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키에, 5키에 의한, 5키를 위한 리듬게임
뛰어난 구곡 리마스터링과 얼리엑세스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방대한 수록곡 구성
디제이맥스, 이지투온에 결코 꿇리지 않는 첫 인상 – 진정한 3번째 최강자의 기질이 보인다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스팀(Steam)에서 리듬게임은 사실상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9년을 기점으로 네오위즈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와 스퀘어픽셀즈의 ‘이지투온 리부트 R’이 쏘아 올린 부흥의 신호탄은 건반 리듬게임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으며. 뒤이어 등장한 ‘식스타 게이트’ 등 개성 넘치는 ‘제3지대’ 게임들까지 가세해 이제는 ‘스팀 리듬게임 축제’라는 테마 할인도 열릴 만큼 리듬게임이란 장르는 이제 스팀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영광의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주류가 되었다는 것은 곧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 되었음을 의미하며, 어설픈 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리듬게이머의 엄격한 잣대가 리듬게임 시장에 도전하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적 판매량 600만을 자랑하며 시장을 선점한 ‘디제이맥스’와 정통성을 계승한 ‘이지투온’이라는 두 거인의 아성은 굳건하며, 제3지대 역시 파격적인 신곡 및 라이센스곡과 플레이스타일이 아니면 쉽사리 살아남기 힘든 현실에 어설픈 도전자들은 이름값만 믿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다가 ‘스팀 역사상 최악의 리듬게임’이라는 오명을 쓴 채 퇴출된 ‘오투잼 온라인’과 개발이 중단된 ‘VVAV ONE’의 사례는 이 시장의 냉혹함을 증명한다.
그리고 2025년 7월, 이 치열한 전장에 또 다른 전설이 출사표를 던졌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 오락실을 지켜온 거목이자, BEMANI, SEGA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바로 그 이름, ‘펌프 잇 업: 라이즈(PUMP IT UP: RISE)’다. 이제 스팀이라는 무대 위에서 대한민국 리듬게임의 ‘삼신기(三神器)’가 마침내 모두 모인 지금 이순간, 이번 리겜알리미에서는 플레이 테스트를 통해 먼저 만나본 ‘펌프 잇 업: 라이즈’가 과연 두 강자의 아성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미리 짚어본다.
플레이 리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PUMP IT UP 1st Dance Floor’ 로고와 구곡들을 거쳐 여운이 남은 오프닝이 끝나면, 플레이어는 핵심 모드 세 가지가 담긴 ‘스테이션 셀렉트’ 화면을 만나게 된다. 바로 ‘WARM UP(웜업)’, ‘DIVISION(디비전)’, ‘CHALLENGE(챌린지)’다.
‘WARM UP’은 디제이맥스의 프리스타일 모드와 비슷하게 모든 곡과 난이도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채보는 아케이드의 5개 발판을 그대로 옮긴 5키 ‘싱글’과 중앙 6개 발판을 활용한 6키 ‘하프 더블’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하프 더블’은 리버스부터 프렉스 3까지, 싱글(5키)과 더블(10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과거의 모드를 PC 환경에 맞춰 6키로 새롭게 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플레이를 마치면 F부터 SSS까지의 등급과 함께 시즌 패스인 ‘리듬 패스’ 및 레벨 경험치가 제공되어 플레이어의 꾸준한 성장을 독려한다. 실제로 플레이해본 결과, 리듬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람에게 적합한 난이도로는 싱글 S20 정도가 가장 적절해 보였다.
이번 ‘펌프 잇 업 라이즈’의 핵심은 단연 ‘챌린지’와 ‘디비전’ 모드에 있다. ‘챌린지’는 2~4곡을 연속으로 플레이하는 실력 측정 모드로, 타 리듬게임의 미션 모드나 ‘단위인정’과 같은 기능을 한다. 이 모드를 클리어하면 아마추어부터 마스터까지의 등급을 받게 되고, 부여받은 등급에 따라 비로소 ‘디비전’ 모드가 해금된다.
