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을 넘을 또 다른 기대작들,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 2024를 찾아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직접 선정한 유망주 인디게임 10선 체험 제1편 : 트라이펄게임즈의 V.E.D.A를 플레이하다
지스타 2024(G-STAR 2024)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화려한 막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30주년을 맞이한 메인 스폰서 넥슨과 더불어 크래프톤, 구글 플레이, SOOP,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등 업계를 대표하는 쟁쟁한 기업들이 야심 찬 대작 및 행사들을 선보이며 방문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숨 막히는 대기줄과 촉박한 시간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이번 지스타의 주인공인 넥슨 부스는 두 기대작인 ‘퍼스트 버서커 : 카잔’과 ‘슈퍼바이브’를 체험하기 위해 각각 3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어렵사리 대기줄을 통과해도 주어진 체험 시간은 겨우 20분. 그마저도 체험이 끝나면 또 다른 게임을 위해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찬 부스로 향해야만 한다. 그렇게 대기 지옥에 휘말리면 지스타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까지 빠르게 흘러가고, 이후 정문을 나가게 되면 게임 한두 개만 겨우 체험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쯤 되면 티켓값이 아깝다는 푸념이 절로 나올 지경. 그만큼 지스타 2024는 대작과 감동으로 가득한 축제였지만, 동시에 ‘대기 시간의 지옥’을 각오해야 하는 체력 테스트의 장이었다.
다만 ‘대기업’와 ‘대작’이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보면, 대작 못지 않는 다양한 게임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대작들의 대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대신, 언젠가 대한민국 게임 시장을 주도할 ‘기대작’을 즐겨보면 어떠한가? 이번 연작 시리즈에서는 지스타 2024에 나온 또 다른 게임 박람회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 2024(GLS2024)>, 그리고 그 속에서 직접 체험한 3종의 게임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GAME LEVEL-UP SHOWCASE)란?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는 2022년부터 시작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개최한 인디게임 박람회로, 올해로 3회를 맞이하였다. 이 행사는 콘진원 게임기획지원 사업의 지원과제 중 선발된 우수 스타트업 인디게임 10종을 대상으로 지스타 등 다양한 게임 행사에 전시와 홍보를 지원하고, 12월에는 유저 평가단과 체험단을 모집, 심사위원 및 평가단의 평가를 거쳐 올해를 빛낸 작품 및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본 게임을 선정하는 박람회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지스타 2024에 참여한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는 작년 지스타 2023에 20부스 규모로 6종의 인디게임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는 작년에 두 배 늘어난 40부스 규모로 부스를 운영하였다. 참여 작품들은 ▲지노게임즈 <안녕서울 : 이태원편> ▲라이터스 <THANKS, LIGHT.> ▲썬게임즈 <라이트 오디세이> ▲브릿지뮤직 < DODORI > ▲트라이펄게임즈 <베다(V.E.D.A.)> ▲드래빗 스튜디오 <소울러즈> ▲지팡이게임즈 <해태: 가디언즈> ▲오디세이어 <벨라스터> ▲스튜디오 두달 <솔라테리아> ▲프로젝트 클라우드게임즈 <더 렐릭: 퍼스트 가디언> 등 총 10종의 게임들이 이번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에 나오게 되었다. 그 밖에도 스탬프 렐리 등을 통해 스팀 덱을 비롯한 각종 게이밍 기어를 증정하는 이벤트와 인디게임 개발자와의 QnA, 미니게임 등등 각종 즐길거리들 역시 많이 진행되었다.
이번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에서 필자가 경험한 게임들은 ▲지노게임즈 <안녕서울-이태원편> ▲브릿지뮤직 <DODORI> ▲트라이펄게임즈 <베다(V.E.D.A.)> ▲드래빗 스튜디오 <소울러즈> 이 총 4종을 플레이 하였다. 이들 중 DODORI는 리듬게임 전문 기자로서 미리 플레이한 경험이 있으니 별도의 기사로 대체하고자 하며, 이번 시리즈에서는 나머지 3개의 게임에 대한 상세한 체험기를 소개하겠다.
