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엔터위크의 편집 방향과 일부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7일, 서울특별시 주관으로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GAME ESPORTS SEOUL (GES 2024)이 개최되었다. 당시 나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휘몰아치던 8월의 소식들을 정리하며 간신히 한숨을 돌리던 시기였다. 일상으로 돌아가 신학기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GES 2024에 대해서는 살던 곳이 남쪽의 부경권이었고, 당시 나온 게임들도 나와는 거리가 먼 분야였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디맥 커뮤니티에서 GES 2024 오프닝으로 디맥 라이브 파티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후, 상황은 달라졌다. 처음에 나온 아티스트 사진들의 화질이 좋지 않아 그저 관련 사진일 뿐이라 생각했으나, 디제이맥스 공식 SNS에서 해당 아티스트들의 참가 소식과 함께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었을 때, 당장 다음 주 서울로 가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나에게 닥쳤다.
그 순간, 나는 기자로서의 책임감과 디제이맥스 팬으로서의 열정이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두 역할 모두 중요했기에 어느 하나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현장의 감동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와, 디제이맥스 팬으로서 그날의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깊은 갈등에 빠졌다.
특히 프리랜서로서 첫 활동이었기에, 현장의 열기와 순간을 기록하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나를 짓눌렀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그 생생한 순간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디제이맥스 유저로서 그 자리를 온전히 즐기고 싶은 마음도 컸다. 기자로서의 책임감과 게임 팬으로서의 기쁨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갈등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교차했다. 결국 고민 끝에 나는 기자석 대신 관객석에서 카메라를 들기로 했다. 기자로서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파티에 모인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그 순간을 진정으로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찍은 사진들을 확인해보니 당연히 실로 가관이었다. 대부분의 사진은 흔들렸고, 밝기는 부족하거나 과도한 빛이 반사되어 일렁였으며, 피사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사진들이 많았다. 특히 아쉬웠던 사진은 Mr.Funky의 Newton 무대였다. 기타리스트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담지 못해 사진은 흔들렸고, 표정이나 퍼포먼스 역시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지금 다시 봐도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아쉬움 속에 남긴 사진들을 다시 살펴보니, 처음엔 ‘실패한’ 사진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속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비록 흔들리고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그날의 열기와 현장감, 그리고 함께 파티를 즐긴 아티스트들, 무엇보다도 소리치며 노래하던 관객들의 에너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매 순간을 강렬하게 음미하는 것이다. 매 백분의 일초마다.”
– 마크 리부
나는 단순한 기록자가 아닌, 그 파티를 함께 즐긴 한 사람으로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사진들에는 나만의 즐거움이 아닌, 모두의 감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관객석에서 직접 느낀 에너지를 담아 찍은 사진들은 비록 흔들리고 불완전했지만, 그 속에는 내가 느낀 순간의 감정과 현장의 뜨거운 열기가 솔직하게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동료 기자의 사진이 그 순간을 명확하고 완벽하게 기록했다면, 내 사진은 그 순간을 체험한 감정을 담아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진들이었던 셈이다.
사진이 반드시 기술적으로 완벽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이 사진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내가 찍은 흔들린 사진들 역시, 파티의 한 일원으로서 느낀 나의 시선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 ‘실패한’ 사진들 속에서, 나는 더 진정한 순간을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변명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디제이맥스 시리즈와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완벽하지 않지만 진정성을 담은 기록으로써, 그 순간의 감정과 열정을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 역시 중요한 경험이라는 나름의 뜻깊은 교훈을 얻어간 셈이다.
그날, 나는 완벽하지 않은 사진을 찍었지만, 그 속에서 파티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기자로서 활동하면서 사진 촬영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게 될 것이며,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해야 할 순간들이 다가올 것이다. 완성도 높은 사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사진 속에 담긴 감정과 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도 디제이맥스와 함께한 아티스트들과,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 순간의 열정과 에너지를 사진 속에 담아내고 싶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기삿거리로서 온전치 못한 사진이 나올 수 있지만, 그 사진들이 담고 있는 현장의 감동이야말로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디맥 행사에서 비슷한 ‘실패한 사진’들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날의 열정과 감정을 담고 있다면, 그것들은 단순한 실패가 아닌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