‘디비전’ 모드는 챌린지를 통해 획득한 자신의 등급에 맞게 플레이하는 일종의 ‘채널’이다. 예를 들어 챌린지 모드에서 ‘베테랑’ 등급을 받았다면, 스테이션 셀렉트의 디비전 모드가 ‘VETERAN DIVISION’으로 표시되고 최대 21레벨까지만 선곡할 수 있는 제한이 생긴다. 이 제한은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로 작용하는데, 디비전 모드에서는 웜업 모드보다 5배 이상 높은 경험치를 지급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풀 콤보 달성 시 BGA 해금, 디비전 모드 전용 ‘BATTLE’ 카테고리와 리더보드를 통한 유저 간 기록 경쟁, 일일 플레이데이터 기록과 해금된 BGA를 감상할 수 있는 ‘브레이크 타임’ 모드 등 타 모드 대비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여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디비전 모드로 이끌게끔 한다. 이러한 모드 분리는 이지투온의 ‘베이직’과 ‘스탠다드’ 모드 분류와 유사한 방식이다.
보상 시스템은 ‘리듬 패스’와 ‘시즌 상점’으로 구성된다. 전반적으로 리듬게임 최초로 시즌 패스 BM을 접목시킨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의 클리어패스와 인게임 상점을 결합한 형태로, 플레이를 통해 시즌 경험치를 쌓아 ‘리듬 패스’ 레벨을 올리면 인게임 재화인 ‘시즌 포인트’와 각종 꾸미기 아이템(아이콘, 플레이트, 노트 스킨 등)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리듬 패스에서 모은 시즌 포인트는 ‘시즌 상점’에서 전용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에 사용된다. 프리시즌 1 기준, ‘펌프 잇 업 XX’ 시절의 커스터마이즈 스킨이나 ‘라이즈’의 오리지널 캐릭터 아이템, 심지어 타 게임에서 먼저 선보여 호평받은 애니메이션 플레이트까지 판매하는 등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모습이다. 플레이를 통해 패스 아이템과 재화를 얻고, 패스 보상인 시즌 포인트를 상점에서 사용하는 이원화된 구조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레이싱 패스를 연상시키며, 유저들에게 지속적인 플레이 목표를 제시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점
뛰어난 구곡 리마스터링
‘펌프 잇 업 라이즈’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바로 압도적인 퀄리티의 구곡 BGA 리마스터링이다. 1999년 첫 등장 이래, SD 해상도의 레이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EXCEED 시리즈의 동영상 BGA, PRIME의 HD 지원을 거쳐 PHOENIX의 FHD에 이르기까지 해상도와 더불어 기체가 무려 10차례가 바뀌는 등 25년의 세월은 필연적으로 영상 퀄리티의 파편화를 낳았다. 안다미로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여 현재 최신 기체인 LX를 적용한 PRIME 2부터 XX와 PHOENIX를 거치며 꾸준히 구곡 BGA를 FHD로 리마스터링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이번 ‘라이즈’에서 모든 레거시 콘텐츠에 60프레임 보강 작업을 더하며 마침내 그 대업을 완수했다.
그 결과물은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빛난다. 단순히 전체 화면 적용 시 영상이 늘어지는 스트레칭 기법을 사용하고 별도의 화면비 조정 옵션을 보완책으로 넣었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나, 일부 곡에 한정해 리마스터링을 제공했던 ‘이지투온’과는 달리 ‘라이즈’는 모든 구곡 BGA가 선명하고 부드러운 FHD 60프레임 영상으로 재탄생하여 완벽한 시각적 통일감을 제공한다.
