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첩첩 골 첩첩인 설악산 국립공원의 품 안을 누비는 두 번째 여정. 하나의 바위산으로 불려도 될 만큼 거대한 몸집을 가진 울산바위의 수려한 산세에 감동한 일행은 이번에는 공룡의 등줄기처럼 뾰족하게 날이 선 공룡능선으로 향한다. 거칠고 험한 바윗길이 반복되는 공룡능선 종주는 산행 경험이 많은 이들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다. 14년 지기 산벗들과 함께 마음을 맞춰 걷는 길은 다시 소공원에서 시작한다.
천불동 계곡을 따라 공룡능선의 시작점과 같은 희운각대피소로 향하는 길. 더없이 맑고 깨끗한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숲과 계곡,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절벽이 걷는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신선이 노닐었던 곳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와선대와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 계곡 깊숙이 들어선다. 하늘을 향해 뻗은 바위가 마치 천 개의 불상처럼 서 있다 해서 천불동 계곡. 기묘한 생김새를 가진 바위들이 일행을 굽어보고 스치는 길섶에는 이제 막 봄빛을 틔운 작은 생명들이 반긴다.
희운각대피소를 지나 본격적으로 공룡능선에 들어서자 가파른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설악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공룡능선은 공룡의 등처럼 날카롭게 솟아오른 바위산들을 끝없이 넘어야 하는 길. 초반부터 거칠게 몰아붙이는 바윗길에 금세 숨이 차오른다. 부지런히 바윗길과 씨름한 지 1시간여, 수려한 기암괴석들과 멀리 울산바위가 한눈에 담기는 신선대에 오른다.
이제 공룡의 가장 날카로운 뿔, 1275봉으로 향한다. 잠시 바윗길이 흙길로 바뀌는가 싶더니 산 허리춤까지 물씬하던 봄기운이 어느새 사라지고 낙엽이 무릎까지 쌓여있을 정도로 겨울이 되돌아 서 있다. 공룡능선은 한 번 치고 올라가는 능선이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쉼 없이 반복되는 길이다. 가파르게 올라선 만큼 가파르게 내려서는 길은 안전을 위해 밧줄이 설치되어 있지만, 산에서의 촬영 경험이 많은 제작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험난한 여정을 보상이라도 하듯 발아래 놓인 풍경은 시 한 편을 읊고 싶을 만큼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설악을 대표하는 울산바위와 천혜 비경을 자랑하는 천불동 계곡, 그리고 도전 의식을 불태우게 하는 공룡능선까지 종주하고 나니 설악의 진수를 제대로 맛본 기분이다.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한 걸음까지 부단히 내디뎠기에 가슴에 담을 수 있었던 풍경과 감동. 하늘로 치솟은 기암들의 향연, 공룡능선 종주 길에 <영상앨범 산>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