戶戶富實 人人和樂. 집집마다 부유하고 사람마다 화목하고 행복 하라.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꿈꿨던 어진 임금이 세운 도시, 수원. 유구한 시간을 두르고 있는 성곽을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오랜 세월이 깃든 풍경이 있다.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삶에 충실하며 시간을 쌓아온 사람들의 모습은 굳건한 성곽과 닮았다. 과거가 현재에 살아 숨 쉬는, 오래되었지만 생동감 있는 도시, 수원에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일흔네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 팔달산 효원의 종
수원의 중심, 사방 팔달이 훤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팔달산. 산을 오르는 길에 종을 발견하는 배우 김영철. 가족의 건강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효원의 종. 어느 때보다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요즘, 배우 김영철은 정조의 애민 정신으로 종을 치며 동네 한 바퀴의 시작을 알린다.
▶ 사랑방 의상실의 ‘인생’ 옷 디자이너
팔달산에서 내려와 수원의 옛 도심을 걷던 배우 김영철은 밥솥, 전기 주전자 같은 버려진 물건으로 화단을 만들어 놓은 의상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마침 분갈이를 하고 있던 사장님을 만나 의상실로 들어가니, 그곳도 꽃밭. 의상실은 동네 엄마들로 북적북적한데, 알고 보니 이곳은 50년 지기 동네 엄마들의 사랑방. 끼니때가 되면 주인 대신 직접 밥을 지어 나눠 먹을 정도로 허물없이 지낸단다. 그러다 보니 누구 한 명 보이지 않는 날이면 괜히 섭섭할 정도. 넉넉한 인심만큼 옷 짓는 솜씨도 최고라는 의상실 사장님. 동네 엄마들은 수십 년째 멋쟁이 소리 듣게 해주는 이 의상실 디자이너 미세스 장의 옷만 입는단다. 이웃사촌으로 만난 동고동락 50년.
돈독한 정으로 만드는 의상실 옷은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살려주는 인생의 안성맞춤 옷이란다.
▶ 60년 뚝심의 대장장이 외길 인생
수원천을 따라 내려오다 배우 김영철은 한국전쟁 직후에 생긴 공구 거리에 들어선다. 힘찬 망치 소리에 이끌려 향한 곳은 오래된 대장간. 일흔이 넘은 대장장이가 뜨거운 가마 앞에서 쇠를 두드리고 있다. 꽁보리밥도 귀했던 시절, 배불리 먹고 싶어 초등학교만 마치고 작은아버지 따라 서울로 올라가 미아리의 한 대장간에서 일을 시작한 대장장이. 어린 소년에게는 거칠고 힘들었던 일. 몇 번을 울며 도망쳤지만, 숙명처럼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왔단다. 대장장이 외길 인생 60년,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살아온 대장장이. 가족들은 인제 그만두어라 성화지만 대장장이는 자신의 평생을 바친 대장간을 떠나기가 아쉽다.
▶ 모녀의 합작품 누룽지 아귀찜
장안문 건너 먹자골목을 걷던 배우 김영철은 오래된 간판에 ‘30년 전통’이라 적힌 아귀탕 집을 발견한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모녀가 생아귀를 손질하고 있다. 알고 보면 46년 전통인 이 동네의 터줏대감. 엄마 때부터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가게는 여전히 저녁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집의 특별 메뉴는 누룽지 아귀찜. 엄마의 손맛에 트렌드를 읽은 딸의 아이디어를 더해 개발했다. 싱싱한 아귀는 기본, 진하게 우려낸 아귀 육수에 구수한 누룽지까지 넣은 이 메뉴는 매콤한 감칠맛에 식감까지 더해져 새로운 재미를 준다.