특히 놀라운 점은 EXCEED 이전, 레이어 애니메이션을 사용했던 초창기 곡들의 처리 방식이다. 단순한 업스케일링이 아니라, 각 레이어 소스를 고화질로 교체하고 현대적인 이펙트를 더해 세련된 비주얼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과거 유산에 대한 깊은 존중과 완벽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려는 개발진의 집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5키 최적화의 퀄리티 있는 채보
펌프 잇 업 라이즈의 두 번째 강점은 바로 ‘5키 최적화 리듬게임’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PC 건반 리듬게임에서 ‘5키’ 모드는 다소 애매한 포지션에 자리 잡고 있는데, 대부분 입문자는 4키를, 대중적인 플레이어는 6키를, 그리고 하드코어 유저는 8키를 선호하는 경향 속에서 5키는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5키를 메인으로 하는 리듬게임은 제3지대 리듬게임의 ‘칼파: 코스믹 심포니’ 외에는 거의 없었으며, 기존의 4/5/6키로 기획된 리듬게임들이 이용자 수 저조로 인해 5키를 과감히 폐지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펌프 잇 업’에게 5키는 존재의 이유 그 자체다. 이 게임의 DNA는 5개의 발판으로 구성된 오락실 댄스 리듬게임에서 시작됐고, 지난 25년간 축적해온 방대한 채보 디자인 노하우는 오롯이 ‘5개의 입력’을 기반으로 한다. ‘펌프 잇 업 라이즈’는 이 독보적인 유산을 키보드 환경으로 완벽히 전환하며, 다른 이들에게는 약점이었던 5키를 가장 강력하고 차별화된 무기로 재탄생시켰다. 그 결과물은 단순히 키 개수만 맞춘 다른 게임의 5키와는 차원이 다른데, 아케이드 발판 위에서 몸을 움직이며 만들어냈던 특유의 ‘동선’과 ‘리듬감’이 키보드 채보에 완벽히 녹아있다. 중앙(3번) 키를 축으로 좌우를 오가며 손가락을 교차시키는 역동적인 트릴, 실제 발을 꼬는 듯한 감각을 선사하는 독특한 구조의 계단 패턴 등은 오직 펌프 잇 업 라이즈만의 개성적인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펌프 잇 업 라이즈’를 단순히 5키를 ‘지원’하는 게임이 아니라, ‘5키에 의한, 5키를 위한, 진정한 5키 리듬게임’이라고 단언하는 이유다.
틱콤보, 기믹, 변속을 활용한 개성있는 채보 디자인
앞서 언급한 5키 채보의 독창성에 더해, 다양한 기믹을 과감히 정규 콘텐츠에 융합한 점 역시 ‘펌프 잇 업 라이즈’의 핵심 강점이다. 물론 PC 리듬게임 시장에 기믹을 활용한 패턴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디제이맥스’는 미션 모드를 통해 4BFX/5BFX 등 특수 플레이모드를 선보였고, ‘이지투온’의 코스 모드나 ‘식스타 게이트’의 아우터 스페이스의 ‘미스틱’ 패턴 역시 일반적인 플레이와는 다른 독특한 방식을 제공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대부분의 게임에서 이러한 기믹들은 ‘특수 모드’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벤트성 콘텐츠에 국한되있는 한계였다.
반면 ‘펌프 잇 업 라이즈’는 박자를 세밀하게 분할하는 ‘틱콤보’, 예측 불가능한 ‘변속’ 등 다양한 기믹들을 정규 채보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이를 통해 모든 플레이어의 게임 경험을 한 차원 높이며, 이제 유저들은 단순히 떨어지는 노트를 정확한 타이밍에 맞추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규칙에 적응하고 플레이의 본질을 진정으로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대담한 시도는 ‘펌프 잇 업 라이즈’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정체성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Passing rider S19, God Mode S20, We love your step S20을 강력 추천하며, 이 특별한 패턴을 더욱 깊이 체험하고 싶다면 디비전 모드의 베테랑 등급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물론 God Mode S20과 같이 처음에 알아채기 힘든 기믹도 존재하지만, 이는 앞으로 패턴 제작팀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RISE 오리지널 신곡
리듬게임의 본질은 단연코 음악이며, ‘펌프 잇 업 라이즈’는 바로 이 핵심 부분에서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펌프 잇 업’은 ‘더블엑스(XX)’ 시절부터 수록곡의 장르를 다양화하기 시작했고, 그 노력은 후속작 ‘피닉스(PHOENIX)’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신규 아티스트들을 대거 영입하고 리듬게임 플레이에 최적화된 음악들을 선보이며, 피닉스의 오리지널 곡들은 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펌프 잇 업 라이즈’는 바로 이러한 성공 전략을 지혜롭게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킨다. 이번 플레이테스트에서 확인된 라인업만 보더라도 그 명확한 방향성이 느껴졌는데 Memme, Emocosine, INFX, r300k, WyvernP, RiraN 등 현재 리듬게임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리듬게임 최적화’ 아티스트들이 라이즈 오리지널로 대거 참여하였다. 