HOW TO SOULSLIKE EASY – 소울라이크 트레이닝 게임 <V.E.D.A>
소울라이크(Soulslike)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데몬즈 소울’과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유래한 액션 롤플레잉 게임의 하위 장르로, 높은 난이도와 독특한 게임 메커니즘이 특징이다. 이들은 ‘엘든 링’과 같이 게임 고유의 분위기와 도전적인 난이도 때문에 매니아층이 매우 높은 장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높은 난이도 및 복잡한 게임 메커니즘 때문에 신규 유저, 즉 ‘뉴비’가 거의 없는 장르이기도 하다. 한때 대한민국 게임계는 소울라이크 장르에 대해 비교적 문외한으로 평가되었지만, 네오위즈의 라운드8 스튜디오 제작 작품인 <P의 거짓>을 시작으로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 카잔> 등 한국 게임사 역시 소울라이크 게임 제작에 도전하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사가 소울라이크 게임에 도전하고 있는 사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게임이 이번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에 등장했으니 바로 트라이펄게임즈의 <V.E.D.A.(이하 ‘베다’)>이다. 이 게임은 소울라이크 특유의 하드코어함, 고어함을 많이 약화시킨 ‘소울라이트(Soulslite)’로 등장했으며, 이에 더해 소울라이크 ‘트레이닝’ 게임을 표방하고 나섰다.
‘베다’의 세계관은 근미래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이 바이러스가 인류의 대부분을 멸망으로 이끈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기억을 잃은 플레이어가 슈퍼 AI V.E.D.A.와 협력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훈련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훈련의 과정에서 해커의 공격과 같은 외부 위협 속에서 점차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극복하고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트라이펄게임즈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엘든 링’이 전 세계적으로 25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음에도, 플레이어 중 약 80%가 엔딩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소울라이크 장르의 대중화 및 뉴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을 V.E.D.A. 개발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로그라이트 요소를 추가, 점진적 성장을 통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장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번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에서 전시된 빌드는 튜토리얼 지역과 첫번째 보스 지역인 ‘알시스’를 플레이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 지역에서는 기본 조작법과 함께 소울라이크에서 주로 사용되는 강공격, 패링 등에 대한 자세한 조작 방식을 설명해 처음 소울라이크 장르를 접하는 필자도 쉽게 플레이할수 있었다. 표방했던 ‘소울라이크 튜토리얼’이 헛말이 아닐 정도로 이 게임을 쉽고 빠르게, 그리고 재밌게 플레이 했다.
그러나 첫 번째 보스인 ‘알시스’에 도전했을 때 게임의 또 다른 본질이 드러났다. ‘알시스’와의 전투에서 필자는 수차례 패배를 경험했으며, 이는 단순히 어려움을 넘어서 소울라이크 특유의 ‘성취감’을 일깨워주는 과정으로 작용했다. 나중에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PlayX4 2024에서 전시 당시 총 1000명이 알시스에 도전했으나 단 3%만이 보스 클리어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게임을 통해 소울라이크 장르에 도전하고자 하는 신규 유저를 유입시키는 동시에, 기존 팬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그들의 소울라이크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남다른 철학을 깨닫게 되었다. <P의 거짓>의 성공으로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 소울라이크 장르가 다시금 주목을 받는 만큼, 이 게임은 유저와 소울라이크 사이를 원만히 이어줄 징검다리 게임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V.E.D.A.는 2024 인디크래프트 대상, 지스타 2023 인디어워즈 최고의 기대작, PlayX4의 글로벌 미디어픽 등등 다양한 수상을 통해 기대작으로서의 입지를 다져놓았으며, 2025년 얼리 엑세스 및 정식 출시, 올해 연말에 게임의 데모 버전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 밝혔다.