▶ 전 세계에서 유일한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
추억까지 배부르게 먹은 배우 김영철은 온갖 화장실이 전시된 별난 공원을 발견한다. 이곳은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화장실 박물관. ‘Mr. 토일럿’ 심재덕 씨가 지은 변기 모양의 집을 박물관으로 꾸며놓은 곳이다. 신라 시대의 노둣돌부터 제주도의 통시 변소까지. 우리나라 화장실 변천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장실에 앉아 볼일 보는 사람들의 익살맞은 표정에 ‘시원하시죠~’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배우 김영철도 조형물 옆에서 같이 포즈를 취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 청춘의 꽃밭을 일구는 20대 여자 농부
한바탕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수원 외곽으로 나온 배우 김영철. 만개한 꽃이 잔뜩 걸려있는 꽃 농장으로 발길이 향한다. 이곳은 식용 꽃과 허브를 재배하는 농장! 29살 딸이 사장님, 엄마는 물심양면 도와주는 직원으로 있다. 20살에 바텐더로 일하다 허브와 식용 꽃에 관심이 생겼다는 사장님. 옥상 텃밭에서 시작해 이제는 1,000평이 넘는 밭을 일구는 8년 차 베테랑 농부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공부하며 청춘의 꽃밭을 가꾸는 처녀 농부의 열정과 패기에 배우 김영철은 큰 박수를 보낸다.
▶ 추억의 경양식
동네를 걷느라 출출해진 배우 김영철. 상구 입구에 ‘옛날 경양식 돈가스’라고 손글씨라고 쓴 간판을 발견한다. 입구에서부터 내부가 모두 80년대풍의 목조 인테리어로 꾸며진 가게. 34년 전 문을 연 수원 최초의 경양식집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남은 경양식집을 지키는 사장님도 웨이터 복장 그대로,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예전 방식 그대로 색 조합까지 신경 쓴 옛날 돈가스는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 여기에 환상의 짝꿍 깍두기가 완벽한 ‘추억의 맛’을 재현한다. 돈가스 한 점에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 푸른 소나무에 서린 정조의 효심, 노송지대
울창한 낙락장송들이 길게 늘어선 노송지대로 들어선 배우 김영철. 노송지대는 200년 전, 정조가 아버지 사도 사제의 능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길에 소나무 500주를 심어 조성한 곳으로 일찍 아버지를 여읜 아들의 지극한 효심이 깃들어 있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다 한없이 느려졌을 정조의 행차를 고요하게 지켜보았을 푸른 원로 소나무에 기대어 보는 김영철. 가만히 눈 감으니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이 떠오른다.
▶ 130년 된 초가를 지키는 어머니
노송길을 지나 주택가에 들어선 배우 김영철. 우뚝우뚝 솟은 아파트와 빌라 사이에 지나온 세월을 머리에 이고 있는 초가 한 채를 본다. 당연히 문화재겠지 하고 대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어머니가 살고 있다. 봄을 맞아 창호지를 붙이고 있던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1888년, 상량문에 남겨진 기록으로 130년 된 초가임을 알 수 있다. 지나간 세월만큼 닳은 마루와 뒤뜰의 우물터도 여전하다. 9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나 쭉 이곳에서 살았다는 어머니. 어머니는 눈길 닿는 곳마다 부모님과 보낸 시간이 담겨있는 이 초가가 궁궐보다 좋다.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어머니는 천방지축이었지만 늘 곁에 데리고 자던 소중한 막내딸. 그 마음을 알기에 어머니는 부모님 임종까지 자신의 손으로 거뒀다. 수원에는 오래된 초가에서 부모님과의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가 있다.
▶ 가장 젊은 수원의 얼굴 광교호수공원 & 수원 컨벤션센터
배우 김영철은 수원 산책을 마무리하며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은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펼쳐진 광교호수공원을 걷는다. 광교호수공원은 2014년, 국토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경관’으로 뽑혔을 정도로 수려한 최대 규모의 도심 속 호수 공원이다. 공원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자연을 즐길 수 있어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빈다. 호수공원의 백미는 프라이부르크 전망대! 환경수도를 표방한 수원시의 의지가 담긴 곳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잘생긴 호수공원의 전경과 훤칠한 빌딩 사이에 수원 컨벤션센터가 보인다. 2019년에 개관했지만 벌써 굵직한 행사를 치러낸 훌륭한 경력이 있다. 수원의 가장 젊은 얼굴을 내려다보며 동네 한 바퀴를 마무리한다.
아득한 과거에서 굳건한 현재, 든든한 미래까지 성곽을 따라 유구한 시간이 흐르는 수원. 화성을 삶의 무대로 삼아 오늘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는 5월 3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74화 유구하다 왕의 동네 – 수원 팔달구, 장안구] 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