여기에 타이틀 곡 ‘RISE UP’의 보컬리스트로 유명 버추얼 스트리머 ‘미오리 셀레스타’를 영입하는 등, 현재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감각 역시 돋보인다. 물론 ‘펌프 잇 업’의 사운드를 상징하는 작곡가 Doin 역시 이번 라인업에 포함되어, 신선함과 익숙함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이뤄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라인업이 ‘플레이테스트’에서만 드러났지,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플레이테스트에서 접한 라이즈의 신곡들 중 필자의 진정한 마음을 사로잡은 곡은 단연코 Doin과 연수유라(neur6sia)의 ‘Ercitite’다. 펌프 잇 업 시리즈를 존경하는 ‘RISE UP’이나 Emocosine의 ‘We love your step’ 등 다양한 곡들이 있었지만, 이 곡이 가장 강렬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했다. ‘진공 청소기’, ‘퍼더’ 등으로 펌프 잇 업의 상징적인 작곡가 Doin의 첫 보컬곡이라는 점과 이미 ‘Earendel’로 그 실력을 입증한 보컬리스트 연수유라의 참여는 이 곡에 특별한 깊이를 더했다. Tofa kim이 연출한 BGA는 회색빛 무채색의 건조한 배경 속에 스며드는 밝은 빛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으며, 여기에 “Elicated, ecletic, electric, eliptic, Ercitite”라는 다섯 단어를 애수 어린 목소리로 반복하는 연수유라의 중독적인 보컬과 ‘Removable Disk0’를 잇는 Doin 특유의 세련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완벽한 시너지를 이룬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리듬게임 씬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매우 긍정적인 의미의 ‘독특함’을 지닌 명곡이 탄생했고 필자는 향후 펌프 잇 업 라이즈가 타 리듬게임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면 타이틀 곡인 ‘RISE UP’과 함께 반드시 수출해야 할 대표곡으로 주저 없이 선정했다. 그만큼 이 곡이 남기는 인상은 강렬했다.
얼리 엑세스라는 이름이 무색(긍정적)한 수록곡 볼륨
리듬게임 시장에서 과거 시리즈의 곡들을 DLC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인 반면, ‘펌프 잇 업 라이즈’는 색다른 접근법을 선택했다. 이번 플레이테스트 버전은 총 237곡의 기본 수록곡을 자랑하는데, 이 중 오리지널 신곡 10곡을 제외한 227곡의 방대한 레거시 콘텐츠를 추가 구매 없이 즐길 수 있다. 수록곡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1st부터 NX 시리즈의 초창기 명곡 75곡(LEGACY)을 시작으로 FIESTA 시리즈(EX, 2 포함) 45곡, PRIME 시리즈 64곡, 그리고 피닉스 직전 작품인 XX(더블엑스)의 33곡까지 폭넓게 포진해 있다. 여기에 ‘Further’, ‘%X’, ‘니알라토텝’, ‘요그 소토스’ 등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곡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러한 접근은 플레이어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처음부터 풍성하게 제공되는 콘텐츠 덕분에 플레이어는 추가 비용 부담 없이 게임을 충분히 탐색하고 깊이 있게 몰입할 수 있으며, 이는 개발사의 콘텐츠 자신감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점
‘WARM UP’ 모드의 모호한 존재감
‘디비전’ 모드가 압도적인 경험치 보상과 BGA 해금, 랭킹 경쟁 등 핵심 콘텐츠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웜업’ 모드의 존재 의의가 다소 불분명하게 느껴진다. 특정 곡의 특정 패턴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용도 외에는 플레이할 만한 동기가 부족하며, 기록 저장이 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이 존재한다. ‘디비전’ 모드에서 곡 선택 제한으로 플레이할 수 없는 고난도 곡들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지만, 결국 ‘디비전’ 모드에 비해 보상이 현저히 적어 주력으로 삼기에는 매력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하여 풀 콤보로 해금되는 BGA 해금을 완화함과 동시에, 웜업 모드 플레이에서도 BGA 해금이 가능하도록 하여 두 모드 간의 역할 분담과 보상 체계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혼동을 유발하는 ‘노 미스’와 ‘풀 콤보’
