성지 <64514>

결론적으로 디제이맥스 엔터테인먼트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64514>는 단순한 음악 모음집이 아니다. 이 앨범은 음악, 시각, 스토리가 서로를 보완하고 완성하는, 섬세하게 설계된 감각적 경험이다. ‘과거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미래의 성지’라는 매혹적인 내러티브는 앨범의 강렬하고 하드코어한 사운드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글리치와 날카로운 선으로 표현된 차가운 비주얼은 그 세계의 분위기와 질감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이 세 요소는 서로 단절되지 않고 완벽하게 맞물려 ’21XX GLITCH SANCTUARY’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형성한다.

디제이맥스는 이제 리듬게임이라는 장르를 넘어 게이머와 리스너 모두에게 또 다른 세계로의 강렬한 초대장을 보냈다. 모든 것이 암울한 미래, 균열과 창조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음악의 성지로 향하는 여정이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다. <64514>의 발매로 끝나지 않고, 곧 다가올 8월 신촌 YES24 원더로크홀에서 열릴 DJMAX MIRACLE: DRIVE의 후속 오프라인 콘서트 DJMAX MIRACLE 2025를 통해 ‘64514’에 참여한 다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악적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WELCOME TO THE NEXT FUTURE – 당신은 또 다른 미래를 맞이 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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