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원 기자 — 미래엔 와이즈베리가 ‘다윈의 실험실’을 출간했다고 7일 밝혔다.
병아리 부화를 실험하기 위해 달걀을 품은 에디슨, 치료제 개발을 위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배양액을 마셔버린 마셜 박사 등 천재 과학자 이야기 뒤에는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하는 괴짜 실험의 비밀이 숨어있다.
미래엔 와이즈베리가 출간한 ‘다윈의 실험실’은 지구상에서 생명의 시작을 파헤친 <종의 기원>을 써낸 다윈의 인간적인 모습과 함께 괴상해 보이지만 과학적 의미가 큰 그의 실험들을 다윈의 일대기를 통해 풀어낸 책이다.
종의 이동 실험을 위해 오리발로 만든 달팽이 사육장과 갖가지 농도의 소금물 항아리들, 실험용 씨앗들을 얻기 위한 잡초 정원, 변이 실험을 위해 만든 따개비밭과 비둘기 사육장 등 다윈의 집 뒷마당은 여느 마당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갖췄다. 스스로 ‘바보 실험’이라 부른 다윈의 집 뒷마당 실험에는 7남매의 어린 자녀는 물론 친구, 가정교사, 집사 등 주변 사람들이 총 동원되었다. 파리지옥에 머리카락과 손톱을 먹이로 주어보고 새의 모이주머니에 씨앗을 심어보며 각종 씨앗을 바람에 날려보는 등 과학 실험이라기보다 가족 이벤트에 가까웠다.
이 책에서 작가는 먼저 다윈의 개인사를 통해 그의 놀라운 통찰력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영국의 유명 시인 콜리지가 ‘다윈화하기(darwinizing)’라는 단어를 만들 정도로 대담한 창의력을 지닌 할아버지 이래즈머스 다윈의 기질을 물려받아 언제나 평범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려 한 것이 위대한 종의 기원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 다윈이 했던 실험이 현재를 사는 우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와 함께 다윈의 뒷마당 실험을 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신이 자연을 설계했다는 자연신학이 주류를 이루던 19세기 자연 선택에 따른 진화론으로 소위 과학계의 혁명을 일으켰던 천재 과학자의 위대한 업적은 거창한 실험실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만든 것이 아니다. 주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인 사고, 끈질긴 관찰과 투철한 실험정신, 주변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새로운 생물학의 기저가 되고 과학적 연구로 발전된 것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 이후로도 인간의 진화, 가축 사육, 식충식물, 지렁이 등 여러 생물에 대한 10권의 책을 썼다. 그가 남긴 수많은 논문과 저서들은 탄탄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오랜 통념과 편견을 깨트리면서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
발견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라는 프랑스 소설가 프루스트의 말처럼 ‘다윈의 실험실’은 다윈의 일상의 소소한 발자취를 따라 위대한 업적을 만나도록 이끈다. 성과에 급급해 골몰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이 책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 평범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힘,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진정한 용기를 일깨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