리듬 게임에서 풀콤보로 클리어하면 플레이 결과 화면에 ‘NO MISS’ 혹은 ‘FULL COMBO’가 표시되는데, 이 두 개념의 차이점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많은 리듬 게임에서 이 두 용어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판정 기준을 보면, 같은 풀콤보인데도 1개 이상의 GOOD 판정이 있으면 NO MISS 클리어로 인정되고, GOOD 판정 없이 오직 PERFECT와 GREAT 판정으로만 클리어해야 FULL COMBO로 표시된다. 필자가 10회 이상 플레이한 끝에 이 두 등급의 미묘한 차이를 겨우 발견했을 정도로, 이 시스템은 “이건 왜 NO MISS지? 풀 콤보가 아니라?”라는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체계였다. 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플레이어에게 실제로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각 용어의 정확한 의미와 달성 조건에 대한 명확한 인게임 가이드가 제공될 필요가 있으며, 만약 라이즈가 적은 MISS 판정으로 클리어를 강조하고 싶다면 WACCA 시리즈의 ‘Missless(miss 1~5회 이하로 클리어)’ 판정을 도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직관성이 아쉬운 시즌 패스 UI
성장의 재미를 주는 핵심 시스템인 ‘리듬 패스’는, 아쉽게도 현재의 UI가 본래 목적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보상 트랙과 현재 레벨, 다음 목표 등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디자인이 아쉬움을 남긴다. 가장 큰 문제는 경험치 표기 방식에 있다. 각 파트에 필요한 경험치가 아닌, 시즌 전체의 누적 경험치를 기준으로 게이지가 표시되다 보니, 당장 다음 레벨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직관적으로 알 길이 없다. 이는 플레이어의 성취감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보상 획득의 즐거움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도록, 보다 직관적인 UI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호불호가 갈리는 ‘레벨 업 해금’
최근 리듬게임 시장에서는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제공하기 위해 곡 해금을 위한 레벨링 요소를 점차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다. 이는 플레이어들이 별다른 부담 없이 게임 자체의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펌프 잇 업 라이즈’의 곡 해금 방식은 이러한 최근 트렌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어떤 곡이 어느 레벨에서 풀리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으며, 결과적으로 플레이 후 나타나는 알림을 통해서만 해금 정보를 알 수 있어 목표 설정과 게임 플레이에 제약이 있다. 레벨링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성장을 측정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곡 해금은 최소화하여 처음부터 자유로운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현재 이용자들의 니즈에 더 잘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총평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만나본 ‘펌프 잇 업: 라이즈’는 단순히 또 하나의 리듬게임이 아니었다. ‘디제이맥스’와 ‘이지투온’이라는 두 거인이 양분하던 스팀 리듬게임 시장에, 그들과는 전혀 다른 무기를 들고 나타난 강력한 도전자였다.
‘라이즈’는 경쟁자들을 섣불리 흉내 내지 않았다. 대신 25년이라는 독보적인 유산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재련했다. 아케이드의 경험을 완벽히 녹여낸 깊이 있는 5키 채보 디자인, 높은 퀄리티의 전곡 BGA 리마스터링, 그리고 얼리 엑세스라는 이름이 무색한 압도적인 기본 수록곡 볼륨은 이 게임의 ‘근본’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증명한다. 여기에 ‘피닉스’의 성공 공식을 계승한 신곡들은 시리즈의 심장이 여전히 뜨겁게 뛰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얼리 엑세스인 만큼 개선의 여지도 분명 존재한다. 역할이 모호한 ‘웜업’ 모드, 혼동을 주는 풀 콤보 체계, 가독성이 떨어지는 시즌 패스 UI, 그리고 시대의 흐름과 다소 맞지 않는 레벨 업 해금 시스템 등은 정식 출시 전까지 다듬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단점들이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를 해치는 근본적인 결함이 아닌, ‘개선 가능한 불편함’의 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이미 게임의 뼈대는 훌륭하게 세워져 있는 것에서 충분한 고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디제이맥스’, ‘이지투온’, 그리고 ‘펌프 잇 업’ : 대한민국 리듬게임을 대표하는 삼신기가 마침내 스팀이라는 무대 위에서 모두 모였다. 이제 경쟁의 양상은 달라졌다. 단순히 왕좌를 다투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리듬의 본질이 격돌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건반은 이제 새로운 댄스 플로어가 되었고, 진짜 퍼포먼스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과연 스팀이라는 무대에 보여주는 안다미로와 펌프 잇 업 라이즈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큰 기대가 된다. DO YOUR BEST SHO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